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대동강의 눈물 오늘 내용은 원래 전쟁개시 전 들어갈
내용이었는데 하도 빨리 전쟁을 일으키라는(?) 독자분들의 성화에 깜박 빠
뜨린 내용이라 지금 올립니다. (13) 제 1차 태평양대첩 - 추가
2007년 11월 1일 오후 2시(뉴욕시간:일본시간 2일 오전 5시) UN 안정보장
이사회 상임이사회주UN 일본대사 가또 스즈미는 얼굴이 붉어진 채 부들
부들 떨리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일본함대가 배달국을 공격할 시간이 임박
했다. 가또는 지금 한참 단호한 표정으로 연설을 하고 있는 미국대사의 얼굴
을 도저히 못 믿겠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이건 음모야!'
가또는 하마터면 소리내서 그렇게 외칠 뻔했다. "그래서 우리 미합중국
은 평화와 자유를 수호하는 신성한 유엔의 의무에 따라 일본에 대한 각종 제
재조치를 요청하는 바이며, 신생국이며 상대적 약자인 배달에 대한 일본의
부당한 공격을 억제하기 위해 군사력의 사용도 검토할 것입니다."
미국대사는 한 치의 머뭇거림없이 거침없이 준비한 원고를 모두 읽고 자신의
의자에 등을 기댔다. 일본은 배달공격에 대해 미국과 밀약이 있었다.
그 밀약을 이렇게 저버리고 마는 것이다. 가또는 미국대사에게 다급한 표정
으로 말했다. "아니 동북아의 문제는 동북아 국가들의 의지로 스스로 해결
해야 한다고 하던 원칙은 어디 갔소? 특히 해당 유전이 일본의 소유라면 공
동 개발할 의사가 있다고 하지 않았소?"(아니 약속이 틀리잖아? 공동개발 조
건으로 배달 침공을 인정하겠다고 했잖아?)
가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최대한 외교격식에 맞게 표현했지만 상임이사
국들은 순간 두 나라 사이에 어떤 밀약이 있었음을 눈치채고 말았다. 두 국
가 사이의 밀약을 다른 나라들에게 밝혀진다면 두 나라 모두 치명적인 오명
을 쓸 것이지만 가또는 이미 제 정신이 아니었다. 이렇게 된 바에야 미국을
물고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입니까? 두 국가 사이에 뭔
가 이면계약이 있었던 거요?"
중국대사가 그러면 그렇지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중국은 예전부터 이 전쟁의
흐름에 한 자리 끼고 싶어서 틈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일본대사께서
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미국대사가 당당한 표정으로 일본대사의 말을 무시했다. "동북아의 문제는
동북아의 국가들 자율적인 노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했지 이런 비도덕적인
전쟁을 일으켜도 된다고 한 적은 없소. 그리고 그 유전이 일본의 것이라면
당연히 일본과 공동개발할 의사가 있다는 말이지 그 유전이 일본 것이라든
지 일본 것이 되면 좋겠다는 의미는 아니요. 그 유전이 배달 것이니 미국은
배달과 유전을 공동개발할 의사가 있소." 가또는 미국대사의 뻔뻔한 말
을 듣고 일본이 함정에 빠졌다는 것을 알았다. 일본이 배달을 공격하면 미국
이 배달을 지원하겠다는 말이다. 그것도 절묘한 타이밍이다. 그제야 가또는
미국이 유엔상임이사회의 개정시간을 이 시간으로 정했는 지 알았다. 가또
는 그냥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지만 미국은 일본의 D-day와 T-time을 이미
첩보를 한 것이었다. 본토로 연락해 일본의 공격을 중지시키기엔 이미 시간
이 늦었다. 일본이 배달을 치면 이후에 간섭을 통해 이익을 얻고자 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이미 이를 예상하고 군을 배치했겠군요?"
"세계평화를 위해 만약의 경우을 대비해 이미 배치가 되어 있소."
가또는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일본뿐만 아니라 상임이사를 맡은 국가들의
대사들도 미국의 의도를 알게 되었지만 달리 미국의 논지를 반박할 수는 없
었다. 명분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일이 자국의 이익과 어떤 관
계가 있을 지에 대해 열심히 계산하고 있었다. "그럼 안건에 대해 빨리 표
결을 하기로 합시다."
