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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만주에서 ② 2007년 4월 7일 중국 지안(集安)공항 비행
기가 공항에 도착하자 잠에서 깬 세연은 옆자리의 준영을 깨웠다. "얘, 도
착했어, 일어나." "아-함" 준영은 기지개를 펴며 일어났다. "벌써 도
착했어? 우웅 졸려 난 더 자야돼. 하흠" "나 참 비행기에서 자려고 안대
준비해오는 인간을 실제로 보기는 니가 첨이다." 세연은 옆에 준영이 안대
까지 쓰고 자는 걸 보고 한참 웃었다. 그러고 보니 밤하늘을 날아온 비행
기도 아닌데 여기저기 승객들이 대부분 잠에서 막 깬 것 같다. 춘곤증이 무
섭긴 무서운가봐 사람들이 저마다 하품을 해대며 선반에서 짐을 챙기기 시작
했다. 지안 공항은 조그마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화물을 찾기 위해 조금
걸어야 하는데 할주로 외에는 온통 풀밭이었다. 날씨는 참 좋은 것 같다
. 봄 날씨치고는 조금 쌀쌀한 게 한국보다는 북쪽이 맞나보다 하며 아직 잠
이 덜 깬 준영을 끌고 수화물을 찾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 자
신을 따라다니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말끔히 사라진 것 같다. 세연은 나는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준영은 비행기에서 내린 하중사와 잠깐 눈이 마
주쳤다. 하중사는 의미심장하게 살짝 웃었다. 준영은 나머지 일까지 잘 부탁
한다는 의미로 약간 고개를 까딱했을 뿐이다. 비행기에서 나가는 승객들
을 배웅하고 비행기안의 뒷정리까지 모두 마친 CA-2094편 승무원들은 운항결
과 보고를 위한 랜딩미팅을 가졌다. 비행기안에 탑승하는 승무원들은 항상
탑승전 보딩미팅, 착륙 후 랜딩미팅을 가진다. 그를 통해 승객들을 위한 서
비스를 사전점검하고 또 정리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한 회의를 갖는 것이
다. "미스 쑨이 또 안보이네." 미팅에 늦는 경우가 잦은 미스 쑨이 안보
이자 팀장이 '또'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책망하듯 말했다. "글세 화장실에
갔나보죠." "미스 쑨 정말 문제 많아요. 걸핏하면 승객들이랑 노닥거리질
않나?" 승무원들 사이에서 왕따 취급을 받던 퀴유안이 미팅에 늦자 너나
할 것 없이 퀴유안을 헐튿기 시작했다. "미스 쑨 오늘 근무코드가......
.어디 보자" 팀장이 근무코드를 찾자 미스 량이 대답했다. "제가 CL5이
고 미스 쑨이 CR5예요." 근무코드의 C는 승객50명씩 나눈 칸을 앞에서부터
A,B,C,D 순으로 붙힌것이고 가운데 L과 R은 좌우를 가르키는 코드다. 그래
서 A나 B로 시작하는 코드를 가진 승무원들은 쑨을 볼 수 없으나 같은 칸에
서 반대편 통로를 담당한 미스 량은 근무하면서 계속 퀴유안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오늘 미스 쑨 근무는 어땠나요? 미스 량" 객실장이 민감한 질
문을 하자 미스 량은 조금 망설이가다 말했다. "글쎄요, 저는 제 근무에
신경을 쓰느라, 근데 미스 쑨 오늘 근무는 별 문제가 없었던 것 같아요."
미스 량은 이렇게 말했지만 사실은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언제인지 모르게
정신을 차려보니 자신이 의자에 앉자 자고 있었고 잠에서 깬 건 비행기가
거의 착륙할 때가 다 되어서였다. 착륙할 때 까지 퀴유안을 유심히 본 적이
없었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면 퀴유안도 설마 꼬투리를 잡
지 않겠지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랜딩미팅에 참가한 승무원들 모두
근무태도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는 상황이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졸다가
착륙시간이 다 되어서야 잠에서 깨 것이다. 정상적으로 근무한 승무원은 윗
층에서 기장과 부기장을 보좌하던 승무원 뿐이었다. 그래서 모두 이 순간이
별 탈 없이 빨리 넘어가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럼 미스 쑨이 조금 늦지
만 오늘 특별한 사항이 없으며 미팅은 이만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 팀장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밖에서 큰 폭발음이 났다.
