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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배달민족사-64화 (71/83)

[email protected])=+=                  (15) 제2차 태평양대첩

(15) 제 2차 태평양대첩 ⑮2007년 새벽 1시 배달섬 서북쪽 앞바다

폭격은 20분이 넘게 이어지고 있었다. 폭격을 당하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배에서 볼 수 없었지만 폭격을 하는 입장에서도 편안한 상태는 아니었다.

계속 이어진 포탄의 발사음으로 귀가 멍해질 정도였다. 당연히 함대를 향

해 다가오는 어뢰가 있다 하더라도 음탐관이 그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었다

. 에게와 일등해장은 함대 주변에 대량의 소노 부이를 투하하여 인근에 접근

할 지도 모르는 잠수함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 나

타날지 모르는 거북선에 대한 경계도 멈추지 않았다. 에가와는 일방적으로

포격을 가하고 있는 입장에 있으면서도 오히려 초조하고 쫓기는 입장이었다

. 굳이 거북선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처럼 예상하지 못했던 공격을 당한다면

일본함대의 입장은 아주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이지스함이 아직 두 척이

나 있다는 것도 별로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는 도중 만났던 제기폭탄이라도

떨어진다면 일본함대에 타고 있는 병사들은 배를 버리고 배달섬까지라도 헤

엄을 쳐야할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그 뒤는 잘 예측이 되지 않았다. 일방

적으로 포탄을 퍼붓고 있지만 무언가 맥이 빠진 느낌이었다. 권투로 치면 열

심히 주먹을 날리지만 마치 샌드백을 치는 것처럼 긴장감이 없는 것이다.

에가와는 폭격을 멈추도록 지시하고 병사들에게 경계를 풀지 않은 상태에서

야식을 먹이도록 지시했다. 부속실에서 사령관을 위한 야식이 준비되었지만

에가와는 그다지 식사를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갑판 위로 나가 담배

에 불을 붙이고 배달섬의 모습을 바라다보았다. 어느새 작전참모가 사령관이

있는 갑판으로 따라 나와 있었다. "생각 같아서는 더 퍼붓고 싶은데, 재

미가 없군"

"육군이 도착하면 그 지원을 위해서라도 포탄을 남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작전참모가 자신의 심정을 알아듣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자 에가와는 입

을 다물었다. 에가와는 두 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면서 배달섬 쪽을 바라다

보았다. 배달섬은 칠흑과 같이 어두었지만 먼 곳에서 간간이 폭격으로 인한

불이 듬성듬성 보이고 있었다. "설마 다 죽은 것은 아니겠지?"

에가와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작전장교가 웃으며 대답했다. "그

럴 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나 경보기 E-767의 관측에 따르면 배달의 본부

로 알려진 상황탑 건물이 아직 건재했다. 배달의 공격은 에가와가 작전

실로 향하기 위해 막 몸을 돌렸을 때였다. 슈웅.

톤이 강한 소리가 바다를 울렸다. 그와 함께 폭격을 위해 정박한 전투함 중

에 한 척이 불길에 휩싸였다. 에가와가 달음박질로 작전실을 향해 달렸다.

에가와가 작전실에 도착하자 뒤이어 두 번째 전투함이 폭발했다. "요격태

세를 갖추고 대응하라. 그리고 적 미사일의 발사위치를 추적하도록"

전 함대에 비상이 걸렸다. 함대에서 포격이 다시 시작되었다. 배달의 미사

일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추정해서 집중포화가 가해졌다. "사령관님, 포탄

의 발사위치를 알 수 없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발사위치가 계속 바뀌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배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은 같은 곳에서 쏘아 올리는 것이 아니었다. 수시

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였다. "이건...자주포 같이 이동이 가능한 발사대를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발사대가 여러 곳일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미사일이 동시에 두 달 이상 날아오지는 않습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빨리 이동이 가능한가?"

"그게...미사일이 소형인걸로 봐서 차량으로 이동을 하는 것 같습니다."

관측관이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도 잘 이해되지는 않았다. 일본함대를 공격

하고 있는 미사일은 그 크기가 일반적인 미사일에 비해 엄청나게 작은 형태

였다. 일종의 바주카포 같은 형태인데 그렇게 보기에는 사정거리가 엄청나게

길었다. 일본함대는 배달의 해안에서 10km 가까이 떨어져 있는 것이다. 미

사일의 폭발력도 그 크기에 비해서 강력했다. 한 번의 명중으로 전투함을 완

파시키지는 못했지만 침몰시키기에는 충분했다. "경보기에 연락해봐. 도

대체 어디에서 발사되는지 알아보라고 해!"

경보기가 제대로 파악할 리가 없었다. 일정 고도가 나오지 않으면 레이더로

관측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가와는 그냥 있을 수는 없었다. 이지

스함의 요격시스템으로 방어하기도 쉽지 않았다. 미사일이 너무 작은데다 너

무 빨랐다. 또한 미사일은 섬의 해안에 있는 언덕을 넘어서 날아오는데 바다

로 나온 미사일은 일본 전투함의 갑판과 해수면 사이로 낮게 깔려서 날아왔

다.

