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30화 (30/83)

+=                  (12) 선전포고 오류 자수입니다. 시애틀 날

씨부분인데, 제가 시애틀을 안가보고 썼더니 다음 까페에 김광율님이 시애틀

의 기후를 지적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폴도슨 전 상원의원의 죽

음은 외부적으로 교통사고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설정을 수정합니다. ---

---------------------------------------------------------

(12) 선전포고 ⑦2007년 10월 22일 밤 10시 도쿄 마루노유찌 소재

사쿠라겐 요리점사쿠라겐은 평상시와 달리 대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입구가 깊은 정원을 가진 진입로의 불을 모두 꺼둔 상태였다. 사쿠라겐은 일

본 최고의 고급 요정으로 일반인들은 감히 술 한잔 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곳이다.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안될 뿐 아니라 어지간한 명함으로는 예약

도 받지 않았다. 일본의 고위급 관리나 기업 총수들이 주 고객이고 술값도

하루저녁에 수백만엔을 오갈 정도라는 소문만 무성했다. 그런 사쿠라겐이

오늘은 가게의 불을 꺼고 어둠 속에서 조용히 숨어있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고급 승용차 한 대가 소리도 없이 가게 앞에 멈춰 섰다. 가게 입구에서

누군가 나오더니 차 안을 확인한 뒤 대문을 열었고 승용차는 안으로 들어갔

다. 승용차는 벚나무들이 양쪽으로 심어져 있는 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가 건

물 앞에 멈춰 섰다. 세 사람이 내리자 승용차는 다시 차를 돌려 어디론가 사

라졌다. "따라오게"

고바야시 해상막료장이 앞장서며 말했다. 고바야시를 따르는 두 사람은 다카

노 히사오 일등해장과 마사카미 가쓰오 일등해좌였다. 마사카미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바야시의 뒤를 따랐다. 마사카미가 이름만 들어오던 두 사람을 직

접 만난 것은 오늘이 처음이다. 고바야시 사이토는 일본해군의 총 지휘권을

가진 막료장이며, 다카노 해장은 일본 해군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요코즈

카 중앙해군의 통솔권을 가진 함대사령관이 아닌가? 오늘 갑자기 중앙함대

사령관이 직접 통화를 해서 마사카미를 찾은 건 저녁식사시간 직전이었다.

배달국 사태 때문에 대부분의 함대들이 모두 바다 위에 뜬 채 대기상태였지

만 일단 해경이 출동하기로 정해진 상태에 일본해군은 사령부로 철수해 대기

하고 있는 상태였다. 마사카미는 다카노 사령관의 호출로 급히 중앙함대 사

령부가 있는 해군본부로 달려갔고, 그 자리에서 영광스럽게도 고바야시 막료

장을 만난 것이다. 고바야시 막료장은 마사카미를 아주 반갑게 맞으면서

요즘 근황과 출신학교, 가족상황 등을 시시콜콜하게 물었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고바야시가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시간이 된 것 같네, 다카노 제

독"

"예, 차를 준비시키겠습니다." 고바야시가 일어서며 마사카미에게 말했다

.

"자네도 같이 가지, 소개할 분이 계시네."

그리고 세 사람은 이 곳으로 온 것이다. 마사카미는 막료장이 '그 분'이라

고 칭하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다. 막료장보다 높다는 말인데 이 일본땅에

서 막료장보다 높은 사람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가게에서는 나이

가 지긋한 여인이 기모노를 입고 세사람을 맞았다.

"어서오십시오, 기다리고 계십니다."

여인이 무릎을 꿇고 앉아 머리를 땅에 조아리며 인사를 했다. "어서 앞장

서시게."

마사카미는 여인의 모습에서 누구도 감히 함부로 할 수 없는 기품과 위엄을

느꼈다. 아마 이 집의 주인이리라. 주인이 안내한 방에는 은은한 조명

만이 있을 뿐 전체적으로 어두웠다. 방에 들어가기 전 다카노는 마사카미에

게 작은 목소리로 주의를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예의를 다하게."

세 사람은 안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얼떨결에 두 사람을 따라

무릎을 꿇은 마사카미는 고바야시가 어둠 속에 앉아 있는 그림자에게 공손히

올리는 말을 듣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전하, 소장들 대령하였사옵니다."