가또가 안건 처리를 서둘렀다. 빨리 이 안건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일본에 연
락해서 대처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러나 의장국을 맡은 미국
의 대사는 전혀 서두르고 싶지 않은 게 분명했다. 미국으로서는 일본이 충분
히 세계인이 분노할 만큼 일본이 배달을 짓이겨 줄 시간이 필요했다. 가또는
자리를 뜨지도 못하고 있었다. 지금 가또가 퇴정하면 일본에 대한 유엔의
제재조치는 거부권 없이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았다. 아니 가능성이
높은 정도가 아니라 무조건 그렇게 될 것이다. 가또는 초조하게 회의진행을
빨리 하자며 재촉하는 것 외에 달리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두시간 가까이 진행된 회의 끝에 거부권을 행사하고 회의장을 빠져나온 가또
는 급하게 일본에 연락을 취했지만 가또가 들은 것은 일본의 참담한 패배 소
식이었다. (14) 대동강의 눈물 ①2007년 11월 3일 배달 통령
집무실김시백 박사는 자신의 집무실에서 한잔의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21세기에 와서 첫 번째 치른 전투였다. 5,000명 가까운 젊은이들이 목숨
을 잃었다. 비록 적이기는 하지만 안타까운 일이었다. 사실 일본이 자국의
해경을 공격하는 자충수를 두기는 했지만 일본과의 전쟁은 이미 배달에서 준
비한 것이고 일본을 전쟁에 끌어들이기 위해 배달에서 계속 일본을 자극한
것도 사실이었다. 애초에 암담한 전쟁과 인간말살이 이어지는 역사를 바로잡
기 위해 시간이동을 한 것인데 막상 23세기에 지겹게 겪어왔던 전쟁을 21세
기에 와서도 계속되는 것 같아 김통령은 가슴 한 곳이 답답해짐을 느꼈다.
노크를 하고 준영이 들어왔다. "박사님, 찾으셨습니까?"
"아, 준영군 어서 오게. 같이 커피나 한 잔하려고."
"향이 좋군요."
준영이 한 줌의 원두를 집어 커피메이커에 넣자 순식간에 커피가 만들어져
나왔다.
"미국 쪽 움직임은 어떤가?"
"일단 출동했던 항모들를 기지로 철수시켰습니다. 이번 결과는 미국에게도
상당한 충격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온파의 수족들이 바로 소집된 것을 보면
요."
"시온 마스터의 검색은 아직 진행되고 있나?"
"목소리 대조작업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습니다. 미국인들 인구도 많고 1차
후보군 1700만명을 모두 검색했는데, 동일인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60명
정도 나왔습니다. 지금은 그 60명의 정밀감시에 들어갔는데 지금 잠정적인
결론은 60명 모두 시온 마스터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혹시 그럼 시온 마스터가 미국인이 아니라는 얘기인가?"
"그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만, 처음에 우리가 후보군으로 세운 30대 이상의
백인남자라는 샘플을 다시 점검할 필요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 어떻게 보
면 목소리 대조작업이라는 방법이 너무 무식한 방법이었다는 생각도 들고요
."
"시온파의 회의는 철저히 오프라인이라 해킹 방법이 없는데다 사용하는 전자
장비는 스피커와 마이크가 유일합니다. 위성감시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그들
은 굉장히 조심성이 많습니다. 제 생각에는 시온파가 가진 과학기술이 지금
인류에게 밝혀진 과학기술의 수준을 한 단계 앞서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 말은 그들도 미래에서 왔다는 말인가?"
"저도 그 생각을 해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고, 이미 오래 전에 그들은 한 차
원 높은 과학수준을 가지고 있는 데, 세상에 그걸 한꺼번에 내보이지 않고
조금씩 그 기술을 발표하면서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라도 있나?"
"예, 예를 들면 인텔의 경우 처음에 8비트 컴퓨터로 시작한 PC를 거의 해마
다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 시켜서 판매했습니다. 288급 프로세서가가 나오고
10년도 안되어 팬티엄급 프로세서가 개발된 것인데, 이건 매년 조금씩 한
단계 나은 사양이 개발되었다고 보기엔 조금 이상하죠. 288급 프로세서가 보
급될 때 이미 팬티엄 그리고 그 이상의 사양이 이미 개발되어 있었을 겁니다
. MS사의 윈도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세서가 업그레이드 될 때마다 준비
한 듯이 새로운 등급의 윈도우를 출시했죠."
