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                  (16) 통일의 꽃 오랜만에 인사드립니

다. 갑작스럽게 필리핀을 다녀왔습니다. 필리핀도 큰일입니다. 왠 사기

꾼들이 그렇게 많은지 한국사람이 봉인 줄 압니다. 택시기사의 한 번의 바가

지나, 외국인들에게 대한 불친절이 관광산업에 얼마나 치명적인 지 알게 되

었습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오니 우리나라도 상당한 선진국 같더군요. 1주

일이상 자리를 비웠는데 대한민국은 저 없어도 별일 없는 것 같네요. 그리고

바로 오늘 새벽까지도 리플 달아주시는 분이 계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계속 열심히 쓸 것이구요. 9월이 되기 전까지는 연중은 없겠습니다. 9월에

잠시 연재를 쉬어야 할 일이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정해진 날에 계속 글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미래역사소설] 21世紀 地球史 (16) 통일의꽃 ⑦

2008년 1월 23일 오전 11시 평양특별시 인민재판소 "따라

서 피고 리순천은 작년 조국통일을 위한 당의 북남화합의 정책에 부응한 사

업을 이용해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질서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남조선이

북파한 공작원 한세연에게 포섭 당해 반국가, 반혁명적 영상물을 제작하는

데 적극적으로 협조하였으며 그를 이용해 소위 구국의 동지들이라는 공범들

과 함께 조국의 혁명과업에 매진할 인민을 의도적으로 선동하여 사회혼란을

부추기고 인민들의 혁명의식을 약화시켜 국가체제를 전복하려 하였다. 이에

평양검찰소는 피고 리순천에게 반국가 반혁명 사상 전파 혐의로 사형을 구

형하는 바이다."

검찰관이 단호한 표정으로 구형요지를 밝혔다. 어느 정도 예상을 했지만 막

상 사형이 구형되자 재판소에 들어와 있는 방청객들이 순간 한숨을 지으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판사와 인민참의원들이 방청석을 둘러보며 위

압적인 눈빛을 보냈다. 방청석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지난 한 달간 평

양 시내는 구국의 동지 사건으로 혼란의 연속이었다. 구국의 동지라고 밝힌

단체의 명의로 각 관청과 학교에 투서 형식의 항의서를 보냈고, 학교 게시

판과 지하철 역구내 인민당사 외벽 등에 대자보가 붙었다.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들은 이른 아침, 거리에 뿌려진 전단들을 발견할 수 있는 경우도 많았

다. 그 내용은 공산당이 주도하는 각종 정책의 비판과 북한 실상에 대한 전

반적인 비판의 글이었다. 고위 당직자들의 비리 폭로도 포함되었고, 북조선

의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담겨 있었다. 주요 주장을 7개항으로 정리하고

그에 대한 근거를 제시한 대자보는 북조선의 인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

고 있었다. 그러한 논리의 틀이 '대동강의 눈물'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북한당국은 북한 내 대학교수들과 학자들을 동원해 대동

강의 눈물에서 주장하는 논리와 대자보의 이론에 반박하기 시작했지만 그 설

득력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대동강의 눈물은 정전 중에도 많은 인민들

이 시청했다. 평양시내에서 며칠 간 계속 방송되던 '대동강의 눈물'은 그 후

개성, 남포 등 직할시와 해주, 원산, 함흥, 청진 등 각 도의 도 당사 소재

지를 중심으로 마치 순회공연을 하듯 전국을 쓸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

구국의 동지들' 명의로 학교와 공장, 농장에 비디오 테이프와 책자들이 유포

되었다. 당은 해당 영상물과 서적을 불온선전물로 규정하고 유포, 상영, 열

란,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을 체포하기 시작했다. 구국의 동지 사건으로 체포

된 인원들만 벌서 전국적으로 1,200여명이 넘어서고 있었다. 그러나 많은 사

람들이 구국의 동지 조직원으로 체포되었지만 사실 그들은 단지 '대동강의

눈물'을 동료들과 함께 돌려보거나 테이프나 서적을 가지고 있다가 보위국의

불심검문과 압수수색에 적발된 단순 시청자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최근

'대동강의 눈물'이 방송된 청진에서는 새벽에 집에서 TV를 시청하던 일반 시

민들이 대거 체포되어 사상투쟁에 회부되기도 했다. 사태가 심각한 국면

으로 치닫게 되자 당국에서는 리순천을 구국의 동지회의 배후 주동자로 지목

하고 공개적으로 재판에 회부했다. 암암리에 활동하고 있는 조직을 색출하려

는 의도도 있었지만 이를 통해 일벌백계의 위협을 가하자는 의도도 있었다.