전하! 일본땅에서 전하라 함은 오직 한 사람, 지금의 황태자인 나쯔히토 뿐

이었다. 마사카미는 순간 다리가 후들거려 지는 것을 느꼈다. "반갑소,

오랜만이구료. 어찌 지내시었소."

"미천한 소장들의 안부를 물어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사옵니다."

"그런데 같이 온 사람은 처음 보는 것 같소만?"

황태자가 자신에 대해 묻자 마사카미는 더욱 몸을 굽혔다. "예, 중앙함대

제 1잠수함대에서 미치시오를 책임지고 있는 마사카미 가쓰오 일등해좌입니

다."

마사카미를 소개하며 고바야시가 말했다. "일등해좌라, 풍채를 보니 제독

감이시구려."

"예 그렇습니다. 나라와 전하를 위해 큰 일을 할 일꾼입니다."

"그렇겠지요, 마사카미 제독. 나라를 위해, 또 짐을 위해 힘써주시겠소?"

황태자가 자신을 제독이라 부르자 마사카미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다

겨우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전하. 전하를 위해 이 한 몸 기꺼

이 바치겠사옵니다."

"고맙소."

고바야시가 몸을 돌려 작은 목소리로 마사카미에게 말했다.

"이만 나가있게."

마사카미가 나간 후 황태자는 조용히 술을 기울였다. "짐이 이렇게 귀관들

을 만나는 것도 세상의 이목을 피해야 한다니 참 서럽구려."

"망극하옵니다, 전하" "벌써 60년이 넘었소. 히로히토 조황폐하께서 인간

선언을 하신 뒤로 명목만 그럴듯한 황실이지 허수아비와 다를 게 뭐가 있겠

소?"

"전하, 그를 생각하면 소장들의 가슴도 비통함에 찢어지는 것 같사옵니다.

허나 소장들을 믿어 부시옵소서, 대일본제국의 깃발 아래, 천황폐하 만세를

소리 높여 외칠 날이 반드시 돌아올 것입니다. 이미 우리 황군은 작년 군의

재창설로 사기가 어느 때보다 드높은 때입니다. 이미 중의원과 참의원에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충신들이 원내에 진출해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내

각에 넘어가 있는 천황폐하의 권능이 천황궁에 다시 바쳐질 날이 임박했사옵

니다."

"귀관들과 같은 충신이 있으니 이 모두 부왕(父皇)폐하의 복이요, 조황(祖皇

)폐하께서도 신계에서 크게 기뻐하실 일이오."

"망극하옵니다."

"이름이 뭐라고 했소? 아까 일등해좌..."

"마사카미입니다. 전하. 이번 작전을 위해 잠수함장중에서 가장 충성심이 높

은 군인으로 특별히 선별된 인물입니다. 전하를 위해 큰 일을 할 것이고, 문

제가 생기면 장열히 자신의 몸을 불태울 진정한 군인입니다." 방에서 물

러 나온 마사카미는 여주인의 안내에 따라 구석진 방으로 옮겼다. 간단하지

만 고급스런 술상이 차려져 있었고 아리따운 기생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마사

카미는 그런 것들이 눈에 들어올 턱이 없었다. 마사카미는 아직도 띄는 가슴

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제독!"

황태자는 분명히 제독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것을 막료장이 인정했다. 그

것은 해장으로서의 승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잘만하면 동기들 중에서

가장 먼저 별을 달게 될 것이다. 일등해장만 해도 막강한 배경인데 막료장과

황태자 전하의 인정까지 받다니 마사카미는 자신의 앞날에 창창한 서광이

빛나는 것 같았다. 마사카미는 어떻게 나에게 이런 행운이 왔을까 생각하

다가 문득 이것이 그냥 행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사카미는 일본에

군이 있다면 군은 당연히 천황폐하의 군이 되어야 한다고 평소부터 굳게 믿

고 수시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의견을 주장했다. 따라서 이런 기회가 자

신에게 온 것은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충성심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 2007년 10월 23일 오전 7시 배달국 실사단 숙소 "사랑채"

김민호 기자는 아침에 일찍 잠에서 깨웠다. 창문을 여니 상쾌한 아침공기가

불어 들어왔다. 시간을 보니 아침 7시였는데, 배달국은 한국보다 훨씬 동

쪽에 있었지만 한국과 같은 표준시를 쓰고 있어 이미 해가 많이 높아져 있는

상태였다. 민호는 어젯밤 꽤 많이 마셨는데도 머리가 맑았다. 공기 좋은 곳

에서 술을 마시니 취하지도 않는군 하고 생각하며, 습관적으로 TV를 켰다.

