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14화 (14/83)
  • (8) 만주에서 (8) 만주에서 ①2007년 4월 6일 인천

    국제공항 고구려유적 탐사단에 참가하는 27명의 참가자들은 예정대로

    아침 일찍 인천국제공항에 집결했다. 세연은 단장이라는 직함에 걸맞게

    가장 먼저 공항에 나와 여러 가지 준비를 마치고 있었다. 아침에 엄마가 꿈

    이 안 좋다며 걱정을 하는 바람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계속

    자신의 뒤를 따라 다니는 이상한 느낌 때문에 신경이 쓰이고 있는 상황이었

    다. 계속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는 느낌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럴

    때 준영이라도 좀 일찍 나와주면 좀 좋잖아." 아침일찍 같이 만나서 공항

    으로 출발해서 준비하는 것 좀 도와달라는 세연의 전화에 준영은 그냥 먼저

    가라며 잠을 좀 더 자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래 세연을 가장 힘빠지게 한

    게 바로 그것때문이라고 세연은 생각했다. 좀 잘해 줬더니 이게 간이 부었구

    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탐사단원들의 공동물품을 세연과 준영이 나눠서

    가져오기로 했는데 준영이 빨리 오지 않자 화가 나기 시작했다. 과 동기인

    유진이 공항에 도착하면서 세연은 어제 찾아온 단체 티셔츠와 모자를 건네주

    며 사람들에게 나눠주도록 하고 자신은 사람들이 작성한 출국신청서와 여권

    을 수거하고 수화물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준영이 언제 오나를

    기다리고 있던 세연은 다른 사람들이 다 왔는데도 준영이 도착하지 않자 걱

    정이 되어 준영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전화를 받는 준영은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하는 것이었다. "아! 세연 선배, 안 그래도 내가 전화하려고 했는

    데, 나 급한 일이 생겨서 나중에 따로 갈께요. 먼저 출발해요, 저녁때 북경

    에서 만나. 미안해." "뭐? 야! 준영아! 준영아?" 전화는 끊겼다. 세상에

    이런 나쁜 놈이 있나? 세연은 금세 눈물이 나올려고 하는 걸 가까스로 참았

    다. 이런 배신감, 처음에는 잠을 더 자야겠다더니 이젠 바쁘일이 있다고 ?

    두고보자. 지가 무슨 수로 저녁때까지 북경에 온다는 거야? 북경행 에어차이

    나 비행기는 하루에 한 번 밖에 없는데. 세연은 기가 막혔다. 온 몸에 힘

    이 다 빠지는 걸 느꼈다. 이상한 일이다. 분명히 이 탐사여행을 준비할 때만

    해도 준영은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다. 이 탐사단의 장으로서 북한 대학생과

    연락을 하고 외교부와 국정원의 허가를 받고 모든 스케쥴을 짤 때까지는 준

    영의 도움 없이 혼자서 다 했었다. 그런데 이제 준영이 없다 생각하니 더없

    이 불안해지는 것이다. 세연은 비로소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준영에게 하

    나 둘 의지하는 마음이 생겼다는 걸 깨달았다. 다시 마음을 강하게 잡아야

    한다. 세연은 탐사단원 몇 병에게 여행경비 집행, 교통편 섭외, 비자관계,

    여행편의지원 등 분야별로 중간책임자를 선정하고 힘차게 중국행 장도에 올

    랐다. 어느새 세연은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로 돌아가 있었다. "준영이 너

    나중에 보자" 세연은 비행기에 오르면서 이를 갈았다. 같은

    시간 베이징 국제공항 준영은 세연과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일을 시작

    했다. 준영은 하명찬 중사가 이끄는 특전대원들과 정보과 소속의 배달국

    사람들과 함께 베이징공항에 검색라인을 설치하는 중이었다. 조금 더 일이

    일찍 끝나면 다시 서울로 돌아가 세연과 함께 다시 베이징으로 출발할 수 있

    었겠지만 검색용 FMS 탐지기의 제조가 늦어져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다. 과