따라서 리순천에 대한 극형 구형은 당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변호를 맡은 변호사가 자리에 일어났다. 변호사는 리순천의 출신성분이 깨

끗했고 지난 날 당과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을 했었다는 것을 들어 선처를

부탁했다. 변호사라고 해봐야 재판소에 소속된 공무원이니 제대로 된 변호를

받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재판은 리순천의 최후 자기

진술을 할 시간이 되었다. 리순천은 자리에서 포승줄로 묶인 채 자리에서

일어나 방청석을 둘러봤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가 눈에 들어왔다.

리순천의 집안은 할아버지가 인민군 장교로 대구까지 진격하다가 전사한 공

로로 헌정된 국가유공자 집안이었다. 그러나 리순천으로 인해 이제 집안은

몰락하게 될 것이었다. 리순천의 어머니도 자신이 사형을 당하거나 탄광 등

지로 추방당하게 되면 더 이상 평양시민이 아니라 지방의 농장으로 끌려가게

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자신이 앞으로 당할 처지는 아

랑곳없이 걱정스런 눈길로 아들을 볼뿐이었다.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리순

천에게 어찌할 수 없는 강한 슬픔이 몰아쳤다. 리순천이 조용히 그러나 힘있

는 목소리로 진술을 시작했다. "작년에 한세연을 동무를 만난 것이 내

인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아마 한세연 동무를 안만났더라면 내래 계속 중

앙방송사의 감독으로 당과 인민들에게 충성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편안하고

보장된 미래를 가질 수 있었을 겝니다. 하지만 내래 이 일을 한 것에 대해

전혀 후회가 없시오. 내래 공산주의 혁명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네다. 아니 오히려 인민들의 생존과 알권리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배만

채우는 당원들이 반동에 반혁명분자라고 생각합네다. 검찰관 동무는 내래

한세연에게 포섭되었다고 말하지만 한세연 동무래 내게 정치나 혁명에 관해

서는 아무런 말도 안 했시오. 내래 그냥 한세연 동무가 일을 하는 것을 옆에

서 보면서 우리 인민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것 뿐이요. 있는 그대로

보고 본 대로 생각하는 것이 죄라면 죄가 되겠지요."

여기까지 말한 리순천은 법정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정면에 재판관과 인

민참심원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북한의 재판은 통상 2심제로 되어 있으며,

1심 재판부는 직업판사 1명과 일반인인 인민참심원 2명으로 구성되는데, 판

사와 인민참심원은 각 해당 주권기관인 인민회의에서 간접선거로 선출하지만

인민회의 의원들이 모두 당원들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노동당에서 임명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리순천은 판사와 인민참심원들을 똑바로 쳐다 보았다. 저들도 '대동강의 눈

물'을 봤을까 궁금했다. 봤다면 무슨 생각을 했을까도 궁금했다. 작년에 세

연이 검열로 잘려나간 부분들을 보면서 한 말이 생각났다. "여기 검열관들

은 아주 겁쟁이예요. 이 영상물을 다른 인민들이 보는 것을 겁낸다는 것은

자신의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신념에 스스로 자신이 없기 때문이에요. 자신

이 신념이 옳다고 스스로 생각한다면 반대 의견에 대해 훨씬 관대해 질 것이

에요. 이건 검열관들이 이 장면에 스스로 마음이 흔들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

들의 마음이 흔들릴까봐 막는 거예요."

"당은 지금 진실을 겁내고 있는 것입네다. 아니 인민들이 진실을 알게 되는

것이 두려운 것입니다. 그보다 자신들이 인민들을 속이고 있었다는 게 알려

질까 두려운 것이오. 우리 인민들이 알아야 할 것은 진정한 애국은 당을 위

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진정한 조국애와 진정한 혁명성은 부

패한 당원들로부터 우리 인민들을 지키는 것입니다."