TV에는 어제 실사단의 배달국 도착과 환영만찬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경제

부총리의 인사말과 배달국 통령의 환영인사가 현장음으로 방송되었고, 만찬

회 때의 시시콜콜한 일들이 에피소드식으로 보도되었다. 환영행사는 배달국

사람들이 눈물의 광장이라고 부르는 잔디로 덮힌 넓은 광장에서 진행되었는

데 뉴스는 만찬회가 열리는 눈물의 광장을 항공촬영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

다. 민호는 TV를 보다가 문득 어제 배달국의 취재진을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해 냈다. 온통 한국에서 온 취재진들이 촬영과 보도에 열을 올리는

동안 배달국의 방송사에서 나온 카메라맨은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저런 화면을 어떻게 담았을까하는 의문이 생겼다. TV에서 만찬회 소식

이 끝나자 다음 소식으로 일본 해경의 순시정 모습이 보였다.

"조금 전 아침 6시 일본 해경은 우리 배달국의 유전현장에 접근하여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인력과 장비를 철수하지 않는다면 작업인원들을 모두 체포하

겠다는 통보를 해왔습니다. 김시백 통령과 관계장관들이 이 시간 현재 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민호는 서둘러 TV의 볼륨을 높혔다. 화면에는 통신기를 들고 한국말로 띄

어띄엄 통보문을 읽고 있는 일본해경 간부의 모습이 나왔다. 민호는 일본 해

경 간부의 얼굴을 어떻게 저렇게 가까이서 찍었을까 의문이 생겼다. 이어서

화면은 항공촬영으로 배달국의 시추플랫폼과 그에 접근한 일본 순시선의 모

습을 한 화면에 담고 있었다. 김민호는 얼른 한국의 본사로 전화했다. 한

국에서도 이 일을 알고 있는지 궁금했다. 예상대로 한국에서는 이 사건에 대

해 아직 모르고 있었다. 급하게 편집국장에게 관련내용을 알리고 김민호는

프론트로 전화를 했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프론트 박양숙입니다."

"예, 혹시 여기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곳이 있습니까?"

"예, 지금 계신 방에서 사용이 가능합니다. TV 리모콘에 인터넷 버튼이 있습

니다. 모니터는 지금 보고 계신 TV를 사용하세요. 키보드와 마우스는 모니터

앞 책상 밑에 있습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리모콘을 찾아 리모콘에 있는 인터넷 버튼을 누르자 인터넷화면

이 나타났다. 익스플로어가 아닌 다른 운영체제로 제공되기 했지만 큰 차이

는 없었다. 사실 이 장치는 21세기 사람들의 방문에 따라 배달국에서 21세기

사람들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별도 제작한 컴퓨터였다. 이미 아침 조간신

문은 발행이 되었지만 인터넷판에 기사를 올리기 위해 김민호는 서둘러 기사

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김민호는 배달국의 뉴스와 배달국의 홈페이지를 인용

해 기사를 작성했고 배달국의 홈페이지에 실린 관련 사진들을 기사와 함께

송고했다. 나중에 사진이나 기사내용의 저작권 문제가 야기될지 모르겠지만

일단 "배달국 공식홈페이지의 발표에 따르면..."이라고 인용했으니 큰 문제

는 없을 것이고 기사와 사진의 저작권 사용료에 대해서는 사후에 생각할 문

제였다. --------------------------------------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름이나 성격 등은

일본황태자를 포함하여 거의 모두 가공입니다. 그리고 현재 자위대 편제에

중앙함대라는 조직은 없습니다만 자위대에서 군으로 편성되면서 요코스카

자위함대를 중앙함대로 개편한 걸로 설정했습니다.

=+=+=+=+=+=+=+=+=+=+=+=+=+=+=+=+=+=+=+=+=+=+NovelExtra(nove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