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73화 (80/83)
  • ) 통일의 꽃 [미래역사소설] 21世紀 地球史 (16) 통일의 꽃 ⑨

    2008년 1월 30일 오전 워싱턴

    "북한군 4개 사단이 평양으로 들어갔고, 전군에 비상동원령이 내려진 상태입니다. 한국군도 비상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

    습니다. 그런 와중에 시위는 전혀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아

    직은 군의 무력진압은 일어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만, 상황은 언제 어떻

    게 바뀔지 모릅니다."

    샤드니크 하렐 CIA국장이 각종 정보를 분석한 자료를 가지고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그간 시온 그룹 구성원들은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있었지만 최근 몇 개월동안 거의 1주일에 한 번 꼴로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 특히 극동문제는 그 중요성이 이라크를 중심으로 한 중동문제의 중요성을

    넘어서고 있었다. "특히 북한은 한국이 의도적으로 '대동강의 눈물'을

    북한에 유입시킨 것이 아닌지 책임을 뭍고 있습니다. 물론 한국은 이를 공

    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간 경제협력 등으로 화해무드가 조성되

    어 왔었는데 이 번 사건으로 인해 급속도로 악화되었습니다."

    "이 번 사건을 이용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얻을 수 있겠소?"

    토마스 서바인이 기대감이 어린 얼굴로 샤드니크에게 물었다. 군수사업을 하

    는 서바인은 최근 미국 내에서 일고 있는 총 버리기 운동의 여파로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외국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한반도에서 전쟁만 일어나

    준다면 서바인사의 매출도 향상될 것이다. 권총 수천자루 파느니 전차 한

    대를 판다면 그게 더 남는 장사였다. 밀알이 백 바퀴 굴러봐야 수박 한 바퀴

    를 이길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수박은 날마다 팔리는 게 아니었고, 밀은

    날마다 팔리는 것이었다. 서바인은 미국 내에서 '총기 안 갖기' 나아가 '총

    기 버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는 새무엘 킴 의원과 흑인운동가 제임스 호프만

    , CNN 기자 로빈 애너스트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총

    기추방 운동을 벌이는 정체불명의 프로그래머에 대해서도 분노의 칼을 갈고

    있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이들의 운동이 날이 갈수록 호응

    을 불러 일으켜 서바인사를 비롯한 총기 제조회사들의 매출액이 두 달 연속

    으로 하향세를 보인 것이다. 그러던 차에 외국에서 전쟁의 조짐만 보이면 그

    에 관심을 보이곤 했다. 그러나 샤드니크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

    냥 사태를 관망한다면 별다른 이득을 볼 게 없습니다. 지금 남북관계는 조금

    긴장상태이긴 하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북한이 시위에 어

    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긴장관계가 얼마나 오래가는 지가 달려있지만 결정

    적인 대립관계로 발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정일은 지금 기본적으로 경제

    활성화에 목표를 두고 있으며, 그를 위해서는 남한의 협조가 절대적입니다.

    게다가 지금 김정일은 대규모 군축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계적으로

    현대 군량의 20%를 올해 안에 줄이고, 2010년까지 50%를 줄일 계획입니다."

    "그건 시위대의 요구와 같은 내용아니오? 김정일이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

    인 것이오?"

    "아닙니다. 그렇다면 군을 동원해 진압할려고 하지 않았겠죠. 김정일의 군축

    은 북한의 경제활성화와 자신의 입지강화를 위한 정책인 것 같습니다. 김정

    일은 경제협력을 통해 외형적인 경제지표만 개선되면 만족해할 것입니다. 결

    코 자신과 당원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결국 아무리 북한

    의 경제가 외형적으로 좋아진다고 해도 당만 부자가 될 뿐 주민들의 생활의

    질은 별로 나아질 게 없다는 게 우리 CIA의 분석입니다. 모르죠. 갑자기 당

    이 '구국의 동지'회가 요구한 사항을 모두 받아들인다면 문제는 달라지겠지

    만요."

    "군부의 반응은 어떻소?"

    "군부에서도 크게 반발은 없습니다. 몇몇 장성급 인사가 불만을 품고 있지만

    대부분의 군에서 재대할 군 간부들에게 다른 국가단체나 새로 생길 기업체

    로의 재배치계획이 짜여져 있어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확실히 김정일은 조직장악력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자요."

    "협상력도 대단하지요. 북핵협상에서도 결국 유리한 조건을 타냈지 않습니까

    ?" "결국 아무런 기대할 만한 꺼리가 없다는 말 아니요."

    서바인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하렐 국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냥 사태를 관망한다면 그렇다는 말이지요."

    서바인의 눈이 빛났다. "무슨 계획인 있는 것이요?"

    "기다려 보십시오. 중국에 있는 우리 형제가 좋은 소식을 가져다 줄 겁니다

    ."

    "위에서도 알고 있는 내용이요?"

    하렐이 아주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마스터께서 중국에 천사 한 명을 보내셨소."

    2008년 1월 31일 저녁 9시 평양 인근 109사단 주둔지

    "내일 시위는 아마 이쪽 석암동에서 집결한 군중들이 봉화거리와 모란봉거리를 지나 개선광

    장 앞에 집결할 것이요. 이 코스가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거리요."

    김성규 109사단장이 말했다. "그렇지 그곳이 인민군교예극장이랑 신모란호

    텔리 있으니 외국인 기자들이 항상 있는 곳이니 그들이 안전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곳이디."

