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49화 (49/83)

[email protected])=+=                  (14) 대동강의 눈물 (14

) 대동강의 눈물 ⑦ 2007년 12월 5일 한국방송사 편성국 "정말

훌륭한 작품이야. 6mm로 찍어 화질이 좀 안 좋은 게 흠이지만"

원고를 손에 들고 모니터를 보던 안국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혼자서 중얼거렸

다. 목소리마저 약간 잠기었다. 조금만 슬픈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눈물을

글썽이는 안재섭 국장이 "대동강의 눈물"을 모니터하고 있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한 마디도 하지 않던 안국장이 눈가에 맺힌 눈물을 혹시 한

세연이 볼까 가리면서 목소리를 다시 가다듬고 말했다. 프로그램의 화질은

일반 ENG나 HD 카메라로 찍은 것에 비해 당연히 많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건

별 문제가 안되었다. 배경이 북한이란 것이 그런 단점을 보충하고 남았다.

"이게 평양에서 찍은 것으로 만든 작품이요? 이름이......"

"한세연입니다."

"아! 한세연, 학생이랬죠? 학생이 평양에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전에 뉴

스로 한 번 본 적이 있었소. 이게 그 대 북한에서 방송된 그건 아니겠지? 설

마."

"예. 아닙니다. 다시 편집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 이런 그림을 촬영하는 걸 그냥 보고만 있던가요? 우리도

북한에서 프로그램 몇 개 만들었는 데 하도 간섭이 심해서 PD들 불만이 많았

거든."

"중앙방송사에서 도와준 분이 계십니다."

"아 그래요? 좋구만."

안국장이 원고를 보면서 말했다. 그러나 딱히 원고를 읽는 것은 아니었고 뭔

가 생각에 빠진 듯한 표정이다. 세연은 1주일간 편집과 수정을 거쳐 직접

프로그램의 원고를 작성해서 방송국에 가지고 온 것이었다. 이미 북한에서

세연의 프로그램이 방송된 것을 알고 있던 방송국에서는 그렇지 않아도 그

프로그램을 구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본인이 직접 가지고 와서 반갑게 생각

하던 중이었다. 그런데 세연이 가지고 온 것이 북한에서 방송된 것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프로그램이라 안국장은 조금 당황하고 있었다. 북한에서 이

미 방송된 것을 조금 수정해서 방송하는 것은 별로 문제가 없었다. 이미 통

일원에서 보고가 된 내용이고 북한에서 프로그램이 방송될 당시 한국방송사

에서도 그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가지고 있던 중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

의 경우 남북 관계에 조금 문제가 생길 것 같기도 했다. 일단 이 프로그램을

북한이 본다면 북한의 반응은 안 봐도 뻔했다. 모처럼 만에 화해무드가 조

성되고 있는 남북 간에 또 마찰 거리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

만 그건 정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고"

안국장이 책상을 탁 치면서 말했다. 느닷없이 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세연이

깜짝 놀랐지만 주변의 다른 사람들은 항상 있는 일이라는 듯 한 번 웃고는

자기일에 몰두했다. "방송합시다."

안국장의 말을 듣고 세연의 얼굴이 대번에 밝아졌다. "강성호씨 우리 다큐

멘터리 외주제작비 기준이 얼마지?"

책상에 앉아 있던 사람이 돌아보며 말했다. 순식간에 세연이 찍은 프로

그램을 한국방송사에서 구매하기로 결정되었다. 구매가격은 세연이 생각한

금액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각 방송사는 외주제작비율을 일정 수준이상 확

보해야 되는 상황이라 세연이 만든 프로그램은 방송사 입장에서 볼 때 여러

모로 도움이 되었다. "좋아요. 그런데 조건이 있어요. 시청율이 좋은 시

간대에 편성해 주세요. 너무 늦은 밤 말고요."

"A시급에 편성할 겁니다. A타임이면 SA타임보다는 못하지만 상당히 좋은 시

간이요. SA타임은 하루에 세 시간밖에 안됩니다."

SA나 A급 B급 C급은 방송이 나가는 시간을 기준으로 프라임타임의 등급을 매

겨놓은 것이다. 등급에 따라 광고비가 다르고 당연히 프로그램 제작비도 달

랐다. 안국장이 A시급이라고 얘기한 것은 밤 11시를 말하는 것인데, 저녁시

간에 외부활동이 많은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을 놓고 볼 때 오히려 SA급보다

집중적인 시청율을 올릴 수 있는 시간대였다. 잠시 세연을 쳐다보던 안

국장이 말했다. "몇 학년이죠?"

