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email protected])=+= (11) 석유전쟁 (1
1) 석유전쟁 ②2007년 10월 13일 아침 8시 오성그룹 사장단 회의
"야! 이 개새끼야!"
결재판이 오성정유 박광식 사장의 얼굴에 날아가 그대로 부딪혔다. 맹오성
회장이 아침부터 미친 듯이 발광하고 있었다. "그래 얼마라고? 이 나쁜 놈
아."
박사장은 미친 듯이 날뛰는 장인의 얼굴을 함부로 쳐다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더듬더듬 대답했다. "예 한 1,270억 정도 됩니다. 그래도 세금
을 좀 적게 신고해서 다행입니다. 다 신고했으면 1,800억이 넘는데...... "
맹오성 회장은 이미 칠순이 다 되어 가는 데도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
지 못에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그래 잘났다. 이놈아! 한해 매출을 다 까먹고 다행이라니. 1천억이면 짜장
면이 몇 그릇인 줄 아냐? 어이구, 저것도 사위라고 내가 미쳐!"
박사장은 한 달 전까지만 해도 그 차익에 신이 나서 자신을 칭찬하던 맹회장
이 저렇게 까지 화를 내니 서운했다. 그게 다 맹회장에게 배운 수법 아닌가
? 오성정유는 정부의 시책에도 불구하고 석유를 사재기하고 그를 숨기기
위해 사재기한 석유를 이미 판 것처럼 장부조작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함
으로서 나중에 유가가 오르면 이미 판 것으로 되어 있는 석유를 실제로 팔
계획이었다. 이미 기업회계연도가 바뀌어 세무서에 신고한 게 불과 1주일 전
이었다. 대통령은 오성정유가 세금을 신고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세금인
하를 발표한 것이다. 결국 이미 세금인하 전에 세금은 미리 내놓고 그 세금
을 소비자에게 받을 수 없게 되었으니 오성정유의 타격은 극심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른 정유회사도 비슷한 처지였는데 오성정유의 경우
그 도가 지나쳤다. 오성정유는 엄청난 손실을 감수할 것인지 사재기를 자수
하고 간부 몇 명이 구속되고 벌금을 내는 수준에서 피해를 최소화할 것인지
결정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
"두고 보자 강민우, 거지 새끼가 대통령이 되더니 눈에 뵈는 게 없구만."
지난 대선 때 50억을 싸들고 강민우 후보를 찾아간 비서실장이 돈을 고스란
히 도로 가져왔을 때를 생각하니 맹회장은 다시 이가 갈렸다. "저한테 주
실 돈 있으시면 직원들 월급이나 좀 올려 주시죠."
강민우가 그렇게 말할 당시 오성그룹은 노조에서 월급인상을 외치며 파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오랜 회의 끝에 이번 대통령의 세금인하 조치는 장기
적으로 가지 못할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린 채 앞 뒤 생각 없는 대통
령의 정책을 동종 기업과 연대하여 비판하고 맹택수, 맹택동, 맹일규 의원을
중심으로 한 정치공세와 오성일보를 중심으로 비난여론을 조성하여 세금인
하 철페 시기를 앞당기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오성그룹
의 사장단 회의는 마치 가족회의에 애들 몇 명이 친구를 데려온 형상과 꼭
닮았다고 봐도 될 정도였다. 오성그룹은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으로 건설, 조
선, 금융, 전자, 통신, 언론 등 그 영향력을 미치지 않는 분야가 없다고 할
정도인데 대부분 알짜배기 기업들은 모두 아들과 사위들이 사장으로 있었고
전문경영인을 사장으로 두고 있는 분야는 네 개 계열사에 불과했다. 아들이
더 있었으면 좋을 뻔했다는 게 맹회장의 생각이었다. 맹오성 회장은 그것으
로 부족해 핏줄 몇 명은 정계에 진출시켜서 아들 둘과 손자 하나가 현직 국
회의원이었다. 돈 되는 일이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던 맹회장은
이제 죽을 때가 다가옴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온전히 아들과 딸들에게 물려
줄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2007년 10월 13일 배달국 북서쪽 173
해리 해상바다에는 거대한 해상 플랫폼이 떠 있었다.
