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선전포고
①2007년 10월 17일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한국이 뭔가 꾸미는 것 같군"
티모시 페리 대통령이 읽던 CIA 보고서를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말했다.
"어렵게 찾은 석유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겠지요. 석유를 찾았는 데 하필이
면 일본의 EEZ안이라 생떼라도 쓰고 싶어서 저러는 겁니다."
샤드니크 하렐 CIA국장이 대통령에게 대답했다.
"근데 이해가 안 되는 게 있소, 그 지역의 바다는 깊이가 4마일에서 깊은 곳
은 8마일이 넘는다는 데 한국 기술로 그게 가능한가? 아까 국장 말로는 우리
나라도 아직 어렵다고 했잖소."
옆에 있던 비서실장 지르킨 아미트가 거들며 나섰다. "어렵다는 거지 안
된다는 건 아닙니다. 수중에서 작업을 할 무인장비나 로봇을 이용하면 가능
합니다. 지금 태평양 밑바닥에는 해저 광케이블이 깔려 있습니다. 그것을 수
리하는 데 사용하는 무인장비 기술을 한국의 KT나 미국의 AT&T 같은 통신사
업체에서 개발한 것이 있습니다. 물론 케이블 수리 정도의 기술과는 비교가
안될 만큼 어려운 일이긴 해도 해볼만한 일입니다. 다만 아직 한번도 시도
해 보지 않은 일이라는 그 성공과 실패가 반반의 확률인데 한국이 실험과 현
실화에 성공했나봅니다. 놈들이 원래 잔기술은 많은 것 같습니다. 한국이 했
다면 우리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통령이 아미트를 쳐다보며 미간을 잔뜩 지푸렸다. "잔기술? 그 잔기술이
만약 군사기술로 전이된다면? 안 그래도 현재 한국의 잠항기술이 날로 발전
하고 있는 단계라 경계하고 있는 실정 아닌가?"
"예, 그렇습니다."
아미트가 당황해서 황급히 대답했다.
"CIA에서 그 기술의 실체를 파악하도록 하시오."
대통령이 하렐국장에게 지시했다. 개인총기소지법안의 거부권행사를 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 날 이후 페리 대통령은 상당히 많이 변했다. 거부
권 행사를 하자 각 사회단체와 민권운동가들의 거센 항의와 비난이 일어났다
.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통해 거부권행사의 정당성을 이야기하며 전통적인 미
국 국민의 스스로를 지킬 권리와 미국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군수산업의 필요
성에 대해 피력했다. 평소 자신과 다른 견해였지만 자꾸 되풀이하여 말하다
보니 그것이 진실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다 대통령은 오히려 그게 신념이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 총기를 소지한 강도가 집주인과
총격전을 벌이다 집주인의 총에 맞고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문제는
강도가 소지한 총기는 이태리에서 밀반입된 미등록 총기였고, 집주인의 총
기는 호신용으로 구입한 미국산이었다. 총기옹호자들은 순식간에 '거봐라,
총이 있어서 막을 수 있었지. 선량한 민간인들의 총기는 뺏기고, 불법무기의
유출을 막지 못한다면 우리의 가정은 누가 지킨단 말이냐....."는 식의 여
론을 일으켰다. 각 언론에서는 이러한 여론을 부채질하기 시작했다. 대통령
을 향한 비난여론도 그 칼끝이 무디어졌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페리는
점차 시온파의 일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배달공화국의 정체에 대해서 CIA가 파악하고 있는 내용은 이게 다요?"
대통령이 보고서를 툭툭 치며 하렐에게 말했다. "예, 그 이상은 현재 첩보
활동 중입니다. 조만간 더 자세한 자료를 올리겠습니다."
"나는 우리 CIA 정보력으로 한국이 태평양 위에 그렇게 큰 공사를 벌이는 동
안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소. 위성 팀은 낮잠만 잔 거
요?"
하렐이 송구하다는 듯이 대통령의 시선을 피했다. "대부분의 정보력을 이
라크에 집중시키고 있었고, 동북아 쪽 위성은 북한을 검색하는 데 우선적으
로 사용되고 있어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 쪽 바다는 방대
한 바다만 있는 곳이고 섬도 없어서 특별히 문제가 있는 곳은 아니어서 3개
월 한 번 정도 촬영해 두는 게 기록의 전부입니다."
