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제 1차 태평양대첩 (13) 제1차 태평양대첩 ⑦
"현자포, 명중입니다. 아사기리 침몰!"
우경민 소위가 외쳤다. 뒤 쪽에서 누가 '아싸 기리기리, 아싸 기리기리'
하며 고개를 까닥까닥 거리며 흥얼거렸다. 그걸 듣고 옆에 있던 병사들이
킥킥거렸다.
"누가 장난치고 있나? 우린 지금 전쟁하고 있다. 이넘들아."
조승태 소령의 호통에 모두 움찔하며 조용히 자신의 임무에 열중하기 시작했
다. 하지만 수병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모두 23세기에서 일
본과 치열한 전투를 치르고 살아남은 병사들 아닌가? 지금가지의 전투에 비
해 너무나 만만해진 일본을 상대하니 절로 긴장이 풀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 그러나 21세기 하픈도 파괴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배달국의 배들이 모두
우드파이트로 만들어져 강도가 높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몇 대 맞으면 침몰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승태 소령의 호통에 수병들은 다시 군기를 되찾아
가고 있었다. "하픈, 코브웹 사정거리까지 10초전!"
일본 해군이 발사한 하픈이 전방 10여km까지 접근한 모양이다. 코브웹 운용
병이 다시 한 번 코브웹이 자동모드가 되어있는 지 확인했다.
"하픈, 코브웹 사정거리까지 5초전!" 코브웹이 딩동 소리와 함께 발진준비
가 되었음을 알렸다. "하픈, 코브웹 사정거리 진입!"
순간 배달국 구축함 TT-165에 장착된 코브웹이 발사되었다. 피라미드 모양의
작은 알갱이들이 12,000개가 순식간에 전방 10km까지 뻗어 나갔다. 하픈들
이 알갱이에 부딪혀 공중 폭발하기 시작했다. 하픈들이 폭발하며 만든 불기
둥이 순간 바다와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코브웹 운용을 나타내는 모니터
에 찍혀있던 12,000이라는 숫자가 11,209개를 가리켰다. "코브웹 회수."
코브웹 알갱이들이 다시 구축함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발사될 때와는 달리
돌아올 때는 상당히 속도가 떨어진 상태로, 발사된 구축함의 앞쪽 회수관을
통해 들어오고 있었다. 코브웹은 발사될 대는 초속 1km의 속도로 직진운동
을 하면서 고체와 부딪히면 폭발하게 되지만 회수시에는 마치 자석이 이끌리
듯 초속 40m의 속도로 회수되면서 다른 물체와 부딪혀도 폭발하지 않는다.
코브웹은 상대방이 쏜 미사일을 잡아내는 방어용 대공미사일이지만 발사와
회수를 반복하면서 12,000발의 코브웹이 모두 소진될 때까지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현자포 1발 장전!" 한편, 다카노 일등해장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
에 혼비백산하고 있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이지스 시스템이 단 한 발의 미사
일을 막지 못하더니 50발이 넘은 하픈이 단 한발도 적을 명중시키지 못한 것
이다.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건
한국의 전력도 아니다. 내가 알기엔 한국도 이 정도의 해군력을 가질 수는
없다.'
양측 각각 단 1초식씩의 공방만 있었을 뿐이지만 다카노는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배달국의 전력은 일본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해전에서는 "리베르타 법칙"이라는 것이 적용된다
. 지상전이나 공중전의 경우에는 양적 질적 열세가 있더라도 등가비례의 비
율에 따라 양측이 동일한 비율의 피해를 입게된다. 즉 전력차가 2대1이면 1
대4의 피해를, 3대 1이면 1대9의 피해를 입는다. 그러나 "리베르타 법칙"
은 그렇지가 않다. 전력 차이가 나는 양측이 싸우게 될 때 한 쪽의 전력이
앞서면, 전력이 앞서는 쪽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는 것에 비해 당하는 쪽은
전멸을 면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 법칙이다. 이 순간 이미 다카노는 패
배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은 정확히 적중하기 시작했다.
"적함이 다시 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이번에도 이지스는 방어에 실패했다. "세토유키가 당했습니다!"
배달국에서 미사일을 발사한지 채 1분도 못되어 구축함 하나가 또 피격됐다
. 미사일은 얼마나 빠른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하픈을 다시 발사
한다!"
이대로 당할 수만은 없다. 다카노는 이를 악물었다.