"시간 다 되었소. 피고의 최후진술을 끝마치겠소."

재판관이 리순천의 말을 잘랐다. 법정공안들이 와서 리순천을 자리에 앉히고

침묵을 강요했다. 그리고 재판관이 리순천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데는 채 1

0분이 걸리지 않았다. 2008년 1월 23일 오후 두시 한국정보통신부

회의실정한수 장관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회의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

는 한 뭉치의 서류를 살펴보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기술과장, 사업과장, 운

영과장 등 간부 3명이 항상 그랬던 것처럼 정장관이 언제 질문을 꺼낼 것인

지 기다리고 있었다. 정장관은 회의를 하자고 직원들을 불러 모은 후 직원들

이 무슨 의견을 내기 전에 혼자서 한참 생각하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그

리고 스스로 뭔가 결론을 내린 후에는 직원들에게 계속 질문을 하면서 자신

의 결론을 관철시키곤 했다. 7급 기술공무원으로 시작하여 한 단계 한 단계

장관의 자리에까지 오른 정장관은 이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어느

간부들보다 더 많이 가지고 있었다. [파동역학을 이용한 통신시스템 특

허 및 휴대폰단말기의 실용신안특허 신청서]

서류를 읽다말고 한참 생각 속에 빠져 있던 정장관이 서류를 앞으로 넘겨 제

목을 다시 한 번 읽어보았다. "통신업계 반응은 어떤가?"

드디어 정장관의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이 기술과장이 대답했다. "

예, 전반적으로 이론은 가능하다 실용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 기존 통신사들은 그 기술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박과장도 그렇게 생각하오?"

"이론서를 읽어보기 전까지는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논문과 기

술형식 보고를 읽어보니 충분히 이론적으로 완벽하고 실용화도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기술과장이 솔직하게 답변했다. 정장관 앞에서 애매하게 대답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숨기는 따위의 대답은 호통을 들을 게 분명했다. 오랫동안 모시고

일하는 동안 기술과장은 정장관의 분명한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소문인데, 기존 통신사들이 겉으로는 그렇게 말

