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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배달민족사-75화 (82/83)

[email protected])=+=                  (17) 고구려 고토 회복 전

쟁 [미래역사소설] 21世紀 地球史 (17) 고구려 고토 회복 전쟁 ①

2008년 2월 1일 피의 금요일 개선문광장석정후는 귀홍의 죽음이 가

져온 충격에 쉽게 벗어나지 못했지만 인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병

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병력과 장비 모두 열세였지만 105사단은 훨씬 사기

가 높았다. 귀홍의 죽음을 본 시위대가 같이 싸울 것을 희망해 105사단과 합

류하고 있었다. 귀홍의 시신은 태훈이라고 자신을 밝힌 시위대의 한 청년이

수습했다. 그는 귀홍과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했다. 태훈은 계속 자신의

동료와 함께 부상병과 부상자들을 어디론가 옮기고 있었다. 잠시 뒤 평천동

청년근위대라는 일단의 청년들이 도착했다. 그들은 트럭에 가득 총과 기타

무기들을 싣고 와 시위대들에게 나눠주었다. 전투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

었다.

장치운 기갑여단장은 눈앞에서 인민군 사단들이 서로 시가전을 벌이자 갈등

에 휩싸였다. 332사단과 109사단의 잔여대대가 시위대를 공격하자 105 사단

이 명령을 어기고 그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항명행동이었

다. 장치운 소장은 평상시에 석정후 중장과 그렇게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었

다. 그러나 무장도 하지 않은 인민들에게 총을 쏘아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선뜻 석정후 장군과 뜻을 같이 할 수도 없었다. 어

쨌든 자신은 군인 아닌가? 상부의 명령을 따라야 하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결코 인민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일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

래서 장치운 여단장은 처음에 있던 그대로 그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다가

귀홍이 탱크와 수많은 군인 앞에서 저항하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졌다.

무엇이 저 어린 학생에게 저런 힘을 주었을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귀홍이

쓰러지고 다시 인민군 332사단이 시위대를 향해 포문을 열기시작하자 장치

운 기갑여단장은 마음을 결정했다. 여단장이 그렇게 결심하고 명령을 내리자

그 동안 꼼짝 않고 광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보고 있던 병사들은 한치

의 망설임 없이 지휘관의 명령을 따랐다. 기갑여단이 332사단을 향해 공격을

시작하자 전세는 순식간에 기울어졌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강기욱은 병

력을 주석궁 방향으로 후퇴시켰다. 한편, 태훈은 강하경 소령이 이끄는

특전부대원들과 함께 부상병들을 칠성문거리에 있는 김정숙병원으로 옮기고

있었다. 이미 병원은 넘쳐나는 부상병과 부상자들로 넘쳐나고 있었다. 이

미 병원은 배달에서 온 의사와 간호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어차피 몇 명

되지 않던 북한의 의료진들은 잠을 재워 따로 격리시켜 놓았다. 경상자들

과 생명에 큰 지장이 없는 부상자들은 김정숙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생명이 위독한 환자들은 병원 내에 임시로 설치한 텔레포팅 단말기를 통해

배달로 보내고 있었다. 태훈은 그 와중에도 귀홍의 상태가 걱정되었다. 귀홍

을 배달의 의료센터에 데려갔을 때는 이미 호흡이 멈춘 상태였다. 가늘게 맥

박만 뛰고 있는 상태로 배달의 의료진에서도 회생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

"태훈군 너무 걱정 마, 일단 숨이 붙어 있는 상태로 갔으니 큰일은 없을 거

야"

강소령의 말에 태훈은 아무 말이 없다가 볼멘 소리로 말했다. "저는요, 정

말 이해가 안 갑니다. 어떻게 이들을 이렇게 죽어가게 방치하냐구요. 사전에

유혈사태가 안 생기게 할 수 있잖아요." "그건...."

강하경이 뭐라 말하려다가 그만 두었다. 어찌 보면 태훈의 말에도 일리가 있

었다. 이미 배달은 자의든 타의든 이 시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태훈의

말대로 배달이 나섰다면 귀홍이나 민간인들의 희생 없이 한반도의 통일을

이끌어낼 수도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배달의 행정부는 북한의 통일과 혁

명과정을 원래 역사대로 흐르도록 하는 선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건 너무

불공평해요. 준영이 형은 한세연을 지키기 위해 그렇게 노력하면서 그 반에

반만이라도 귀홍을 생각했으면 귀홍을 그렇게 사지로 내몰지는 않았을 거예

요."

