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제 1차 태평양대첩 (13) 제1차 태평양대첩 ②[D-3]
2007년 10월 30일 오전 10시 일본 방위청 전시합동막료회의육군막료장
하네 노리모토가 뭐가 불만스러운 지 아까부터 꼭 다문 입술을 좀처럼 펴지
않고 있었다. 공군막료장도 마찬가지였다. 오도다 야마세키 공군막료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이 번 전쟁은 해군이 다 할 테니 육군과 우
리는 구경이나 하라는 것 아니오?" "우리 해군만으로도 충분합니다. 24시
간 안에 항복을 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주먹만한 적을 상대하는 데 육
해공이 다 참여한다는 것은 다른 나라들 보기에도 창피한 일입니다."
고바야시 해군막료장은 이 전쟁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게 누구의 공인지 아느
냐고 항변하고 싶었지만 대신 그럴듯한 말로 해군 단독 작전을 주장하고 있
었다.
"우리 해군도 전군이 다 참여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함대와 구레지방함대
만이 작전에 참여할 것입니다. 또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한국의 움직임에 대
비하기 위해서도 많은 병력을 배달국으로 빼기도 어렵습니다."
고바야시가 한국에 대한 대비를 이야기하자 그에 대해서는 수긍을 하면서도
하네와 오오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우리 육군도 많은 병력을 투입
할 생각은 없소. 1개대대면 충분할 것이라고 판단되오, 그러나 결국 깃발을
꽂는 것은 육군의 몫이 아니겠소?"
"배달국이 항복할 때까지 우리 함포가 섬 전체를 초토화시킬 것이오. 깃발
꽂으러 갔다가 해군의 함포에 다 맞아 죽을 것이요, 그 좁은 섬에 포를 날리
면서 우리 육군을 피해서 조준하라는 말이요?"
고바야시는 합동작전을 분명히 거부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총리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군막료장이 총리의 의사를 물었다. 어떻든 군의 통수권자는 총리였다.
"나도 해군막료장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고 있소."
"예? 그런?"
하네 막료장이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고바야시도 사사건건
자신과 대립하던 총리가 쉽사리 자신의 의견에 동의하자 의아해하면서도 득
의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누가 봐도 결과가 뻔한 전쟁에 육해공이 모두 참여한다면 아 그래도
군국주의니 하면서 떠드는 아시아 국가들의 비난이 빗발칠 것이요. 그리고
이미 백악관에서도 부득이하게 전쟁에 이른 현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전쟁
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냈소."
"젠장 언제까지 미국놈들 눈치를 살펴야 하는 지 원."
육군막료장이 불쾌한 듯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아주 고무적인 것이요. 미국은 전쟁이 확대되지 않기
를 바랄 뿐이지 우리의 선전포고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언급이 없었소. 확
대되지 않는 것을 바란다는 것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는 것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소."
그랬다. 미국은 이미 이 전쟁을 승인하고 있었다. 전쟁을 일으키기 위한 일
본 해군의 공작도 미국은 감지하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덮어두고 있었다. 이
라크에서의 일본의 역할도 필요했고, 일본이 이미 비공식접촉으로 유전의 공
동개발의 제의를 해온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일본의 관
계는 돈독한 상태였다. 게다가 미국의 "전쟁이 확대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내용에는 한국의 전쟁 개입을 차단하려는 의도까지 포함하고 있었다. 결
국 두 시간의 회의 끝에 배달국과의 전쟁 수행은 해군의 단독작전으로 진행
되고 공군과 육군에서는 해군의 작전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선에서 참여하
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D-데이는 11월 2일로 결정되었다. 동시에 한국의 군
사적 움직임에 촉각을 세우고 최고수준의 경계태세에 들어갔다. 일본의 선전
포고 이후 현해탄은 임진왜란 이후 최고의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그에 반
해 일본과 배달국 사이의 유전 앞바다는 오히려 조용했다. [D-3] 200
7년 10월 30일 11시 청와대강민우 대통령의 기자회견에는 그 어느 때보
다 많은 취재기자들이 운집해 있었다. 아마 전세계의 외신들이 모두 참여했
다고 해도 될 정도였다.
기자들의 잠시후 대통령이 발표할 일본의 대배달국 선전포고에 대한 대한민
국의 공식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이 개입할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여
러 가지 억측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평소 대통령의 성향으로 볼 때 개입 쪽으
로 가닥이 잡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예측이 나오고 있었다. 일본이 배달국
에 선전포고를 한 지도 5일이 지났다. 일본의 선전포고 직후부터 며칠동안
강민우 대통령은 많은 사람들과 비공식 접촉을 가졌다. 백악관과 전화통화도
있었고, 각 군 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 여야 대표, 학계, 정계 등의 원로와
의 만남도 있었지만 대통령의 심중을 알기는 어려웠다. 대통령은 주로 의견
을 듣는 데 치중하고, 자신의 견해는 최대한 자제했다. 그리고 청와대에서
두문불출하고 장고에 들어간 지 30여 시간만에 기자회견을 가지는 것이다.
