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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고 ⑥2007년 10월 22일 오후 3시 김포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막 남해를 벗어나고 있었다. 배달국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 일어나
더니 실사단에게 말을 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배달공화국 통령 특사
일행으로 여러분의 안내를 맡게 된 최한석입니다. 잠시 뒤 한시간 30분 정도
후면 배달공화국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미리 입국절차를 간소화하고
사전 정보도 드리기 위해 몇 가지 안내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어서 배달국 사람들이 실사단들에게 크레디트 카드처럼 생긴 카드를 나누
어 주었다. 크레디트 카드보다는 훨씬 얇았다. 미리 준비한 듯 실사단 참가
자들의 이름이 카드에 새겨져 있었다. "이건 여러분들이 배달공화국에서
사용할 신분증이자 전자화폐입니다. 배달국 사람들이 사용하는 신분증이 이
것과 다르게 생겼는데 이게 여러분들이 친숙하게 여기실 것 같아 이렇게 준
비했습니다. 배달공화국에서 사용하는 화폐는 '환'과 '조각'입니다. 1환은
1,000조각이고 환율은 1환에 약 1000원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사실 배달국
에서는 별로 돈을 쓰실 일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섬에서 무언가를 사
가지고 나오시려면 화폐가 필요하시게 되겠죠. 사용하신 돈은 출국할 때 정
산하시면 됩니다. 그리고 섬에서 특별히 주의하실 점은 별로 없습니다. 몇
군데 통제구역을 제외하면 섬 어느 곳이든 자유롭게 구경하시고 다만 공중
도덕을 지켜주시면 됩니다. 공중도덕 위반에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부과된 과
태료 역시 출국 시 정산되겠습니다."
민주일보의 김민호 기자는 카드와 함께 나누어준 종이에 쓰여진 과태료를 보
고 공중도덕이 엄격한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태료도 비싼 편이었고 규
정의 내용이 구체적이고 기준이 확실해서 재미있었다. 과태료는 쓰레기(휴지
포함) 무단 투기 120환, 네 명 이상의 이웃이 시끄럽다고 인정하는 고성방
가 240환, 주차위반 180환 등의 규정이 있었다. 규정을 읽던 김기자는 항
목의 아래쪽에 있는 흡연 200환이라는 항목을 보고 의아해 졌다. 그냥 흡연
이라니 공공장소 협연도 아니고 그냥 흡연이었다. 그리고 흡연 밑에는 금지
약물 복용 및 무단접종 300환이라는 항목이 있었다. 김기자가 손을 들고 질
문을 했다. "여기 흡연 200환이라는 규정이 있는데, 금연구역 흡연인가요
?"
질문을 하면서 왠지 불안한 예감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악의 답변이
돌아왔다. "아, 아닙니다. 배달공화국은 섬 전체가 금연구역입니다."
승객들 사이에서 경악의 탄식이 새어나왔다. 곧이어 한 마디씩 불평하는 소
리가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왔다. "설마 흡연구역이 한 곳도 없나요?"
"외국인은 예외가 적용 안 되나요?"
"죄송하지만 흡연구역은 한 곳도 없습니다. 외국인도 예외가 없구요. 담배는
배달공화국에 반입금지품목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여기 저기 절망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
"손님을 초빙해 놓고 이러는 법이 어디 있나?" 최한석이 계속 말을 했다
. "만약 담배를 도저히 못 참으실 것 같으면 공항 의료실에서 흡연욕구억
제주사를 맞으십시오. 한 달 동안은 담배 생각이 전혀 나지 않을 겁니다. 완
전히 금연하시고 싶으시면 한 달 뒤 2차 접종을 받으시면 완전히 담배를 끊
으실 수 있습니다."