    학국에서 어제 오후에야 겨우 자재마련과 설계가 끝나 조립로봇이 생산을 시

    작해 오늘아침까지 총 36대를 만들었다. 정보과에서는 내부 의견으로 탐사

    단 출발 자체를 애초에 막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준영은 그에 반대했다. 이번

    탐사단 모임에서 세연이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역사

    적 기록에는 원인불명의 비행기 폭발로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폭발사고의

    원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 역사적 기록이라는 것이 당시의 보도자료

    를 기초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이면의 정보는 역사자료로 알기 어려웠다.

    국방국의 군사기술 전문가 이진범 대위의 분석에 따르면 에어차이나 CA2094

    편 항공기의 폭발원인은 다음 몇 가지로 추정이 가능했다. 첫째, 에어차

    이나 항공사에 내부 조력자가 있는 경우, 비행기 내부에 폭발물의 설치가 가

    능할 것이다. 이 경우가 가장 가능성이 크지만 KKK단이 그렇게 빠른 시일에

    내부 조력자를 만드는 것은 좀 힘들어 보인다. 만약 시온파라면 충분히 가

    능하다. 둘째, 비행 중에 지상이나 위성 또는 다른 전투기 등에서 외부 공

    격을 받았을 경우, 이 경우 폭발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이유는 중국의 고위층

    이나 군부에서 언론의 보도를 사전에 차단시키는 경우가 해당할 것이다. 만

    약 시온파가 관련되었다면 이 방법을 사용할 확률이 가장 높다. 셋째, 가

    능성은 희박하지만 현재 지구상의 검색기술로 검색이 불가능한 신형 폭탄의

    가능성이다. 이에 해당하는 폭탄이라면 X-선 검색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세

    라믹으로 만든 C-109나 니트로젠 액체 폭탄, 바이오생체탄 등이 가능할 것이

    다. 그러나 생체탄의 경우 그 개발 시기는 약 100년정도 더 있어야 가능하고

    노튼도 개발여부를 알지 못하는 미래형이니 제외하더라도 C-109나 니트로젠

    의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기로 했다. 이 두 종류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꽤 나

    중이지만 신무기의 경우 이미 개발된 상태에서 오랫동안 기밀을 유지하는 것

    이 보통이기 때문에 만약 시온파가 관련되었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그에 따라 공항 내 CA2094편의 탑승구와 수화물 진입창구 정비창 등을 중심

    으로 36군데 포인트를 잡아서 특전사 대원들과 함께 설치를 하고 있는 중이

    었다. 하중사는 이일은 자신들에게 맡기고 인천공항으로 가도록 권했지만 준

    영은 이 곳 베이징 공항에 C-109나 니트로젠이 나타나면 언제든지 검색이 가

    능하도록 모든 시스템이 정비가 완료될 때까지 직접 이 일에 참여하기를 원

    했다. 베이징공항의 검색 네트워크의 설치와 운영의 총 지휘는 과학국의

    홍연식이 하기로 했다. 홍연식은 이전에 준영이 이프의 특별회원 해킹을 시

    도할 때 방어시스템을 만들어 운영했던 프로그래밍 실력자이다. 다만 준영이

    실전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거친 방식의 진입을 통한 공격적인 해커로 사도

    (邪道)의 길을 걸어왔다면, 홍연식은 프로그램의 전체 흐름에 섬세한 감각으

    로 생명력을 불어넣는 프로그래머로서의 정도(正道)를 걸어왔다고 볼 수 있

    다. 컴퓨터 분야에서 두 사람은 서로 일종의 경쟁의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 준영은 연식의 능력을 믿고 이 일을 맡길 수 있었다. 공중공격에 대한

    대비는 이미 베이징 상공에 배달 1호가 클라킹을 한 채로 대기중이었다. 배

    달 1호는 23세기에서 가져온 비행정 FA-8851기종을 새로이 명명한 것이다.

