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25화 (25/83)

[email protected])=+=                  (12) 선전포고 조아라에

서 제 연재주기에 대해 설문을 실시했습니다. 양에 관계없이 자주 올리기를

원하시는 분이 많아 연재주기를 조정합니다. 오늘부터 월/화/목/금/토 이렇

게 일주일에 5번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양이 다소 적어도 이해하시길 바라며

다시 한 번 말씀드리는데 전 비축분 없습니다. 글 올릴때마다 있는 글 다

올립니다. 가능한 양도 많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감사합니

다. -------------------------------------------- (12) 선전포고

② 2007년 10월 19일 KTX 경부선 특실

"어떻습니까? 빠르죠? 이렇게 두시간이면 서울에 도착합니다."

외무부장관인 정상호가 혜린에게 KTX를 은연중에 자랑하며 말했다.

"서울까지 두시간이나 걸리나요?" 정상호 장관의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혜린이 놀라서 반문했다. 자신이 지금

21세기 한국에 와있다는 걸 알면서도 서울까지 두시간이나 걸린다는 말에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정장관이 이게 의아해하며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 "느...느리다는 말인가요?" "아...아뇨! 이런 속도로 달리는데도 두시

간이나 걸리다니 한국은 땅이 정말 넓은가 봐요, 호호호." 혜린은 일단 얼

버무리긴 했는데 잘 수습이 됐는지 궁금했다. "아 예, 배달섬하고 비교하

면 굉장히 넓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가 좁은 게 천추의 한인 나라입니다

." "예, 세상엔 참 넓은 나라도 많죠." "예, 참 특사님 나이가 젊으신

것 같은데 결혼은 하셨습니까?" "아뇨, 아직 결혼을 생각할 나이는 아니죠

, 이제 겨우 스물다섯인데요." "그럼 사귀는 분은?" "아뇨? 정장관님이

좋은 사람 하나 소개 시켜주세요, 저 가능하면 한국에 시집오고 싶어요."

정장관은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미국에서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는 아들이 생

각났다. 오혜린이라는 여자 며느리감으로 어떨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던

것이다. 배달섬이 좀 낙후된 곳이라 하더라도 석유가 많다면 앞으로 부국이

될 것이고 거기서 특사를 할 정도면 아마 영향력있는 집안의 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두 장관이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배달공

화국 사람들의 연령은 낮지만 대부분이 23세기에서 인터넷 동아리 '이프'에

특별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던 인물들이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모두 각 분야

에서 전문성과 실력을 갖춘 사람들로 김시백박사가 오랫동안 엄선하여 뽑은

인물들이다. 혜린과 외무부장관이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무르익

고 있는 동안 산업자원부장관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면서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25세 밖에 안된 새파란 것이 "한국이 넓은가봐요"하면서 철부지

같은 소리를 하니, 두 사람과 같이 얘기도 나누기 싫어졌다. "내 기필코

배달국의 정체를 밝히고 말겠다. 점점 수상하단 말야, 태평양의 작은 섬에

서 자랐으면 촌티가 줄줄 흘러야 될텐데....." 사실 오혜린은 아주 좋은

집안에서 귀염을 받고 자란 아이처럼 기품이 있는 데다 살결로 희고 고아서

평생 햇빛도 안보고 자란 아이 같았다. 그런데 유장관이 '결국 촌년이군'

하고 생각하게 만든 일이 일어났다. 승무원이 다과와 음료수를 가져다

주었다. 혜린이 관심을 보인 건 초콜릿이었다. 23세기의 대한민국에서는 수

입하는 물품은 무조건 비쌌다. 혜린은 동그랗게 장식된 초콜릿을 한 입에 넣

어 먹으면서 감탄을 했다. "이게 초콜릿이죠? 얼마 전에 한국에서 사온

걸 먹어본 적이 있는데 정말 맛있더라구요. 그 때 이걸 처음 먹어 봤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혜린은 정장관이 자기 것도 먹으라고 주자 사양하

지도 않고 "감사합니다"하며 맛있게 먹어치워 버렸다. "안비서관님"

유장관이 기분이 나쁜 채로 아무 말 없이 창 밖만 보고 있자, 혜린이 자신의

일행 중 한 명을 불렀다. "두분 장관님께 우리나라 소개 책자를 가져다

드리세요, 유장관님이 지루하신 것 같으니." 안비서관라고 불린 남자가 다

시 자리로 돌아갔다가 책자 두 권을 가지고 왔다. 두 사람은 책을 가지고 오

자 기다렸다는 듯이 얼른 받았다. 배달공화국에 대해서 궁금한 게 많았기 때

문에 혹시 궁금증을 좀 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 것이다. 첫 장을 펼치자

선명한 한 장의 사진이 나왔는데 바로 배달섬을 항공 촬영한 사진이었다. 책

자는 배달공화국의 위치, 언어, 인구, 기후 등 [기본적인 정보]를 시작으로

[국민들의 생활] [자원] [과학기술]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데, 그다지 자세