다시 하픈이 날아올랐다. 그러나 배달국의 미사일과 비교해 보니 하픈의 속
도는 너무 느리게 보였다. 다카노는 해군에 들어와서 처음으로 하픈이 늦다
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경민 소위는 남아있는 코브웹의 숫자를 확인했
다. 상대방 구축함이 계속 하픈을 쏘고 계속 코브웹으로 막을 때의 수를 서
로 대치시켜 볼 때, 코브웹이 남는지 하픈이 남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당연히 하픈이 남았다. 두 번째 하픈 세례를 막고 나니 코브웹은 10,521개
가 남았다. "제길, 귀찮게 됐네."
방법은 현자포를 빨리 날려 구축함의 수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었다. 현자포
는 20발이 장착되어 있지만 한번에 한발씩 발사된다. 측면에 장착된 12문의
청룡포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좀더 접근해야 했다. 청룡포의 사정거리는 20
km 정도였다. 배달국에서 현재 운용하고 있는 무기들은 23세기의 기술과
정에서 보면 그다지 첨단화된 장비가 아니었지만 실제로 23세기의 전쟁에서
사용하던 장비들이었다. 23세기에 미국은 서울이나 도쿄 같은 대도시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광자포를 가지고 있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했다. 기술
이 없는 게 아니라 라이프가드 때문이었다. 23세기 한국에서는 주파수를 이
용한 파동포나 레이저를 이용한 빔이 있었지만 실전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았
다. 이유는 파동포는 발사해서 적을 명중시키는 모습을 육안으로 볼 수 없다
는 이유였고, 레이저빔을 이용하는 전쟁은 너무 빨리 끝난다는 이유였다.
23세기의 전쟁은 TV로 중계가 되어야 했다. 노튼사가 계획한 전쟁 스케쥴에
따라 전쟁을 벌이는 모습은 TV로 전 세계에 중계되었고, 노튼사는 TV중계료
와 전쟁무기 판매에 열을 올렸다. 그래서 전쟁이 너무 빨리 끝나서도 안되었
고, 전쟁의 모습은 적나라하게 보여져야 했다. 해전의 TV에서 잘 안 보인
다는 이유로 어뢰는 없어졌고, 미사일의 경우 기존의 하픈은 도달시간이 너
무 길어 시청자들이 지루했고 파동포나 레이저빔은 너무 빨라 시청자들의 흥
미를 끌지 못했다. 같은 이유로 동시에 수백 발씩 발사되어 동시에 여러 척
의 배가 완파되는 것도 가능한 사용하지 않는 무기였다. 따라서 23세기에 사
용되는 대함미사일은 현재 TT-165 구축함에서 운용하는 현자포 정도의 속도
가 가장 일반적이었고, 주로 한 번에 한 발씩 발사되도록 설계되었다. 비
록 배달국이 23세기의 광자포나 레이저빔, 파동포 등의 기술을 해킹으로 가
져오기는 했지만 실용화시키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배달국은 무기
개발에 있어서 단기 계획과 중기, 장기계획으로 나누어서 개발과 생산에 돌
입했다. 단기 계획에 의해 즉시 생산할 수 있는 형태의 무기가 현재 배달국
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이었다. 그러한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이 무기만 하
더라도 21세기의 적들과 싸우는 데는 여러 수를 접어줘도 될 만큼 막강한 무
기들이었다. 그리고 배달국은 점점 더 강해질 것이다. 일본 함대의 다각
적인 공격이 시작되었다. 거의 전 화력을 동원해서 공격하기 시작했다. 토마
호크를 계속 본토로 날리기 시작했으며, 어뢰도 발사되었다. 그러면서 계속
배달국 선단을 향해 돌진해 오고 있었다. 근접전이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모양이었다. "함장님, 저들이 돌진하는데요? 우와 상당히 빠릅니다
."
"그럼 마중 안 나갈 수 없잖아?"
"감사합니다, 함장님"
다섯 척의 배가 간격을 넓히면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윽고 유진호와 T
T-165는 가볍게 해수면 위를 떠서 엄청난 속도로 일본 해군의 전방 15km까지
전진했다. 미라미 대어뢰침을 만난 어뢰들이 만드는 엄청난 폭발을 뒤로하
고 돌진해오는 모습은 일본 함대에서 볼 때는 마치 불기둥을 뚫고 나오는 모
습처럼 보였다. 다카노 함대사령관은 바로 눈앞에까지 와서 멈춰선 TT-165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거..거..거북선!"
