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il protected])=+= (16) 통일의 꽃 [미래역
사소설] 21世紀 地球史 (16) 통일의 꽃 ①당신은 고통받는 인민들을
위해 인민들 앞에 섰습니다.
당신은 결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당신은 인민들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기꺼이 꽃다운 생명을 바쳤습니다.
우리의 누이여우리의 딸이여 8천만 한민족의 가슴에 피어난 통일의 꽃이
여.
고이 잠드소서.
. 2009년 1월 24일 평양 통일묘역 [통일의 꽃] 추모비 중에서.......
2007년 12월 31일 청와대 상춘재상춘재(常春齋)는 1983년 4월 준공된 전
통적인 한식 가옥으로 외빈접 견 등에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었다. 그 전에는
청와대 내에 전통 한옥 건물은 단 한군데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외국에서
온 귀빈에게 우리의 전통가옥양식을 보여주기 위해 1983년에 세워진 건물이
었다. 외빈 접견과 비공식회의를 위한 장소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곳에서 강
민우 대통령은 김시백 통령과 함께 자리를 하고 있었다. 어제 한국에 도착
한 김통령은 오늘 오전에 정상회담을 가졌고, 오늘은 잠시 뒤 종각에서 있을
제야의 종 행사에 같이 참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실은 두
사람만이 가지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라 상춘재의 한실에서는 차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이 마주 앉은 상태였다.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습니다."
"그렇죠. 저희들로서도 역시 정신 없이 바쁜 한 해였습니다. 그러나 다가올
2008년은 더욱 파란만장한 한해가 될 것입니다."
"원래대로라면 2008년에는 어떤 일들이 있습니까?"
강민우 대통령이 직접 만든 차를 잔에 따르면서 김통령에게 물었다. "200
8년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한 해입니다. 23세기에서는 학교에
서 역사시험에도 자주 나오는 연도죠. 2008년은 남북한이 통일된 연도를 묻
는 문제에 답으로 나옵니다."
강민우가 입에 가져가던 잔을 든 채로 딱 멈추었다. "정말입니까?"
김시백 통령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기쁜 일이군요. 제가 재임
하는 동안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다니, 참으로 영광스러운 일입니다."
강민우가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나 김시백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 "하지만 대통령님, 그것이 평화통일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
"2008년에 한반도가 통일이 되지만 역사는 너무나 많은 피를 요구하고 있습
니다. 그래도 통일을 해야겠습니까?"
"우리 민족의 통일은 평화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제 희망입니다. 도대체 무
슨 일이 일어나는 것인가요?"
"제가 알고 있는 역사 속에서 한반도는 두 번의 통일을 경험했습니다. 두 번
의 역사 모두 많은 피가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두 번의 통일은 서로 너
무나 많은 것이 달랐습니다."
"말씀하시지요."
강민우는 조용히 다음 말을 기다렸다. 통일을 위해서 피가 필요하다는 것에
벌써 대통령은 가슴이 아파 오고 있었다. "두번째 역사에서 통일은 북한
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면서 그 막을 엽니다. 남한 정부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가는 와중에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한 군부 강경파가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이미 대부분의 군부들이 참여해서 평양 진입을 막던 105사단을
전멸시키고 쿠데타에 성공합니다.
그러나 23세기의 역사학자들은 북한 내 쿠데타의 배후에 미국의 공작이 있었
다는 주장이 제기되었고 그것은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습니다. 또 저희
정보에 의하면 그 미국의 공작은 바로 시온파가 조종하고 있었습니다. 쿠
데타를 일으킨 강경파가 남침을 감행하자 한국은 미국과 함께 그에 대해 응
전합니다. 그런데 북한군은 당시로선 상상도 하지 못한 무기들을 가지고 남
한을 침공합니다. 이미 200년 후의 미래에서 온 노튼의 앞선 미래무기가 북
한에게 지원되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그 무기가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만
알고 있었죠. 그것으로 북한은 처음에 전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지만 결국
한미연합군에게 계속 밀리기 시작했습니다. 노튼은 정말 앞선 무기는 북한에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세가 불리해진 북한은 끝까지 저항했지만
결국 평양에 핵이 떨어집니다. 핵무기를 사용한 미국은 쥐구멍에 몰린 북한
이 핵을 사용할 것이라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먼저 핵을 사
용했다고 주장했지만 통일 후 북한 땅 어디에서도 핵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 결국 한반도는 통일이 됩니다만 천만 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고 이후 방
사능의 영향으로 환경이 파괴되고 오염이 짙어졌습니다. 이후 한반도 내 미
국의 영향력도 날이 갈수록 강해집니다. 그게 바로 2008년 한 해 동안 있을
일이고 그 역사를 지내고 살아온 게 바로 우리들입니다."
