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59화 (63/83)

(15) 제 2차 태평양대첩 ⑩2007년 12월 18일, 동해 "어뢰입니다.

"

음탐관이 외쳤다. "총 8발입니다. 북서쪽에서 오고 있습니다. 잠수함인 것

같습니다."

일본 함대의 영해진입을 기다리고 있는 사이 일본에서 선제공격이 들어왔다

. 일본 총리가 대통령과의 전화를 끊은 지 정확히 2분 후였다.

"먼저 디코이를 보내고 반격한다."

"사령관님 그 뒤를 이어 잔뜩 밀려옵니다. 수십 발 아니 백발이 넘겠습니다

."

"함장님, 하픈입니다." 관측관이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가 너무

커서 다른 사람들이 놀랄 정도였다. "알았어. 조용히 말해도 들리니까 좀

살살 말해라."

김문수 제독이 말했다.

"DAGAIE를 발사하고 골키퍼는 스탠바이. 전 함대, 함대별 각개 방어를 펼치

고 프로그램 공격을 개시한다."

김문수 제독이 공격개시를 지시하자 각 함대별로 함장의 명령에 따라 하픈과

어뢰를 발사하기 시작했다. 김문수 제독은 불을 발하는 함대들을 보며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수적으로 현격히 열세라는 사실을 무시한 듯 얼굴에

는 자신감이 넘쳐있었다. 사실 김문수 제독은 두 달 전, 해군 사령부에서 배

달군이 펼쳤던 화력시범에 참가한 뒤로 지금까지 이 시간을 은근히 기다리고

있었다. 노리부시 일등해장은 이지스함의 대공체계를 다시 한 번 점검

하고 곧 이어질 한국해군의 반격을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거의 총공격

이라 할 수 있는 일본함대의 미사일과 어뢰세례에 한국함대는 적지 않은 피

해를 입을 것이다. 물론 한국해군도 낮잠을 자지 않는 이상 반격을 가할 것

이지만 겨우 구축함 5대에 고속정이 12대이니 긴장이 될 리가 없었다. 고속

정에서 쏘는 포는 사정거리가 이곳에 미치지 못할 것이고 구축함이라고 해봐

야 광개토왕급이나 문무대왕급은 대함 하픈이 각 8발 탑재가 한계였다. 한꺼

번에 10발 정도 날아올텐데 최대한 연사한다 해도 40발이면 더 이상 발사할

하픈이 남지 않을 것이다. 노리부시는 최대한 빨리 해상함대를 박살내고 잠

수함에 대비할 생각이었다. 아마 그 후에는 한국에서 전투기가 가세하겠지만

이미 일본에서 출격한 일본 전투기도 조만간 도착할 것이다. 노리부시는 혹

시 일본 전투기가 먼저 도착하면 어떡하나 하고 걱정했다. "적의 미사일

이 발사되었습니다. 10발, 이어서 또 10발입니다. 또 10발입니다."

노리부시는 관측병의 목소리가 마치 음식점에서 '국밥 3그릇 추가요' 하는

것처럼 들린다고 생각되었다. 한국 해군의 미사일은 정확히 40발 발사되었다

. "오팔 사십 정확하군. 무진장 급했나보군." 이 번 단 한번의 공격으로

한국군에는 더 이상 하픈이 없을 것이었다. 아마도 하픈을 쏘고 전투기가

지원 올 때까지 어뢰와 주포인 127mm 함포로 버티는 것이 한국군의 작전이리

라. "적들은 쏠 수 있는 하픈은 다 쏜 셈이다. 그보다 어뢰는 어떤가"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바다 속이 시끄러워 음탐은 불가능하고 소나 탐색 중

인데, 아직은 발견이 안됩니다."