"뭐야? 이 소리는?" 승무원들이 폭발소리를 듣고 밖으로 나가자 폭발소리
가 난 곳에 이미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었다. 화
장실은 그 칸을 이루던 벽이 모두 날아가 있었고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게 부
셔져 있었다. 한 사람이 화장실 바닥에서 찢어진 옷 조각을 주웠다. CA-209
4편 승무원들은 그 옷 조각이 자신들이 입고 있는 것과 같은 종류라는 걸 금
방 알 수 있었다. 지안은 고구려의 옛 수도인 국내성의 현재 명칭이
다. 그러나 집안의 이름에도 광개토대왕의 흔적이 남아있다. 지안은 중국식
발음이고 한문으로는 集安(집안)이라고 쓴다. 말 그대로 평안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뜻이다. 광개토대왕의 시호 국강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國岡上廣開
土境平安好太王)이란 이름에서 보듯이 땅을 넓히고 백성을 평안하게 다스린
왕이란 뜻이다. 탐사단원들은 그 옛날 고구려의 수도인 집안의 풍경을 차
창 너머로 보면서 알 듯 모를 듯 뭔가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 옛날 국내성으
로 불렸던 이 곳이 이제는 곳곳에 건물들이 들어서고 차량이 많아진 지방 중
소도시 이상의 규모로 발전하고 있었던 것이다. 중국은 고구려의 유적을 정
비하고 다듬어서 관광상품화 했다. 사실은 중국사람들에게 그다지 큰 감흥
줄 만한 장소는 아니나 고구려사를 중국사에 편입시키는 중국의 정책으로 인
근 지방의 학생들이 수학여행지로 많이 선정되고 관광상품도 개발되어 집안
도 상당히 붐비는 도시의 모습을 갖추어 가고 있었다. 준영은 버스 안에서
오늘 작전이 순조롭게 진행된 것에 안도하며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적들의 윤곽이 잡히면 본격적인 토벌작전이 들어가야 했다.
일각에서는 KKK단과 모두 전면전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고 준영도 조금은
그에 동조하고 있었으나 김시백 박사의 의지가 강했다. 단지 생각이 다르고
방법이 과격하다고 그리고 미래의 위험이 우려된다고 일방적으로 제거할 수
는 없다는 것이 김박사의 주장이었다. 그러면 21세기 초의 부시대통령이 이
라크를 공격하고 그 이후에 이란을 공격한 것과 아무런 차이가 없다는 생각
이었다. 그리고 시온파의 윤곽은 아직 확실하지 않다. 미국 정계와 재계를
아우르는 고위층들이 시온파와 관련이 있긴 하지만 그 뒤에서 그들을 조종
하는 실질적인 시온파의 리더들은 23세기가 될 때까지 결코 양지로 나온 적
이 없었다. 그 뒤를 밝혀지 않고 그들의 손발만 짤라서는 천년이 넘게 음지
에서 세계를 향한 공작을 펴온 그들을 섬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준영
은 주머니에서 알약을 꺼냈다. 스튜어디스의 뱃속에서 나온 것이다. 물에 노
출되는 바람에 겉부분이 조금 녹았다. 이 알약이 물에 노출되기 전에는 FMS
탐지기로도 포착이 안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었다. 그래서 스튜어디스가
이 약을 삼키는 순간 탐지기가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그녀가 왜 니
트로젠을 먹었는지 누구에게서 받았는 지는 지금쯤 배달국에서 조사를 시작
할 것이다. 하중사가 그녀의 배를 가르고 니트로젠을 꺼내자 비행기 안은 아
수라장이 되었다. 그래서 다른 대원들이 총을 보여주면서 질서를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비상문의 해치를 열고 하중사와 스튜어디스가 비행기에서 나
가고 나서 대원들은 승객과 승무원들, 조종사들까지 모두의 기억을 지우고
아래층 객실에 수면가스를 뿌렸다. 그동안 비행기에서 외부로의 교신은 배달
1호에서 차단시켰다. 이 모든 일의 진행을 준영이 직접 지휘하고 착륙 후 화
장실 폭발까지 직접 지시했다. 그러는 동안 자신을 보며 어이없어 하던 세연
의 놀란 눈을 준영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았다. 통구성은 집안의 시청
소재지이다. 일행은 통구성의 중심에 자리잡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호
텔에는 하루 전 날 육로로 지안에 도착한 북한 대학생들이 입구에 나와 도열
해서 세연일행이 도착하자 열열히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북한 참가자들은
20명이었다. 버스에서 내려 마주친 얼굴은 북측 형제들의 얼굴이었고 반갑
고 기쁜 마음으로 가슴은 두근거렸지만 양측 학생들은 약간 어색한 분위기에
서 인사를 나누었다. 그러나 방 배정을 받고 식당에서 다시 마주쳤을 때는
어색한 분위기가 사라지고 조금씩 서로 말을 건네기 시작하며 분위기가 바뀌
기 시작했다. 저녁을 먹고 난 후 호텔 세미나실에서 1차 합동 세미나가
있었다. 중국 전체학생대표단인 김형직 사법대학에 재학중인 류경철 단장이
사회를 보면서 환영사를 했고 남북 각각 4명의 학생이 이번 탐사와 관련한
주제발표가 있었다. 주제발표의 내용은 중국이 고구려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한 것에 대한 성토와 그에 대한 대처방안에 대한 것이었고 이에 따른