이미 국회나 언론, 사이버 상에서 개입이냐 아니냐를 두고 찬반양론이 치열
하게 공방전이 펼쳐지고 있었고, 전국 각 지에서는 전쟁 개입과 반대를 주장
하는 양측의 집회가 끊이질 않고 열리고 있었다. 개입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언제까지 일본에게 끌려 다닐 수 없다는 자성론과 배달국과 한민족이라는
동포애에 호소하는 주장이 많았고, 또 우리의 석유는 우리가 지키자는 의견
도 있었다. 한국인들에게 배달국의 석유는 이미 '우리'의 석유가 되어 있었
던 것이다. 또한 반대쪽에서는 국제법상 전쟁에 끼어 들 명분이 없고 국제
법을 어길 수는 없다는 이른 바 '바른 생활 국가론'을 주장하는 의견과 일본
과의 전쟁이 시작되면 양국이 모두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될 것이며, 일본보
다는 한국이 더 피해가 클 것이라는 '패배주의론'이 맞서고 있었다. 거기에
무조건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반전주의'가 개입반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
다. 이미 해커와 네티즌들은 일본의 방위청과 일본 각 군의 네트워크와
사이트에 사이버공격이 시작되었고, 일본측에서는 한반도에서 날라 오는 사
이버 폭탄에 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시작되었
다. 모든 기자들이 긴장 속에 대통령의 발표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대통령의 발표가 뭔가 놀랄만한 뉴스거리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하
고 있었지만 대통령의 첫마디는 기자들이 기대하던 수준을 훨씬 능가하는 것
이었다. "대한민국은 배달국의 요청이 있을 경우 언제든지 군을 파병할
것입니다. 또한 정확한 진상조사나 배달국의 소명기회도 없이 선전포고를
감행한 일본을 유엔 안보리에 고발할 것입니다. 만약에 유엔에서 유엔이 가
진 세계평화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기 위한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
지지 않을 경우 대한민국은 유엔에서 탈퇴할 것이며, 동시에 현재 유엔군에
게 이양되어 있는 한국군의 작전통제권을 환수할 것입니다."
기자들의 반응은 충격과 경악 그 자체였다. 한국군의 파병만 해도 전 세계가
뒤집어질만한 뉴스였는데 유엔군이 가진 한국군의 작전통제권 환수는 생각
지도 못했던 이슈였다. 기자들의 손놀림은 바빠졌다. 기자들의 아젠다는 이
이후 유엔에서 이루어질 안보리의 진행에 대한 예측으로 모아졌다. 문제
는 일본이 2006년에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이 되었다는 것이다.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은 오래 전부터 추진되어온 일본의 숙원사업이었으나 상임이
사국의 하나인 중국의 거부권으로 매년 좌절되다 중국에 대한 대규모 전쟁
보상금 지급에 중국정부가 매수되는 바람에 2006년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6개국이며 한국은 9개국가로 이루어진 비상임이사국의 하나였다. 그러
나 상임이사국의 지위는 절대적인 것이어서 다른 모든 국가들이 찬성하더라
도 상임이사국 중 단 한 국가라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건은 기각되게 되어
있었다. 팔레스타인 내 평화감시단의 파견 문제만 하더라도 번번히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었다. 당연히 한국이 상정한 안건은
안보리에서 일본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도 한국이 유엔
탈퇴와 군 작전통제권의 환수를 조건으로 내세운 것은 그것을 기정 사실화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자들은 과연 한국이 앞으로 벌어질 상황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지 우려할 수밖에 없었다. [D-3] 2007년 10월 30일 부
산 김해공항 올리비에는 불현듯 정신이 들었다. 귓전을 울리던 총탄소
리와 폭발음, 어린아이의 비명소리,여인들의 울음소리가 긴 여운을 끌며 사
라졌다. 올리비에는 아직 잠만 들면 악몽을 만나곤 했다. 포탄에 다리를 잃
은 어린아이의 찢어지는 비명소리가 아직도 귀에 맴돌고 있는 것 같았다. 비
행기는 어느새 공항에 착륙해 있었다. 비행 내내 자긴 했지만 꿈이 안 좋아
서인지 피곤이 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온 몸이 뻐근함을 느끼며 자리에서
일어나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한국은 올리비에가 평상시 생각했던 이미
지와는 많이 달랐다. 종군기자로서 오랫동안 일을 했던 그녀로서는 한국은
분단국가이며 휴전상태이고 최근 배달국 문제로 일본과 미묘한 관계에 있어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를 예상하고 왔었는데, 처음 보는 한국의 첫인상은
상당히 활기찬 느낌을 주는 국가였다. 올리비에는 파리에서 출발한 대
한항공 직항을 타고 부산까지 왔다. 보통의 경우 부산에 오기 위해서는 인천
공항에 갔다가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지만 재작년에 APEC이 부산에 열린
이후 1주일에 두 번 파리에서 부산까지 직항하는 노선이 생겼다. 올리
비에는 오랫동안 이라크에서 종군기자 생활을 했다. 그 때문에 결국 사랑하
던 남편과 이혼에 이르렀지만 후회는 하지 않았다. 여자의 몸으로 전쟁의 한
가운데서 기사를 쓰는 일을 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칼럼은 이미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글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석유전쟁이라고 규정
했다. 미국은 이라크를 이라크 손에 돌려주겠다는 약속을 아직도 지키지
않았다. 예정대로라면 2004년 6월에 이라크는 자신들의 손으로 의회와 대통
령을 뽑고 미군은 최소한의 병력만 남기고 철수하게 되어 있었지만 지긋지긋
한 미군정은 4년째 끝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군정도 순조롭게 이루어
지지 않고 있었다. 이라크 땅에서는 계속 테러와 미군의 폭격이 이어졌다.