강석규 하사는 요격포를 발사하기 전에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지난 두 달간

이 놈을 손에 맞게 하려고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가? 전에 127mm 함포가

있던 자리에는 언뜻 보면 기존 포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함포가 놓여 있

었다. 차이가 있다면 조준관이 없어지고 포신이 좀더 짧아졌다. 강하사가 헬

멧을 쓰자 삑삑 소리가 나더니 헬멧에서 설글라스 같은 유리막이 나타나 얼

굴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포신이 강하사의 고개 짓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

다. 강하사는 시 근육만으로 눈앞에 보이는 화면을 확대 이동시켜가면서 적

함에서 날아오는 하픈을 주시했다. 화면에는 빠르게 날아오는 적 미사일의

속도와 방향을 계산하여 예상 진행 경로를 3D로 보여주고 있었고, 현재 발사

할 경우 명중시키기 위해 조준해야 하는 포인터가 컴퓨터로 계산되어 보여지

고 있었다. 강하사가 화면 안에 보이는 미사일을 주시한 채 버튼을 누르자

미사일이 포착되었다. 강하사는 주저 없이 발사버튼을 눌렀다. 투투투퉁

.

경쾌한 음과 함께 손아귀에 진동이 전해져 왔다. 그간의 연습으로 인해 이미

익숙한 감각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이 요격포는 발사할 때 진동이 거의 없

기 때문에 사수가 느끼는 진동은 인공으로 만든 진동이란 것이다. 사수로 하

여금 실제감과 향후의 명중률을 올리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보완 장치였다.

화면 안에서 미사일이 포탄에 명중되어 폭발하는 모습이 보였다. 적어도 이

함포는 적들의 미사일보다 4-5배는 빠른 것 같았다. 강하사는 서둘러 다른

표적을 찾았다. 하나 명중시켰다고 좋아할 때가 아닌 것이다. 일본 함대에

서 쏟아져 나온 미사일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다른 전함과 고속정에

서도 강하사와 같이 한창 바쁜 사수들이 날아오는 적의 하픈을 하나씩 사냥

하고 있었다. 한국 해군의 미사일이 발사되자 즉시 공고급 유가이함에서

일루미네이터(미사일 유도장치)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유가이함은 2005년에

취역한 일본 이지스함으로 기존 이지스보다 업그레이드된 신형이었다. 일루

미네이터가 스탠다드 미사일에게 표적지시를 시작하자 스탠다드 미사일이 한

국해군에게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향해 발사되었다. 이지스는 한 대가 동시

에 16개, 2003년 이후에 건조된 이지스함은 32개까지의 대함 미사일을 요격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지스 시스템은 주변의 함대에 장착된 대공미사일까지

컴퓨터 네트워크로 통제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많은 대함미사일에 대한

방어가 가능하다 그러니 40여 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

이 없었다. 그리고 당연히 문제가 없어야 했다. 이지스함과 주변의 전함에서

발사된 대공미사일들이 하나씩 한국에서 오는 미사일을 잡기 시작했다.

그러나 잠시 뒤 노리부시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미사일 14대 요격

성공, 4대 요격 실패."

"미사일 추가로 14대 요격성공, 4대 요격 실패"

통제관의 보고가 이어졌다. "요격 실패?"

노리부시의 눈이 동그래졌다. "추가로 4대 요격성공."

"요격 실패라니?"

"이지스가 저 하픈들을 인식하지 않습니다."

8대의 하픈이 한치의 어긋남이 없이 일본의 공고급 구축함인 유가이 이지스

함에 명중했다. 미사일은 거의 동시에 또 너무나도 알뜰하게 다른 미사일이

맞은 곳은 피해서 골고루 때렸다. 뒤이어 연쇄 폭파가 이어지자 유가이는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였다. 배의 중간이 끊어지면서 유가이는 선두와 선미만

을 수면위로 남긴 채 바다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이, 이런...."

노리부시가 충격을 받고 있었다. 일본의 자랑거리인 이지스가 또다시 농락

당하는 순간이었다. 그보다 더한 충격은 그 다음에 이어졌다. "적의 미

사일입니다. 다시 총 40발입니다."

"뭐야? 그럴 리가?"

2007년 12월 18일 태평양"적기가 12시 방향으로 접근했습니다."