플랫폼 옆으로 해저소나장비를 장착한 시추선이 떠 있었고, 건설로봇 하나가
공중에 뜬 채로 마지막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바다 위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바닷 속에서는 이미 두 대의 건설로봇이 파이프의 이음새를 점검하며
수중 용접을 하고 있었다. 간간히 바닷물 속에서 밝은 불빛이 보일 뿐이다
. 김시백 박사는 건설 총감독을 맡은 명진건설의 조명식 부장과 유진 1
호를 타고 건설 현장을 살펴보고 있었다. 유진 1호는 23세기에서 가져온 유
람선을 개조한 쾌속선이다. 재질은 우드파이트라는 일종의 화학합성물인데
감촉이나 무게, 심지어 향기까지 나무와 똑같지만 탄성이나 경도 등이 훨씬
강한 자재였다. 표면에 무늬까지 넣으면 보거나 만져서는 육안으로 나무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거기다 장식으로 돛과 노까지 달았으니 겉보기에는 마
치 중세의 범선처럼 보였다. "이런 재래식 플랫폼을 만들다니요? 자원
낭비입니다."
조명식 부장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김시백 박사가 그 말을 듣고 같이 웃
으며 말했다. "그럼 23세기형 플랫폼을 만들 걸 그랬나?"
"21세기형이 만들기가 더 어려웠다고요. 23세기형은 이미 설계도를 가져온
게 있었는데 이것 때문에 일부러 다시 설계했습니다."
조부장이 불평하듯 볼멘 소리로 말했다. 사실 이 해상 플랫폼은 외형적
으로 지금 시대에 흔히 볼 수 있는 석유 시추용 플랫폼과 그 형태가 거의 똑
같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그 내부는 전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수심이 6km
가 넘는 바다 밑에서 땅을 뚫고 다시 1600m를 더 내려가서 박혀 있었다. 해
저면에는 지하의 석유를 퍼 올리는 펌프와 해저 임시저장소역할을 하는 탱크
가 있었다. 그러고 탱크에서 해상의 플랫폼까지는 직경 3m의 송유관이 연결
되었다. 해저에서 해상까지는 어차피 석유가 물보다 가벼워 쉽게 올릴 수 있
었다. 수중 파이프는 곳곳에 유연한 관절을 두어 초속 700m이상의 해류나 수
중 폭발 등에도 견딜 수 있는 내구성을 가지고 있었고, 해상 플랫폼도 태풍
등 기후 조건은 물론 폭발 등의 공격을 방어할 수 있도록 설치되었고, 유사
시 수중으로 잠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다. 역시 수상에도 석유를
저장할 수 있는 탱크가 있었다. "박사님 궁금한 게 있는데 여쭤봐도 될
까요?"
박사가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왜 이리 북쪽에 있는 유전을 뽑는 거죠? 물론 이 곳이 남쪽에 있는 유전보
다는 수심이 약 1.4km 얕긴 하지만 우리가 석유 시추하는 데 수심은 별 문제
가 안 되는데요?"
"여기가 매장량이 많잖아."
"에이, 그래도 300억 배럴이나 350억 배럴이나 그게 그건데. 여긴 남쪽 유전
보다 60해리나 더 떨어졌잖아요"
"그만큼 한국에서 가깝지"
"아! 그렇군요."
사실 배달공화국은 석유가 필요 없었다. 23세기에는 물 분해를 통한 수소에
너지의 상용화가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배달공화국에서는 바닷물이 식
수인 동시에 원료였다. 그러니 당장 석유가 필요한 한국과 향후에 아시아 대
륙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대륙에 좀 더 가까운 게 좋을 것이다. 조부장은 그
제서야 수긍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김박사의 눈은 멀리 수평선
너머에 있을 일본열도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서 일본열도까지는 181해리였다.