"3학년입니다."

"졸업까지 아직 1년 남았군. 졸업 후 진로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바가 있습

니까?"

"방송사에서 PD로 일하고 싶은 희망이 있습니다."

안국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곧 공채가 있긴 한데 자격이 아직 안 되는군요. 내년 2월 졸업예정이 되어

야 하니까, 대신 계약직으로라도 일하고 싶으면 내일 당장이라도 일을 시작

할 수 있습니다.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공채에 응시하는 것도 가능하니까 내

년 공채 때까지 계약직으로 일하면 되지 않겠어요?"

"정말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이런 프로그램만 계속 만들어 주면 내가 하루종일 업고 다

니겠소."

두 사람이 소리내어 웃었다.

사람좋게 웃던 안국장이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

"혹시 이 다큐멘터리 성우를 누구로 할지 생각해 둔 사람이 있습니까?"

"아뇨. 특별히 생각한 사람은 없는데요. 이수연씨나 권희숙씨 같은 분이 이

원고를 읽어 주시면 영광이라고 생각해요."

"이수연씨, 권희숙씨, 좋지. 결국 여자 성우를 생각한 거군요?"

"예. 여자가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한세연씨가 한 번 해보는 게 어때요?"

"예? 제가요? 전 그런 걸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는데요?"

"압니다. 전문 성우처럼 매끄럽게 읽지는 못하겠죠. 대신 훨씬 사실감 있고

생생한 목소리가 될 것입니다. 같이 얘기를 하면서 문득 생각한 거긴 한데

직접 북한에 가서 찍은 사람의 목소리가 담긴 이야기, 훨씬 호소력있는 프

로그램이 될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이 프로그램 제작담당자는 한세연씨니까

본인이 결정하겠지만 이건 프로그램 제작을 꽤 많이 해 본 선배로서의 조언

이라고 생각하세요. "

잠시 생각한 세연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한 번 해볼께요.

대신 하다가 안되면 다른 분 좀 소개 부탁드릴께요."

2007년 12월 6일 배달 장관급회의"첫번째 안건은 한국에서 정식 외교관

계의 수립을 요청해 왔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정장관이 설명하겠습니다."

회의를 주제하는 김시백 통령이 말을 받은 외무부장관인 정학재가 설명을 했

다.

"예, 대한민국은 내년 1월 1일을 기해서 대한민국과 배달공화국의 대사급 외

교관계 수립을 제안했습니다. 양국에 상호 대표주를 설립하고 정치, 경제,

민간 부분의 교류를 제안했습니다."

그러자 누구나 할 것 없이 그에 대한 찬성의 의견을 표명했다. "이제 대사

관을 설치할 때도 되었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대한민국을 도울 때가 되었지요."

"대사를 누구로 임명해야 되죠?"

"대사관 건물을 건설할 팀부터 보내야겠군요."

여러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대사관 직원들을 구성하면서 정치부분, 경제부분

, 문화부분 등을 고려하다보니 필요한 대사관 직원 수가 50명이 넘어서고 있

었다. 인구가 만 명도 안되는 국가가 외국에 대사급 외교부를 설치하고 50명

이 넘는 직원들을 파견한다는 게 국제사회에서 볼 때는 기형적인 인원구성인

것 같았지만 배달인들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타임머신

을 이용해 21세기로 온 목적이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과 우리 민족을 위한 미

래의 건설이 아니었던가? 배달민들은 배달섬 내 공식행사에서 아침마다 애국

가 제창을 하는 한국인들이다. "문제는 배달공화국을 개방해야한다는 겁

니다."

비서실장 겸 정보부장인 준영이 말했다. "그렇지. 배달 내에도 한국대사관

을 만들어야 할 것이고."

"뿐만 아니라 한국 국적의 2개 항공사가 거의 동시에 배달공항의 취항을 신

청했습니다." 한국 국적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사가 주 1회씩 공식항

로를 결정하고 취항을 신청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배달에 오겠다는 사람

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안 그래도 배달에 대한 호기심이 워낙 증대된

데다, 한국사람들 사이에 배달섬이 휴양지로 좋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배달

에 방문하려는 사람들의 문의가 항공사나 여행사에 빗발치는 모양입니다."

