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제2차 태평양대첩 민주일보 2007년 12월 7
일자 기사중에서 [배달리포트] 1편 전 국민이 국회의원....직접 민주주
의의 나라본 지의 김민호 기자가 최초의 배달 주재 특파원으로 파견되어
오늘부터 배달의 소식을 전해주게되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바
랍니다. 기자가 배달에 온 것은 이 번이 통틀어 세 번째이다. 첫 번째는
배달 제1유전의 감정단과 함께 동행했었고, 두 번째는 일본의 침공이 있기
3일전 종군기자의 자격으로 배달에 방문했었고 이번에는 특파원자격으로 오
게 되었으니 나름대로 배달과의 인연이 깊다고 할 것이다. 인구 만 명도 채
되지 않은 조그마한 섬나라가 일본의 공격을 그야말로 가볍게 막아낸 비결
은 어디에 있을까? 그리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이 등장한 배달이라
는 나라는 어떤 사회상을 만들고 있는지 이 곳에서 배달 사람들과 함께 생활
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전하고자 한다. 기자는 이러한 일을 맡게 된 것
에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영광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배달은 한국에 비해 상당히 남쪽에 위치한 터라 12월인데도 그
다지 춥지 않은 날씨다. 아침저녁으로 조금 쌀쌀할 뿐 낮에는 반 팔이 훨씬
편한 곳이다. 그럼 여름에는 덥지 않을까? 배달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여
름도 크게 덥지는 않고 지금보다 2-3도 정도 더운 날씨가 계속된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한 마디로 살기 좋은 곳이라는 말이다. 필자가 배달에
와서 가장 감명깊은 모습은 정치의 날 행사였다. 정치의 날은 끝에 2가 붙
는 날로 매달 2일, 12일, 22일 이렇게 세 번인데, 저녁때 일을 마친 사람들
이 모두 '눈물의 광장'이라고 불리는 곳에서 모여 정치행위를 한다. 이날은
만 16세 이상이 되는 사람들은 누구나 참가하게 되는데, 전 국민이 모여서
입법활동을 비롯한 배달 내의 중요한 정책들을 심의 의결한다. 즉 대한민국
의 경우 국회의원들이 하는 일을 이 곳에서는 전 국민이 모여서 한다. 전 국
민이 국회의원인 셈이다. 물론 인구가 얼마 되지 않아서 직접 민주주의가 가
능했겠지만 부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필자가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
보다는 이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이나 수준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필자가 정
치의 날 저녁에 만난 사람들은 직업에 상관없이 모두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
았다. 건설회사에 다닌다는 김형학씨는 최근 정부가 신설하고자 하는 깨끗
한 바다를 가꾸기 위한 법률안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아래와 같이 피력했다
. "이 법률안이 통과하면 지금 시추중인 제 1유전과 제 2유전의 석유생산
방법을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 새로운 유전플랫폼을 건설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겠지요. 아마 우리 회사가 건설을 담당하게 될 텐데 개인
적으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일이니 반갑긴 하지만 우리의 세금으로 만든 지
얼마 안 되는 플랫폼의 설계변경과 재건설에 따른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 그리고 이 법이 통과하면 주말과 퇴근 후에 즐기던 스쿠버다이빙도 그 회
수를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깨끗한
바다를 위해서 결국은 정부의 정책에 찬성표를 던질 생각입니다."
한 평범한 회사원의 말이지만 이 사람은 자신의 입장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
에 대해서도 폭넓게 고민하고 있었다. 국회에 출석도 하지 않고 자신의 생
각과는 관계없이 당이 정한대로 표를 던지는 대한민국의 국회의원들이 좀 배
웠으면 하는 점이었다. 2007년 12월 8일 북쪽 섬 S지구 광장
하늘은 맑게 개었다. 김시백 통령을 위시한 배달 정부인사들뿐만 아니라 과
학부 소속 직원들과 건설회사 직원들 각 정부 근무자들이 대부분 참석했으며
일반 근무자들도 자신의 근무시간이 아닌 사람들이 모두 S지구의 광장에 모
였다. 23세기라면야 별 구경거리가 되지도 않을 것이고 큰 관심사도 아니었
겠지만 어쨋든 오늘은 21세기에서는 처음으로 시티형 우주정거장의 이륙체가
이륙하는 날이다.
우주정거장의 모체는 길이 16m 정도의 작은 우주선 모양이었다. 이것이 일단
우주에 올라가서 자리를 잡은 후 지상에서 각 부분별로 조립된 이륙체가 운
송되어 우주공간에서 도킹하여 계속 그 몸체를 불려간다. 8개의 이륙체가 모
두 올라가면 그 후에는 간이 화물선이 착륙할 공간이 만들어지며 그 때부터
우주정거장은 유인정거장이 되어 정거장 본연의 우주선 경유지 역할을 하게
된다. 그 후에는 화물선으로 자재만 올려보내면 나머지 건설은 우주정거장이
스스로 하게된다. 그러면서 점점 부피와 크기를 키워서 우주정거장은 수km
의 시티형으로 탄생하게 된다. 자재만 원활하게 공급된다면 총 완성에 걸리
는 시간은 6개월 정도였다. 완전히 완성된 우주정거장에는 주로 지구상에
서는 무중력과 진공 상태에서만 생산이 가능한 각종 신소재와 의약품 등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이 건설되다. 동시에 우주정거장은 각종 군함과 대형 선박
등을 만드는데도 활용될 것이다. "자! 여러분께서는 모두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국민의례가 끝난 뒤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모든 사람들이 자리에 앉았다.
