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7화>
“형, 진짜 미안해. 팀에 피해가 될 거 같아서 자신감을 많이 잃었었는데, 덕분에 많이 힘이 된 거 같아.”
그 누구보다 높은 예능 쪽 스탯.
우리 중 유일하게 예능 스탯이 A급인 멤버였다.
흔치 않은 인재인데, 피해가 된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러면 됐다.”
어렵게 말을 내뱉은 우주는 입술을 깨물었다.
스스로 마음가짐을 다잡기 위한 행동이었을까.
“이제 이런 모습 보일 일은 없을 거야. 이렇게 우는 것도 마지막이니까….”
우주가 의지를 다졌다.
전보다 한층 더 성장한 느낌이었다.
“너무 마음 쓰지 마. 항상 우리는 팀이라는 거 기억하고.”
“알았어. 계속 얘기하는 거 같은데, 고마워. 덕분에 기운 차렸어.”
우주 다독이기 작전이 성공한 듯했다.
“먼저 들어가. 나는 생각 좀 정리하고 들어가게.”
“알았어. 먼저 갈게. 그리고 형….”
“응?”
“호진이 형이랑 라이브에서 보여줬던 케미가 진짜 좋았어. 그거 때문에 주눅 들었던 내가 말하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언제든 나도 도와줄게. 우리 멤버들끼리 케미 잘 살려보자.”
우주가 그 말을 끝내기가 무섭게, 다시 한번 시스템 창이 우르르 쏟아졌다.
[히든 업적을 훌륭하게 해결했습니다.]
[추가 보상으로 최우주 - 안호진 케미가 오픈됩니다.]
[최우주 - 안호진 케미]
[최우주와 함께하는 예능에서 안호진의 활약이 도드라집니다.]
[최우주가 안호진의 춤 스탯의 일부를 보정 받습니다.]
“그럼 들어갈게.”
우주가 들어간 걸 확인한 나는 핸드폰을 열어 이번에 새로 얻은 마일리지를 확인했다.
새로 얻은 20 마일리지.
그리고 호진의 퀘스트를 깨면서 얻었던 20 마일리지.
이제 나 역시도 스텝 업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성장이 멈춘지 조금 됐다.
활동에 힘을 많이 쏟은 탓에, 나 자신의 발전은 더뎠다.
그도 그럴 것이.
A등급에서 S로 올라가는 포인트가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이번 히든 업적으로 얻은 총 40마일리지를 포인트로 환산하고, 기존에 갖고 있던 167만 포인트를 더하면 쓸 수 있는 포인트는 총 1,167만 포인트.
[평범함(F) - 능력치를 올리기 위해 2배의 추가 비용이 필요합니다. 추가 스킬의 효과가 50%만 적용됩니다.]
B급 능력치를 A급으로 올리기 위해 필요한 재화는 250만 포인트. 거기에 평범함 디버프를 더하면 500만 포인트.
즉, 1,000만 포인트라면 평범함 디버프를 받은 B급 능력치 두 개를 A급으로 만들 수 있는 수치였다.
그러니까.
[이름: 윤건하]
[나이: 20]
[스킬: 과금(EX), 평범함(F),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칼각(S), 빛나는 스타덤(SS), 호소력 짙은 목소리(B)]
[노래: 51 (B)]
[춤: 50 (B)]
[외모: 62 (A)]
[예능: 40 (C)]
지금 B급까지 올린 노래와 춤을 모두 A급으로 만들 수 있다는 뜻.
그리고 이걸 모두 A급으로 올리면.
‘다시 외모를 S로 올려야지.’
[이땅 어때 보유금액 : 10억 900만원]
예전에 구매했던 경기권의 10억짜리 땅을 팔아 포인트로 만들었다.
그렇게 얻은 1,000만 마일리지를 쏟아부었다.
[노래: 51 (B) → 60 (A)]
[춤: 50 (B) → 60 (A)]
[950만 포인트를 사용합니다.]
[업적 ? 베테랑(A급 능력치 2/2)]
[업적 ? 전문가(A급 능력치 3/3)]
남은 포인트는 필요한 스킬을 뽑기 위해 사용하면 될 거다.
“후우.”
높은 산 하나를 넘겼다.
만약 우주를 여기서 회복시키지 못했다면, 진효원과 있을 무대에서 상당히 고생했을 게 분명했다.
‘잘했다. 윤건하.’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올라간 능력치를 확인했다.
노래와 춤을 올렸으니, 이제 연습으로 내 실력을 다듬으면 될 거다.
그리고 그런 내 눈앞에.
[조건을 완료했습니다.]
[멤버 히든 업적 클리어 - 2/2]
[능력치 A급 달성 - 3/3]
[멤버간 케미 시스템 오픈 - 1/1]
[신규 스킬 트레이닝을 획득합니다.]
트레이닝?
이런 스킬이 있었나?
처음 보는 스킬이었다.