양측의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구체적인 방안들을 거의 실효성이 없는
내용들이었으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국력이 커져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하루빨리 통일이되어야 한다는 대전제에 대해 서로 공감하는
자리가 만들어졌다. 세미나의 마무리는 남북 학생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함
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불렀다. 세미나가 끝나자 남측학생들은 항상
그렇듯이 뒷풀이를 위한 술자리를 준비했다. 그것에 대해 북한 학생들은 갑
자기 당황하기 시작했다. 예정에 없던 스케줄이라는 것이었다. 그에 대해 세
연이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 사적인 자리이며 참가에 희망하는 사람만 참석
하면 된다고 그냥 자연스럽게 어울리자고 제의를 했고, 한참동안 자기들끼리
의논을 하던 북한학생들은 6명만 참석하겠다고 했다. 술자리에 앉은 학
생들은 각자 개인 소개를 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북한학생들의 수가 적
다보니 자연히 남측학생들이 질문하고 북한학생들이 대답하는 이상한 분위기
가 되었다. "항상 뺏지를 달고 다니십니까?" 북한학생들의 가슴에 달린
김일성 뺏지를 보고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그 질문을 하자 북한학생들
이 갑자기 불쾌해 하며 말했다. "뺏지라니요. '주석님의 초상 휘장'이라고
합네다." "그리고 항상 '모시고' 다닙니다." 그러다 한 학생의 옷이 술
에 젖자 옷을 벗기 전에 그것을 떼서 와이셔츠에 달았다. 너무나 정성스러웠
다. 준영이 그것을 보고 웃음을 참아야 했다. 이 일 때문에 분위기가 다
시 어색해 졌다. "자 술이나 먹기요. 고구려를 다시 찾아오기 위해 건배합
니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자신을 김일성대학 문과대학에 다니는 석귀홍
이라고 밝혔던 여학생이었다. 분위기가 다시 조금식 살아나기 시작하자 준
영이 귀홍에게 물었다. "동무는 고구려사를 찾아오기 위해 어떡하면 된다
고 생각하십네까?" 준영이 그들의 말투를 흉내내며 묻자 남측학생들이 웃
을까 울까 말까 망설이는 표정이 되었다. 그러나 귀홍은 진지하게 말했다.
"우리의 역사적 증거들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중국정부에게 강하게 주장해서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게 해야 합네다." "그걸로 되겠습니까?" "역사적
사실이 분명한데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은 국제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 이미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 나라의 역사에는 고구려가 우리 조선의 역사로
되어 있지 않습네까?" "그걸로는 부족합니다." 갑자기 세연이 나섰다.
"독도만 하더라도 아직 국제적으로 볼 때 분쟁지역일 뿐입니다. 이곳 국
내성을 비롯한 만주에서 내몽고까지 모두 중국의 영토입니다. 고구려를 국제
사회에서 우리역사라고 주장하기에는 당시 고구려의 영토 대부분이 지금 중
국에 있다는 게 문제예요." 그것은 사실이었다. 21세기초부터 시작된 고구
려의 역사 연구는 당시 고구려의 영토는 만주를 넘어 내몽고에 이르는 광대
한 면적으로 지금 중국영토의 30%이상이나 되었다. "그리고 중국의 경우
어차피 다민족 국가예요. 중원을 점령했던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가 모두
서로 다른 민족입니다. 중국의 고유민족인 한족이 중국을 지배한 적은 중국
역사를 볼 때 사실 얼마되지 않습니다. 다만 모든 이민족들이 거꾸로 중국문
화에 동화되어 자신의 문화정체성을 잃어버려 자연스럽게 중국의 역사가 되
어버린 것이지요. 그들이 이민족의 역사를 자기적으로 만드는 데 익숙해 져
온 만큼 그들의 이런 시도는 이대로 몇 십년 몇 백년 지나가면 정말 그들의
뜻대로 되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준영은 세연의 말에 동감했다. 아니 동
감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산 증인 아닌가? 사실 준영은 21세기의 대학에
들어가서 역사를 다시 공부할 때까지 고구려가 우리의 역사라는 것을 모르
고 있었다. 그냥 중국 변방의 한 나라였다고 알고 있던 준영이 고구려사에
대해 다시 공부하면서 느낀 충격은 엄청난 것이었다. 그렇게 방대한 역사가
왜곡되었다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꼈고 고구려사뿐만 아니라 한민족 역사의
바로잡음은 시간을 거슬러 온 배달국민들이 해야할 또 하나의 사업이 될 것
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요하면 실력행사라도 해야겠지요." 갑작
스런 준영의 말에 좌중이 어리둥절해졌다. "전쟁이라도 하자는 말입네까?