"섬도 없다니 저건 섬이 아니고 뭐요? 도대체"
"각하, 이만한 섬은 지금까지 섬으로서의 가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
니다. 태평양 위에는 아직 우리가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무인도가 적어도
수 천개나 됩니다. 그런 섬들을 일일이 살펴볼 필요가 없었습니다. 단지 저
섬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생각은 못했을 뿐이죠. 그리고 저 정도 위도에 있
는 섬은 사람이 산다 해도 휴양섬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집니다. 겨울에는 너
무 서늘해서 관광객들이 가려고 하지 않을 곳입니다."
"흠 어쨌든 이 문제에 대해서 국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거래를 하는 겁니다."
"거래?"
"예, 한국과 거래를 하는 겁니다. 배달공화국을 주권국가로 인정해주는 조건
으로 석유개발권을 공동으로 운영하자는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한국입장에
서는 일본에게 뺏기는 것보다는 그게 나을 겁니다. 어차피 일본보다는 한국
이 다루기가 쉽습니다. 요즘 이라크 주둔병 철수로 관계가 좀 서먹해지긴 했
지만 아직 한국에는 우리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이 계속 배달국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럴 리는 없습니다. 지금쯤 청와대는 아마 미국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귀
가 쫑긋해져 있을 겁니다."
같은 시간 배달공화국 정보부 통제실
"너무들 하는군"
강하경 부장이 페리 대통령과 하렐 국장의 대화를 듣다 결국 한마디를 했다.
"쟤들 배달국에는 정말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는 줄 아는 거 아야?"
"그러게 말입니다."
소형위성의 각을 계속 리모트 콘트롤로 조정을 하면서 홍연식이 대답했다.
연식은 원래 과학부 소속이었지만 최근 정보부로 옮겼다. 국회에서 빼온 투
표용지에 도청장치를 달아서 그 뒤에 숨어있던 CIA국장과 백악관 비서실장의
정체를 알아낸 게 연식의 아이디어였다. 그 뒤로 계속 시온파와 연관되는
사람들을 하나씩 찾아내고 있었다. 시온마스타의 경우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
지만 전 미국인을 대상으로 시온마스터의 목소리 대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늦어도 두 달 내에 시온마스터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일단 시온
마스터를 한 사람이라도 밝혀낸다면 시온파의 원로회를 찾아내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배달국의 의사를 물어볼 생각은 전혀 안하고 있구만. 어차피
전쟁을 할 꺼면 빨리 하지 몸 다 녹슬겠다."
그 때 페리 대통령의 말이 위성을 통해 전해져 왔다.
"한국인들은 운도 좋군 마침 이런 적당한 섬을 발견하다니, 꼭 재주를 부리
라고 누가 일부러 만들어놓은 것 같잖아?"
"헉 들켰나봅니다." 홍연식이 움찔하는 포즈를 하며 말했다. 강하경이 킥
킥거렸다.
2007년 10월 18일 배달공화국 과학부 브링핑 룸
MS(마블 스크린)은 우주공간의 모습을 그려놓고 있었다. 방 가운데 지구가 있었고
그 주변으로 각종 인공위성들이 지구 주위를 돌고 있었다. "지금 보시는
게 현재 지구의 정지궤도를 돌고 있는 인공위성들의 모습입니다. 파란색으로
보이고 있는 것이 우리 배달공화국에서 그동안 쏘아 올린 소형위성입니다.
"
그 동안 배달국은 총 7개의 소형위성을 쏘아 올렸다. 그중 5개는 정지궤도
위성이며 나머지 두 개는 자체 이동이 가능한 추진동력위성이었다. "우
리 과학부는 바로 이곳에 우주정거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최석록 과학부 장관이 손에 쥔 3D 마우스를 움직이자 우주공간 속에 하나의
큰 타원이 나타났다. "이곳이 지구에서 볼 때 가장 규칙적인 궤도를 가질
수 있는 곳입니다. 달과 지구의 중력에 가장 저항을 적게 받고 영향을 적게
줄 수 있습니다."
"거긴 프리덤(FREEDOM)이 있던 자리군요."
천문학 박사인 김시백 통령이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통령님. 2023년
에 건설된 우주정거장 프리덤의 궤도입니다. 가장 좋은 위치죠."