아직 배달은 한국사람이나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에게도 자유롭게 방문할 문

호를 개방하지 않고 있었다. 엄격한 비자발급으로 제한적으로 방문을 허용하

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러나 섬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는 상태라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것이었다. "그래서 섬을 둘로 나누어서 운영

하는 방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섬의 북서쪽 일부분을 운하를 만들어 분리

하고 그곳에 섬의 핵심 과학시설과 군사시설, 정보 및 보안 시설 등을 운영

하는 것입니다. 그 나머지 부분들은 방문객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부분으로

조성하는 것입니다. 즉 남쪽 섬을 개방함으로서 배달의 앞선 기술을 단계적

으로 방문객들을 통해 제공하고 나아가 기술보급의 전초기지로 만드는 것입

니다."

현실적인 부분에도 무리가 없었다. 이미 중요시설들이 섬의 북쪽지역에 위치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었다. 다만 외부적으로 공개될

정부청사를 남쪽 지역의 섬에 새롭게 건설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으나, 이것

도 확대된 정부 조직 변화로 인해 이미 확장이 필요한 상황이라 건설 위치만

남쪽섬으로 정하면 될 것이었다. 이날 장관급 회의에서 대한민국과의

대사급외교관계의 수립과 [두개의 섬] 프로젝트의 기본 안이 결정되었으며

한국 국적 항공사의 배달공항 취항이 결정되었다.

동시에 지금까지의 1주일 이내의 단기비자만을 발급해왔으나 오래 전부터 특

파원 파견을 추진해온 민주일보의 요청을 받아들여 특파원 김민호 기자의 장

기 비자가 승인되었다.

다른 언론사들의 특파원에 대한 비자는 정식 외교관계가 수립된 후 심사하기

로 했다. 대사급 외교관계가 수립되면 비자발급에 관한 사항도 한국과 배달

간의 협약이 필요하게 될 것이었다. 2007년 12월 6일 유다주 어느

곳카인 박사는 잠이 든 천사들의 모습을 찬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이

들의 최대 단점은 잠을 많이 잔다는 것이다. 물론 가공할 훈련과 약물투여

신경조작 등을 이들의 몸이 이겨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카

인박사는 잠이든 천사들의 몸에 연결된 링거에 일일이 주사바늘을 꽂아 약물

을 투여하는 중이었다. 투여해야 할 약물은 성장촉진제, 근육 강화제, 심폐

기능 강화제, 신경반응 촉진제 등 8가지나 되었다. 이들 약물은 이들의 전투

력을 극대화시킬 것이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많았다. 이들은 음식이나 물을

먹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은 상태로 1주일이상을 최상의 전투력을 유지할 수

있으나, 동시에 한번 잠이 들면 활동시간의 두 배 이상의 시간 동안 잠에

빠져들었다. 만약 1주일간 잠을 자지 않고 작전에 투입된다면 그 이후에는

두 주 이상 잠을 자야했다. 또한 대부분의 약물이 향정신적 반응을 보이는

것이어서 정신적으로도 심각한 문제를 안게될 것이다. 약물에 대한 부작용

과 비정상적 성장으로 인해 이들의 수명은 20세를 넘기 힘들 것이다. 이들

은 태어날 때부터 전사로 길러졌다. 병원에서 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시온이

이들을 빼돌려 단시간에 전사로 키운다. 이들의 체격은 거의 성인남성의 평

균보다 컸지만 이들의 나이는 불과 14-5세에 불과했다. 이 때부터 18-9세까

지 최상의 전투력을 보이다가 20세가 되면 수명을 다한다. 죽음에 대한 공

포나 육체적 고통이 없기 때문에 이들은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고 사로잡히

는 일 따위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 사로잡힌다고 하더라도 누가 자신들에게

명령을 내리고 자신들을 통제하는 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뒷일을 걱정할 필

요도 없었다. 이들의 주요 목적은 요인암살이었다. 시온이 일본의 닌자

를 모델로 해서 계획한 프로젝트였다. 카인은 시온의 지시로 오랫동안 이들

을 길러내는 데 세월을 보냈다. 처음에는 실패도 많았다. 실험실 곳곳에 실

패한 케이스가 해부된 채로 자료가 되어 비이커 안에 보관되어 있었다. 이들

은 1기 천사들 중 성공한 다섯명이었다. 시온은 이들에게 다섯명의 천사 이

름을 부여했다. 제 2 육성관에서는 30명의 2기 천사들이 육성되고 있는 중

이었고, 얼마 전에 103명의 아기들이 제 6기 천사들이 되기 위해 세계 각 국

에서 모집되어 연구소로 실려왔다. 지금 도착한 아기들은 일단 7세가 될 때

까지 인큐베이터 안에서 성장 촉진제와 영양제를 맞으면서 아무런 의식이 없

는 상태로 잠을 자면서 성장하게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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