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0억 들고 데뷔합니다-1화 (1/236)

<제1화>

“여러분, 감사해요. 오늘 공연도 즐거웠어요!”

[축하합니다.]

[한진성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성공적인 솔로 공연을 마쳤습니다.]

[무대 랭크: SSS 완벽한 공연.]

[진성의 그룹 ‘올리오스’의 평판이 올라갑니다.]

화면 속 캐릭터, 진성의 무대 인사와 함께 알림창이 연달아 떴다.

최근 모바일 게임에서 매출 순위 10위권에 늘 올라가 있는 게임 ‘마이 아이돌’.

제목 그대로 연습생을 아이돌로 육성하는 게임이었다.

F등급부터 SS등급까지 다양한 연습생을 아이돌로 키울 수 있는 점이 매력 포인트였다.

잘생긴 남자 아이돌들이 그려진 카드는 물론이고, 99.9% 성우 더빙이 되어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거기에 게임 속 등장하는 앨범들은 모두 노래와 음악까지 전부 녹음이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차트 1위까지 찍은 노래도 있었다.

그거 때문에 뉴스까지 탔었지?

아무튼, 잘생긴 아이돌들을 직접 키울 수 있다는 요소는 수많은 아이돌 팬들의 팬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오죽하면 관련 팬클럽이 따로 있었을까.

나는 어땠냐고?

나도 나름대로 팬클럽에 가입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지금 내가 키우고 있는 한진성의 팬클럽 말이다.

“무대 랭크 SSS, 완벽해.”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는 본능적인 감각과 천부적인 영업력을 바탕으로, 자본금 오천만 원으로 시작한 화장품 회사를 거대 기업으로 만든 윤건하.

윤건하, 그게 내 이름이다.

남성 화장품이 가진 사업의 잠재력을 마음껏 터트린 뒤, 모은 돈을 이용해 여러 사업에 투자했었다.

부동산, 주식, 비트코인 그리고 유망해 보이는 사업에 대한 투자.

소비자의 니즈를 철저하게 파악했던 눈으로 다른 기업을 보니, 알 수 있었다.

내가 투자하려는 스타트업이 돈이 될지 말지를 말이다.

성공이 눈에 보이는 기업마다 죄다 투자했다.

주주들은 미쳤다고 말했지만 내가 투자한 기업의 비전을 믿었고, 내 눈을 믿었다.

첫 성공이 내게 부를 가져다 주었고, 회사의 성장을 일궈냈다.

성공에, 성공에, 성공을 거듭한 덕에 30대의 젊은 나이로 천 억대의 자산가가 되었다.

앞서 말한 부동산과 주식들 그리고 비트코인 등. 통장의 돈이 무섭게 불어나더라.

돈이 많다 못해 넘쳐나다 보니, 게임을 취미로 삼고 돈을 쓰기 시작했다.

첫 과금이 바로 이 게임, ‘마이 아이돌’이었다.

내가 얘들 다 키운다고 얼마나 썼더라.

이 게임에만 억 단위의 돈을 질렀던 거 같은데.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별다른 취미 생활을 하지 않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사치였다.

다 돈 쓰려고 버는 건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잖아?

그 덕에 누구보다 빨리 ‘마이 아이돌’의 최종 엔딩에 가까워졌다.

“이제 그래미 상 발표만 남았네.”

나는 핸드폰 액정을 두드렸다.

그래미!

이 게임에 있는 수많은 업적을 전부 달성하면 얻을 수 있는 보상이자, 세계 방송인들이 최고로 꼽는 상.

영화에는 오스카, 방송계에는 그래미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방송인에겐 권위가 있는 상이었다.

그리고 내가 키우는 한진성이 수상 후보로 올라가 있었다.

[올해의 그래미 어워드는….]

두구두구!

[축하합니다. 올리오스의 한진성!]

“좋았어!”

내가 키운 아이돌 한진성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주먹을 쥐며 환호를 질렀다.

됐다.

드디어 해냈다.

마지막으로 남은 SS급 아이돌을 최고의 톱스타로 성장시키는 것으로 마지막 엔딩을 보았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해요.”

나는 시상대에 올라가 수상 소감을 말하는 한진성을 보았다.

캐릭터와 맞게 더빙된 한진성의 목소리가 마치 화면 속에 진짜 사람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고작 그림일 뿐인데, 세심하게 움직이는 머리카락과 눈동자가 왜 이렇게 사실처럼 느껴지는 걸까.

그동안 그에게 주었던 정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목소리로 소감을 전했다.