김시백 통령의 말은 어떤 때는 과거시제로 어떤 때는 미래시제로 이어졌다.
김통령의 말은 너무나 담담하게 진행되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듣고 있던 대통
령은 너무나 충격적인 내용에 말을 잇지 못했다.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
혔다. "어, 어떻게...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첫 번째 역사에서의 통일도 역시 이 땅에 많은 피가 흐른 뒤에야 찾아왔습
니다."
대통령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얼굴을 감싸쥐었다.
"첫 번째 역사에서 통일은 북한에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면서 그 막을 엽니
다. 시위는 한달 간이나 계속됩니다. 북한당국은 총기사용을 하면서까지 시
위를 진압하려 했지만 결국 시위는 시민혁명으로 이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이미 역사는 많은 피를 요구합니다. 북한의 시민혁명은 거의 성공하는 듯 했
습니다. 평양 인근의 군부대가 시민들과 동조했고, 새로운 사상에 눈 뜬 젊
은 당원들이 최고인민회의에서 새 헌법을 제시하는 등 평양은 변화를 요구하
는 물결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나 새 헌법이 통과되기 직전 북한의 강경파들
이 쿠데타를 일으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역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첫 번째
역사에서 강경파의 쿠데타는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고개를 들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됩니까?"
"시민혁명을 통해 새 정부가 들어선 북한은 남한과 본격적으로 활발한 통일
논의를 진행시켜 나갑니다. 요약한다면 그 이후에 남한과 북한은 온갖 시련
과 역경을 딛고 결국 통일을 이룩합니다. 2008년 12월 20일의 일입니다. 12
월 20일은 200년 넘게 '하나된 날'이라는 이름의 국경일로 지정되게 됩니다
."
"아! 그렇군요. 정말 잘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1월에 평양에서 발생할 시민혁명을 지원하고 쿠데타를 저지
하도록 도울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성공하기 바랍니다. 아니 성공할 것입니다. 저는 배달의 힘을 믿습니다."
"우리는 우리 민족의 힘을 믿고 있습니다."
강민우 대통령은 두 눈에 가득 벅찬 감격을 담아 김통령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러나 김통령은 우리 민족이 앞으로 겪을 '시련과 역경'을 생각하고 있
었다. 그 또한 노튼이 만든 두 번째 역사에 못지 않은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
을 강민우 대통령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 했다.
배달이 태평양에서 일본 해군의 주력인 중앙함대와 2개 지방함대를 항복시키
고 요코스카에 있는 해군본부를 완전히 폐허로 만드는 동안 동해에 진출한
일본함대도 한국의 해군과 공군에게 패퇴했다. 해군이 붕괴된 상태에서 더
이상의 전쟁 수행이 불가능하게 되자 일본은 배달에게 정전협정을 체결하자
고 요청했다. 일본은 배달과의 정전협정에서 군을 포기하고 자위대로 돌아갈
것과 함선과 전투기의 감축 등을 수용했으며, 전쟁배상금 300억달러(36조원
)의 배상금을 10년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했다. 또 일본은 한국과의 정전협정
에서 독도의 영유권 주장에 대한 영구 폐기, 문화재의 반환, 어업협정 등 각
종 협정의 수정체결을 합의했고, 향후 30년 간 일본교과서의 검증을 한국과
일본의 역사학자들이 공동 참여하는 교과서 검증위원회에서 받도록 하고 그
위원장을 한국에서 임명하는 것에 동의했다. 일본 내에서는 전쟁 패배
의 충격으로 곳곳에서 할복을 하는 사람들이 연일 신문지상을 장식했고, 고
미즈 수상이 패전에 책임을 지고 수상직에서 사임했다. 고미즈의 뒤를 이어
일본 수상의 자리는 노부다까 전 방위청 장관이 선출되었다. 한 때 방위청
장관이 수상에 오르는 것에 대해 반대 여론이 많았지만 특정 파벌을 가지지
않으면서 특별히 적을 만들지 않는 처세를 지켜온 노부다까가 일본의 경제
를 재건하겠다는 공약을 들고 나와 수상으로 인준됐다. 노부다까는 중의원들
중 국수주의적인 성향의 강경파나 반전을 주장해온 온건파가 모두 '최선은
아니지만 무난한' 인물이라는 평가에 따라 중의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수
상에 선출되었다. 수상이 되자마자 노부다까는 전쟁에 대해 배달과 한국에
대해 사과하고 앞으로 전쟁도발과 그에 관련한 일련의 행동 즉 야스쿠니 참
배와 같은 상징적인 행동도 하지 않을 것을 서약하는 등 한국과 중국 언론의
칭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한국에서는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것에 대해 100여 년의 고통을 갚은 일이라며 기뻐하는 분위기가 전국에 넘쳐
흘렀는데, 일각에서는 이참에 일본을 완전히 정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계속