"사령관님!"

통신병이 에가와를찾았다. "통신두절입니다. 본부와 연락이 안 됩니다. E

-767과도 연락이 안되고, 우리 공군도 연락이 안됩니다. "

"언제부터인가?"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미사일이 날아오기 시작한 이후로는 연락이

안되고 있습니다. 핫라인도 죽어있었습니다."

"뭐야?"

"다른 곳은?"

"E-767과도 연락이 두절되어 있습니다. 공군과 육군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마

도 배달 측에서 전파방해를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곳의 다른 함대

와의 무선교신은 가능한 상태입니다."

"큰일났군. 헬기를 보낸다. 직접 확인하고 폭파시켜버려."

구축함에 타고 있던 대잠헬기들이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모든 교신이

끊겼지만 헬기와의 무선교신은 가능했다. 헬기들이 배달섬을 향해 가자

미사일은 헬기를 향했다. 배달을 향하던 헬기는 해안을 접어들기 전에 반 이

상이 격추되었다. 그것도 미사일은 한 번에 한 대씩 헬기를 떨어뜨렸다. 무

사히 해안을 넘어간 헬기들도 결국은 무사하지는 못했다. 적의 정체를 정확

히 파악하기도 전에 모든 헬기들이 파괴되었다. 공중에 떠있는 헬기를

남김없이 사냥한 미사일이 다시 함대를 공격하기 시작하자 결국 에가와가 명

령했다. "함대를 후퇴시켜 사정거리를 벗어난다."

그러나 얼마 되지 않아 사정거리를 벗어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

았다. 섬에서 가장 멀리 있는 배가 미사일을 맞기 시작한 것이었다. 미사

일은 계속 날아왔다. 에가와가 놀란 것은 미사일 하나 하나가 마치 눈이 달

린 듯 정확하게 전함을 하나씩 명중시킨다는 것이고 그 때 마다 한 번 때린

전투함은 놔두고 새로운 표적을 찾아 공격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사코

함은 무라카메함 뒤에 있었는데 이미 미사일을 맞은 무라카메를 비켜 돌아서

하사코함의 뱃전을 때리는 식이었다. 바다는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되었다

. 배에서 튀어나간 시체들이 바다에 떠다녔고, 바다에 빠진 병사들은 다른

배나 육지를 향해 헤엄을 치며 바다에 떠있었다. 12월이라도 위도가 낮은 곳

이라 그나마 바닷물이 많이 차지 않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에가

와는 미칠 지경이었다. 아직 적의 코빼기도 못 본 것이다. 제기 폭탄도 그렇

고 지금 공격하는 미사일도 그렇고 마치 장난감처럼 생긴 무기에 계속 당하

고 있는 것이다. 거북선을 만나서 제대로 한 번 붙어봤으면 이렇게 억울하다

는 생각은 안 들었을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미사일은 계속 일본의 전투

함을 공격했다. 에가와는 비로소 느끼기 시작했다. 애초에 배달을 이길

수 없었다는 것을.

배달은 아주 단순한 무기로 일본함대를 공격하고 있는데 일본은 그를 막을

수 없는 것이었다. 에가와는 한국이나 배달이 언제부터 이런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본부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배달은 어떻게 전파방해를 했

는지 알릴 방법까지 완전히 봉쇄하고 있었다. 배달에서 날아오는 미사일

은 결코 한꺼번에 날아오지 않았다. 하늘을 까맣게 뒤덮지도 않았고 대규모

선단을 이끌고 나타나지도 않았다. 미사일이 단 한 발 날아와서 전투함 한

척을 격침시켰다. 전투함이 침몰이 시작하면 또 한발이 날아왔다. 이런 식

으로 한 번에 한 발씩 날아왔다. 또한 언덕을 넘어온 미사일이 2차 추진을

해서 속도를 높일 때까지는 속도도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바다로 진입한 후

미사일은 마치 로켓이 재점화를 하듯 추진력을 얻어 엄청난 속도로 전투함

을 공격했다. 일본 해군들은 미사일 하나가 배달의 해안을 넘어올 때마다 이

번에는 어떤 배가 당할 것인지 공포에 떨며 지켜봐야 했다. "작전참모.

"

"예"

"배에 혹시 하얀 천 있나?"

"예?"

"하얀 천 말일세, 백기를 올리려면 흰 천이 있어야 하지 않나? 애초에 우린

백기 따위는 준비하지 않았으니 구할 데가 없겠나?"

"사령관님!"

"더 이상 싸워봐야 소용없는 일, 바닷물이 짜다는 걸 알기 위해 전 세계 바

닷물을 다 마셔볼 필요는 없지 않겠나? 더 이상 희생은 의미 없네. 우리는

아직 거북선은 구경도 못했네. 모르긴 몰라도 저들은 우리를 상대하면서 저

들의 전력을 다 기울이지도 않았을 것이야. 이제 우리가 무얼 할 수 있겠나

? 저들은 이미 우리에게 선제공격을 허용했네.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말이지

."