“정말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엄마, 아니 아빠의 마음이 이러할까.

걸음마도 제대로 떼지 못하던 아이가 장성해서 부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할 때와 같은 감동이 전해졌다.

누가 뭐래도, 한진성은 연습생부터 톱스타가 될 때까지 내 손으로 키운 아이돌이었으니까.

“시작부터 저와 함께해 줬던 매니저 형, 올리오스 멤버들, 제게 재능이 있다고 말한 댄스 트레이너 형, 보컬 트레이너 누나….”

한진성이 고마운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말해가며 소감을 이어갔다.

이름을 말할 때마다 한진성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다.

이전에 보였던 다른 수상 소감에선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그만큼 그가 원한 자리였고, 최종 엔딩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기에 감동을 더하는 연출이었다.

담담하게 소감을 이어가던 한진성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당신.”

화면 속 한진성이 나와 눈을 마주쳤다.

“당신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요. 진심으로 고마워요.”

나와 눈을 마주친 한진성이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

이거 뭐냐?

이 게임, 뭔데 이렇게 마지막에 나를 감동시키는 건데?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기업을 운영하며 이보다 힘든 일은 수도 없이 많았다. 감사 인사는 이것보다 훨씬 더 많이 들었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덕분에 살았어요.’

‘이번만 도와주십쇼.’

‘매출이 엄청 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나 이해 관계에서 나오는 가식적인 감사에서는 줄 수 없는 울림이 한진성의 말에 있었다.

“크흠, 너도 고생했다. 앞으로도 행복해라.”

나도 모르게 화면 속 한진성에게 말해 버렸다.

게임 캐릭터에게 진심으로 인사를 해버리다니, 이게 뭐 하자는 건지.

“네, 당신도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한진성은 마치 내게 대답하듯 인사했다.

[Fin.]

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며 검은 배경에 하얀 글자가 뜨는 것으로 게임의 엔딩이 완전히 끝이 났다.

초기 화면으로 돌아갔다.

[마이 아이돌!]

거대한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자리한 빌딩이 서 있었다.

거대한 빌딩엔 내가 엔딩을 본 아이돌들의 SD 캐릭터가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진성의 SD 캐릭터도 역시 빌딩 사이를 걸어다녔다.

그제야 진성과 여정이 끝이 났다는 게 실감 났다.

나는 도감을 보았다.

진성의 그래미 어워드 컷 신이 ‘NEW’라는 팻말을 달고 도감에 추가되었다.

완성도 99.9%.

딱 하나가 부족해서 생긴 불완전함.

99.9%.

한 명을 제외하곤 모두 최고의 스타로 만들어줬다.

전부 과금의 덕이지.

아직 남들은 50%도 채우지 못한 도감을 전부 다 채운 거다.

이미 엔딩까지 본 아이돌들의 사이드 스토리까지 전부 다 깰 정도로 이 게임에 미쳐 있었다.

‘현실 아이돌엔 관심 없는 마당에….’

웃기는 일이다.

그런데 처음 이 게임의 광고를 본 순간, 나도 모르게 끌려버리고 말았다.

과금을 하자고 결심한 것도 그 광고 때문.

나와 똑같은 이름인 ‘윤건하’라는 이름을 가진 캐릭터가 수없이 많은 아이돌 연습생에게 둘러싸여 함께 성장하는 광고를 보았을 때.

나는 이 게임과 같이할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실상은 형편없었지.’

나는 유일하게 공략하지 않은 연습생의 방을 클릭했다.

연습생 중에서 유일하게 스킨과 더빙이 없는 스타팅 캐릭터.

유일한 F급 연습생.

아무도 키우지 않는 버려진 낙오자.

‘똥통’, ‘뉴비 절단기’, ‘망캐’를 비롯한 수많은 별명을 가진 연습생.

내가 유일하게 엔딩까지 공략하지 못한 캐릭터.

F급 연습생 윤건하.

마이 아이돌에서 유일한 F등급 아이돌로, 스타팅 캐릭터임과 동시에 모두에게 버려지는 캐릭터였다.

F급이라는 딱지답게 외모는 평범 그 자체.

오죽하면 이목구비가 머리카락의 그림자에 가려져 보이지 않게 설정했을까.

일부러 그렇게 연출한 것일 거다.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 다른 아이돌 캐릭터와 다르게 확정을 짓지 않은 얼굴은 어쩌면,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플레이어라는 걸 인지시킬 셈이었을지도 모르니까.

‘그게 나한테 제대로 통했지.’