김민호는 만약 그런 주사가 실제로 있다면 무조건 히트상품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약 2시간 20분의 비행 후에 대한항공 특별기는 배달공화국
의 상공으로 진입했다. 창가에 앉은 사람들은 비행기가 배달국 상공으로 접
어들자 창 밖으로 배달국의 모습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사실 탑승정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100여명의 승객들 뿐이라 거의 대부분 창 밖으로 배달
국의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언론사에서 참가한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이
상공에서 내려다 본 배달국의 모습을 찍기 시작했으나 배달국의 사람들은 그
를 제지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항공사 승무원들이 안전을 이유로 전자기기의
사용을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배달국의 모습은 잘 정비된 초현대식 건
물과 주거지로 보이는 기와집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곳곳에 위
치한 수영장 등 위락시설과 공원, 골프장 등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단지 도로망이 좀 부실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도로는 섬의
형태를 따라 커다란 C를 그리듯 중앙으로 하나 나 있을 뿐이고 나머지는 거
의 자전거나 어울릴 듯한 도로만이 섬 전역에 깔려 있었다. 실제로 사람들은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것을 타고 다니는 것 같았다. 착륙은 순조로웠
다. 활주로는 섬의 동남쪽 끝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왼쪽으로 너른 풀밭과
오른쪽에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다. 황기태 기장은 처음 오는 공항이
지만 아주 순조롭게 착륙하게 되어 기분이 좋았다. 이 공항의 착륙유도장치
의 성능은 완벽했다. 활주로가 단 하나밖에 없는 공항이 규모에 비해 시설과
장비가 잘 되어 있어 아주 맘에 들었다. 날씨도 좋았다. 이 정도 공항이라
면 건설기간도 상당히 걸렸을 것이라고 황기태 기장은 생각했다. 기내에
서 다른 승객들도 비행기가 착륙을 하자 설레는 표정으로 비행기에서 내리기
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비행기의 해치가 열리자 스튜어디스들이 우선
장관과 국회의원 등 귀빈들을 먼저 내리도록 안내를 시작했다. 실사단의 단
장을 맡은 경제부총리가 오혜린 특사의 안내로 비행기에서 내렸다. 비행기
밖에는 어디서 구했는지 이미 계단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계단차 아래에는 배
달국의 사람들이 실사단을 환영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파견된
실사단은 경제부총리, 산업자원부, 외교통상부장관 등 정부 부서 관계자가
20여명, 정유회사 등 기업관계자가 20여명, 국회의원 15명, 대학교수와 정
부산하 연구소에서 20여명이 참여했고 나머지는 언론사에서 파견된 기자들이
었다. "어서 오십시오, 배달공화국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배달국 외
교부 장관 정학재입니다."
"반갑습니다. 대한민국 경제부총리 민성재입니다. 아주 아름다운 곳이군요"
상견례는 특별한 격식 없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배달국에서는 외교부장
관 정학재와 경제부장관 나명진, 외교부 차관인 서준영 등 20여명이 나와 실
사단을 영접하고 있었다. 공항에서 간단한 인사가 있고 난 뒤 실사단을 태운
버스가 공항 근처의 호텔로 향했다. 김민호는 공항에서 금연주사를 맞았
다. 금연주사의 효과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마나 조금 도움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다른 몇 명도 민호와 같이 금연주사를 맞았다.
그런데 주사기가 조금 특이했다. 간호사 복장을 한 사람이 볼펜처럼 생긴 막
대를 팔을 향해 조준하더니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됐습니다."한다. 따끔
거리지도 않았는데 접종이 끝났다니 김민호는 정말 주사를 맞긴 맞은 건지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민호와 같은 생각인 듯 했다.
배달국은 담배가 반입금지라고 하더니 담배를 압수하지는 않았다. 호텔
은 공항에서 5분도 안 걸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호텔의 이름은 '사랑채'
였다. 3층 건물의 아담한 기와지붕에 전통한국식 정원이 인상적인 곳이었다
. 사람들이 저마다 미리 정해진 방에 안내되었고 김민호는 1층에 있는 방에
배정 받았다. 방에 들어가니 온돌식의 방이 있는데 서양식의 욕실이 한 켠
에 준비되어 있고 베란다 쪽으로 나가니 대청마루형식의 마루가 있었고 마루
에서 바로 정원으로 나갈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정원 가운데 연못과 정자,
물레방아 등의 고풍스런 장식과 나무들로 잘 가꾸어진 정원이었다. 어찌 보
면 1층이 가장 좋은 방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때 환영만찬이
있을 때까지는 다른 스케줄은 없었다. 김민호는 2층에 방을 얻은 HBC 방송
국의 강기자를 찾아갔다. 강기자의 방은 침대방 이었는데 침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통적 분위기가 묻어 나왔다. 창 밖으로는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
져 있었다. 신문기자인 김민호와 달리 강기자는 상당히 바쁜 것 같았다. 지
금까지 계속 카메라 기자와 함께 곳곳을 촬영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때?
