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68화 (68/236)

<제68화>

“평소의 진효원 노래와 다르네.”

진효원의 골수팬인 원하성은 오랜만에 복귀한 진효원의 노래를 들었다.

2년 만의 복귀 앨범이었다.

참 오래도 기다렸다.

매일 신곡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진효원의 노래를 재생목록에 넣어뒀던 원하성이었다.

매년 꾸준히 앨범을 냈던 그녀였지만, 4년 전부터 슬슬 성적이 내리막을 타더니 이번 복귀 전 마지막 앨범은 그녀답지 않은 성적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혹자들은 말했다.

-진효원 솔직히 잘 부르고 음색도 좋긴 한데, 스타일이 틀에 박혔잖아. 비슷한 느낌에 비슷한 노래 연속 아님?

-매번 복사 붙여넣기 한 노랜데 왜 듣냐?

-이제 진효원도 퇴물이지.

물론 극히 일부의 목소리일 뿐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진효원이 똑같은 패턴으로 복사 붙여넣기를 하는 그런 가수라고?

“그걸로 대한민국 탑을 찍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냐?”

음악 시장은 만만하지 않았다.

매번 음색 원툴이라고 말하지만, 진효원은 그 안에서 자신의 음색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도전을 해왔다.

대부분은 듣기만 해도 마음이 부드러워지는 음색을 이용한 서정적인 발라드였지만, 어쿠스틱하면서도 빠른 박자의 노래에서도 불러봤고. R&B를 섞은 노래 역시 수도 없이 불렀다.

힙합 가수들과도 함께 작업하며 자신의 색을 살렸다.

그렇게 대한민국 여성 보컬 중 탑을 찍었던 가수였다.

그런데도 음색 원툴이라고?

“멍청한 놈들.”

진효원의 성적이 떨어지자 그 일부의 목소리가 가진 힘이 세졌고, 진효원의 시대가 갔다고 설치는 놈들이 많아졌다.

그렇게 2년이 지났다.

진효원의 복귀 소식에 팬들은 난리가 났고, 안티들도 마찬가지로 난리가 났다.

오랜만에 진효원의 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시끌벅적했다.

-또 컨트롤 C, V 해서 올 거 뻔하죠?

-대체 왜 저런 듣보잡 아이돌이랑 같이 콜라보하는 거임?

-피처링인 줄 알았더만 그것도 아닌가 보네?

-찐망원도 맛탱이 다 갔네. 자기 무기가 부드러운 발라드에 먹히는 음색인데, 이걸 포기하고 아이돌이랑 콜라보를 해?

찐망원.

안티들이 진효원을 부르는 멸칭이었다.

너튜브 예고편부터 가수 관련 커뮤니티까지 팬들과 안티팬들의 대전쟁이 이어졌다.

-해도 지랄 안 해도 지랄.

-맨날 똑같다고 할 땐 언제고 스타일 바꾸니까 또 억까하는 거 봐.

-니들이 아무리 ㅈㄹ해도 진효원이 버는 게 니들 평생 벌 돈보다 많을걸?

-ㅋㅋㅋ그렇게 치면 빌게이츠는 진효원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이 벌 듯

커뮤니티가 불탔다.

진효원은 이런 파급력을 지닌 가수였다.

그들은 가장 최근 앨범이 망했다고 하지만, 1위를 찍지 못했을 뿐이지 객관적인 성적은 상당히 뛰어났다.

골수팬인 원하성도 불안했다.

아이돌과 콜라보 하는 걸 그 역시 탐탁지 않게 여겼으니까.

불안해도 믿고 응원하는 게 팬이었다.

오늘 그녀의 복귀는 누구보다 화려하게 빛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응원을 위해 회사에서 월급 루팡을 하면서 부장님 몰래 진효원의 복귀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는 중이었다.

이제 슬슬 진효원 차례인데.

예상대로 진효원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고개를 주위를 스윽 살핀 그는 핸드폰에 연결된 블루투스 이어폰을 꽂아 들었다.

-따라란.

전주가 시작되었다.

빠른 반주와 함께 진효원은 남자 아이돌들과 템포를 맞춰 춤을 췄다.

신나는 노래였다.

먼저 드럼 비트가 깔리며 어쿠스틱 기타의 음율이 그 위를 덮었다.

진효원다운 작곡 배치면서 동시에, 평소의 그녀가 부르는 노래보다 몇 템포는 빨랐다.

어깨가 들썩거린다.

전주만 들었는데도 기분이 좋다.

무대 위에 있는 나를 봐.

진효원이 첫 소절을 불렀다.

귀가 녹을 정도로 좋았다.

빠른 템포의 박자에서도 그녀의 음색은 유독 돋보였다.

“이야.”