    배달 1호는 CA2094편이 이륙할 때부터 지안에 도착할 때까지 호위를 하게 될

    것이다. 사실은 공중공격을 받는다면 가장 대처하기 쉬운 일이 될 것이다.

    배달 1호의 요격 시스템이라면 이 시대의 어떤 공격이라도 100% 차단이 가

    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참 탐지기 설치에 땀을 흘리고 있을 때 귀 속

    에 들어있는 수신기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보좌관님, 서울발 에어차이나

    항공기가 막 도착했습니다. 이제 그만 하시고 가보시죠?" 연식의 목소리

    였다. 서울을 출발한 세연 일행이 북경에 도착한 것이다. "아뇨 나중에 저

    녁 때 만나면 돼요." "준영이 형 그러지 말고 가서 만나. 부산에서 출발했

    다고 하면 될거야. 여자 맘은 계란 같아서 꽉잡으면 깨지지만 너무 약하게

    잡으면 놓쳐요." 연식이 웃으며 말했다. 수신기에서 여기저기 대원들의 웃

    는 소리가 들렸다. 그동안 이 인간들의 감시를 받으면서 데이트를 한 걸

    생각하니 갑자기 소름이 끼쳤다. "다들 일이나 해요!" 준영과 대원들

    은 은폐망토라는 옷을 입고 있다. 은폐망토는 이름은 망토지만 일종의 옷이

    라고 해야 한다. 착용법은 마스크를 하고 모자를 쓰고 우주복과 같이 생긴

    옷을 입어 완전 밀폐를 시킨다. 그리고 클라킹 기능을 작동시키면 일종의 투

    명인간이 되는데 그 외에도 다양한 기능이 있다. 방음과 방수는 물론이고 방

    열과 방탄의 기능이 있다. 이것을 다시 고정식과 이동식으로 나눌 수 있는

    데 말 그대로 이동식은 클라킹 상태에서 이동이 가능한 반면 고정식에 비해

    방탄효과가 다소 떨어진다. 고정식의 경우 클라킹을 작동시키더라도 클라킹

    이 작동시킨 위치에서 2미터 이상 벗어나면 클라킹이 해제되고 만다. 대신

    고정식은 클라킹은 안한 상태에서는 잠수복과 우주복의 대용으로 쓸만큼 그

    안정성이 높다. 준영은 이동식 망토를 착용하고 작업 중인 것이다. 작

    업은 점심때가 좀 지나서야 끝났다. 마지막 점검까지 꼼꼼하게 마치고 바로

    검색작업을 시작했다. 어쩌면 벌써 적들의 음모가 시작되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준영은 연식을 좀 쉬게 하고 낮 동안 검색활동을 지휘하다가

    저녁때가 되어서야 연식과 교대를 했다. 준영은 연식과 하중사 그리고 대원

    들을 일일이 만나 뒷일을 부탁했다. "걱정마십시오. 보좌관님 저희 대원

    들이 탑승구 주변을 경비할 것이고 정예 다섯 명이 같이 비행기를 타고 지안

    까지 동행할 겁니다." 하중사는 나이가 훨씬 어린 준영에게 깍듯이 존대를

    하며 배웅을 했다. 준영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호텔에 짐을 푼

    탐사단이 저녁을 먹기 위해 호텔을 나설 때였다. 로비에서 준영을 발견하자

    탐사단 학생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세연은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릴 정도였다. 눈 앞에 준영이 싱글거리며 서 있었던 것이다. "아

    니 어떻게...." "아 배고파 죽겠네, 다를 밥 먹으러 가는거여?" 너무 놀

    라 아무 말못하고 있는 세연에게 준영이 말했다. "어찌된거야?" "홍길동

    이냐?" 다를 준영에게 한마디씩 했다. "내가 저녁때 북경에서 만나자

    했자나, 그래서 여기 있자나?" 준영의 말에 세연이 차분하게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뭐 타고 왔어?" "내 자가용 비행기" 준영의 말에 세연