미국은 우주정거장 스카이 래브가 수명을 다하고 1980년 폐기된 후 이후 길
이 100m, 무게 300t의 초대형 우주정거장 프리덤(Freedom)을 유럽우주기구(
ESA), 캐나다, 일본과 같이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었다. 이전의 스카이 래브
가 23m의 길이를 가진 것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의 공사로 20년 이상의 건설
기간이 걸렸다. 그러나 미국은 이 우주정거장의 건설과 운영을 주도함으로서
우주시대의 선두주자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 프리덤은 수명이 다 되어
가는 부분을 교체, 수리, 증축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무려 100년 이상 지구
와 달 사이에서 우주정거장의 역할을 다했다. 초기의 우주정거장이 대부분
우주와 무중력상태에서의 과학실험과 동식물 실험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다
가 나중에는 달과 화성에 식민도시를 건설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구
에서 화성까지 직항이 가능한 우주버스의 등장 이전까지 우주정거장은 각종
우주여객선과 화물선이 반드시 경유해야 할 곳이었다. "하지만 굳이 우
주정거장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 기술로는 달이나 화성까지 논스톱으
로 운항할 비행선을 만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것 같은데...."
국방부 장관인 계운필 대령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말했다. "물론 그렇
습니다. 달이나 화성, 금성으로 가기 위해서 만이라면 우주정거장은 필요없
지요. 하지만 우주정거장은 그냥 정거장이 아닙니다. 무중력공장이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맞아요, 우주정거장 건립은 저희 보건부에서도 오래 전부터 과학부에 건의
를 해오던 사항이었습니다."
보건부장관인 정영혜 박사가 말을 꺼냈다.
우주정거장은 우주선의 경유지 역할 외에도 산업적 목적과 의학적 목적으로
이용되었다.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제조가 불가능한 순도 100%의 결정체
를 만드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새로운 의약품, 초전도체와 그 이후에 등장
한 완전전도체 등의 각종 합금, 미생물반도체의 제조공장으로서의 역할을 수
행했다. 또한 지구상에서는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선박과 항공기, 우주
선 그리고 또 다른 장소에서 사용될 우주정거장의 기초까지 우주정거장에서
만들게 되어 그 활용도는 아주 다양해 졌다. 물론 군사적인 가치도 무시하
지는 못하지만 군사적인 목적은 이미 소형위성을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어
서 기동성이 떨어지는 우주정거장은 군사적인 목적은 상대적으로 비중이 작
았다. 23세기의 우주정거장은 그 길이가 수 km에 달해 정거장 안에는 공장
뿐만 아니라 필요한 장소에 따라 인공중력을 만들어 주거시설, 호텔과 면세
점, 극장, 스포츠센터까지 다양한 복합시설을 갖춰 하나의 도시로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 기술적인 설계와 건설계획이 완료된 상태입니다. 이륙체
는 2주 후면 발사할 것이고 기본 베이스의 제작기간은 약 6개월입니다. 그
이후부터는 우주정거장은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축가 기능들의 증축
이 가능해집니다. 장관님들을 특별히 모신 것은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여쭤
보고 싶어서입니다." 우주정거장의 이름은 한국어이면서 우주정거장의 특
징을 잘 살릴 수 있는 이름을 선정하기로 하고 배달공화국 국민들의 여론을
수렴하여 결정하기로 하였다.
2007년 10월 19일 11시 부산 연안여객터미널
유진기 산업자원부 장관과 정상호 외무부장관이 여객터미널 귀
빈실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경의 보고에 의하면 배달공화국에서 오는
배가 영해를 통과해 부산 앞바다로 들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미 배달국으
로 떠날 실사단이 선정되었지만 배달국에서 직접 실사단을 안내하겠다는 의
사를 전해와 배달공화국의 배가 한국으로 들어오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되
자 강민우 대통령은 아예 특사를 보내 자신과 접견을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
을 해 일정이 변경되었다. 배달공화국의 특사가 2박 3일간의 한국방문을 통
해 대통령과 접견을 하고 관계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특사단을 안내해 배달
공화국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오늘 배달공화국에서 그 특사가 배를
타고 들어오기로 한 것이다.
부두에는 장관과 수행원들 그리고 배달국에서 오는 특사를 취재하기 위해 각
언론사에서 취재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일부 방송사에서는 중계차를 대놓
고 생방송으로 현장을 연결하고 있었다. 잠시 후 해경의 에스코트를 받
고 배달공화국의 유진 1호가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취재진들
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아니 저게 뭐야? 사극 촬영하나?"
"오호 멋진 걸?"
"저 배 바람을 타고 다니는 걸까? 노를 저어 오는 걸까?"
해경의 순시함을 뒤따르고 있는 배가 눈에 확 띄었다. 분명 목선으로 보였다
. 돛을 활짝 펼친 채로 유유자적한 모습으로 부산항에 들어오고 있는 유진
1호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유진 1호가 나타나자 부산항은 잠시 중세
의 한 항구의 모습처럼 보였다. 배를 타기 위해 부산연안터미널에 나와있던
승객들이 흥미롭다는 듯이 구경하고 있었다. "저런 배로 태평양을 건너
온 건가?"
