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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포고 ⑤ 2007년 10월 22일 오후 2시 일본 총리 집무실 고미즈
이치로 일본 총리는 조용히 TV에서 나오고 있는 NHK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조금 전 한국의 강민우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한 내용이 보도되고
있었다. NHK는 과연 이런 상황에서 일본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수상에게
묻고 있는 것 같았다. 한국의 대통령이나 배달국에서 왔다는 계집아이가 저
마다 기자회견 내용에는 일본은 안중에도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집무실에는 관계장관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었고 다른 한 쪽
줄에는 일본의 3군 막료장과 경찰청장관 그리고 해경 경시총감이 앉아 있었
다. 외무성장관이 입을 열었다. "일단 저쪽에 공동개발에 대해 건의 해
보심이...."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지금 저 계집이 하는 말을 듣고도 그
런 말을 하는 거요? 저놈들은 우리 일본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소. 일본이 무
서운 걸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고바야시 사이토 해상막료장이 흥분된 목
소리로 말했다. "일단 군을 보내는 것은 여러 정황으로 봐서 무리인 듯
싶소." 총리가 고바야시 막료장을 제지하며 말했다. "저들이 석유시추
작업을 하고 있는 곳은 영해가 아니라 EEZ요. 그래서 군을 움직이는 것은 국
제법상 불가능합니다. 일단 해경이 이 일을 해주어야 할 것이요. 경시총감!
해경 배치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소?" "하잇, 순시함 세 척과 경찰헬기
4대가 대기중입니다. 하지만 언제든지 출동 가능한 순시선이 20척에 헬기가
40대 항공기도 2대가 있습니다." 이마다 케이지 경시총감이 머리를 책상
에 박을 듯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마다 총감이 말한 대로 출동시킨다는
것은 일본 해경의 전 장비를 출동시키겠다는 말이다. 실제로 그들을 다 출
동시키는 것도 어렵고 실제로 다 출동시킬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마다 총감은 군부의 막료장들이 있는 자리에서 해경의 장
비를 자랑하고 싶은 것이었다. 거기다 총리에 대한 충성심도 보이고 싶은 욕
심도 있었다. 이마다총감은 한마디로 총리의 수족이라고 할 만큼 총리에 대
한 충성심이 강했다. 반면 군은 달랐다. 1945년 일본이 연합군에게 항복
하고 일본군이 자위대로 격하된 지 61년만인 작년에 일본은 헌법을 개정하여
일본군을 재창설하였다. 이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특히 아시아국가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이라크 내에서의 일본군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
하던 미국의 묵인 하에 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자위대가 일본군으
로 위상을 바꾸자 일본국민들 중 일부는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대부분
의 일본국민들도 환영하는 분위기였고 순식간에 일본군 장교는 일본 청년들
사이에서 인기직업이 되었다. 자연히 국민들의 사랑과 무력을 바탕으로
하는 권력을 가진 군부는 일본 내에서 권력의 중요한 한 구심점이 되었다.
현재는 군 통수권이 총리 산하로 되어 있지만 군의 실질적인 통치권자는 천
황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었고, 실제로
천황이 군을 정신적으로 이미 통솔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었다. 고바야
시 막료장이 강하고 자신있는 어조로 말했다. "그 곳이 국제법상 EEZ라고
는 하지만 엄연히 우리 바다입니다. 우리 바다가 조센징에게 침탈 당하고 있
는데 군이 가만히 있다면 국제사회에 웃음거리만 될 것입니다. 아니 그 전에
우리 국민들의 비난부터 면하기 어려울 겁니다. 그리고 저들이 저렇게 우리
는 무시하는 데는 뭔가 믿을 만한 뭔가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이미 한국
으로부터 전투무기를 지원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체포과정에서 충돌
이 생겨 우리 경찰 중에 누가 다치거나 심한 경우 죽기라도 한다면 그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냥 우리에게 맡겨 주십시오. 국제법 위반 운운하시
는 데 국제법은 힘 약한 국가들이나 하는 소리입니다. 일단 우리가 유전을
차지하고 나면 우리에게 석유를 사기 위해 국제법 가지고 비난하는 국가는
없을 것입니다." 이미 일본해군은 인근 해역에 잠수함 두 척과 하쓰유키
급 구축함 두 대를 대기시켜 놓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군을 움직이
는 것은 불가능하오, 중의회 인준도 있어야 하고 잘못하면 한국과의 전면전
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총리가 말했다. "한국과의 싸움도 우리가 훨씬