    이 화를 냈다. "뭐야? 도대체 뭐가 그리 바쁜지 미리 말해주지도 않고, 멋

    대로 행동하고, 오늘 하루 일정을 모두 빼먹곤 저녁 때 나타나서 하는 말이

    자가용 비행기? 끝까지 장난이야? 다들 걱정했었는데" "에구 잘못했어요

    , 선배" 세연은 준영을 호텔 로비에 세워 둔 채로 준영의 잘못를 조목조목

    들며 야단을 쳤다. 의외로 세연의 꾸중은 오래가지 않았다. 간략하게 준영

    의 잘못을 지적하고는 앞으로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준영이 이정도로 끝나

    니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세연의 말이 이어졌다. "지금까지는 탐사

    단 단장 자격으로 단원에게 주의를 준거고, 나중에 각오해. 개인적으로 잔소

    리 좀 들어야 들어야 할꺼야" 그러곤 탐사단을 인솔하기 시작했다. "자

    식사하러 가요." 세연은 식당에서 준영을 앞에 앉혀놓고 준영이 밥을

    다 먹을 때까지 잔소리를 했다. 인간이 그러기가 어디 있냐? 배신감 느꼈다

    . 오늘 아침에 공항에서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부터 미리 왜 말을 안한거냐

    까지 책임감과 무심함을 주제로 따졌다. 그러나 세연은 말은 안했지만 낮에

    탐사단이 만리장성이나 자금성을 관람할 때 준영이 세연의 옆에 있지 않았

    다는 점이 서운했고 탐사일정 중 거의 유일하게 여유를 가지고 관광할 수 있

    는 날이 오늘이었는데, 세연은 오늘 준영과 같이 북경 관광을 하며 사진도

    찍으면서 보낼 것이라고 한국에서부터 기대가 컸던 것이었다. "그래 바

    쁘다는 일은 잘 끝났어? 무슨 일인지 물어봐도 돼?" 조금 화가 풀린 세연

    이 이번에는 준영이 늦은 데는 뭔가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에 걱정 섞

    인 질문을 했다. "나중에 말할 께, 미안해 선배." "그래 자 술이나 받아

    " 준영이 술잔을 받고 물끄러미 세연을 쳐다봤다. 내일을 위해서는 술은

    자제하는 게 좋았다. 내일 일에 대해 한 번도 걱정하지 않았는데 세연을 보

    고있으니 조금 걱정이 되었다. "한세연, 내가 널 지킬 거니까 아무 걱정마

    " 준영은 속으로 다짐했다. 자신을 보고만 있는 준영에게 세연이 물었다.

    "왜? 무슨 할 말 있어?" 퍼뜩 정신이 든 준영이 말했다. "응, 선배

    오늘 나 선배랑 같이 자면 안될까?" 밥을 먹던 다른 탐사단원들이 그말에

    놀라 준영과 세연을 쳐다봤다. 퍽! 순간 세연의 강펀치가 준영의 턱을 강

    타했다. "이게 틈만 있으면.....장난질이야" 2007년 4월 6일 밤

    11시 진진판티엔 (金健飯店) 중국에서 반점(飯店)이나 주점(酒店)이라고

    쓰여진 곳은 식당이나 술집이 아니라 호텔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북경반

    점은 중국음식점이지만 북경에 있는 北京飯店(베이징판티엔)은 북경에서도

    국가원수나 외국의 귀빈이나 묵는 최고급 호텔의 이름이다. 특급호텔인 진

    진판티엔의 객실은 베이징판티엔 만큼은 안되어도 그 규모나 실내장식이 아

    주 호화로웠다. 그 객실의 침대 위에서 쑨 퀴유안은 희열에 떨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주 오래간만에 가진 짜릿한 섹스였다. 만난 지 하루도