이륙체의 발사는 21세기까지 다른 나라에서 발사하는 것과 같이 카운트다
운이나 강력한 폭발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다만 사회자가 발사될 것이라는
예고만 있었다.
"이제 신시성이 우주로 나아가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환송바랍니다."
사람들의 박수 속에 신시성의 첫 번째 이륙체는 사뿐히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파동역학과 양자역학의 절묘한 만남으로 완성된 추진동력으로 대
기권을 벗어나 자신의 자리에 안착하게 될 것이다. 10미터 정도 떠오른
이륙체는 쉴드에 덮였다. 다른 위성이나 레이더의 관측으로 보호하기 위해
서였다. 뒤이어 모체를 보호할 무장 소형위성이 따라서 이륙했다. 우주공간
에 나간 소형위성은 신시성을 중심으로 공전운동을 하면서 신시성을 보호하
게 될 것이다. 이륙체는 건설에 어느 정도 진행을 보일 때까지는 스스로 방
어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우주정거장은 경유
지로서의 역할을 시작하면 달과 지구의 중간 위치에서 지구를 중심으로 공전
하게 된다. 더 먼 우주를 위한 두 번째 우주정거장의 경우는 태양과 반대쪽
에 위치하게 된다. 그럼으로써 목표로 하는 천체와의 거리를 측정하고 운송
계획 등을 수립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완성전의 우주정거장은 계속 지구
에서 보내는 명령을 수신하기 위해서 정지궤도를 돈다. 그러나 일반적인 정
지궤도가 지구자전과 같은 공전주기를 갖기 위해서 적도상공에 위치하는 것
이 일반적이지만 23세기의 위성기술은 적도상공에 위치할 필요가 없었다. 지
상의 관제소에서 위치정보를 주면 마치 사과에 보이지 않는 포크를 찍어놓은
것처럼 위치가 고정된다. 물론 기상상태를 고려해서 예비용관제소가 필요한
것이 단점이긴 했다. 이렇게 배달의 첫 우주정거장이자 인류의 첫 도시
형 우주정거장의 발사는 소리 없이 배달인외에는 누구도 모르게 실시되었다
. 2007년 12월 10일 일본 수상 관저수상은 요란하게 울리는 전
화기 소리로 인해 잠에서 깨어났다. 전화벨소리가 꿈속까지 파고든 것처럼
꿈과 생시가 묘하게 교차하는 순간에 퍼뜩 정신을 차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수상의 목소리는 짜증이 한참 섞여 있었다. 요즘같이 되는 일 하나 없는 때
에 아침잠까지 방해받고 보니 좋은 목소리가 나올리 없었다. "주무시다가
깨셨습니까? 곤하게 주무시는 데 제가 깨운 것 같군요. 죄송합니다."
상쾌한 여자목소리였다. "누구요?"
수상은 잠이 덜 깬 소리로 물었다. 통통 튀는 여자의 맑은 목소리를 들으니
조금 짜증은 가셨지만 기분이 안좋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예, 저는 배
달군 소속 강하경 소령입니다."
"뭐요?"
"다름아니라 보내 주신 배상금은 잘 받았다고 전해드리기 위해서 전화드렸습
니다."
"뭐? 뭐야?"
"그런데 받다보니 원래 저희가 제시한 배상금보다 조금 더 왔더군요. 그래서
조금전 수상님 통장으로 거스름돈을 입금시켜 드렸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그럼 조금 더 주무시지요. 출근시간까지는 아직 좀 남았네요"
전화 속 목소리는 자신의 말만 하고 끊었다. 수상은 전화기를 내려놓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방금 전화 받은 게 꿈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방금
전화 받은 내용이 무슨 소리인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배달국에 배상금을
지급하다니 그런 일이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전화는 배상금을 받
았다고 하지 않는가?
"장난전화인가?"
수상은 일어나면서 하품을 하다가 깜짝 놀랐다. 자신이 방에는 장난전화가
걸려올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수상으로서 비록 관저에 있는 시
간은 사적인 시간이긴 하나 모든 전화는 비서실에서 먼저 받고 연결하게 되
어 있었다. 수상은 황급히 가운을 찾아 걸쳤다. "무슨 전화예요?"
침대에서 아내가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아니오, 아무 것도. 조금 더 주
무시오."