2007년 10월 13일 오후 3시(한국시간) 워싱턴 주변 어느 곳서바인 회장
은 아직도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
회의실에는 좀처럼 한 자리에 모이지 않는 네 사람이 또 그 날처럼 모여 있
었다. 어딘가에서 시온마스터가 역시 모니터로 이 방을 보고 있을 것이다.
흥분한 서바인을 보면서 이렇게 모이는 일은 자주 있으면 안 된다고 아미트
는 생각하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작은 종이쪽지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투표용지였다. 종
이를 열심히 세던 매튜 그레이험 FBI국장이 말했다. "찬성 47 반대 249 기
권 18 원래 우리가 예상하던 결과와 거의 일치합니다."
"이게 어디서 온 거요?"
샤드니크 하렐 CIA국장이 서바인에게 물었다. "오늘 아침에 수취인 지정
특수우편물로 도착했소. 물론 발신인은 없었소."
하렐 국장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역시 투표함이 바꿔치기 된 것
같군요. 그렇지 않아도 우리 CIA는 이런 가능성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었소
."
"아니 왜 그런 생각을?" "이상하지 않습니까? 찬성 200, 반대 57, 기권 5
7, 일부러 맞춘 것 같은 숫자 말이오. 199도 아니고 201도 아니고 딱 200이
란 말입니다. 게다가 반대와 기권이 각각 57이라니 뭔가 조작의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흐음, 그런 숫자 구성은 조작의 의심을 받게 될 것인데..."
"애초에 이들은 조작의 사실을 숨길 생각이 없었던 거요, 일부러 투표용지를
서바인 회장에게 보낸 것도 그렇고. 일부러 이렇게 해서 자신들의 존재를
은연중에 과시하고 있는 거요. 일종의 장난 같은 거지."
하렐이 세 개의 데크에 각각 6mm 테이프를 넣으면서 말했다.
"이 날 국회의사당 본회의장을 찍은 CATV 녹화내용입니다."
국회의사당에서 개인총기소지금지법안이 통과될 당시 본회의장을 각기 세 방
향에서 찍은 화면이었다. "투표가 시작되고 개표될 때까지 쭉 살펴봤지
만 아무런 이상점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지금 우리 팀에서 보다 정밀한 검
사를 하고 있습니다. 해프먼이 지휘하고 있고요."
그 때 듣고 있던 목소리가 말을 열었다. "좀 더 정밀하게 검사해 보시오.
분명히 이상한 곳이 있을 거요, 특히 모든 의원들의 투표가 다 끝난 후부터
개표시작 전까지 그 사이에 사건이 있었을 것이오."
서바인이 물었다. "이 투표용지는 어떻할까요?"
"그냥 소각시키시오. 깨끗이. 어차피 법안은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었으
니 그냥 묻어두시오. 괜히 세상 시끄럽게 하지말고."
목소리가 계속 말을 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들의 정체를 빨리 밝혀내시오. 지금부터 위성의 감
시망을 풀 가동하고 필요한 부분은 다 녹화하시오. 나 개인적으로는 오랜만
에 재주 많은 상대를 만난 것 같아 기쁘긴 하지만, 원로원에 아직 이 일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수준에서 일이 마무리되어야 하오. 이들의 정체를
밝히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결코 우리의 정체가 드러나선 안 된다는 사실도
명심하시오."