"건너온 것 아니죠, 일본에서 가깝다고 하던데요?" "하여튼 저 배로 오려
면 한참 걸렸을 것 같은데?"
산업자원부 장관이 유진 1호를 보고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그러나
유진 1호는 도선을 맡은 해경 순시함의 속도에 전혀 뒤쳐지지 않고 따라오
고 있었다. 유진 1호가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모습은 마치 순시함과 끈으로
연결이 된 것이 아닐까 착각을 할 정도로 정확하고 부드럽게 순시함의 뒤를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마침내 유진1호가 연안부두에 정박을 했다. 배
는 약 1천 톤이 안되어 보였다. 유진기 장관은 설마 배달공화국이 저 배
에 우리를 태우고 갈 생각인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유진기 장관도
실사단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유장관은
배달국으로 갈 때는 한국에서 따로 배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가 멈추자 배 위에 사람들이 나타났다. 두 사람의 장관과 수행원들은 배
에 탄 사람들을 보고 놀랐다. 사람들은 한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자
세히 보면 한복은 아니었다. 하지만 디자인의 기본 개념이 한복이라는 걸 누
가 봐도 알 수 있을 만큼 한복과 닮아 있었다. 이 옷은 한국에 있는 디자이
너에게 비밀리에 의뢰하여 만든 디자인으로 만든 옷이었다. 칼라는 원색을
피하고 현대감각에 맞게 변형되었지만 맵시는 한복의 선을 살려 만들었다.
이 옷을 통해 배달공화국은 한국과 같은 민족이면서 동시에 같은 역사적 뿌
리를 가졌다는 것을 증명하고 동시에 최근 1,2백년이 다른 역사를 가졌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였다. 방송사 카메라들이 조명을 밝게 밝히
고 현장을 담고 있었고 곳곳에서 플랫쉬가 터졌다. 이윽고 배에서 7명의
사람이 내렸다. 여자 1명과 남자 6명이었는데 모두 생각보다 젊어 마중 나
온 사람들은 다시 한 번 놀랐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맨 앞에 서서 걸어나온 젊은 여자가 외무부장관에게 공손
히 머리를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배달공화국 김시백 통령의 특사로 온
오혜린입니다."
"아 예! 반갑습니다. 먼 길 오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저는 외무부장관
정상호입니다."
정상호 장관은 순간 당황했지만 예의를 잃지는 않았다. 오혜린에게 손을 내
밀다 오혜린이 머리를 숙이자 자신도 얼떨결에 따라서 머리를 숙였다.
이어서 서로간에 인사를 나누었는데 산업자원부 장관인 유진기는 내심 불쾌
함이 많았다가 새파랗게 젊은 사람들이 특사라고 오니까 그 불편한 표정을
숨기지를 못했다. 겉으로 말은 안 했지만 누가봐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
이고 있었다. 특사 일행이 공손히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데도 딴 곳을 쳐다
보고 있었다. 이미 유장관은 이들이 독립국가라는 걸 믿지 않고 있는데다 젊
은이들로 구성된 특사를 보자 일찍부터 나와서 기다리고 있는 자신의 권위가
손상되었다고 느끼고 자존심까지 다친 것이다. "배달국은 나이 드신 분
이 없나 봅니다." 유진기가 비꼬듯이 말했다. "예, 김시백 통령님이 56
세로 최연장자십니다."
오혜린이 태연하게 대답하자 유진기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이게
바로 배달국이 급조된 불온단체라는 증거가 아니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호 장관이 분위기가 안 좋은 걸 느끼고 얼른 특사 일행을 안내했다.
"자 이제 이동을 하시겠습니까? 여기서 서울까지는 비행기보다는 고속철도
가 빠릅니다. 두시간 정도면 서울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오혜린이 다시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KTX말이군요, 영광입니다." 오혜린에게 몇몇
기자들이 달려들었지만 한국측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오혜린이 밝게
웃으면서 나중에 정식 기자회견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언론과
인터넷 상에서는 배달국에서 온 특사의 미모와 패션이 순식간에 화제 거리가
되었다. 배달국이 쏘아 올릴 우주왕복선의 이름을 지어주십시오. 내
일(4/20)저녁 6시까지만 받겠습니다.
다음 연재는 4/21(수)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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