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69화 (69/236)

<제69화>

“상이라.”

신인상.

연말에 하는 가요 시상식에서 올해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가수들을 선별해서 상을 주는 음악인들의 축제.

그중에서 신인상은 평생 단 한 번밖에 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받기가 어려운 상이었다.

데뷔해, 혹은 그 이듬해까지 데뷔한 아이돌을 대상으로 주어지는 신인상.

그 한 번의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없는 거다.

대상만큼이나 받기 어려운 게 신인상이라는 농담 섞인 말도 있었다.

“황이서 프로듀서도 분명 12월에 너희 복귀 날짜 잡을걸?”

“12월이면 엄청 빠른 템포네요.”

아직 11월 초.

12월에 복귀한다고 생각하면 한 달하고도 조금밖에 안 남은 셈이었다.

“당연하지. 너희가 올해 하반기에 데뷔를 했으니까. 올해 데뷔한 신인 중에서 가장 히트한 그룹이라 유력하긴 하지만, 또 모르지. 연말에 얼굴 한 번 비추면서 팬들과 심사위원들에게 어필하고 싶은 걸지도.”

황이서가 저번에 휴가를 주며 단단히 경고했다.

몇 달간 바쁠 테니 며칠 푹 쉬고 오라고.

‘이거 때문이었구나.’

황이서는 나름대로 전략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아마 처음 우리의 데뷔 날짜를 정했을 때부터 여기까지 생각했을 거다.

데뷔 성적이 좋으면 그 기세를 이어 연말까지 이어갈 계획으로.

성적이 예상보다 나쁘면 연말에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계획 같은 것들 말이다.

“황이서 프로듀서 생각보다 능력 있는 사람이니까 같이 잘 해봐.”

진효원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황이서의 능력은 익히 알고 있었다.

“열심히 해야죠.”

“연말 시상식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저희도 그렇습니다.”

얘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성훈이 물었다.

“그런데 진효원 선배님은 신인상 타지 않으셨습니까?”

“그때는 아이돌상이 따로 있지 않았지. 가수상이랑 아이돌상이랑 합쳐서 여자 신인상, 남자 신인상 따로 있었는데….”

시상식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는 숙소로 돌아갔다.

* * *

“12월에 정규 앨범 들어갈 거다. 이번 일정이 저번 싱글 앨범 때와 달리 많이 빠듯할 거야.”

돌아가자마자 황이서가 선언했다.

진효원과 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발표했다.

“정민이가 이전부터 이번 수록곡 작업을 위해 계속 같이 작업했던 거 알지?”

“네.”

“이번 정규 앨범 총 여덟 곡이 수록될 건데, 그중에서 세 곡을 정민이가 맡을 거다.”

“그게 돼?”

무려 세 곡이나 작업한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정민이를 봤다.

“할 수 있을 거 같아. 진효원 선배님이랑 작업하면서 배운 것도 있고, 얻은 영감도 있어. 두 곡은 이미 나와서 한 곡만 작업하면 돼.”

정민의 어깨가 쫙 펴졌다.

저렇게 자신이 있으면 문제없겠지.

“시간이 많이 없으니 빠르게 움직여야겠네요.”

“그래. 활동하면서 연습도 할 거라 아마 많이 바빠질 거다. 진효원 앨범 활동 같이하는 2주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잘 테니까 틈틈이 쪽잠 자두고.”

“알겠습니다!”

황이서가 우리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가 열심히 하는 만큼 우리 직원들도 바쁘게 서포트 할 테니까 힘내자.”

앞으로 있을 자세한 일정을 공유한 황이서는 박수를 치며 연습실을 나섰다.

하루 중에 여덟 시간이 연습 시간이었다.

우리의 안무를 익히는 시간.

다시 돌아왔다.

이 악물고 연습했던 연습생 시절의 기억이.

“후우, 열심히 하자.”

모두가 의지를 다졌다.

그리고 나는 그런 멤버들을 보다가 핸드폰을 열었다.

[현재 연습실에 있습니다.]

[트레이닝(S) 사용 가능 대상 - 최우주, 안호진]

어떻게 할까.

* * *

“후우.”

황이서는 한숨을 내쉬었다.

경영적으로, 프로듀서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12월에 바로 복귀 앨범을 내는 것이 가장 바람직했다.

애초에 그럴 목적으로 9월에 데뷔를 시켰다.

올리오스 멤버들이 생각 이상으로 너무 잘해줬기 때문에 진효원과 콜라보를 할 기회가 생겼고, 그 작업의 수준 역시 상당했다.