한 내용은 없었다. 정장관이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혜린에게 물었다. "역

사에 대한 소개가 없군요." "예, 우리나라의 역사부분은 그렇게 따로 기재

할 만큼 특이한 내용이 없습니다. 그냥 200년 전 우리 조상들이 지금의 배달

공화국에 정착했습니다. 그리고 200년 동안 세상과 동떨어져 독립적인 생활

을 해오다 이번 김시백 통령님이 취임하면서 국제사회에 진출하게 된 것입니

다." "좀 더 자세히 말해 주시죠." "전 역사는 잘 몰라요, 200년 동안

고립된 나라에 뭐 대단한 역사가 있겠어요? 우린 학교에서 세계사라는 과목

은 있지만 국사라는 과목은 없습니다." "200년 된 역사를 가진 미국도 자

신들의 역사를 자랑스러워하는데요?"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저질러 놓은

일이 많잖아요. 저희 별로 말할 만한 역사가 없어요. 200년간 아주 평탄한

삶을 살았죠, 외침도 없었고, 해외진출도 없었고." 두 사람의 말을 듣고

있던 유장관이 갑자기 끼어 들었다. "말을 못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아닙니까? 왜냐하면, 8개월 전엔 한반도에 살고 있었다든지." 혜린은 아무

말 없이 유장관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얼굴엔 당황했다든지 놀랐다는 표정

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살포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저희 국민

들은 세 종류로 나뉘어 있어요. 섬에서 태어난 사람, 한국에서 태어난 사람

, 그 외의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 그러나 모두 배달공화국의 국민들이죠. 분

명히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민들 중 누구도 2002년 한일월드컵

이나 1988년 서울올림픽 때 한국에 있었던 사람들은 아무도 없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우리나라와 대한민국은 200년 이상의 서로 다른 역사를 가지

고 있어요. 두 분 장관님 모두 실사단에 포함되어 있으니 직접 배달공화국에

와서 확인해 보시죠." 혜린이 입을 다물어 버리자 머쓱해진 두 사람은

책자로 눈을 돌렸다. 유장관은 배달공화국의 석유에 관해 설명해 놓은 장을

찾아보았다. 해당 챕터의 첫 장을 펼치자 바다 위에 설치된 석유시추 플랫

폼의 사진이 펼쳐졌다. 역시 항공촬영이 되어 있었다. 유장관은 석유시추 플

랫폼의 규모와 외형에 깜짝 놀랐다. 언뜻 보기에 다른 플랫폼과 크게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일단 규모가 방대하고 플랫폼 위에서 각종 검사부터 선적

까지 아주 편리하게 작업이 가능하도록 효율적으로 제작되어 있었다. 유

장관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분야는 자신의 전공이라 사진만으로도 이 플랫

폼이 효율적으로 건설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배달공화국의 건설 기술

이 이 정도라니 의외였다. 유장관은 책자에 적힌 설명을 읽어갔다. 글을 읽

으면서 유장관은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맞춤법과 상당히 차이가 나는 표기

법 때문에 불편을 느꼈다. 대부분 단어들이 소리나는 대로 적혀져 있었고,

한국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단어로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단어도 자주 눈에

띄었다. 떠듬떠듬 읽어가던 유장관은 그 내용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수심

6.4km의 해저에서 다시 1.6km의 지하로 땅을 파서 석유를 시추한다니 이런

기술은 지구상 어디에서도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도 없었다. 아니 그것

보다 그렇게 깊은 곳에 석유가 있을 것이라는 것은 어떻게 탐지했을까? 그냥

가능성만 갖고 그 깊은 바다 속에서 또 그렇게 깊이 땅을 파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유장관은 과연 여기에서 석유가 나온다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유장관은 석유시추에 대해 이런 저런 궁금증이 생

겼지만 이 분야에 대해 과연 저 철부지 아가씨가 아는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유장관은 혜린에게 질문을 했다. "어떻

게 저 해저 속에 석유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까? 그냥 파보기엔 너무

위험부담이 클텐데요." "일단 우리나라는 해저에서 압력을 이기며 작업이

가능한 무인장비가 있습니다. 그리고 석유를 발견하는 것은 파동과학으로

가능합니다. 수상에서 땅 밑으로 여러 주파수의 파동을 보내 돌아오는 시간

과 파동의 크기와 주파수 변조량에 따라 땅 밑의 상태를 파악하는 거죠, 우

리나라는 이미 몇 십 년 전에 이 기술을 개발했고, 지금은 땅 밑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시스템까지 갖추었습니다." 일견 쉬워 보이는 개념으로 혜린은

말을 했지만, 그 말이 내포하고 있는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말은 쉽지만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유장관은 혜린에게 그 개념과 기본 원리에

대해 깊은 분야까지 질문을 했고, 혜린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개념 한도 내에

서 친절하게 설명했다. 이윽고 열차가 서울역에 도착했다. "하하 재미

있게 대화를 나누시는데 어떻게 하죠, 기차가 도착했습니다. 내릴 준비를 하

셔야죠." 어느 순간부터인가 한참 동안 따돌림을 당하고 있던 정장관이 기

분은 그리 나쁘지 않은 듯 웃으며 두 사람에게 말했다. 혜린이 웃으며 유

장관에게 말했다. "예, 유장관님, 더 자세한 건 나중에 배달국에 오셔서

우리 기술자에게 물어보세요, 저도 더 전문적인 분야는 잘 모르니까요."

"예,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말 배달국에 갈 날이 기다려지는군요."

기차에서 내리는 유장관은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지질학이 원래

전공이었던 유장관은 지금까지 배운 학문 영역을 싸고 있던 장벽이 깨어지고

벽 너머에서 새로운 개념이 마치 밀물처럼 머리 속에 들어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혜린이 서울역에 도착하자 서울역은 이미 취재진과 혜린을 보

기 위해 나온 인파들로 가득했다. 정부측 경호원들과 수행원들이 서둘러 혜

린 일행과 장관들을 미리 준비된 승용차로 안내해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유일

하게 오혜린만 천진난만하게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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