원하성은 눈을 감고 감상했다.

역시 좋다.

역시 진효원인가.

그런데 뭔가 부족했다.

평소 진효원이 보여준 노래와는 결이 달라서일까?

가슴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허전한 감각.

그 감각은 뒤에 이어진 남자 아이돌의 화음과 노래로 인해 가득 채워졌다.

잊지 마. 우리가 함께했던 시간.

한 소절.

그 한 소절에 감았던 원하성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노래에 집중이 풀려서가 아니었다.

‘누구지?’

아이돌답지 않은, 너무 좋은 목소리에 그도 모르게 얼굴을 보고 싶어서였다.

화면 속, 감미로운 목소리와 달리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진효원의 옆에서 춤을 추며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다른 아이돌이 이어받았다.

“뭐야? 되게 잘하잖아?”

원하성은 아이돌에 대해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아이돌은 노래는 그저 그렇고 춤 원툴에 외모 투툴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네.’

남자 아이돌들의 노래가 이어짐에도 지겹거나 하지 않았다.

진효원으로 다져진 그의 눈 높은 귀마저 만족시키는 그들의 가창력에 감탄하며 원하성은 노래를 감상했다.

훌륭했다.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지르는 저 남자 아이돌의 시원한 고음과 거기에 어우러지는 진효원의 화음.

거기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저들의 춤이 시선을 빼앗았다.

보는 맛, 듣는 맛이 모두 충족되는 노래였다.

노래가 끝나고.

원하성은 눈을 감고 방금 자신이 들은 노래의 여운을 즐겼다.

그리고 그 여운이 사라질 즈음, 커뮤니티로 가서 팬과 안티들의 반응을 확인했다.

혹시 자기만 유별난 건가 싶어서.

-쟤들 뭐임?

-진효원은 어디서 저런 애들을 구한 거지?

-와, 스타일 완전 바꿨네.

-이번 노래 너무 좋다. 화음도 좋고, 저기 보컬들끼리 노래 경쟁하는 것도 보는 맛 난다.

-쟤들은 뭔데 진효원 상대로 보컬이 안 밀림?

-ㄹㅇ 시원하게 지른다.

-망무새들 다 어디 감?

-이번 앨범 잘 될 거 같으니 그대로 잠수 탔네.

진효원의 갤러리에 그녀와 함께 무대에 올라온 아이돌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이건 된다.’

다년간 진효원의 팬으로 활동한 원하성은 확신했다.

이번 앨범은 될 거라고.

“근데, 얘들 이름이 뭐라고 했지?”

그는 진효원의 옆에 적힌 아이돌 그룹의 이름을 보았다.

-올리오스.

“진짜 잘하던데.”

그는 자신도 모르게 검색창에 올리오스의 노래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하성 씨, 지금 뭐 하는 거지?”

부장이 바로 뒤에 서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말이다.

* * *

[업적 ? 슈퍼스타와 한 무대에]

[업적 ? 슈퍼스타의 감탄]

[업적 ? 언론의 주목]

[보상: 5 오픈 마일리지]

[보상: 12 오픈 마일리지]

[…….]

무대가 끝나자마자 완료된 업적 보상이 쏟아졌다.

진효원과 함께 한 덕일까.

슈퍼스타와 함께했다는 종류의 업적이 주로 해금됐다.

일종의 쩔이라고 해야 하나.

그녀와 함께하면서 생기는 언론 주목도도 그렇고, 개인적으로 여러 업적을 완료하면서 얻은 마일리지 포인트가 꽤 쏠쏠했다.

이렇게 얻은 마일리지가 총 55 포인트.

마치 이번에 얻은 스킬인 트레이닝(S)에 포인트를 쓰라는 듯이 몰아줬다.

“어마어마한 양이네.”

그동안 내가 얻었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양이었다.

물론 이렇게 많은 포인트로도 외모를 S급으로 올릴 수는 없었다.

그만큼 S의 벽은 높았다.

내가 이 포인트를 쓸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

조금 더 모아뒀다가 외모를 S급으로 올리는 데 올인하거나.

아직 다소 부족한 예능에 포인트를 투자한 뒤, 남은 포인트로 스킬을 뽑는 데 사용하거나.

마지막으로 이번에 새로 얻은 트레이닝 스킬로 멤버들의 능력치를 올리는 거다.

셋 다 장단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트레이닝 스킬을 사용하라고 주는 마일리지 같단 말이지.

“흐음.”

[트레이닝(S): 포인트를 투자해서 케미 시스템이 오픈된 동료의 능력치를 올리거나 보유한 스킬을 수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트레이닝 가능한 멤버: 최우주, 안호진]

이걸 쓰는 건 맞는 거 같은데.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성장을 할 수 있을까?