무려 두 곡.

그것도 거의 공동 작업 수준.

그 모든 과정을 한 달 만에 마친 진효원도 대단했고, 같이 해낸 올리오스도 대견했다.

순항이었다.

순풍이 불고 배는 앞으로 잘 나간다.

계획보다 훨씬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다.

올리오스라는 이름이 벌써 대중의 머리에 박히기 시작했으니.

최근 데뷔한 남자 아이돌 중에서 이렇게 대중들에게 노출된 이들이 있을까?

없지.

지금 예능판, 아이돌판에서 대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활동하는 그룹은 대부분 수년 전에 데뷔한 이들뿐.

근 몇 년간은 대중보다는 팬덤 중심의 공략을 메인으로 가져갔다.

그렇다고 올리오스가 팬덤이 적은가?

그건 아니었다.

신인치고 훨씬 많은 팬덤을 보유하기 시작했다.

팬들을 위한 작은 공연 및 팬사인회에 회사에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팬들이 찾아왔을 정도였으니까.

모든 게 다 계획대로 흘러갔다.

너무 잘 흘러갔다.

‘진효원과의 활동 때문에 애들의 준비 시간이 다소 부족해졌다는 걸 빼면.’

거기까지는 예상범주 안이었다.

다만.

“정민이, 괜찮을까.”

무려 세 곡이다.

두 곡이 완성되었다고 했지만, 데뷔곡 때도 그랬다.

정민은 작업이 한 번 막히면 그 수렁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일정에 부담을 더하는 게 아닐까 걱정이었다.

작곡가 펑크.

미리 계약했던 작곡가가 일정이 겹친다는 이유로 GH의 제안을 반려했다.

그 탓에 작품 제작에 딜레이가 생겼고, 내부 작곡가를 돌리려고 했지만, 이미 사전 제작 중인 몬스터즈의 작업에, 솔로 가수들의 복귀 작품에 전력이 쏟아졌다.

‘제가 해볼게요.’

그때 정민이 자기가 하겠다고 나섰다.

어지간한 작곡가보다 나은 실력을 갖췄기에 믿고 맡기긴 했는데.

“걱정이 되네.”

한숨이 절로 나왔다.

깎지 않아 삐쭉삐쭉 나온 수염을 쓸어내리던 황이서의 앞에 스타일리스트 김예리가 섰다.

올리오스 팀의 스타일리스트, 요즘 들어 시간이 남으면 사무실로 찾아오는 귀찮은 여자.

“프로듀서님, 뭐가 그리 고민이길래 답지 않게 한숨을 퍽퍽 내쉬세요?”

“별거 아니야. 그런데 예리 너는 왜 여기에 있어?”

“이번에 올리오스 애들이 연습 위주라 스케줄이 비어서요.”

“그래? 그럼 일찍 퇴근해. 괜히 남아서 뭐 할 것도 없잖아.”

“고민이 많으신 거 같은데, 제가 들어 드릴게요.”

“됐다. 네가 해결해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어차피 올리오스 애들 때문에 한숨 쉬는 거 아니에요?”

어떻게 알았지?

“뻔하죠. 요즘 프로듀서님 머릿속에 올리오스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걔들 고민이면 제가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물론이죠. 올리오스 활동할 때 매니저인 두현이랑 같이 가장 가까이서 붙어 다녔는데요. 지금도 그렇고요.”

“후우, 그럼 상담 좀 해볼까?”

“뭔데요?”

“정민이 문제인데….”

황이서는 자신이 가진 고민을 말했다.

올리오스의 활동, 애들이 가진 포텐셜과 대략적으로 그린 앞으로의 미래, 그리고 진짜 고민인 정민의 문제.

왜 이렇게 주절주절 말하나 싶을 정도로 황이서는 그의 고민을 토해냈다.

“정민이가 자기가 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런 면이 있죠. 애가 부드러우면서도 가끔 강단이 있을 때가 있다니까요?”

아마 그건 옆에서 호응을 해주는 김예리의 태도 때문이리라.

대화의 간극마다 추임새를 넣어주는 그녀의 반응 때문에라도 계속 말하게 됐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던 김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간단한 문제네요.”

“간단하다고?”

“네. 무척 간단한 문제인데요?”

황이서는 자신이 놓친 부분이 있나 한참을 고민했다.

그 모습을 보던 김예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건하가 저번에 정민이의 작곡을 도와준 적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랬지.”

“이번에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지금 보니까 리더 역할을 잘 수행하는 거 같던데. 아마 정민이 정말 막혔을 때는 건하가 도와줄 거예요. 아니면 프로듀서님이 살짝 제안해도 되고요.”