유리합니다." 육상막료장인 하네 노리모토가 옆에서 고바야시를 거들고
나섰다.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총리집무실 한쪽 벽을 장식한 아시아대륙
의 지도를 보며 말했다. "물론 유리하다는 것은 알고 있소. 하지만 유리하
다는 것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전쟁에 이기더라도 피해가 크다면 전쟁을 하
지 않는 것만 못하지 않소. 게다가 한국과의 전쟁은 미국과의 사전 조율이
없으면 불가능하오. 미국과 한국은 상호 군사동맹이 있기 때문에 미국이 관
여를 안 할 수 없는 입장 아니오. 그러니 미국의 불간섭을 미리 약속 받기
전에는 상당히 위험한 생각이요. 거기다 우리 일본의 군국화를 우려하는 아
시아 국가들의 반발도 극심한 상태라 잘못하면 국제적 비난을 면치 어려울
것이요." 일본군이 창설된 이후 총리와 군은 사사건건 충돌이 생기곤 했
다. 외부적으로 큰 문제가 드러난 것은 아니나 의전상의 문제나 보고 문제
등에서 미묘한 갈등이 내재되어 온 것이다. 자연히 총리는 군을 견제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이게 되었다. 사실 고미즈 총리도 군의 중요성을 가볍게
생각한다거나 일본의 군국화를 경계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자신이
해마다 주변국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신사 참배를 하는 등 성향적으로 일본
의 대동아경영을 꿈꾸는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두 막료장의 견해에 반대
의견을 보이는 것은 단지 그들이 자신의 수하가 아니라는 이유였다. 총리는
오래 전부터 군부에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애썼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았다. 이상하게 자신이 군에 심은 인물들은 중간에 도태되거나
좌천되기 일쑤였다. 비밀리에 심은 인물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이래저
래 군부와는 불편한 관계가 계속되고 있었다. 명색이 군 통수권을 가진 총리
였지만 군부는 자신의 뜻대로 잘 움직여주지 않는 것이었다. 총리의 말
이 이어졌다. "일단 해경이 출동해서 그들을 진압하도록 합시다. 군이 아
니라 해경이 출동한다면 한국이나 미국도 어떤 방식으로든 간섭하기는 어려
울 것이요. 만에 하나 한국정부나 한국군이 배달국의 배후에 있다면 그 때
가서 군의 투입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소. 이마다 경시총감!" "하잇"
이마다가 부동자세로 대답했다. "그들에게 48시간의 여유를 주고 EEZ 내에
서의 불법행위를 멈추라고 하시오. 그렇지 않으면 전원 나포하고 체포하도록
하시오. 발포에 대해서는 경시총감이 상황의 급박함에 따라 현장지휘관에게
권한을 주되 가능한 희생이 없도록 하시오." "하잇, 와까리마시다."
"총리사마!" 고바야시가 일어서며 총리에게 말을 꺼냈다. "만약 그들이
무력도발이나 군사적 또는 준 군사적 무장을 했다면 그 때는 어떡하시겠소
?" 총리는 고바야시를 쏘아봤다. 총리는 고바야시 막료장의 건방진 태도
에 화가 났지만 조용히 말했다. "그 때는 군의 투입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
겠지." 하지만 총리는 그 순간 고바야시의 입가에 언뜻 미소가 스친 것을
보지 못했다. 2007년 10월 22일 오전 10시 미국 시애틀 새무엘 김 선
거사무실 새무엘 김은 느긋한 마음으로 선거사무실에 나왔다. 어제 선
거가 끝났지만 아직 선거사무실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았다. 선거사무실
을 상원의원 사무실로 바꾸고 선거비용에 대한 결산을 해야하고 공식적인 인
사를 할 곳도 받을 곳도 많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사무실이 있
었던 까닭에 김인범은 걸어서 사무실에 갔다.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김의원
을 알아보고 축하인사를 했다. 10월 말로 접어 들어가는 시애틀은 아침 저
녁으로 쌀쌀한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겨울에도 별로 춥지 않은 곳이라 옷을
얇게 입은 김인범은 걷기에 약간 쌀쌀함을 느꼈지만 힘차게 발걸음을 옮겼
다. 어젯밤 늦게까지 축하를 하는 손님들과 술을 상당히 마시긴 했지만 아직
건강은 문제가 없었다. 김의원이 사무실에 도착하자 비서인 케멀부인이
김의원을 맞았다. "다시 한번 축하드립니다. 의원님." "예, 고맙습니다
. 좋은 아침이요." "술을 많이 드시지 않았나요?" "왜 안마셨겠소? 교포
들이 권하는 폭탄주 때문에 죽다 살았습니다." "술로 폭탄을 만드나요?"
"하하, 그런 게 있습니다." 자신의 방에 들어간 김의원이 다시 방에서
나와 비서를 찾았다. "케멀부인!" "예 의원님" "이걸 누가 두고 갔소
?" 김의원은 손에 노란색 파일케이스를 들어보이며 물었다. "예? 모르겠
네요, 오늘은 의원님 방에 아무도 들어간 사람이 없는 디유?" 케멀 부인이
당황하며 북부지방쪽 사투리로 대답했다. 김인범이 뭔가를 생각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온 김의원은 책상
위에 파일을 놓았다. 파일에는 [폴 도슨 상원의원 의문사 사건 보고서]라
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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