    안되어 같이 자다니 그래도 저렇게 멋진 남자라면 하루가 아니라 한 시간만

    이라도 가능할 거야 퀴유안은 침대에 누운 채 생각했다. 저 외국인 남자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었다. 잘 생긴 외모에 매너도 좋고 게다가 돈도 많았

    다. 숨이 좀 잦아들자 퀴유안은 벌떡 일어나 거울에 자신의 몸을 비쳐보며

    생각했다. "최대한 나에게 빠져들게 해야 할텐데" 퀴유안은 조금 철

    이 들 때부터 시집은 외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산둥지방이 고향인 퀴

    유안은 대부분의 중국아이들이 그렇듯이 외동딸이었다. 중국은 인구감소 정

    책으로 한 집안에 하나씩의 자녀만을 허용하고 있었다. 자녀가 둘이 되기 위

    해서는 부모 중 한 명이 석사 이상이거나 두 명 다 대학을 나온 경우에만 두

    명의 자녀가 허용되었다. 그 외 제한적인 몇몇 경우의 예외가 있었지만 대

    부분의 중국인 가정은 두 명의 자녀를 갖는 것이 금지되어있었다. 그러나

    첫 애가 딸인 경우 몰래 둘째 셋째를 계속 임신했고, 출산 때까지만 당에

    들키지 않으면 일단 태어난 아이는 당도 어쩔 수 없었다. 물론 부모는 그 댓

    가로 징역을 살게 되겠지만 중국의 부모들은 그것을 감수했다. 그러나 출산

    전에 임신사실이 드러나면 임신개월수가 7개월이든 8개월이든 강제로 중절

    수술을 받아야했다. 중절수술로 쏟아져 나온 아기의 시신이 남아인 경우 산

    모가 기절하기도 하고 심한 경우 자살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임신한 첫

    애가 딸이라고 하면 중절을 시키고 시골 변방에서는 태어난 아기가 딸인 경

    우 심하면 아버지에게 태어나자 마자 살해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퀴유

    안은 이런 중국에서 아기를 낳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퀴유안은 외국으로 시

    집을 가고 싶어했고, 그를 위해서 스튜어디스가 되었다. 퀴유안은 맘에

    드는 외국남자를 보면 어떻게든 유혹을 하려고 했다. 실제로 유혹하고 잠자

    릴 같이 하곤 했지만 그러나 외국남자들은 번번이 그녀의 몸만 탐하고 그녀

    의 결혼은 생각처럼 쉽게 현실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녀의 처신

    이 회사에 알려지게 되고 결국 올해 초 그녀는 국내선으로 발령을 받았다.

    그런데 그게 그녀에게 지금 전화위복이 되었던 것이다. 오늘 오전 퀴유안

    은 북경에서 지안(集安)으로 가는 자신의 근무지인 CA2094편 일등석에 앉은

    그를 만난 것이다. 그는 그녀가 먼저 유혹할 틈도 없이 그녀에게 관심을 보

    였다. "미스 쑨? 미스 쑨은 언제 북경으로 가나요?" "예? 호호 지금 지

    안에 가서 세시간 쉬었다가 다시 북경으로 와요." "그래요? 그럼 돌아올

    때도 미스 쑨을 만날 수 있겠군요." 그는 보기만 해도 황홀해 지는 미소를

    그녀에게 보냈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토미라고 했다. 그리고 정말 돌아

    오는 비행기에서 다시 만났고 북경에 도착한 두 사람은 데이트를 즐겼다.