강하경은 태훈의 말에 아무런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태훈도 알고 있

었다. 이런 과정이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을. 역사를 바꾸기 위해서는 민중의

선택과 행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역사의 흐름에 희생이 필요하

다는 것을. 그렇지 않고 외부적인 힘에 의해 통일이 주어질 경우 북한 주민

들은 통일을 가치 있게 생각하지도 않을 것이고 앞으로 닥쳐올 시련을 이겨

내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태훈은 왜 하필 귀홍이 그 역사의 흐름에 순교자

가 되어야 하는 지 안타까웠다. 2008년 2월 6일 배달 통령집무실 배달

장관회의 "녹색군대는 지금 사방으로 포위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준영이 한반도 북부의 지도를 투영시키면서 설명했다. 북한이 내전 상태로

들어간 지 일주일째 되었다. 김정일의 죽음은 북한 주민들과 전 세계에 이

미 알려진 상태였다. 김성규는 김정일의 살해범으로 구국의 동지회를 지목했

다. 구국의 동지회는 오히려 김성규가 김정일의 살해하고 쿠데타를 일으켰다

고 주장했다. 북한 전역에 산재한 각 인민군 부대는 각자의 이익에 따라 김

성규와 연합하여 동조세력을 만들기도 했고, 자신의 주둔지를 중심으로 주변

세력을 끌어모아 독자적인 위수권을 형성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앙에서의 세

력판도가 결정되면 자신들의 입장을 결정하기 위해 평양에서의 전투에 촉각

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한마디로 중앙정부의 통제권이 상실한 상태였다.

그 와중에 석정후 장군을 중심으로 한 구국인민군의 세력도 평양 남동쪽의

일대를 장악하면서 큰 축을 이루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북한 내 여러 군사

세력과 달리 구국인민군은 인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

이었다. 평양개선문광장의 소요사태는 CNN외신기자의 취재로 전 세계에 보도

되었고 북한 내에서도 방송되고 있었다. 구국인민군은 개선문광장에 위치한

평양방송국을 장악할 수 있었고 그를 통해 인민들에게 자신들의 주장과 입

장을 전할 수 있었다. 특히 귀홍의 저항모습은 많은 인민들의 가슴에 분노의

불꽃을 일으켰고, 많은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구국인민군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평양시내는 김성규가 이끄는 쿠데타군과 구국인민군 사이에서 산발

적인 전투가 벌어지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고 있었다. 구국임민군은 전투시

전면에 녹색깃발을 내세워 녹색군대라는 별칭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김

성규와 연합한 지역군이 평양으로 진격하면서 녹색군대는 자연스레 김성규의

적색군대에 포위되는 형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김성규가 이끄는 적색

군대는 중국을 통해 지원 받은 군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상태입니다. 물론 적

색군대는 자신들을 도우는 세력이 중국이라고 믿고 있지만 사실은 시온이 그

뒤를 지원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 이 상태로 나두면 녹색군대는 결국 얼

마안가 전멸하게 될 것입니다." "그에 따른 지원책은 어떻소?"

김 통령이 국방부 장관에게 물었다. "지금 배달군 1개 중대가 자원병으로

위장해서 녹색군에 편성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그와는 별도로 강하경 소령

이 이끄는 특전부대가 평양에 진격하고 있는 부대를 대상으로 공작을 하고

있습니다."

계운필 국방부장관이 짤막하게 보고했다. "주변국의 움직임에 대한 첩보결

과가 나왔소?"

준영이 통령의 질문에 브리핑을 계속했다. "한국군은 전군이 비상대기 중

인 상태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으며, 일본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단 일본은 이번 사태에 간여하거나 끼어들 여력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준영은 계속해서 한반도 북부의 지도를 투영시켰다. 압록강 너머로 붉은 화

살표 네 개가 나타났다. "문제는 중국입니다. 중국은 4개군단을 압록강 너

머에 전진 배치시켜 놓고 언제든지 도하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

로는 김성규를 지원하고 있습니다만. 두 번째 역사에서 보듯이 김성규를 지

원하기 위해 한반도로 들어온 중국군은 평안북도와 평안남도, 자강도를 점령

한 채 버틸 예정입니다. 그리고 김성규와 영토협상을 벌입니다."

장관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알고 있는 역사였다. 중국은 묵한의 중앙지

도체제가 무너지고 내전상태에 들어가자 조선공산당을 지원하기 위한 병력을

파견하고는 그대로 눌러앉는다. 그리고 옛 고구려의 영토를 돌려달라고 생

떼를 쓰기 시작한다. 고구려가 중국의 역사이니 당연히 중국의 권리를 찾겠

다는 것이고, 통일한국은 통일신라시대와 고려시대 당시의 영토로 물러나라

는 것이었다. 이 분쟁은 상당기간 지속되었지만 남북한 전쟁을 주도해 북벌

통일을 완성한 미국이 중국과의 협상에 의해 중국영토로 인정되어 버리는 참

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역사의 냉혹한 가르침이었다. 신라가 당나라를

끌어들여 통일을 이루면서 엄청난 영토를 당나라에 빼앗긴 것처럼 두 번째

역사에서 한민족은 미국의 주도 하에 이루어진 통일전쟁으로 우리 민족의

수많은 생명을 잃었고, 영토적으로도 큰 손실을 보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록 통일이 되었지만 국가의 주도권은 미국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된다.