을 하면서 배명통신사와 독점 제휴권을 따기 위해 암암리에 협상을 하고 있

다고 합니다. 이미 기존업체들이 거의 경쟁적으로 협상을 시도하기 때문에

제시된 로얄티가 엄청나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보통의 경우 특허출원

이 되면 약 1년 정도의 검정기간을 거치게 된다. 전문기관에서 실현가능성과

이론의 적법여부 등을 따지게 되어 있다. 물론 그동안 이 제품의 시판도 가

능하고 특허의 권리도 소급되어 적용되는 데 문제는 이 휴대폰의 기지국 설

립신청이 같이 제출된 것이 문제이다. 휴대폰의 경우 전파를 사용하기 때문

에 국가안보 차원의 관리가 이루어진다. 인간이 사용 가능한 전체 주파수의

80%정도는 군용과 비상용으로 분류되어 있고 그 나머지 20%를 민간에 이양

시켜 방송용 통신용으로 구분하여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최근에 민간용 주

파수 이용율이 상당히 증가했다. 1970년대의 경우 무선 주파수는 군용이 95

%에 달했고 민간인이 무선주파수를 이용할 경우 십중팔구는 간첩혐의로 체포

될 정도였지만, 핸드폰과 그 외 각종 무선통신기기들이 증가하면서 정부는

계속 군용과 공용의 주파수를 민간에게 이양하는 작업을 계속해왔다. 그런

데 배명통신사라는 이 회사는 지금까지 인간이 사용하지 못하는 대역의 주파

수를 사용할 기술을 개발했다며 그 주파수 이용을 위한 사업계획서를 내온

것이다. 그 계획서에 따르면 새로이 개척한 대역의 주파수의 이용기술을 국

가에게 제공하여 군사적인 목적을 포함한 국익적인 차원에서 이용하도록 하

고 그 주파수의 일부를 이용하여 통신사업을 하고 동시에 새로운 내장칩을

이용한 휴대폰 단말기제조판매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배명통신사는 그

를 통해 통화료 5분의 1 수준으로의 인하와 미국 퀄컴사에 제공되는 로얄티

로 인한 외화 유출이 방지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자연히 이 사업계획서는

자연히 정보통신부로 주사위가 넘어 왔고 이에 대한 관계장관회의가 예정되

어 있어 정통부의 공식입장을 결정해야 하는 단계였다. 문제는 이 휴대

폰단말기의 모델과 통신방식 파급효과 등이 인터넷에 소개되면서 언제 시판

되느냐는 문의 전화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는 것이다. 배명통신사에

서는 이 사업의 홍보를 위해 인터넷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었고 네티즌을

중심으로 급격한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특히 네티즌들의 관심을 불러일

으킨 것은 퀄컴사가 휴대폰 단말기의 내장칩에 붙힌 로얄티 부분이었다. 그

동안 CDMA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했다는 이유로 내장칩의 로얄티로 인한 막

대한 외화가 유출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배명통신사의

사업추진에 대한 지지도가 높아진 것이다. 1999년 코드분할다중접속(C

DMA) 칩을 최초 개발한 퀄컴사는 그 특허권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횡포를

부려온 지 오래되었다. 국내 휴대폰업체에 전량 공급하는 퀄컴사는 퀄컴은

선 주문 후 공급 방식으로 국내 업체들과 칩 공급계약을 체결해 놓고 애초

계약보다 20∼30% 가량 물량을 줄여 공급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퀄컴

사는 최근의 휴대폰이 카메라폰이나 동영상 재생기 등 통화와 직접적인 관계

가 없는 기능으로 인한 이유로 가격상승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장칩의 로

얄티도 따라서 올라가는 불합리한 체계를 고집했다. 국내업체에 대한 퀄컴

사의 불공정 거래는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그 정도가 더해졌다 퀄컴사는 자

사가 보유하는 이동통신 원천기술의 특허료 협상에서 국내업체의 로열티 재

협상을 무시한 것이다. 중국에 시장진입을 하면서 중국의 시장개척을 위해

로얄티를 1.5%로 적용하면서 국내기업에게는 중국업체보다 3%나 더 높은 로

열티를 받아 온 것이다. 물론 중국의 시장을 확보한 2007년 현재는 중국도

역시 4.5%의 로열티를 지급하고 있었다.

국내 업체는 사태가 이 지경인데도 그동안 불이익을 당할까 봐 제대로 항의

조차 못했고 계약을 지키지 않아도 피해 보상을 청구하지도 않았다. 국내

업체들은 이와 함께 정부와 함께 대책도 마련했었다. 하루빨리 독자기술 개

발에 착수해 핵심부품의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아래 2003년에는 삼

성전자와 팬택&큐리텔이 자체 개발 칩을 사용하거나 제3의 칩 사용 방안도

적극 추진되었지만 2006년 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칩 공급을 중단하겠다는

협박에 개발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기간동안의 휴대폰 제조에 차질

이 빚어져 모토로라와의 경쟁에 비상이 걸릴 것이고 개발이 언제 성공할 것

이라는 전망도 불확실했기 때문이었다. 정장관은 생각 같아서는 배명통

신사의 사업을 추진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기엔 너무 위험요소가 많았다.

그리고 기존 업계들이 받을 충격도 우려했다. 세계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

는 국내 핸드폰 제조회사들이 줄줄이 도산하거나 사업을 중단해야 할 정도였

다. 통신사업자도 마찬가지였다. 정보통신부에서 이 방식의 통신체계를 허가

하는 순간 기존 사업자들이 모두 시장경쟁에서 밀려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

었다. 그리고 기존 사업자 중에 한 곳이 배명통신사와 독점계약이라도 체결

한다면 그 외 다른 업체들의 충격은 엄청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신기술의 경

우 시장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점진적인 개발로 동종 기업들이 동시에

경쟁하면서 시장이 발전하는 것이 긍정적인 것인데, 이렇게 획기적인 기술

이 독점적 위치를 가진 회사에 집중될 경우 사회적으로 미칠 파급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이 도산하면 파생될 실업자와 경제 불안은 한국경제에 나

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시장 전체를 위해 정책적으로 제약을 가하는

방법도 있지만 획기적인 기술을 완성한 신생기업의 이익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만약 그 기술이 신생기업의 것이 아니라 거대기업이라면 어떤 정

책적 결정이 오히려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정장관이 이런 저런 생각에 빠

져 있을 때 비서실에서 인터폰이 울렸다. "장관님, 배명통신사 사장님

전화입니다. 연결할까요?"