여기 배달국 호텔 마음에 들어?"
강기자가 민호를 보자 웃으며 말했다. "음 2층은 또 조금 다른 분위기군.
1층은 완전히 조선시대 분위기던데? 여긴 고려시대 분위기인가?"
"그러고 보니 고려시대 분위기 맞네, 고려시대까지는 우리나라도 침대나 침
상을 썼다며?"
"그랬었지."
김민호가 마치 고려시대 대 살아본 사람인 것처럼 대답했다. "야 바다를
보니 그냥 뛰어들고 싶지 않냐?"
"저녁 행사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잖아? 수영이라도 하든가?"
"글세 그러고 싶기는 하지만 왠지 안 내키네. 한가하게 놀러온 것도 아니고
."
"김기자 이거 봤냐?"
강기자가 탁자위에서 리모콘을 들며 민호에게 말했다. 강기자가 리모콘을
누르자 한 쪽 벽이 열리며 TV가 나타났다. 못해도 80인치는 되어 보였다.
"야, 너 호텔에 이런 TV있는 거 봤냐? 이건 TV가 아니라 PDP수준이야."
TV를 켜자 화면에는 배달국 주변의 깨끗한 자연경관이 눈에 들어왔다. "윽
! 화질이 장난 아니다. LD전자 건가?"
"아니 여기 상표를 봐 '23세기웨이브'라고 되어 있어."
"처음 듣는 회사인데? 다른 건 거의 다 한국산이던데, 근데 이 상표도 한글
이자나"
호텔에 있는 대부분의 물건이 한국산이란 것은 이미 민호가 확인한 사항이었
다. 전화기, 스탠드, 가구, 욕실 안의 칫솔, 치약, 비누 등 대부분이 한국산
이었다. "야 여기 방송 틀어봐, 여기는 무슨 방송을 하는지 궁금하자나.
"
강기자가 리모콘으로 화면을 바꾸자 한국과 일본 중국의 위성방송 채널이 잡
혔다. 이 인근의 위성채널은 거의 모두 잡히는 것 같았다. "틀어 봤는데
특별한 방송이 없어, 아까 경치를 보여주는 방송이 유일한 이곳 방송인 것
같아." 다시 강기자가 틀어 준 화면에는 배달공화국의 모습으로 보이는 화
면들이 보여지고 있었다. 화면 아래 쪽에 자막으로 오후 6시에 뉴스가 있고
7시부터는 한국 실사단 환영만찬이 생방송으로 있다는 자막이 나왔다. 아마
이 곳에서는 항상 방송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정해놓고 방송을 하는
듯 했다. 그 외 시간은 이렇게 영상만 제공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화면
은 위성으로 잡히는 HD 화질을 뛰어넘고 있었다. 아니 화면상으로 보이는 입
체감이나 질감은 영상이 아니라 마치 화면 안에 실물이 있는 것 같이 느껴질
정도로 뛰어난 화질을 가지고 있었다. 김민호는 만찬시간까지 기다리면
서 근처의 바닷가를 산책했다. 깨끗한 모래가 펼쳐져 있고 물도 깨끗했다.
기후도 따뜻했지만 생각보다 더운 정도는 아니어서 쾌적하게 느껴지는 a\날
씨였다. 산책을 하면서 김민호는 과연 일본이 어떻게 나올까에 대한 예상을
해봤다. 국제적 분쟁의 소지가 있을 것이고 어쩌면 일본과 공동개발이라는
타협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최악의 경우는 전쟁도 생각할 수 있었다. 전쟁
이 난다면 불행한 일이겠지만 배달국은 도와줄 나라를 쉽게 구하기 힘들 것
이다. 같은 민족이라는 동질감으로 배달국은 한국에 대해 희망을 걸지는 모
르겠지만 한국이 이 분쟁에 개입하는 것도 무척 힘든 일이 될 것이다. 아마
그렇게 되면 더 큰 피해를 입기 전에 배달공화국은 일본과의 타협점을 찾을
것이다. 김기자는 이런 저런 예측을 하면서 배달국이 일본에 대해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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