" 귀홍이 놀라서 반문했다. 옆에서 세연이 수습하기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의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지요. 중국이 우리를 우습게 보지 못하게.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통일이 되어야 합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통일에
대한 얘기로 넘어갔다. 통일의 방법에서부터 통일 후의 정책과 전망까지 서
로 열띤 토론이 이어졌고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석귀홍은 세연에 대한 깊
은 경외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준영은 자신이 알고 있는 통일에 대한 미
래사를 얘기할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한반도의 통일은 사실 많은 피가 필요
하고 그에 연루된 외국의 방해공작도 만만치 않았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희
생이 있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우려하던 남북간의 전쟁은 없었다. 대
신 북한 내부에 쿠데타가 있었고 남한에서도 주한미군과 한국군 사이의 치열
한 전투가 있었다. 결국 국제전까지 이어진 전쟁의 결과 한반도는 통일되었
지만 미일 연합군에 의한 한반도의 초토화 그리고 굴욕적인 항복에 따른 제
주도와 독도의 할양, 5년간의 미군정으로 이어졌다. 통일은 했지만 잃은 것
이 너무 많았다. 반면 노튼이 오기 전 역사에서의 통일은 전혀 다른 모습
이었다. 북한의 쿠데타와 남한의 한미전쟁에 이르는 과정과 국제전까지의 과
정은 같았지만 한반도는 패배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10년이 넘는 오랜 기
간의 참혹한 전쟁이 있었지만 한민족들은 그것을 이겨냈던 것이다. 경제는
일시적으로 무너졌지만 통일한국은 빠른 시간에 복구되었다. 준영은 앞으
로의 몇 년이 한반도에는 아주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 그 역사의 한 가운데 한세연과 석귀홍 두 명의 여인이 있었던 것이다.
2007년 6월 8일 아침 배달국 퀴유안은 문득 잠에서 깨었다. 눈
을 더 보니 하얀 바탕에 연회색 문양이 들어간 천정의 무늬가 눈에 띄었다.
병원인 것 같았다. "좀 어떠세요. 조금 더 주무셔도 되요." 퀴유안은
벌떡 일어나 앉았다. 확실히 병원인 것 같았다.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 퀴유안은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마지막장면을 떠올려 보았다. 칼에 맞았고
쓰라린 통증. 그리고 비행기 밖으로의 끝없는 추락.......배에 손을 대어
보았다. 붕대가 감겨져 있었다. "걱정마세요, 흉터는 남지 않을테니" 퀴
유안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비로소 그 목소리가 침대 위 스
피커에서 나는 소리란 걸 깨달았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우리가 그리 갈
테니" 잠시 뒤 힌 가운을 입은 여의사와 간호사가 가트를 밀고 들어왔다
. 간호사가 이상한 유리판을 퀴유안의 목덜미에 대자 기계목소리와 함께 공
중에 화면이 나타났다. 화면속에는 복잡한 수치들이 나열되었다. "체온,
혈압, 혈중 호르몬 비율 모두 정상이며, 복부 주변 상처 존재 회복중" "상
태가 모두 좋네요." 의사가 웃어보이며 말하고는 간호사에게 한국말로 몇
가지를 지시하고는 방에서 나갔다. 간호사가 볼펜과 같은 막대를 퀴유안에
게 대더니 뭔가를 눌렀다. 슉하는 소리가 났지만 아무 것도 느끼지지 않았다
. 그러나 금방 퀴유안은 다시 잠이 들었다. 잠이 든 퀴유안의 눈 앞에
많은 사람들의 사진이 지나갔다. 외국인 남자들이다. 하지만 모두 처음보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다 퀴유안은 사진 속에서 반가운 얼굴을 발견했다. 그러
자 흐르던 사진이 멈추더니 토미의 사진이 눈 앞에 다가왔다. 눈 앞에서 토
마스 애머슨이라는 자막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퀴유안은 다시 잠의
포근한 품속에 빠져들었다. 2007년 4월 8일 오전 베이징 국제공
항 "일이 그렇게 될 줄은 몰랐다니까요? 그 폭탄이 그렇게 늦게 터질 줄
을 누가 알았겠어요?" 애머슨은 전화에 대고 신경질을 내고 있었다. 분명
히 폭탄의 발화시기가 30분이라고 들었는데 멍청한 중국여자가 약을 늦게 먹
었던지 발화시간이 한시간이 넘는지 어쨋던 비행기는 멀쩡했고 여자만 혼자
서 죽었다. "일단 미국으로 돌아오시오. 다음 계획을 다시 수립해 보도록
합시다." 토미 애머슨은 전화를 끊고 가장 빠른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
해 탑승수속 창구로 향했다. 그러나 이미 홍연식은 토미의 위치를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다. 연식은 배달국의 다음 지시를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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