“…….”

“멤버끼리 알아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같은데요? 잘 안 되면, 그때 생각해도 되죠.”

“그런가.”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가끔은 간단하게 생각하면 풀리는 일도 있답니다?”

그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맞네. 고마워. 덕분에 꼬인 실타래를 푼 기분이다.”

“그래요? 그러면 저도 부탁 하나 있는데 들어줄래요?”

“뭔데?”

“같이 저녁 한번 먹죠?”

저녁을 먹자고?

* * *

[최우주]

[나이: 19]

[노래: B]

[춤: C+]

[외모: B]

[예능: A]

[스킬: 친화력(A), 청산유수(B)]

[안호진]

[나이: 20]

[노래: D]

[춤: A]

[외모: A+]

[예능: D]

[스킬: 남다른 춤선(C), 끈기(B)]

나는 우선 둘의 스킬과 스탯을 확인했다.

예능에 강점을 가진 대신 춤과 노래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우주.

압도적인 춤과 외모, 그리고 스탯과 시너지를 잘 내는 춤 관련 스킬을 가진 호진.

둘의 성장점은 확실했다.

우주는 예능 중심으로.

호진이는 춤을 중심으로.

트레이닝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건 상대적으로 효율이 떨어졌다.

올리오스는 강점이 명확한 다섯 멤버가 아슬아슬한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

약점을 보완하는 건 능력치가 아닌, 서로의 조언과 연습으로 이뤄내면 그만이다.

‘강점을 더 강화하자.’

예능 스탯이 확실히 앞선 우주를 보조할 스킬 하나를 주고, C+급인 춤을 B까지 올려주기로 했다.

춤을 올린 이유는 연말에 있을 무대에서 부족함 없이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실수를 하면 곤란하니까.

[트레이닝(S)을 이용해 최우주의 스탯을 올립니다.]

[기존 포인트의 2배가 소모됩니다.]

[춤: C+ → B]

[100만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원샷을 위하여(B) 스킬을 수여합니다.]

[원샷을 위하여(B) : 원샷을 받을 때 대성공 확률이 늘어납니다. (드라마 or 영화 제외)]

[200만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스킬 뽑기를 하던 중에 뽑았던 스킬이었다.

‘대성공’의 확률을 높여주는 빛나는 스타덤의 하위 스킬로, B급 스킬이라 대성공을 만들기 위한 조건이 조금 까다로웠다.

내가 쓰기엔 다소 맛이 떨어져서 보관함에 꿍쳐 놓은 채였다. 하지만 앞으로 예능에서 원샷을 자주 받을 우주에겐 딱 맞는 스킬이었다.

200만이라니.

이것도 포인트 잡아먹는 하마네.

하지만 내겐 55 마일리지로 바꾼 1375만 포인트가 있었다.

[토막 주식 보유금액 : 13억 8200만원]

13억하고도 8천만 원이 넘는 자산으로 번 포인트.

아직 포인트는 넉넉하다.

안호진의 능력치 컨설팅은 간단했다.

[트레이닝(S)를 이용해 안호진의 스탯을 올립니다.]

[기존 포인트의 2배가 소모됩니다.]

[춤: A → A+]

[800만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춤 강화.

다른 스탯을 올릴 필요가 아직은 없었다.

스킬을 부여하는 것도 그리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연말에 올라갈 무대에서 호진이는 춤으로 누구보다 돋보여야만 했다.

‘능력이 D인 노래와 예능 때문에 능력치 합이 낮긴 하지만, 춤 하나만큼은 끝내주겠네.’

[최우주]

[나이: 19]

[노래: B]

[춤: B]

[외모: B]

[예능: A]

[스킬: 친화력(A), 청산유수(B), New! 원샷을 위하여(B)]

[안호진]

[나이: 20]

[노래: D]

[춤: A+]

[외모: A+]

[예능: D]

[스킬: 남다른 춤선(C), 끈기(B)]

트레이닝으로 올린 두 사람의 능력치를 보며 만족했다.

포인트를 꽤 썼지만, 그만큼 돌아올 거다.

남은 포인트는 내 외모를 올리기 위해 모아둬야지.

[외모(A) : 스탯 1 포인트당 100만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평범함 디버프 적용)]

현재 스탯인 62를 S급인 70까지 올리기 위해선 무려 800만 포인트나 필요했다.

부지런히 모아야 한다.

스킬 사용이 끝난 나는 곧바로 이어지는 연습에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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