순간 거북선의 입에서 현자포가 발사되었다. 거의 동시에 또 한 척의 전함이
운명을 달리했다. 23세기의 해전에서 전 세계 시청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한국형 구축함 노량함 TT(Turtle)-165가 21세기 일본 해군에게 그 당
당한 자태를 보이는 순간이었다. 당황한 일본 군함에서 일제히 미사일과
하픈을 발사했다. 그러나 더 이상의 공격이 별 소용없다는 것을 한 번 더
확인했을 뿐이다.
거북선이 왼쪽으로 뱃머리를 돌린다고 생각한 순간 거북선의 현 쪽에서 6개
의 포문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불은 마치 용이 날아오는 것처럼 일본의
구축함을 덮쳤다. 순식간에 네 척의 배가 화염에 휩싸였다. 몸에 불이 붙은
병사들이 바다에 뛰어들거나 갑판에 쓰러져 죽었다. "사령관님, 적함에
서 교신 요청입니다."
다카노는 순간 울컥했다. 교신에 응하는 것이 갑자기 굴육스럽게 여겨지는
것이었다. "다카노 사령관 어디 계시오?"
적함에서 다카노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적들이 이미 상대편 지휘관의 이
름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말하시오."
다카노가 대답했다.
"전쟁하기 참 좋은 날씹니다. 사령관. 스타크래프트의 명 대사가 생각나는군
요, It's a good day to die"
다카노는 스타크래프트는 알지 못했지만 마지막의 영어는 알아들었다. 죽기
좋은 날이라니. 다카노는 순간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날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카노는 완전희 희망을 버리지는 않았다. 다카노가
조금 전에 대규모 오라이언 초계기의 지원을 요청했고 앞서 전진했던 잠수
함대가 지원을 위해 곧 도착할 것이다. 오라이언의 AGM-84 하픈이라면 저 놈
을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거북선만 없다면 유진호
네척과는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잠수함이라
면 거북선을 잡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어쩌면. 그러나 마치 다카노의
마음을 읽기라고 한 것처럼 적함에서 이어지는 말을 듣고 다카노는 절망감
에 빠졌다. "미안하지만 잠수함은 기다리지 마시오. 지금쯤 영원한 잠수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을 거요. 그리고 오라이언이 이쪽으로 네 대나 오고 있
군요. 우리가 오라이언을 어떻게 사냥하는 지 잘 구경하시오. 정말 오라이언
에게 어울리는 방법으로 사냥할 거니까."
"항복을 권하고 싶은 모양인데, 대일본해군에게 항복은 없다."
다카노가 이를 부득부득 갈며 소리쳤다. "반말하지 마시오. 인격이 드러나
잖소. 그리고 뭔가 착각한 모양인데, 누가 항복을 권한다고 했소? 제발 항복
하지 마시오. 나는 귀관이 항복하면 이 많은 배들과 포로를 어떻게 처리해야
되나 고민스러워 미칠 지경이니까. 내가 기억하기엔 10년 전부터 한일전에
서 항복은 없소." 그것은 사실이었다. 2196년 노튼사는 인구 천만이상의
국가 간 전쟁에서 항복을 금지했다. 완전히 승패가 판가름난 전쟁에서도 노
튼사는 잔혹한 살육을 시청하기를 원했던 것이다. "교신 끝 이제 공격 시
작하시오."
"초계기가 올 때까지 얼마나 남았지?"
교신이 끝난 후 다카노가 방공통제관에게 물었다. "거의 다 왔습니다. 곧
시야에 들어 올 것입니다."
그 때, 거북선의 등을 장식하고 있는 육각향의 문양이 열리기 시작했다. 육
각형이 열리고 밑에서 올라온 것은 놀랍게도 사람이었다. 그것도 조선시대
수병 복장을 한 사람이 네 명이 올라온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초계기가 오
고 있는 방향을 향해 석궁을 겨누었다. 석궁에서 화살이 발사되었다. 아니
발사되었다고 생각되었다. 화살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약 10초 후 통제
관의 비명에 가까운 외침이 들렸다. "사령관님! 오라이언이 모두 사라졌습
니다."
4대의 오라이언은 신화 속에 오라이언이 화살에 맞아 죽은 것처럼, 보이지
않는 화살을 맞고 단 한 발의 대함미사일도 발사하지 못한 채 덧없이 하늘에
서 사라졌다. =+=+=+=+=+=+=+=+=+=+=+=+=+=+=+=+=+=+=+
=+=+=+NovelExtra([email protected])=+=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