10분 뒤 일본 해군 중앙함대의 기함 무라사메에 식탁보를 급조해서 만든 백

기가 올랐다. 2007년 12월 19일 오전 5시. 일본 방위청 전시합동막

료회의 상황실"아직 연락이 되지 않나?"

"예."

"단 한 척도 연락이 안 된다는 말인가?"

"예. 그 뒤로는 배달 쪽으로 보낸 전투기나 폭격기, 경보기까지 모두 통신이

끊어졌습니다."

처음에 막료회의에서는 극심한 전파방해라고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투

기가 통신이 두절된 채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이상을 의미하는 것이었

다. 육군을 싣고 간 상륙함이나 공군의 수송기까지 모두 연락이 두절된 것이

다. 아무도 입을 열어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했다

.

전멸.

전 함대의 전멸을 의미했다. 새벽 두시를 기해서 배달을 향한 간 일본의

육해공군이 모두 소식이 끊긴 것이다. 방위청 장관인 노부다까는 요미우

리신문사에 전화를 했다. 이제 중국의 개입을 요청하는 수 밖에 없었다. 편

집국장과 통화를 끝낸 노부다까는 중국의 개입을 요청하기 위해 중국이 아닌

미국으로 전화를 했다. 중국의 실세를 움직이는 힘을 가진 그 사람은 미국

에 있기 때문이었다. 노부다까는 다시 아무도 없는 사무실로 숨어 들어가 한

국에 있는 '동료'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끊고 상황실로 온 노부다까

는 상황실이 분주하게 술렁거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어디 갔다 오셨습니

까?"

"무슨 일인가?"

"요코스카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뭐야?"

"요코스카에 거북선이 나타났답니다."

"거북선!"

노부다까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거북선이 요코스카까지 오는 동안 우리

방어망은 무얼 하고 있었나? 아니 어쨌든 지금 상황이 어떤가?"

"아직 정확하게는 확인이 안됩니다. 지금 NTT 일반 유선전화와 미군의 유선

통신까지 이용해서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교신에 응하는 자가 없습니다."

요코스카는 일본 해군의 본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이 당했다면 한 마디로 안

방을 털린 셈이다. 그러나 요코스카항은 일본해군만 있는 곳이 아니다. 주일

미군의 해군 사령부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배달이나 한국이 요코스카를 건

드린다면 그건 미군의 개입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당연히 미국도 거북선이

요코스카항에 접근하는 것을 막아야 옳았다. "미군! 미군은 가만있었단

말야?"

"그런데 그것이 미군 사령부는 해군본부에서 좀 떨어져 있어서 미군 정찰정

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사라진 후라고 합니다. "

노부다까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미군은 고의로 출동을 지연시킨 게 틀

림없었다. 모든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고바야시 막

료장은 어디계시나?"

"급하게 요코스카로 가셨습니다."

노부다까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군의 통신망으로 알 수 없는 요코스카의

상황이 TV로 먼저 보도가 되고 있었다. 요코스카는 폐허가 되어 있었다. 비

상대기중인 선박도 모두 침몰했다. 바다 중간에 침몰중인 뱃머리가 여러 개

보였다. TV 속에 NHK기자의 흥분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이곳까지 배달의 전투함이 들어왔다는 것은 우리 해군의 방어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본 어느 곳도 배달의 공격에 안전할 수 없

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또한 요코스카에는 비

상대기중인 일본함대가 여러 척 있었는데도 이곳을 공격한 거북선 형태의 전

투함 한 척을 방어하지 못하고 모두 침몰했습니다. 한 편 일본 해군의 본부

인 이곳 요코스카를 폐허로 만든 배달의 전투함은 유유히 사라졌으며 해군이

입은 피해는 아직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으며, 해군에서는 정확한 피해상황

을 집계할 행정본부도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요코스카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은 자체 방어에만 병력을 배치하고 교전에는 나서지 않

은 것으로 보여 배달의 공격을 방관만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미군 측

은 이 사태에 대해 아직 공식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넋 나간 표정으로 TV를 보고 있는 노부다까에게 방위청 직원이 다가와 말했

다. "장관님, 고바야시 해군막료장님이 방금 할복을 하셨답니다."

"할복? 고바야시 해군 막료장이?"

노부다까는 그렇게 반문했지만 그다지 놀란 표정도 아니었다. 이제 그 정도

소식은 놀랄 일도 아니었다. 직원의 말을 멍하게 듣고 있던 노부다까가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해군? 해군이라니? 해군이 어디 있지?"

"예?"

"우리 일본에 해군이 있나? 해군이 어디 있다고 그러나?"

노부다까의 말대로 2007년 12월 19일 오전 6시 현재. 일본에는 해군이 없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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