그러나 이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두 가지가 있었다. 한 가지는 투표용지
의 바꿔치기가 가능한 것은 투표함 내부에 설치되었던 텔레포팅 단말기 때문
이었다는 것이고 또 한가지는 이들에게 보낸 투표용지 중 적어도 20장 이상
의 종이 안에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작은 도청기가 심어져 있었다는 사실
이다. 2007년 10월 13일 저녁 7시 청와대 관계장관 회의 장관
들은 대통령이 갑자기 호출한 이유가 무척 궁금했다. 뭔가 중요한 일인지 청
와대에 장관들이 다 모이자 대뜸 "저녁 안 드셨죠?"하며 회의실로 국밥을 가
져오게 해서는 말 그대로 후다닥 먹었다. 때론 성격 급한 면이 있는 대통령
과 식사보조를 맞추느라 나이 든 장관들은 밥을 어디로 먹는 지도 모르게 먹
느라 체할 지경이었다. 순식간에 저녁을 해결하고 나자 국정원장이 직원
몇 명과 회의실로 들어왔다. "국정원장도 식사 안 하셨죠?"
"괜찮습니다. 각하."
대통령의 물음에 국정원장이 황급하게 대답했다. 각하라는 호칭을 거의 안
쓰는 요즘 국정원장은 몇 번식 대통령에게 핀잔을 들으면서도 이 호칭을 바
꾸지 않았다. 국정원 직원 하나가 장관들에게 파일로 제본된 보고서를
나눠주었다. 보고서는 제목이 [배달공화국 첩보 보고서]라고 적혀 있었다
. "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저는 국정원 외2과의 정성한 과장입니다."
정성한 과장이 스크린 앞에 서서 말을 시작했다. 장관들은 어리둥절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장관들은 오늘 회의가 에너지 위기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손에 쥔 보고서는 전혀 다른 내용인 것처럼 보였다. 어제 대통령의 기자회
견 후 야당은 미봉책이며 미래에 대한 준비가 전혀 없는 어린아이와 같은 치
기 어린 정책이라는 비판이 쏟아졌고 오성일보를 비롯한 재벌언론들이 "국제
적 흐름과 반대로 흐르는 江(강)정권"이라는 헤드라인으로 국제유가를 무시
하고 선심형 정책을 펴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에 일제히 비난의 화살을 퍼붓
고 있었다. 특히 정유회사를 가지고 있는 오성일보의 비난은 그 정도가 심했
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이 유가 안정으로 한숨 돌리는 상태였고 부도
직전에 탈출구를 발견한 기업들이 많았다. 당연히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에
유가하락이 반영되고 있었다. 강민우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기업과 재벌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브리핑이 시작되었다.
"한국시간으로 12일 새벽 1시, 현지시간으로 11일 오후 3시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두고 있는 FIFA 사무국 이사회는 새로운 회원국으로 배달공화국의
가입을 승인했습니다. FIFA의 발표에 의하면 배달공화국은 북서태평양 해상
에 있는 섬나라로 언어를 한국어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이미 장관들은 브리핑이 시작하기 전에 보고서를 미리 넘겨보면서 읽고 있었
기 때문에 모두 저마다 충격에 빠진 상태였다. "지구상에 한국어를 국어
로 사용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북한을 제외하고는 알려진 바가 없기
때문에 국정원에서는 일단 이 나라의 정체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그 국가
형성에 대한 의문을 푸는 방향으로 첩보를 시작했습니다."
장관들이 보고서에서 눈을 떼고 정과장을 쳐다봤다. "우선 우리별 4호에서
찍은 위성사진입니다."
스크린에 위성사진이 나타났다. 대축적 사진에서는 잘 보이지 않던 섬이 지
도를 확대하면서 그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일본 동남쪽 바다에 섬이 보
였다. C자를 거꾸로 해 놓은 것 같은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꽤 큰
섬인데 어떻게 지금까지 저기 섬이 있는 것을 몰랐지?"
"그걸 저희도 지금 조사중입니다. 일단 지금까지 만들어진 지도에는 어디에
도 저 섬이 있는 지도가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저쪽 바다는 수심이 깊어 섬
이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견이 되지 않았던 것 같
습니다. 그리고 섬의 위치가 아주 묘합니다. 태평양을 가로질러 북미나 남미
로 가는 배들이 다니는 등각항로를 모두 다 벗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
지 발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동안 위성사진으로도 발견되지 않았단 말입니까?"