    강기욱 332사단장도 그에 동조했다. "게다가 진압이 시작되면 사방으로 달

    아날 곳도 숨을 곳도 많은 곳이요. 이쪽 칠성로와 상신동, 월향동 쪽으로 숨

    고 지하철역으로 도망가면 잡기가 힘들어집니다."

    이들은 평양 인근의 수도방위를 담당하는 사단장들로 내일 예상되는 시위의

    진압을 위한 합동군사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109사단장과 332사단장은 인민

    군관학교 동기로 서로 친한 친구 사이였고, 야심만만한 인물이었다. 그 중에

    김성규는 김일성의 먼 친척이 되어 성공적인 미래가 보장된 엘리트였다. 다

    른 두사람은 16기갑여단장 장치운과 105사단장 석정후였다. 장치운이 말

    했다. "그러나 무장도 안한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 우리 기갑부대까지 나설

    게 있겠소? 어차피 시위대에게 포탄을 쏠 것도 아닌데 말이요."

    "장치운 장군은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거이 아니오? 저들이 그냥 시위대

    라고 생각하시오? 저런 놈들은 다 반동이고 다 폭도요. 싸그리 밀어버려도

    시원찮을 판에."

    강기욱 중장이 흥분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석정후가 눈을 부릅떴다.

    "그 말이 무슨 말이요? 지도자동지께선 일절 발포를 하지 말라고 했소."

    "그건 원칙일 뿐이디 상황이 급하거나 폭도들의 행동이 포악해지면 어쩔 수

    없이 발포할 수도 있는 것이요."

    강기욱이 석정후를 보지도 않은 채 말했다. "포악해지다니 그걸 어떻게 누

    가 판단한다는 것이요?"

    두사람의 언쟁이 거칠어지자 김성규가 나섰다. "아아 동무들 흥분을 가라

    앉히시오. 꼭 총을 쏘겠다는게 아니라 그런 사태까지도 대비해야 한다는 말

    이요. 그라고 장치운 동무, 동무는 개선광장 맞은 편인 평양방송국 앞에 전

    차들을 배치시키는 걸로 충분하오. 어차피 기갑부대는 시위대들에게 겁을 줘

    서 해산을 유도하자는 거이지 놈들을 때려잡자는 게 아니오."

    그 말에 장치운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런데, 석정후 장군!"

    "예 장군."

    "동무 여식이 벌써 며칠 때 교육을 빠지고 있다는 말을 들었소. 보위국에서

    도 동무를 찾아왔다면서요?"

    그 말에 갑자기 할 말이 없어진 석정후였다. 교육을 빠졌을 뿐 아니라 집에

    도 안 들어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벌써 보위국 위원들이 석정후를

    만나러 왔었다. 그들은 귀홍이 있는 것을 물었다. 석정후는 당연히 알고 있

    을 리 없었다. 자신을 김주임이라고 밝힌 보위국 직원은 석정후의 직책

    따위는 우습다는 듯이 싸늘하게 말했다.

    "아직 아무런 증거도 없으니 오늘은 그냥 가겠소. 장군동무의 그간 영웅적인

    행동들에 대한 경의의 표시도 있다고 알아두시오. 하지만 동무의 여식이 이

    번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으면 장군은 아주 곤란해지실 것이요. 아무리 단순

    가담이라도 가담했다면 장군의 그간 업적에 누가 될 것이요. 그러니 여식과

    연락이 된다면 빨리 말리는 게 좋을 것이요. 자고로 그릇과 여자는 밖으로

    돌리면 깨지게 되는 것이요. 쯧 벌써 깨진 거나 아닌 지 모르겠지만."

    김주임은 아주 모욕적인 언사로 말을 맺고는 가버렸다. 움켜쥐었던 주먹으로

    책상을 내려 쳤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아주 미묘한

    부분에서 딸아이의 언행이 조금 이상하다 여겼었다. 자세히 들으면 틀린 말

    이 없어 웃으며 그냥 남들 앞에서는 그런 소리 말라고 했는데. 귀홍은 자신

    이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위험한 일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석장후가 말이 없자 김성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내일 현장에서 눈물어린 부녀상봉의 장면이 연출되면 안 될텐데.... 물론

    나는 그 때도 동무가 자신의 임무를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소만."

    "그런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김성규가 주도권을 쥐고 계속 회의를 진행시켜 갔다. "지금까지 공안들과

    보위국에서 한 진압작전을 해산을 유도하는 작전이었소. 그러나 우리의 내

    일 작전을 전원 체포가 목적이오. 따라서 시위대들이 개선광장에 모두 집결

    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동시에 작전을 개시하겠소. 우선 개선지하철역 구내로

    들어가는 도주자들은 보위국과 공안들이 담당하기로 했소. 그리고 각 도주

    로를 미리 차단해서 시위참가자들을 전원 체포해야 합니다."

    모란봉교차로는 다섯 개의 도로가 만나는 일종의 로타리식 거리이다. 북으로

    는 월향동, 북서쪽으로 상신동이 있고 남서쪽으로는 모란봉거리, 남쪽으로는

    김정숙 탁아소로 향하는 경창리가 있었고, 남동쪽으로 칠성문거리가 있었다

    . 그리고 동쪽에 김일성경기장을 마주보고 그 사이에 개선광장이 있었다. 개

    선광장에 집결한 시위대를 각 사단이 대대별로 각 도로를 점거하고 포위한다

    면 시위대는 아무데도 도망갈 곳이 없을 것이다. 김성규는 내일이야 말로 시

    위대를 끝장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에서 온 조력자가

    자신이 한 약속을 지킨다면 자신은 내일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

    을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뛰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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