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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배달민족사-60화 (67/83)

ill.com)=+=                  (15) 제2차 태평양대첩 (15) 제 2

차 태평양대첩 ⑪"저건...마치 제기 같습니다."

항해관을 맡은 나이든 준위가 망원경을 통해 내려오는 물체를 보더니 말했다

.

"제기?"

"예 제가 어렸을 때 한국에 살았었는데 한국아이들이 설날 같은 때 발로 차

면서 노는 장난감입니다. 아래쪽에 동그란 판이 있고 위에 깃털로 장식된 게

영락없는 제기입니다."

"근데 저게 뭐 하는 거냐고, 저걸 차고 놀라고 뿌리지는 않았을 것이잖아."

제기처럼 생긴 물체들은 제기보다 훨씬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말 그대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눈이 내리듯 내린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였다. 에

가와는 직감으로 저게 폭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건 함대에 있는 모든 사

람들이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는 바였다. 그러나 효과적으로 요격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저렇게 천천히 내려오는 폭탄을 오히려 막기 힘들다니 에

가와는 섬뜩한 공포감이 등 뒤을 흐르는 게 느껴졌다. 요격미사일을 쏴봤자

소용없을 것 같았다. 보나마나 마치 꽃가루를 야구방망이로 때리려는 것처

럼 허공만 가를 것이다. 어느 덧 제기모양이 식별될 만큼 가까이 내려왔다.

에가와는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판으로 뛰어나간 에가

와는 밖에 서 있던 수병의 소총을 빼앗아 공중에다 대고 겨냥해서 쏘았다.

여러 발 쏜 것 중에 대부분 빗나갔지만 몇 발은 정통으로 물체에 맞았다. 그

러나 총에 맞은 제기는 그 충격으로 멀리 날아가긴 했지만 아무런 반응도 없

었다. 드디어 제기가 배 위에 내려앉았다. 거의 수천 개는 될 듯 싶은

제기는 거의 대부분 바다에 떨어졌지만 갑판에 떨어진 제기의 수도 엄청난

것 같았다. 툭하는 소리와 함께 에가와의 바로 뒤쪽에 제기가 떨어지는 소리

가 들렸다. 순간 뒤를 돌아본 에가와의 눈에 갑판 위에 내린 제기가 눈에 들

어왔다. 에가와의 귀에 다른 곳에 떨어진 제기가 폭발하는 듯한 소리가 어지

럽게 들려왔다. 에가와는 온 몸이 굳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제기는 잠시 그

대로 있었다. 길게 느껴지는 잠깐의 시간이 지났다. 에가와가 혹시 불발

탄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제기가 그다지 크지 않은 소리를 내며 폭발했

다. 순간 얼굴을 감싸쥔 에가와가 갑판 위를 뒹굴었다. 그러나 잠시 뒤 에가

와는 자신이 전혀 다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기에서 약 2미터밖

에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에가와는 무사한 것이다. 제기의 폭발반경이 얼마

되지 않은 것이었다. 제기가 폭발한 곳에는 약 30cm 정도의 구멍만이 갑판에

나 있었다. 에가와가 속으로 별거 아니잖아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

다. 제기가 폭발할 때 꼼짝없이 죽는 줄만 알았던 것이다. 배 곳곳에 떨어진

제기들이 폭발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렸다. "당황하지 마라. 1미터

정도만 거리를 두면 안전하다."

에가와가 소리를 질렀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사령관님, 배가 침수되고 있습니다." CP에서 항해관이 고개를 내밀고 에

가와에게 외쳤다. 에가와가 통제실로 황급하게 돌아와서 보고를 받았다.

"제기가 떨어진 곳의 아래쪽으로 모두 구멍이 났습니다. 총 9군데에서 물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뭐야?"

"제기가 폭발하면서 폭발력이 아래쪽으로 집중된 것 같습니다. 선저의 철판

까지 일렬로 모두 뚫렸습니다."

제기는 내려온 방향 그대로 아래쪽으로 엄청난 폭발력을 발휘해 몇 층이나

되는 깊이의 배를 뚫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뚫린 틈으로 엄청난 양의 물이

순식간에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침몰하는 데 채 5분이 안

걸릴 것 같습니다. "침수공간을 격리시키고 비상 항해할 수 있나?"