"보시다 시피 대축적사진에서는 육안으로 거의 알기 어렵습니다. 이 섬의 면
적이 약 60평방km로 괌의 10분의 1, 사이판의 3분의 1정도의 크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쪽 지역은 그다지 주목을 끌거나 중요한 지역이 아니
기 때문에 고해상검색이나 확대촬영을 할 필요성을 느끼는 위치가 아닙니다
. 혹시 미국의 군사위성이 발견했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 미국에게 문의를 하
기에는 좀 미묘한 입장입니다."
장관들이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뭔가 석연치 않기는 하다.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21세기이다. 아시아 대륙에 저렇게 가까이 있는 섬을 발견하지 못했
다니 이상한 일이다. "보다 확대된 사진을 보시겠습니다."
스크린에는 섬을 최대한 크게 확대한 사진이 나타났다. 군데군데 제법 큰 건
물이 보였다. 오밀조밀 모여있는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와집 아냐?"
누군가 소리를 쳤다. 화면상으로 조금 작아 명확하지는 않으나 기와집인 것
은 분명한 듯 보였다. 배달공화국이라는 나라는 한국에서 2000km가 넘게 떨
어진 바다 한 가운데서 기와집을 짓고 살고 있는 것이다. "예 맞습니다.
저희 분석에도 저 섬에는 상당히 현대식 양식의 건물들이 있긴 하지만 거주
민들의 주거용으로 이용되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부분의 소형건물들은
대부분 기와를 얹은 한옥이었습니다. 특히 이 집, 이 집, 그리고 이 집 같
은 경우는 전통 한옥의 가옥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정과장이 스크린의 몇 군데를 지시봉으로 짚으며 말했다. 본채와 사랑채, 후
원과 소슬문 등 전통한옥이었다. 후원에 연못까지 갖추고 있어 조선시대로
치면 행세께나 하는 사대부나 되어야 가질 수 있는 집이었다. 그러나 눈으로
보기에 허름하거나 가난한 사람이 사는 곳 같은 집은 보이지 않았다. 전체
적인 섬의 모습은 울창한 숲을 대부분 자연상태로 두고 섬의 중앙부분이 집
중적으로 개발이 된 듯했다. 도로망은 거의 발달하지 않아 전반적인 산업화
이전의 도시형태를 보이고 있었다. "으응? 저기 잠깐만 저 섬의 남서쪽
을 확대한 사진 있소?"
문화관광부 장관인 이기수가 정과장에게 묻자 정과장이 웃을 듯 말 듯한 표
정으로 말했다.
"역시 이장관님이십니다."
정과장이 남서쪽을 확대한 사진을 스크린에 보여주자 장관들이 탄성을 지었
다. 사진 속에는 그림같이 펼쳐진 18홀의 골프코스가 있었던 것이다. 한 눈
에 보기에도 아름다운 골프장이었다. 서남쪽에 바다로 툭 튀어나온 곳에 위
치하고 있어 대부분의 홀에서 바다가 보일 것이다. 골프광인 이기수 장관은
순간 저기서 골프를 한 번 쳐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섬은 한국인들이 만든 섬이겠군요. 그런데 국가라고 공표하다니 반역행
위 아닙니까?"
골프코스에 정신이 팔려 있던 사람들이 국방부장관의 일괄에 정신이 퍼뜩 들
었다. 이현부 국방부 장관이 결연한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저들은 모두
한국인일 것이요. 어쩌다 저곳에 섬을 발견했겠지, 그래서 주변에 맘이 맞
는 사람들을 모아다 멋대로 이주해서 살고 있는 것이요. 그리곤 엉뚱한 생각
이 들어 우리는 독립국가다 하고 주장하고 있는 거요. 저놈들은...."