나는 곧바로 핸드폰의 확인 버튼을 눌렀다.
[트레이닝(S): 포인트를 투자해서 케미 시스템이 오픈된 동료의 능력치를 올리거나 보유한 스킬을 수여할 수 있습니다.]
[현재 트레이닝 가능한 멤버: 최우주, 안호진]
뭐?
팀원의 능력치를 올릴 수 있다고?
“이게 가능한 거였어?”
내가 원래 했던 게임, <마이 아이돌>은 프로듀서가 되어서 아이돌을 육성하는 게임이었다.
지금 내 상황은 프로듀서가 아니라 아이돌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거지.
결국 게임의 메인은 아이돌의 성장과 육성에 있었다.
소속 아이돌이 프로듀서로 인해 성장하고, 더 높은 무대에 서는 것.
그러나 지금까지 이 세계에 들어온 이후로 능력의 성장은 오직 나에게만 국한이 되어있었다.
‘이제는 멤버들도 성장시킬 수 있다는 거네.’
왜 A급 네 개가 아닌지, 왜 모든 멤버의 케미를 오픈한 뒤에 보상을 얻는 게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굳이 생각해 보자면.
‘같이 성장하라는 의미겠지.’
내 성장과 팀원의 성장, 더불어 그 과정에서 케미를 열지 못한 멤버와 관계의 성장까지.
오픈된 스킬의 특성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가졌으니 이런 게 아닐까.
감히 상상할 뿐이었다.
“이거라면 우주의 부족한 가창력과 정민이의 춤 솜씨, 어색한 호진이의 예능을 커버해 줄 수도 있고, 성훈이의 가창력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도 있어.”
선택하기 나름이었다.
그만큼 많은 포인트가 필요하겠지만.
아마 포인트 공급처 없이 소모처를 만들지 않았을 거다.
어디선가 더 얻을 수 있는 곳이 생기겠지.
“재밌어지겠네.”
나는 새로 얻은 트레이닝 스킬을 확인하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올리오스의 미래가 조금 더 탄탄해질 거 같은 기분이었다.
* * *
진효원의 복귀 무대.
오랜만에 올라가는 무대이기도 했다.
드디어 준비가 끝나고 실전.
가슴이 두근거렸다.
-진효원 님. 올리오스 님.
우리는 진효원과 같은 대기실을 받았다.
그녀와 같은 무대를 뛴다는 이유였다.
알기로는 그녀가 적극적으로 어필을 했다고 들었다.
“대기실이 엄청 넓네요.”
우리가 썼던 대기실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우리는 다섯 명이 간신히 앉을 수 있는 좁은 대기실을 받거나, 아니면 여러 선배와 같은 대기실을 쓰느라 좁아터진 곳을 썼는데.
진효원과 같이 오니 대우가 달랐다.
“이번에 올리오스랑 같이 쓸 거 같아서 조금 넓은 곳을 달라고 요청했는데 생각보다 넓네.”
진효원도 놀란 눈치였다.
“인원이 여섯 명에, 매니저랑 스타일리스트까지 합치면 열 명이 넘으니까 당연한 거긴 하지.”
진효원이 너털웃음을 지었다.
대한민국 톱이라는 실력을 갖고 있음에도 저 특유의 털털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 아마 국민적으로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똑똑.
“들어오세요.”
한 무리의 남자들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리처럼 화려한 의상을 입은 아이돌.
얼굴이 눈에 익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아, 반가워요. D-백스라고 했었죠?”
“기억해 주셨군요!”
“물론이죠. 춤이 멋져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D-백스.
우리보다 데뷔가 한참 빠른 4년 차 아이돌.
중소 엔터에서 야심 차게 데뷔시킨 아이돌이며, 고정 팬층이 확고한 남자 아이돌이었다.
일곱 명 모두 댄서 출신이라는데, 그 말처럼 춤 실력이 대단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익숙한 얼굴도 있다.’
과거 게임에서 본 아이돌도 종종 보였다.
대부분 D에서 C급 아이돌 연습생들, B급 연습생도 한 명 포함되어 있었다.
정말 춤 특화로 짜인 팀이었다.
저 친구들도 애 많이 먹였는데.
F급 연습생인 윤건하보다 낫다 정도였지, D급 연습생도 육성 난이도가 어마어마하긴 했다.
대신 국내 무대에서 대상만 타도 진엔딩을 볼 수 있어서, 궤도만 오르면 엔딩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추억이네.’
그리운 얼굴을 보니 나도 모르게 감상에 잠겼다.
그들의 인사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D-백스 선배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일, 이, 삼, All we once! 안녕하세요. 올리오스입니다!”
“아, 반가워요.”
어째 우리를 보는 D-백스의 눈빛이 어색했다.
적어도 호의는 아니었다. 오히려 무시에 가까운 눈빛.