"그래서 이미 그들은 지금 알려진 것보다는 한 발 앞선 기술을 이미 확보하
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군?"
"그렇습니다. 시온파는 항상 자신이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그것을 독점하
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항상 앞선 기술을 연구하고 수집하는 체계를 갖추
고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그것을 독점하고, 그 때까지 독점하고 있던 기술
을 마치 새로 개발한 것처럼 발표하는 그런 과정을 거쳐 온 걸로 봅니다."
"하루빨리 그들의 정체와 현재 기술수준, 조직을 알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
같구나."
"예, 조직도 점 조직으로 되어 있어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시온파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비밀결사였다. 준영 등이 살던 23세기
에서도 그 존재가 있다는 것만 알려져 있었을 뿐 그 실체는 밝혀지지 않고
있던 것이다. 노튼사의 실질적인 배후라는 정도만 알려졌다. 200년이나 앞선
기술을 가진 노튼이 21세기에 와서 손을 잡은 것이 시온인데 거꾸로 그 노
튼을 전면에 내세우고 뒤에 숨어 실세를 형성한 것이 시온이니 그 힘을 무시
할 수만은 없는 것이었다. "일본은 아직 전쟁을 포기하지 않겠지?" 김
통령이 화제를 바꾸었다. 지금의 배일전쟁과 앞으로 진행할 세계경영의 실
질적인 기획자이기도 한 준영이 대답했다.
"포기하지 못하도록 해야죠. 이미 필요한 조치를 취해놓았습니다."
"음, 가능하면 인명피해가 적었으면 좋겠구나."
"그렇죠. 그렇게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희생의 규모는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미래의 더 큰 희생을 막기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합니다."
인류는 앞으로 200년간 최소한 28억의 생명이 전쟁으로 희생당하게 되어 있
었다. 그것은 정말 이상하게도 노튼이 과거로 온 첫 번째 반복역사에서 무려
33억의 희생자들 냈는데, 노튼이 역사를 왜곡시키기 전의 원래 역사에서도
28억이 전쟁으로 희생당한 것이다. 핵이 사용된 전쟁만도 4건이었고, 방사
능 위험 없이 핵보다 더 살상력이 강한 광자탄이 만들어진 이후 핵은 폐기되
었으나 광자탄은 더욱 위험했다. 광자탄은 11번 사용되었는데 단 1번의 광자
탄 사용에 희생된 사람은 이전 핵탄두 4개에 희생된 사람보다 더 많았다.
배달은 광자탄 기술이 인류에게 개발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다. 현재 광
자탄 기술은 네 단계로 압축되어 보관되어 있다. 이 파일의 압축을 풀기위해
서는 각 압축단계마다 패스워드가 필요한데 준영과 김박사가 패스워드를 교
차로 두 개씩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각 압축이 이루어진 후 6시간이 지나야
다음 단계의 압축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어 총 24시간동안 두 사람이 같이
있어야 완전한 파일이 복구되도록 안전장치를 해 두었다. 광자탄은 그만큼
위험한 것이었다. 김시백 박사는 배달의 중요 정책 입안과 설계자로서
준영의 능력을 높이 인정했다. 준영은 김시백 박사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사
람을 조직화시키고 통솔하는 능력을 존경했다. 이런 보완적인 관계로 준영은
이미 김시백 통령의 가장 중요한 참모가 되어 있었다. "내가 준영군을 부
른 건 비서실을 신설하려고 하는데 그곳의 책임자가 되어 주도록 부탁하려고
불렀네."
준영은 느닷없는 통령의 요청에 잠시 머뭇거렸지만 곧 흔쾌히 수용했다. 강
하경 정보부장이 군으로 되돌아 간 뒤 실질적으로 정보부를 이끌고 있었지만
이미 비서실장 직책만 없었을 뿐 이미 그에 해당하는 일을 해오고 있던 터
라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통령님."
"그리고 자네가 맡고 있는 정보부도 비서실 산하에서 관리하도록 하게나"
결국 둘 다 맡으라는 말이었다. 준영은 그것도 수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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