호진이와 우주 중에 누구한테?

[최우주]

[나이: 19]

[노래: B]

[춤: C+]

[외모: B]

[예능: A]

[스킬: 친화력(A), 청산유수(B)]

[안호진]

[나이: 20]

[노래: D]

[춤: A]

[외모: A+]

[예능: D]

[스킬: 남다른 춤선(C), 끈기(B)]

우주와 호진의 스킬과 스탯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래, 두 사람은 스킬도 전부 오픈했지.

정민과는 달리 대단한 스킬이 없어서 덤덤하게 지나갔다.

호진이나 우주 모두 특출난 스킬 덕에 돋보이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적절하게 치중된 능력치와 스킬이 조화를 이루면서 시너지를 내는 스타일이었지.

수치상으로 그나마 손볼만한 곳은 우주의 춤과 호진의 노래, 예능 정도일 거다.

아니면 스킬인데.

일단은 단점을 보완해주는 게 좋을 거 같다.

‘호진이는 노래를 올려주고, 우주는 스킬을 주면 될 거 같은데….’

[트레이닝(S)은 소속사 연습실에서만 발동 가능합니다.]

쯧.

당장은 쓸 수 없는 거냐.

그럼 연습실로 돌아갈 때까지 고민을 더 해보자고.

너무 고민한 탓일까?

“건하야, 괜찮아? 혹시 컨디션이 안 좋아?”

호진이 걱정스러운지 내게 물었다.

“응? 괜찮아. 지금 컨디션 좋아.”

“그래?”

“진효원 선배님 곡 성적도 좋은데, 컨디션이 나쁠 이유가 없지.”

진효원의 복귀곡은 하루 만에 10위권 안에 진입했다.

신곡 ‘Vocalist’는 5위를, 정민과 추가로 만들었던 ‘꽃잎’은 9위를 기록했다.

‘Vocalist’는 몇 시간 안에 1위를 찍을 거라는 전망까지 있었다.

역시 진효원이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우리의 활약을 몇 번이고 강조했다.

“최근에 냈던 노래 중에서 이렇게 성적이 좋았던 적이 없었어. 전부 너희 덕분이야.”

그녀의 이름이 달린 팬 커뮤니티에 수많은 글이 올라왔다.

진효원의 원래 노래와는 맞지 않은 빠른 템포의 노래. 거기에 더해지는 그녀의 맑은 목소리와 우리의 화음이 좋게 들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몇 번이고 스트리밍한다며 인증샷을 올리는 팬들이 상당했다.

“저희 이름도 많이 올라오네요?”

“맞아. 지금 올리오스에 입덕할 거 같다는 팬들이 많아졌더라.”

“오오, 이거 보세요!”

우주가 글 하나를 띄워 보여줬다.

-제목: 올리오스 생각보다 진국이네.

얘들 노래 생각 이상으로 괜찮음. 은근히 가창력도 준수하고. 부족한 부분이 보이긴 하는데, 각자 호흡이 좋아서인지 단점이 드러나지 않네. 얘들 노래 팔로잉해도 좋을 듯?

GH가 몬스터즈 키운 기획사라는 거 생각해보면 남자 아이돌 키우는데 도가 텄나 봄.

그런 의미로 GH는 빨리 올리오스의 다음 앨범을 내놔라!

추천: 45 비추천: 3

추천을 압도적으로 받은 글이었다.

조회 수도 천 단위가 넘어갔다.

-타돌 언급 밴 모름?

-지금 진효원이랑 공동 작업한 애들이잖아. 관련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시비임?

-남자들 빨지 말고 진효원이나 빨아라.

-진효원이랑 같이 부른 건데 왜 참견이냐?

-관리자 뭐하냐 분탕 안 짜르고;;

우리를 욕하는 댓글이 올라오면 상당수의 팬이 몰려와 댓글로 반박을 했다.

“이러다가 내 팬들 다 뺏기는 거 아닌가 몰라.”

진효원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선배님 팬들도 저희 팬으로 만들 정도로 성장하겠습니다.”

“그때 나 잊으면 안 된다?”

우리끼리 웃었다.

복귀 앨범의 반응이 좋아서인지, 진효원도 부담을 내려놓은 듯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살렸다.

“참, 너희 다음 앨범 준비한다고 했지?”

“네. 지금 일정 잡는다고 들었어요.”

“활동은 내년인가?”

“아마 1월에 하지 않을까 싶은데, 글쎄요.”

자세한 건 황이서만 알겠지.

아직 들은 바는 없었다.

“그럼 연말에 시상식에서 볼 수도 있겠네.”

“네? 시상식이요?”

“그래. 너희 남자 아이돌 부문으로 신인상 받을 수도 있잖니.”

“아….”

그건 생각 안 해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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