물론 그 모습을 오래 내비치지는 않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추억의 캐릭터들에게 무시 받는 건 조금 기분이 더러운데.
하지만 그 감상을 내보일 정도로 미숙하진 않았다.
D-백스를 시작으로 여러 가수 선배들이 대기실을 찾았다.
성공한 가수라 그런가.
여러 가수가 찾아왔다.
심지어.
“아, 효원이 여기에 있었구나.”
“어? 선배님! 선배님도 무대에 서세요?”
“시대가 바뀌었으니까. 여기저기 다 나서야지.”
원로 가수 강해수도 찾아왔다.
50줄이 넘겼음에도 트렌디한 감성을 갖고 있는 발라드 가수였다.
“올리오스, 데뷔곡 잘 봤어요. 효원이가 그렇게 칭찬을 하더라고. 하하하!”
“감사합니다! 선배님!”
“아무튼, 열심히 해요. 우리 오래 봤으면 좋겠네.”
강해수는 우리들의 손을 하나하나 맞잡은 뒤에 대기실을 나갔다.
소란스러웠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올 줄 알았으면, 각오라도 하고 올 걸 그랬네.
“이게 성공한 가수의 대기실이구나.”
정민의 순수한 감탄에 진효원이 피식 웃었다.
“너희도 나중에는 이런 방에 있을걸? 그런데 이거 별거 아니야. 시간이 지나면 알 거야. 내 말이 무슨 뜻인지.”
“바, 방금 제가 입으로 말했나요?”
“응, 정민아. 입으로 말했어.”
내 말에 정민의 얼굴이 붉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괜찮아. 신인 가수답고 좋네. 그동안 너희 무슨 5년 차 베테랑 같았거든.”
진효원이 웃으며 다음으로 찾아오는 후배 가수를 맞이했다.
* * *
“다들 파이팅 하자!”
무대 뒤에서 진효원이 우리를 보며 외쳤다.
무대 의상을 차려입은 그녀의 모습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네, 알겠습니다!”
우리는 진효원의 컴백 무대를 함께하기 위해 음악 방송에 왔다.
진효원과 올리오스의 공동 작업곡.
그녀의 EP 앨범의 타이틀곡 ‘Vocalist’.
가수로서 무대 위에서 느꼈던 베테랑의 감상과 신인의 감상이 주된 주제인 노래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그녀의 복귀를 알릴 노래이기도 했다.
“올리오스 후배님들, 잘 부탁해요.”
* * *
뮤직에어 총괄 PD인 강윤석 PD는 무대에 올라간 진효원과 올리오스를 보았다.
진효원이 한 번 보자마자 같이 하겠다던 아이돌 올리오스.
자기들을 보여주는 무대에선 신인답지 않은 완성도를 보여줬지만, 진효원 옆에서는 어떨까?
강 PD는 기대를 품으며 무대를 지켜봤다.
‘이것 봐라?’
진효원과 올리오스의 공동 작업.
뉴스로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말을 했다.
‘올리오스라는 신인 그룹을 띄우려고 진효원이 함께했다.’
꽤 많은 기자가 기사에 그렇게 적었고, 대다수의 진효원 팬들도 같은 생각을 했다.
강윤석 역시 걱정했다.
진효원에게 저들이 밀려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는 게 아닐까.
밀리는 모습은 보기 싫었다.
음방 PD의 자존심이었다.
성공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 연예인이 다른 탑급 스타에게 밀려서 빛이 바랜다니. 누가 좋아할까.
그러나 걱정은 기우라는 듯 올리오스는 무대 위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마음껏 뽐냈다.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올리오스는 빛났고, 그 빛은 대한민국 최고의 보컬리스트 진효원에게 밀리지 않았다.
‘미친놈들이네. 진짜.’
좋은 의미로 미쳤다.
카메라 속에 담긴 올리오스를 보던 강윤석 PD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 * *
우리와 진효원의 첫 무대는 성공적이었다.
“올리오스, 너희 뭐야! 왜 이렇게 잘해! 하하하하!”
뮤직에어 총괄 PD인 강윤석 PD의 따봉과 함께 우리는 무대에서 내려갔다.
감히 말할 수 있었다.
진효원이 노래로 이목을 끌었다면, 우리는 춤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강윤석의 엄지를 보고 나서 확신할 수 있었다.
방송이 끝나자마자 우리의 이야기가 인터넷뉴스에 오르내렸다.
-진효원×올리오스 환상적인 선후배의 케미
-춤과 노래의 콜라보, 진효원의 새로운 모습과 올리오스의 약진 -올리오스의 의외의 가창력, 신인 맞나?
[업적 ? 슈퍼스타와 한 무대에]
[업적 ? 슈퍼스타의 감탄]
[업적 ? 언론의 주목]
[…….]
[오픈 마일리지를 획득합니다.]
[오픈 마일리지를….]
[보상: 5 오픈 마일리지]
[보상: 12 오픈 마일리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