정장관이 약간 고민하다가 연결하라고 했다. 지금 시기에 통신사 사장의 전

화를 받는다는 것은 상당히 곤란한 입장이었다. 뭐라고 얘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일개 회사 사장이 장관에게 전화를 건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볼 때 이만저만한 결례가 아니었다. 하지만 오히려 사장이 장관

을 만나러 오는 것도 미묘한 문제가 있긴 했다. 잘못하면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정장관은 그런 예의상의 문제에

있어서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 성향은 아니었다. "여보세요.....아 정사

장님.....아닙니다. 굳이 찾아오시는 것도 사실은 좀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

. 예.....지금 검토중이죠. ......예?......그래요?"

갑자기 정장관은 수화기를 든 채 말없이 듣기만 했다. 간간히 짧게 호응의

대답을 할 뿐이었다. 한참을 듣고 있던 정장관이 점차 밝은 표정으로 변했

다. "아! 그것 잘되었습니다. 그러면 우리도 이 부분의 정책 진행에 상당

한 부담을 덜겠군요."

전화를 끊은 정장관이 박과장을 불렀다. "박과장."

"예"

"국내 통신사와 무선기기 제조사 사장들이 모두 모일 수 있는 스케쥴을 만들

어서 회의를 개최하도록 하시오. 통신사는 무선,유선,인터넷전송사는 물론

지상파 방송사, 케이블방송사, 위성사업자까지 모두 포함시키도록 하시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준비하는 게 좋겠소."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떤 내용으로 회의를 개최해야 할까요?"

정장관이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배명통신사에서 그들의 신기술을 모두

제휴해서 공유하겠답니다. 특정회사가 아니라 국내 사업자 전체와 동일한 가

격으로 제휴하겠답니다."

"예?"

박과장이 깜짝 놀라 반문했다. 자신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배명통신사로서는 엄청난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독점제휴권

을 가지고 기존 사업자들과 다대일로 협상을 하면 가격은 천청부지로 오를

것이다. 그런데 전 업계가 공유하는 제휴권이라면 기존 사업자들은 결코 높

은 가격을 부르지는 않을 것이다.

한국과 배달의 수교 이후 많은 기술들이 점진적으로 한국에 유입되고 있었다

. 사실은 이미 수교 이전부터 기술이전은 시작되고 있었다. 대부분의 것들은

한국 내에 새로 생긴 회사들에 의해 소개되었다. 물론 배달이 세운 회사들

이지만 외형적으로 보면 배달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이 회사들

은 놀라울 만한 신기술을 가지고 시장에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환호했지만

기존의 관련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이 회사들은 관련 기술을 이용해

서 시장을 독점하지는 않았다. 한국 내 기업들의 도산은 심각한 경제문제를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었다. 배달의 회사들은 관련계통의 회사들과

기술을 제휴하고 공유했다. 그러자 기존의 한국회사들은 그 기술을 바탕으로

디자인과 부가적인 아이디어를 더해 더 나은 제품들을 시장에 내 놓았다.

그러자 상황은 역전되었다. 기술만 가지고 제품을 생산한 배달의 회사들은

디자인과 제품개발에 오랜 노하우와 인재를 가진 한국 내 기존 기업을 이길

수 없었다. 그 단계에 이르게 되면 배달의 회사들은 제품생산을 중단하고

시장에서 철수했다. 물론 조금의 로얄티를 지속적으로 받았지만 기존의 외국

기업들이 횡포에 가까운 로얄티를 가져가는 것에 비하면 거의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이 받는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국

제시장에서 한국상품들의 경쟁력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었다. 가장 타격을

받는 곳은 당연히 일본과 미국 기업들이었다. 이에 대해 일본은 자구책으로

한국에 제휴권 협상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산업스파이를 이용하기로 했고,

미국은 수입관세와 국제 협정을 무기로 무역장벽을 쌓기 시작했다. 세계시

장은 바야흐로 배달이 한국기업과 연합해 벌이는 대대적인 무역전쟁이 본격

적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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