"그게.....불가능합니다. 갑판에서 아래까지 모두 구멍이 난 상태라...그리

고 구멍이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이런"

"사령함을 옮겨야 할 것 같습니다. 헬기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사령관님"

"다른 사병들은 비상보트로 대피시키도록. 그리고 우리는 기함 하루나로 이

동한다. 가자!"

에가와는 자신의 배를 끝까지 지킬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무엇보다 자신

은 전 함대를 지휘해야 하니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헬기를 타고 이륙하자

조금 전까지 사령함이던 구라마함이 9군데의 구멍에서 물을 뿜으며 조용히

가라앉는 모습이 에가와의 눈에 들어왔다. 침몰하는 배는 구라마 뿐이 아니

었다. 10척이 넘는 전함이 갑판과 해수면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곳곳에 구명조끼와 구명보트를 탄 병사들이 물에 떠있었다

. B-3 대함폭탄은 모양 그대로 제기폭탄이라고 불린다. 전투기에서 투하

되면 천천히 내려가고 명중률이 낮기 때문에 주로 대함공격에만 사용되는 데

일단 리모콘으로 폭탄 내부의 스위치가 작동하면 하강하던 제기폭탄이 2초

이상 하강이 멈추면 폭발한다. 폭발하면 아래쪽 방향으로 집중하여 폭발이

이루어지는 데 그 폭발력은 약 10m 정도의 안의 채워진 철판도 뚫을 정도이

다. 그러니 배의 갑판에 떨어지면 선저까지 구멍을 낼 정도의 위력을 보이게

된다. 제기폭탄이 투하된 지역의 전투함들이 침수를 하면서 전체 92척

의 함대 중 16척이 침몰하고 침몰하지 않는 선박 중에도 11척이 전투불능에

빠졌다. 함대들이 산개하여 진행하고 있어 그나마 피해를 줄인 편이었다.

심하게 당한 전함은 제기 40여개가 한꺼번에 떨어진 세토유기의 경우 순식간

에 완파되고 내부에 승선했던 수병들도 폭발에 대한 직접피해로 전사자가 많

았고, 제기를 한 대나 두 대 정도 맞은 함대는 이동력이나 전투력이 현저히

떨어졌지만 전투는 계속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전투력을 유지하고

있다해도 그건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목표로 했던 거북선은커녕 적함의 코

빼기조차 구경도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성과 없이 피해만 입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헬기를 타고 하루나함에 착륙한 에가와 사령관은 하루나의 함

장으로부터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사령관님, 적기입니다. 또 네

대입니다."

네 대의 배달 전투기가 일본함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두 번째로 일본

함대로 날아온 배달의 전투기는 앞서와 마찬가지로 정확히 24대의 전투기를

격추시키고 역시 제기를 양껏 뿌리고는 배달 쪽으로 날아갔다. 이번에도 전

함 22척이 침몰되거나 전투불능에 빠졌다. 1차 공격보다 피해가 다소 적은

이유는 이미 전투불능에 빠진 전함들이 추가로 폭격을 당하기도 한 까닭이었

다. 배달의 전투기는 철저히 지휘부와 토마호크를 탑재한 전함을 중심으로

제기를 뿌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함대의 앞쪽에서 선봉을 섰던 전

함들은 정작 제기를 구경도 못하고 있었다. 앞쪽의 전함들은 유사시 거북선

의 총알받이였기 때문에 승무원 수도 적었고,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한 전함

들이었다. 그러나 배달의 전투기는 일본의 함대 편성을 훤히 아는 것처럼 정

확히 사령관이 있는 배와 토마호크를 탑재한 배를 골라서 공격했다. 에가와

일등해장은 다시 배를 갈아타야 했다. "몇 가지 알아낸 것은 이렇습니

다. 일단 적기의 무장은 미사일 6대입니다. 그런데 이 미사일이 왜 6발뿐인

지 모르겠습니다. 이 미사일은 공대공으로 그렇게 크거나 무겁지 않기 때문

에 보다 더 많은 수를 탑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6발만 장착이 되

었다는 것은 아마 폭격 쪽에 비중이 많이 실린 전투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배달 전투기들이 공중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본 전투기 조종사들은 나