그러나 전형적인 일본의 아내인 후사꼬는 일어나 옷을 챙겨 입었다. 평상시
남편 보다 먼저 일어나는 그녀지만 지금은 평상시 그녀가 일어나는 시간보
다 훨씬 일렀다. 남편이 일어났는데 계속 침대에 있을 후사꼬는 아니었다.
특히 요즘은 남편의 심기가 많이 불편한 때 아닌가?
수상은 가운을 입은 채로 관사의 옆에 따로 지어져 있는 건물로 향했다. 부
속실은 그곳에 있었다. "방금 걸려온 전화는 어디서 온 거지?"
부속실을 지키던 직원이 수상이 들어오자 황급히 일어나서 인사를 하다가 그
말을 듣고 눈이 동그랗게 되었다. "전화말씀이십니까? 오늘 아침에는 걸
려온 전화가 한 통도 없습니다." "뭐야? 방금 내가 침실에서 전화를 받았
단 말이오. 그게 무슨 말이야?"
"확인해 보겠습니다."
다시 컴퓨터 앞에 앉은 직원이 잠시 뒤 깜짝 놀란 목소리로 수상에게 말했다
.
"각하! 이런 일이 4시 55분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런데 여기를 통하지
않고 바로 들어 간 모양입니다. 여기서는 아무런 전화를 받지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교환기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수상이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역시 꿈은 아니었다.
"어디서 걸려온 거요?"
"NTT(일본통신) 제 76교환국입니다. 국제전화를 담당하는 곳입니다."
"비서실장을 부르시오."
아침 일찍 호출당한 비서실장은 수상으로부터 이상한 명령을 받았다. 정부
부서 중에서 배달 쪽으로 30억달러 조금 넘는 돈이 빠져나간 곳이 있는지 찾
아보고 보고하라는 명령이었다. 비서실장은 일단 국가예산을 관리하는 예산
성와 내무성, 외무성 등의 계좌를 일일이 뒤졌다. 전문적인 해킹을 시도한다
면 정부계좌에서 돈이 빼내 다른 계좌로 입급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일도 아
닐 것 같았다. 아직 공식적으로 피해사례가 보고된 적은 없으나 얼마든지 상
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어쩌면 금융기관에서 이런 피혜를 당하더라도 숨길
뿐이라 일반인들이 잘 모를 뿐 실제로 일어남직한 일이다. 그러나 전 정부
부서의 계좌를 확인해 봤지만 돈이 빠져나간 계좌는 단 한 곳도 없었다. 게
다가 30억 달러는 각 부처의 독립적인 예산으로는 상당히 큰돈이었다. 일본
돈으로 환전하면 무려 4천억엔에 이르는 돈이었다. 몇몇 부서는 1년 부서 예
산을 다 합쳐도 그만한 금액이 되지 않았다. 비서실장이 금융통제부 전
산기밀실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데 수상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아직도 못
찾았오?"
"예, 각하. 아무래도 장난전화 같습니다만."
"장난이 아니오. 아침에 전화로 그 여자가 거스름 돈을 내 계좌에 넣었다고
해서 내 계좌를 확인해봤는데 배달이라는 이름으로 10엔이 송금되어 있었소
. 10엔이요. 10엔."
수상의 목소리는 분노로 떨리고 있었다. "빨리 찾아보시오."
"예, 각하"
전화를 막 끊으려고 하는데 수상이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잠깐만, 비서실장. 군 쪽을 찾아보시오. 그 여자가 자신이 소령이라고 했소
. 어쩌면 군에서 빼갔을 지도 모르겠소."
"예, 알겠습니다."
다시 군 예산 쪽을 찾아 봤으나 역시 허사였다. 육군, 공군, 해군 할 것 없
이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고 있었지만 계좌의 돈은 전혀 이상이 없었다.
아침 9시 집무실에서 비서실장으로부터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은
수상은 그럴 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있었다. 어쩌면 배달은 민간은행의
돈을 해킹 해 간 것일 수도 있었다. 수상은 어쨌든 어디선가 날벼락 같은 보
고가 올라올 것이라고 믿고 그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보고는 9시 7분
에 올라왔다. 새벽 단꿈에서 깬 지 4시간 12분 만이었다.
"수상각하, 해군막료장입니다."
고바야시 해군 막료장이었다. 역시 해군이었다. 해군막료장의 전화를 받자마
자 수상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말씀하시오."
"예, 아직 확인된바가 아니라 뭐라 말씀드리긴 곤란합니다만..."
고바야시의 입술을 꼭 모으고 눈을 부릅뜬 표정이 마치 보이듯 떠올랐다.
"빨리 말씀하시오."
"예, 각하 실은 토요토미가 네시간 째 행방불명입니다."
수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수화기 너머로 고바야시가 열심히 뭐라고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다.
"지금, 교신이 안되고 있지만 열심히 찾고 있습니다. 설마 항모가 침몰했을
리는 없고, 조금만 기다리시면 교신이 재개될 것입니다....."
그러나 수상은 더 이상 그 얘기를 듣고 있지 않았다. 그제서야 배달이 전
쟁배상금으로 가져간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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