사업가로 성공하기 전에 나는 부모도 가족도, 아무것도 가진 게 없었다.

게임 속에서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해 끝내 푸대접받는 윤건하에게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과거의 내가 대입되었다.

자본금을 모으기 위해 고등학생 때부터 죽어라 일하던 과거의 내가.

끼니를 아끼면서까지 필사적으로 돈을 모으느라 굶는 게 일상이었던 내가.

성공의 유무를 파악하던 내 눈이 말했다.

F급 연습생 윤건하는 실패할 재목이라고.

그래서 다른 캐릭터를 먼저 키웠다.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은 캐릭터를 하나하나 키워가고 자리를 잡고 나니 깨달았다.

정작 내가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던 윤건하를 홀대했다는 걸.

그래서 빌딩 한쪽 구석에 녀석의 방을 만들어줬다.

가장 크고 멋들어진 방으로.

그게 내가 홀대한 윤건하에게 줄 수 있는 배려였다.

‘그럼 뭐해.’

윤건하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를 다 모으고 엔딩을 전부 보고 나서도, 녀석은 연습생 신분인데.

그저 방이 조금 큰, 성공하지 못한 비운의 연습생 윤건하.

99.9%의 원흉.

‘얘도 엔딩 스토리가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녀석으로 엔딩을 볼 수 있을까?

F급답게 처참한 저 능력치로?

마이 아이돌의 커뮤니티를 찾아, 건하의 이름으로 검색했다.

-윤건하로 엔딩 보는 방법.

커뮤니티에 누군가 정리해 준 글이 있었다.

설마 누군가가 공략을 끝낸 걸까?

호기심에 글을 읽었다.

-이 캐릭터는 과금 없이는 절대 못 깸. 기본 능력치가 너무 구려서 과금을 하지 않으면 스탯이 현저히 부족함. 게임 시간으로 5년이란 제한된 시간 안에 엔딩을 봐야 하는데, 턱없이 모자람. 보려면, 트레 말고 현질로 능력치 올리는 수밖에 없음.

좋은 멤버들로 부족한 능력치를 커버해 줘도 본판이 개 구려서 해결이 안 됨. 걍 얘는 답이 없음.

얼마를 과금해야 엔딩 스펙이 되는지 대충 계산해 봄.

이게 F급에서 E급으로 올리려면…….

그 아래로는 복잡한 계산식으로 적어둔 글이 길게 적혀 있었다.

-10억. 윤건하로 엔딩 보려면 10억 지르면 됨.

결론은 하나였다.

내가 지금까지 지른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을 질러야 엔딩을 볼 수 있는 놈이라고.

근본부터 글러 먹어서 이게 아니면 방법이 없다고.

댓글은 더했다.

-뭐? SS급 엔딩도 백이면 보는데 F급 엔딩에 10억이나 든다고?

-얘 특성 페널티 있잖음. 그거 때문에 재화가 몇 배로 들더라.

-그럼 엔딩은 누가 보냐.

-ㅋㅋㅋ걍 키우지 말라고 내놨네.

-도감 완성 못하게 하려고 작정했나.

-솔직히 캐릭터가 너무 매력이 없음. 눈 가린 모습이 전부잖아? 심지어 얘만 더빙도 안 되어 있더라.

-더빙 없는 건 솔직히 진짜 에바임.

-그래서 제작사가 99.9%라고 강조한 거구나?

-건하가 쓰레기긴 하지. 이런 애가 스타팅이라고? 에바야.

-시작하자마자 방출 안 한 흑우 없제?

⌎꿈을 위해 노력하는 건하가 불쌍하지도 않냐.

⌎응~ 내 인생이 더 불쌍해.

-어차피 공략 못 할 거 아니까 트레도 못 돌리겠더라. 조금 측은하지 않아? 능력치 구려서 맨날 연습생이잖아.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능력 부족하면 데뷔 못 하는 게 그 바닥인데.

뿌득.

이가 갈렸다.

건하가 쓰레기라는 둥.

매력이 없다는 둥.

능력치가 구리다는 둥.

나도 그 말에 동의한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다.

외모가 특출난 것도 아니고, 랭크가 높은 것도 아니며, 노래를 잘 부르는 것도 아닌 데다가 그렇다고 잘 빠진 스킨이 있지도 않았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윤건하를 보고 성공하지 못할 그릇이라고 판단했으니까.

그러나 막상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혹평을 보고 나니, 머리가 뜨거워지고 뒤통수가 시큰거렸다.

저 댓글들이 전부 나를 욕하는 것만 같았다.