올리비에는 자신의 칼럼에서 이라크의 석유는 신의 저주라고 불렀다. 이라크
에 석유가 없었다면 이라크 국민들은 훨씬 가난하게 살았을지 모르지만 지금
보다는 행복했을 것이라고 믿었다. 세계는 지금 에너지 전쟁 중이었다.
일본이 배달국이라는 신생국을 대상으로 선전포고를 내리자 오랜만에 파리
에 돌아와 휴가를 취하고 있던 르 몽드지의 이라크파병 종군기자 올리비에
메르헴는 휴가를 반납하고 부산행 비행기를 탔다. 그녀가 신의 저주라고 불
렀던 석유가 또 한 나라를 얼마나 참혹한 전쟁터로 만드는지 또 얼마나 많은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드는지 알려야했다. 누구보다 전쟁을 증오하는 자신이
또 전쟁터를 찾아가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저녁
6시, 부산 연안여객터미널에는 전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배달국으로 들
어가는 유진4호를 타기 위해 수속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라크에 있을 때는
몰랐지만 파리에 돌아온 올리비에는 자신이 유명인사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
았다. 이렇게 세계 각 국의 기자들이 모여있는 곳에서도 그것은 마찬가지였
다. 올리비에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 자신을 아는 사람 대하듯이 맞
아주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전 로빈 애너스트라고 합니다
. CNN에서 일하고 있죠."
역시 처음 보는 사람이 올리비에에게 인사를 건냈다. "예, 안녕하세요, 전
올리비에 메르헴입니다. 르 몽드 기자죠."
올리비에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로빈이 알고 있다는 듯이 웃으며 손
을 마주 잡았다. "이라크에서는 철수하신 건가요?"
"아뇨, 이 번 취재 끝나면 다시 돌아 가야죠. 종군은 이 번이 처음이시죠?"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종군기자들은 절대 그런 가방을 안 쓰거든요."
올리비에가 바퀴가 달린 로빈의 여행용가방을 보고 말했다. 올리비에의 등
에 있는 배낭을 보고 아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로빈이 말했다.
"이 번 전쟁의 결과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일본은 결국 자신의 뜻을 이루겠지만 또 한 번 침략국이라는 비난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미국처럼요"
올리비에가 마지막 '미국처럼'이란 말은 로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사실
올리비에는 CNN기자들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라크
에서 만난 CNN기자들은 자국의 이익에 편승해 편파보도와 왜곡보도를 일삼았
다. 그래서 CNN 기자라는 로빈을 보는 시선도 그리 곱지만은 않았다. 로빈은
그녀의 그런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그녀와 시선이 마주치자 당황하며
말을 이었다. "배달국의 전력이 만만하지는 않을 겁니다."
"왜요? 한국이 뒤에 있어서 그런가요?"
"아뇨,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배달국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무슨 정보가 있나요?"
올리비에가 눈을 빛내며 말했다.
로빈은 자신보다 나이가 몇 살이나 많은 여자의 푸른 눈동자에 갑자기 가슴
이 설레었다. "아뇨 그냥 느낌입니다."
로빈이라고 딱히 구체적인 정보를 가진 것은 아니었다. 그가 배달국행을
결정한 것은 전화 한 통화 때문이었다. 자신의 인생을 바꾸어 주었던 전화
속의 목소리가 그에게 배달국으로 오라고 했다. 배달국으로 가라는 것이 아
니라 배달국으로 오라고 한 점이 로빈을 고무시켰다. 그래서 로빈은 이 번
전쟁이 단지 일본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출항 시간이 다가오자 주로 기자들로 이루어진 배달국 여객들
이 부산연안부두에 정박해 있는 유진4호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이미 어두워
진 밤바다에서 조명을 받아 빛을 발하고 있는 유진호는 그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유진4호에는 배달국을 두 번째로 방문하는 민주일보의 김
민호 기자와 CNN의 로빈 애너스트, 그리고 일찍이 노튼의 명단에 올라가 있
었던 르 몽드지의 올리비에 메르헴 기자를 포함해 세계 각 국의 40여명의 기
자들이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기사를 쓰기 위해 배달국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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