그 역사를 모두 잘 알고 있는 배달인들은 그 역사를 되풀이하도록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중국에 대해서는 배달의 이름으로 맞설 필요가 있습니다

. 우선 가능하면 한반도가 전쟁터로 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합니다. 필요

하다면 중국 본토에 대한 공격도 고려해야 합니다."

준영이 그렇게 말하자 계운필 국방장관이 난색을 표했다. "아직 우리의 장

비로는 전면적이고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할 장비가 수적으로 부족합니다. 중

국 전역에 산재한 군부대를 일일이 공격하는 데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장비

도 많이 듭니다. 공격효과가 극대화되려면 상하이나 베이징 같은 대도시를

공격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건 많은 인명을 앗아갈 위험이 있습니다. 그

러는 중에 중국군의 한반도 공격이 시작된다면 한국인들도 위험한 상황에 처

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어쨌든 앉아서 당할 수는 없으니 최선이 아니면 차선의 방안이라도

강구해야겠지요. 어쨌든 다른 부분의 생산을 잠시 중단하고 생산력을 집중

시켜 최대한 준비를 앞당겨야 할 것입니다."

김통령은 이 말을 끝으로 장관회의를 마쳤다. 회의실에서 나온 준영을

세연이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한 달만에 만나는 것이었다. 세연에게는 언

제든 자유롭게 배달을 방문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기 때문에 세연이 이곳

에 나타난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세연이 배달의 비밀을 알고 난 후라

준영은 왠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달리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는

데 세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귀홍이 만나고 왔어."

"그래? 좀 어떻든?"

"똑같은 상태야."

귀홍은 혼수상태에서 세포활성화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얼굴과 머리뼈

그리고 뇌의 일부가 손상된 상태에서 세포가 모두 자라기까지는 최소한 10

개월 이상 걸릴 것이고 의식이 돌아오기까지는 1년 반 이상이 걸릴 것이었다

.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인공눈동자 이식과정이 남아있고 손상된 뇌세포로 인

한 후유증 검사 등의 절차가 남아있었다. 사실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기적

적인 일이었다. "알고 있었지? 귀홍이 저렇게 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잖

아?"

"아니."

준영은 세연이 책망하는 듯한 말을 하자 미안한 감정이 생겼지만 냉정하고

침착하게 대답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귀홍이 죽는 역사였지. 저렇게

살아남는 역사는 아냐."

"뭐? 너가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거니?"

"귀홍은 개선문광장에 죽어서 통일의 꽃으로 영원히 살아. 그게 귀홍의 운명

이었어."

세연은 준영의 너무나도 냉정한 말에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그 장소에서

는 귀홍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귀홍은 태훈이 손을 빨리 써서

살아남았지만 살아남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아. 그리고 이 시간에도 사람들은

계속 죽고 있어. 더 심하게 말하면, 지금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살

던 23세기에는 모두 죽고 없는 사람들이야. 귀홍이도, 너도."

"그렇게 말하면 안 돼!"

세연이 소리쳤다. "사람은 누구나 죽어. 언제가는 죽으니까 지금의 삶이

의미 없다는 듯이 말하는 건 궤변이야.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이 너에겐 과

거지만 우리에게 현실이야 그 만큼 우린 현재의 순간 순간이 소중해. 그리고

이 순간을 함께 하고 있다는 이유로 우리 서로에게 중요한 거야. 네 말은

마치 귀홍이 살아남아서 유감이란 듯이 들려. 실망이야."

"사실은 나도 다행이라고 생각해. 다만..."

준영이 잠시 말을 멎었다. 준영이 고개를 들었는데 울고 있었다. "지금도

사람들이 많이 죽고 있어. 정말 이 방법밖에 없는지 생각해 봤는 데 나도

잘 모르겠어. 일본과 전쟁을 할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야. 올바른 역사를 위

해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막상 내전이 터지고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하니까 마음이 너무 불편해. 왜 내가 이 일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괜히 무언가 죄 지은 느낌이야."

세연이 다가와 준영을 가만히 안았다. 세연도 준영이 가진 무게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자신이 미래의 대통령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리고 북한

주민들의 시위가 자신이 만든 '대동강의 눈물'이 원인이 되었다는 것 때문에

자신도 그 역사의 무게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가.

"준영아!"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세연이 입을 열었다.

"날 평양에 보내줘."

"뭐?"

"내가 평양에 가서 꼭 해야할 일이 있을 것 같아."

놀라서 쳐다보는 준영에게 세연이 애원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부탁이야.

난 평양에 가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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