스즈키가 레이더를 보며 말했다. 배달의 전투편대가 일본함대가 밀집해 있는

해역의 상공에 다다른 것이다. 제 2편대를 지원하기 위해 다가오던 제 4편

대가 배달의 비행편대를 발견했지만 미처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전에 사정거

리를 거의 벗어나 버렸다. 일본의 함대를 발견한 듯 배달의 비행편대는

속도를 늦추었다. 한 때 마하 6.0까지 올라간 배달의 전투기는 어느새 마하

2.1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 함대가 있는 해역의 상공에서 배달의 전투기들

은 서로 산개하며 큰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일본함대에서 대공미사일이 발

사되었다. 함대를 호위하던 일본 전투기들도 요격을 위해 전투대형을 짜고

접근하고 있었다. "저 전투기 기종이 뭔가?"

후쿠다 해장이 물었다.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사람들이 자신을 쳐

다보자 머쓱해진 스즈키가 당황해서 더듬거렸다. "저, 저도 모르겠습니다

. 처, 처음 보는 기종입니다."

세계 각 전투기에 대한 지식이 특별하다고 소문난 스즈키까지 처음 보는 전

투기라는 말이 나오자 E-767에 탑승한 사람들 사이에선 왠지 불안감이 감돌

고 있었다. 배달이 아니 한국이 거북선 외에도 전투기까지 새로운 기종을 개

발했다는 말인가? 그럴 리는 없었다. 스즈키는 그렇게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

른 듯이 말했다. "저 어쩌면 저 비행기가 F-X일지도 모릅니다."

"F-X? F-X가 뭐야?"

후쿠다 해장이 묻자 공군 정보과장이 그 말을 받았다. "록히드사에서 개발

중인 무인전투기를 말하는 건가?"

"예 맞습니다. 아직 실전배치가 안되어 F-X라고 부르는데, 정확히는 개발 중

인 게 아니라 개발이 완료되어 지난 7월에 시험비행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록히드사에 한국인 박사가 두 명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그들

을 통해서 정보를 빼내 한국에서 만들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 빨리 만든단 말인가? 그것도 네 대씩이나?"

"F-X고 뭐고 필요없어! 80대가 4대를 못 잡을 리 없잖아?"

레이더를 보고 있던 후쿠다 해장이 소리를 질렀다. "아니 그런데 도대체

왜 격추를 못시키는 거야?"

레이더에서는 함대에서 쏜 대공미사일과 전투기에서 발사한 유도탄들이 어지

럽게 날아다니며 배달의 전투기들을 노리고 있었지만 배달의 전투기들은 유

유히 그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반면에 배달의 전투기들은 정확하게 한 대

한 대 씩 일본의 전투기들을 격추시키고 있었다. 잠깐동안 24대의 전투기들

이 격추되었다. 주로 배달에 대한 폭격을 임무로 맡고 있던 전투기가 당했다

. "이건 마치....."

스즈키가 레이더를 보며 뭔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어릴 때 오락실에

서 즐겼던 라이덴이나 1941을 보는 느낌이라고 말했다가는 크게 욕을 먹을

것 같은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공중에서 한참 전투를 벌이던 배달의 전

투기 네 대가 어느 순간 동시에 아래로 곤두박질 치더니 공중에 뭔가를 뿌리

고는 배달 방향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여러 대의 전투기들이 그 뒤를 쫓았지

만 소용없었다. "사령관님, 적기에서 뭔가가 뿌려졌습니다."

"뭔가? 폭탄인가?"

"그것이....폭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작고 가벼운 것 같습니다."

"빨리 정체를 밝혀!"

후쿠다 해장보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배달의 전투기가 공중에 무엇인가

를 뿌리고 가자 정작 당황한 곳은 중앙함대였다. 함대를 향해 떨어지고 있는

물체들이 육안으로도 보이기 때문이었다. 멀어서 형제는 보이지 않으나 작

은 점들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그 물체들은 한들한들 바람이 부는 대로 조

금씩 움직였다. "도대체 저게 뭐야?"

에가와 함대사령관이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해군들은 마

치 눈이 내리듯 함대를 향해 내려오고 있는 작은 물체들을 올려다보며 불안

감에 휩싸였다. 뭔지는 모르지만 저기에 맞으면 결코 좋은 일이 생길 것 같

지는 않았다. 이번주에는 토요일까지 쭉 글이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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