터져 나왔다. 친일파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
아졌다. 그러나 일본해군본부가 폐허가 된 날, 요미우리 신문에 실린 기
사로 인해 중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배달에 대한 핵사찰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국제사회에 제기되고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 아직까지는 민간단체를
전면에 내세워 '반전 반핵'의 여론을 조성하는 중이었고, 중국은 정부 주도
하에 배달이 핵사찰을 거부할 경우 가만있지 않겠다는 뜻을 피력하고 있었
다. 이에 대해 배달은 정확한 취재원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요미우리
신문이 게재한 기사내용을 전면 부정하면서 사찰을 거부했다. 배달은 그와
함께 핵확산 방지협약에도 가입을 거부함에 따라 미국과 중국의 본격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배달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국과 중국이 계속 핵을 생산하고 있으면서 핵확산방지조약을 다른 나라에
게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중국과 미국을 공개적으로 비난하
고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배달과 중국의 관계는 악화될 대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었고, 미국은 핵은 인류평화를 위해 더 이상 확산되어서는 안되
며, 핵을 개발하려고 하는 국가는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기본 입장
발표를 통해 우아함을 지키며 협박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 2008
년 1월 1일 0시 0분 서울시 종로구 종각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3
3번의 제야의 종소리 중 첫 번째가 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서
로에게 새해 인사를 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대통령님."
"통령님도 복 많이 받으십시오."
두 사람은 행사에 방해되지 않기 위해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서로에게 축원
했다. 대통령은 타종이 끝나면 곧 이어질 신년사를 위해 원고를 다시 살펴봤
다. 몇 시간 전 김시백 통령에게 들은 내용은 충격적이었지만 오늘은 새해였
다. 물론 설날이 따로 있었지만 대한민국 행정부의 공식적인 첫날 아닌가.
앞으로 우리 민족이 어떤 고난을 겪게 될 지는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국민들
에게 희망을 주고 그들의 앞날을 축원하여야 했다. 일본과의 전쟁에는 이겼
지만 전쟁 중에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도 많았고, 앞으로 중국이나 미
국과의 관계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다. 대통령은 그 모든 사람들의 아픔
과 걱정을 모두 날려버리고 희망으로 그들의 가슴을 채우고 싶었다. 힘든 한
해가 되겠지만 우리 국민들은 아니 우리 민족은 그것을 이겨낼 것이다. 대
통령은 진심으로 그렇게 믿고 있었다. 대통령이 있는 단상에서 좀 떨어
진 곳에 준영은 세연과 함께 새해를 맞고 있었다. 준영은 21세기에 와서
처음 맞는 새해에 각별한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23세기에는 이미 없어져 버
린 제야의 종 행사도 뜻깊었지만 앞으로 한 해를 설계하며 누구보다 아프게
또한 동시에 누구보다 더 큰 설렘을 가지고 새해를 맞고 있었다. 준영은 저
도 모르게 세연의 등을 끌어안았다. "새해 복 많이 받아라. 준영아."
준영이 세연을 껴안자 세연이 안긴 채로 먼저 새해 인사를 했다. 평소 같았
으면 '죽을래?'하며 주먹이 날아왔겠지만 세연은 오늘만큼은 그냥 새해 분위
기를 한껏 느끼고 싶었다. "세연 선배, 복 많이 받아. 올 한 해는 슬픈 한
해가 될 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희망찬 한 해가 될 거야."
"슬픈 한 해? 왜?"
"그냥. 세연 선배 취직해서 이제 자주 못 보니까."
"자식! 설마 내가 취직했다고 널 버리겠니? 이 누나만 믿고 열심히 공부해.
내가 맛있는 거 많이 사 줄게."
준영은 그 순간에도 세연이 만나게 될 운명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와!"
세연이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두 사람 위로, 아니 종각에 나와 새해를 맞
는 많은 사람들 머리 위로, 아니 한반도 민족의 모두를 축원하며 탐스런 함
박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2008년의 새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NovelExtra(n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