중에 그 말을 듣고 그 전투기가 폭격용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았

다. 말 그대로 파이터인 전투기들을 상대로 정말 그림 같은 공중기동을 보이

면서 공중전을 펼쳤기 때문이다. 배달의 전투기는 마하 3이 넘는 속도로 나

르다가 마치 원래부터 서 있던 것처럼 공중에서 급정지를 하고 또 반대로 정

지된 상태에서 음속의 2 배 이상의 속도로 순간가속을 하곤 했다. "두 번

째는 제기 폭탄의 폭발 방식입니다. 일단 물에 떨어진 폭탄은 폭발하지 않았

습니다. 그리고 제기는 갑판에 떨어지고 2초 후에 폭발합니다. 제기를 2초

이내에 바다로 던지든지 뒤집어 놓으면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 한 척 당 적게는 10여 개에서 많게는 수십 개나 되는 제기를 어

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그래도 앉아서 당하는 것보다는 낮겠지요."

에가와는 작전참모의 말이 너무 무책임하게 들렸다. 그러나 그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래 앉아서 당할 수는 없

지! 지금 즉시 배달섬에 대한 직접공격을 실시하고 공군에도 폭격을 요청하

도록."

같은 시각, 동해노리부시는 한국함대에서 추가로 미사일이 발사되자 믿

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또 미사일이 날아온단 말인가?"

"사실입니다. 40여 발이 빠르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이지스의 방공망이 작동되었지만 이번에도 8발의 미사일이 이지

스의 방공망을 뚫고 하나 남은 이지스함인 이께다함을 격침시켰다. "아

니 어째서 이지스가 저걸 못 잡는단 말인가?"

"그게 저도 이해가 안 됩니다. 이지스가 요격할 표적을 자동으로 지정하면서

7번째 미사일다음으로 8번째를 표적으로 지정하는 게 아니라 10번째 미사일

을 표적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마치 미사일이 없다는 듯이 건너 뛰어 버립

니다."

"그래도 그렇지, 육안으로도 보이는 걸 이지스가 못 본단 말야?"

"그게... 저도 원인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지스는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레

이더로 보는 것이라서 조금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이지스가 전혀 저 미사일

을 판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군, 아군의 미사일은 어찌 되었나?"

"적 고속정 4척을 격침시켰고, 구축함 한 대를 명중시켰습니다."

"이잉, 겨우 그것밖에 안되나? 전 함대 동시에 발사한다. 전 함대 발사준비

하고 리모트를 사령함으로 옮기도록, 현재 기함은 하쯔유키함이다."

일본은 이제 더 이상 이지스함을 가지고 있다는 이점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

었다. 그러나 숫자만을 가지고 본다면 한국의 대규모 공격에 잃은 것은 두

척뿐이었다. 물론 그 두 척이 모두 이지스함이었다는 점이 뼈아프긴 하지만

아직 수적으로 월등히 우세한 것이었다. 일본함대에서 동시에 발사할 수 있

는 미사일은 80여기, 총 600여발이 넘는 미사일의 운용이 가능하다. 잠수함

대의 어뢰까지 합세하면 가히 정신을 못 차릴 정도일 것이다. "한번 더 발

사한다. 발사"

전 함대에 연결된 미사일 발사 통제시스템이 작동하자 일본 함대의 미사일

80여발이 0.01초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 발사되었다. 노리부시는 겨우 구축

함 5척이 포함된 소규모 함대를 상대로 미사일을 이렇게 소모하게 될 것이라

고는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한국군의 미사일 물량이 생각보다 많은 것으로 나

타나자 어쩔 수가 없었다. "또 온다. 요격 준비!"

헬멧을 벗고 잠시 땀을 닦던 강석규 하사가 요격통제관의 명령에 다시 헬멧

을 썼다. 12월이면 한겨울인데도 헬멧을 쓰고 있으니 땀이 비 오듯 했다.

"제길 엄청 퍼붓는군."

욕을 뱉어내면서도 박하사는 요격포의 스위치를 잡고 다시 미사일 사냥에 나

섰다. 엄청난 성능의 요격포이지만 일본의 함포에서 쏟아지는 미사일은 너무

나 수가 많았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날아오는 터라 17대의 전함에서 요격하

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것도 이미 4척이 침몰 당했으니 요격포의 수도 1

3대로 줄었다. 양만춘함도 미사일에 맞았지만 피해가 크지 않아서 요격포는

아직 제구실을 다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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