F급 쓰레기.

구제 불능.

갈갈이 재료, 강화 재료.

한 번 키워봤는데 노답.

연습생 윤건하가 아닌, 그를 보고 실패할 거라고 단정 지은 나를 말이다.

그러나.

“제대로 공략에 도전한 놈은 하나도 없네?”

이게 더 화가 났다.

제대로 공략을 해보지도 않고 그를 평가하는 댓글이 난무하고 있다는 사실이.

추했던 내 모습을 거울로 보는 기분이었다.

자기혐오를 마치고 냉정하게 생각했다.

욕하는 건 그럴 수 있다.

성능도 구리고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도 안다.

아이돌로는 평범하다는 페널티와 바닥에 깔린 기본 스탯 때문에 건하를 키우기 버겁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적어도 욕을 하려면 진심을 다해서 키워야 하는 거 아니냐?

10억은 아니더라도 10만 원은 이 캐릭터에 써보고 얘기하는 게 맞지 않겠냐?

F급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어림잡아 비난하는 것일 뿐이잖아.

그들은 윤건하를 제멋대로 헤집고 비난하며 상처를 내고 있었다.

“윤건하는 글러 먹은 놈이 아니야.”

F급에 구제불능 스킬?

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서 성공할 수 없다고?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쥘 거 하나도 없는 집안에서 태어나 여기까지 성공했다.

없다고 무시 받는 생활이 얼마나 비참한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화가 났다.

공략하는 데 10억이 필요하다고?

그래서 못했다고?

그거 다 같잖은 핑계다.

네가 진심으로 이 게임에 애정이 있으면, 윤건하라는 캐릭터에 매력을 느꼈으면 그 이상도 질렀을 거잖아?

내가 보여줄게.

그 10억 질러서, 너희가 무시하는 그 F급도 행복한 엔딩을 볼 자격이 있다는 걸, 다른 연습생들과 똑같이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줄게.

[결제했습니다.]

그래서 질렀다.

10억.

윤건하의 엔딩을 보려면 필요하다는 그 10억을.

그냥 질러버렸다.

“10억이면 적은 돈은 아니지.”

하나 대중들의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 10억은 저렴한 돈이었다.

‘내가 바꿔주마.’

저 사람들의 방만한 인식을.

이름만 똑같을 뿐인데 왜 그러냐고?

이름에는 그만한 힘이 있다.

내가 이 친구를 끝까지 엔터에 두고 있던 것도.

예쁜 스킨, 멋진 옷 하나 없는 이 F급 연습생을 끝까지 버리지 않은 것도 이름에서 오는 연대감 때문이었다.

무시 받는 건 절대 못 참아.

10억이 부족하면 100억도 투자해 주지.

늘 배척받고 구석에서 공허하게 있었을 건하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10억을 지르고 얻은 재화를 전부 건하에게 투자했다.

“날 선택해 줘서 고마워요.”

어라?

이놈은 목소리가 없는 놈일 텐데?

화면 속의 윤건하가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분명 말을 했다.

더빙이 없어 보이스 음성이 하나도 적용되지 않았을 녀석이, 나를 보고 말을 했다.

그것도 나를 바라보면서.

“어라?”

이거 분명 한진성도 그러지 않았어?

게임이 끝날 때 마치 내게 말하는 것처럼….

뭐지?

이상한 위화감이 들던 그때.

“잠깐! 이거 내 목소리잖아?”

뒤늦게 깨닫고 소름이 돋았다.

나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윤건하가 내 목소리로 말했다고?

눈을 비비며 다시 화면을 보았다.

화면 속의 윤건하도 나를 보고 있었다.

그는 내게 말했다.

“당신과 함께라면 할 수 있을 거예요. 나도 저 사람들처럼….”

게임을 시작하는 평범한 오프닝 대사.

그러나 조금 다른 멘트가 추가된.

나는 직감했다.

이 대사가 평범한 오프닝 대사가 아니라는 걸.

[완성률 100% 달성을 위한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마이 아이돌의 특별 모드를 시작합니다.]

눈 부신 빛이 시야를 가렸다.

시야를 완전히 가린 빛이 사라지고 나서 다시 눈을 떴을 땐.

“여긴 어디야?”

나는 낯선 공간에 앉아 있었다.

처음 보는 천장, 처음 보는 침대.

좁디좁은 방.

내가 늘 머무는 강남의 초호화 한강뷰 아파트는 어디 가고, 초라하고 좁은 방이 대신했다.

뭔데 이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