국방부 장관의 말이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장관들도 그런 생각이 머리 속에
떠오른 것이 사실이었다. 국제법 상 어떻게 되나를 머리 속으로 생각하고 있
었고 저들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라면 국내법을 지켜야 하고 세금도 내야하
고 국방의 의무도 수행해야 한다. 저런 경우를 방치하면 국가적으로 아주 부
정적인 선례가 될 것이다. 유토피아의 헛된 꿈을 쫓는 인간들이 마이크로네
시아 같은 곳에 섬을 사들여 병역기피나 세금탈루 외화반출 등으로 악용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제가 말씀 좀 드려야겠군요."
조용히 앉아서 듣고 있던 대통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실은 어제 새벽에 전 이 배달공화국의 통령이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대화
를 나누었습니다. 아니 대화가 아니라 채팅이라고 해야되나? 허허"
장관들이 대통령의 말에 깜짝 놀랐다. 그리고 통령이라니 국방부 장관은 갈
수록 가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시백 통령이라고 하는데 김통령의
말에 따르면, 그 나라의 주 생산품이 석유랍니다."
장관들은 다시 한 번 놀랐다. 석유라는 말이 가지는 무게 때문이었다. 석유
라는 말이 주는 충격에 놀라서 장관들은 강대통령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나
라'라는 표현을 쓰는 데 미처 신경을 쓰기 않고 있었다. "배달공화국에서
는 한국이 원한다면 석유를 국제유가의 절반 가격으로 수출할 의향이 있다는
말을 전해왔습니다. 대신 배달공화국은 한국에서 자신들이 필요한 농산물과
공산품, 그리고 문화상품을 수입하겠답니다. 아마 그 이면에는 자신들을 하
나의 국가로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말도 안됩니다. 석유가 있다는 그들의 말도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석유가
있다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그 석유는 국가 소유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들이 얻는 것은 개발이익의 일부와 보상 정도면 충분
하구요."
산업자원부 장관이 흥분해서 말했다. 대통령이 말을 이어갔다. "재미
있는 것은 그들은 우리 대한민국과 같은 한민족인 것은 인정하지만 이미 20
0년 이상 조선이나 대한민국과는 별도로 독자적인 형태로 살아왔다고 주장하
고 있습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저도 그 말은 믿을 수 없지만 일단 그들의 말대로 석유가 있는 지 우리나라
에서 실사단을 보내겠다고 하자 그들이 수락했습니다. 빠른 시일 내에 실사
단을 구성하십시오. 그 외 다른 문제는 그것이 확인되는 대로 차후에 논의하
기로 합시다."
산업자원부 장관이 어떤 기대감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대통령님, 혹시 매
장량이 얼마나 된다든 지의 말을 들으신 것은 없으십니까?"
"내가 물어 봤소, 그랬더니 750억 배럴이라고 합니다. 그게 사실이면 배달공
화국은 세계 13위의 산유국이요." 장관들의 얼굴이 저마다 어떤 기대감이
떠올랐다. 그러나 장관들은 대통령의 다음 말에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국회나 여론의 지지가 있어야 하겠지만 만약 그들 말대로 석유가 있
다면 그들을 하나의 국가로 인정해 줄 생각입니다."
"대통령님!"
장관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그러나 강민우 대통령은 집게 손가락을 입
에 대면서 조용하라는 표정을 짓더니 그 손가락으로 스크린에 나타난 지도
위의 한 곳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석유가 있는 유전의 위치는 배달
공화국에서 173해리 떨어져 있고, 일본 열도에서 183해리 떨어져 있습니다.
만약 배달공화국이 국가가 아니라면 유전은 누구의 소유가 되겠습니까?"
회의장 전체가 일순간 침묵에 빠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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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더 자주 연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만
제가 직장을 다니면서 쓰는 글이라 매일 올리기는 힘이 듭니다. 대신 연재할
때마다 기다려 주실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 되도록 열심히 쓰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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