    거울을 보고 있던 퀴유안은 화장실에서 문소리가 나자 급하게 침대에 다

    시 누웠다. 토미가 타는 듯이 붉은 머리카락이 젖은 채로 그녀의 젖가슴에

    머리를 묻었다. "아 차가워요. 크크큭"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젖가슴을

    애무하던 토미가 고개를 들고 그녀에게 말했다. "퀴유안, 퀴유안 이름까

    지 예쁘요. 퀴유안은 내가 평생 꿈꾸어 왔던 이상형이요." 그 말에 퀴유안

    은 아무 말 없이 그를 꼭 끌어안았다. 2007년 4월 7일 베이징발 지안

    행 CA2094편 기내 일단 공항에서는 특별한 조짐이 없었다. 탐지기도

    울리지 않았다. CA2094편에 들어가는 모든 탑승객과 수화물을 검색했지만 아

    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게 오히려 준영과 대원들을 초조하게 하고

    있었다. 세연은 세연대로 기분이 아주 안 좋았다. 몇 주전부터 뒤를 따르

    던 음습한 기운이 그 강도가 심해졌다. 그래도 준영과 함께 있을 때는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아 준영에게 알게모르게 기대고 있었는데, 오늘은 준영

    도 이상하다. 초조한 기색으로 안절부절못하고 간간이 알아들을 수 없는 혼

    잣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탑승합니다." 준영이 하중사에게 말을

    전하자 귀에 연식의 말이 들려왔다. "배달 1호 이제 요격준비체계를 가동

    하십시오. 하중사님은 기내에 들어가자마자 일등석 앞부분과 화장실 쪽에 탐

    지기를 장치하세요." 이제 작전은 탑재된 폭탄 검색보다는 외부에서의 공

    격을 막는 요격작전으로 전환되고 있었다. 준영은 외부 공격의 차단은 배달

    1호가 준비하고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왠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비행기가 이륙하자 특전대원들과 지휘부에 있는 홍연

    식 그리고 배달 1호 사이에서 분주하게 교신이 오가기 시작했다. 외형적으로

    보기에 아직은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퀴유안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동

    안 어제밤 토미가 자신에게 한 말을 생각하고 있었다. 토미는 미국에서 살고

    싶지 않냐고 물었다. 퀴유안은 혹시 지금 저한테 청혼하는건가요라고 다시

    물었고 토미는 그럴지도 모르지 하며 웃었다. 토미는 퀴유안이 지안에 갔다

    올 때까지 어떻게 기다리냐며 공항에 마중까지 나왔다. 비행기가 정상고

    도에 이르자 퀴유안은 안전벨트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속이 조금 안 좋

    은 것 같았다. 퀴유안은 얼굴이 마주치는 모든 승객들에게 미소를 보내며 탕

    비실로 갔다. 앞으로 모든 것이 잘될 거야 퀴유안은 탕비실로 가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북경에서 지안까지는 80분 정도 걸리는 시간이다. CA2094편

    이 폭발한 것은 이륙 후 43분 후다. 앞으로 30분 남았군. 준영은 시계를

    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때 준영의 귓속에 있는 수신기에서 탐지기의 숨가

    쁜 경보가 울렸다. 준영이 벌떡일어나려다 안전벨트에 걸렸다. 그런 준영

    을 보면서 세연은 얘가 왜 이러나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세연은 준영에

    게 뭐라 말을 할 기분이 아니었다.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니던 불안감이 최고

    조에 올라있기 때문이었다. "뱃속입니다." 그때 준영이 뭐라고 했다.

    세연이 준영을 돌아봤다. "뭐? 뭐라고 했어?" "뱃속에 있을 것이라고요

    ." 세연이 준영의 말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있을 때, 뒤쪽 좌석에

    앉아있던 건장한 사내가 통로를 따라 앞으로 가고 있었다. 스튜어디스가 통

    로에서 남자와 마주치자 밝게 웃으며 비켜가기 위해 몸을 조금 옮겼다. 그

    순간 남자의 손에서 뭔가가 번쩍했다. 칼과 비슷하게 생긴 것이 스튜어디스

    의 배를 가르며 푹 들어갔다. 피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

    작했다.  =+=+=+=+=+=+=+=+=+=+=+=+=+=+=+=+=+=+=+=+=+=+No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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