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역사의 주역 (7) 역사의 주역 ② 2007년 4월 3일 오
후 배달국 제임스 호프만은 섬에서 꿈같은 며칠을 보냈다. 음식이 좀 안
맞다는 것 외에 모든 것이 편안하고 안락했다. 섬의 사람들은 친절하고 날
씨는 따뜻했다. 낯선 사람들은 일단 강도가 아닐까 의심하고 보는 우중충한
날씨의 뉴욕과 비교한다면 여기는 마치 파라다이스 같았다. 사람들은 열심
히 일하고 열심히 놀았다. 제임스는 다른 사람이 일을 할 때는 방에서 책을
읽거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른 사람이 쉴 때 섬사람들과 함께 바닷가에
서 일광욕을 하거나 수영을 즐기기도 했다. 제임스와 같이 섬에 온 케빈
로우는 세인트루이스에서 평생을 살아 실제 바다는 처음 보는 데도 바다에
는 별 관심이 없었다. 세잍루이스에서의 생활과 거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루종일 컴퓨터에 붙어 살았다. 다른 게 있다면 식사하는 중
에도 컴퓨터 앞을 떠나지 않았던 케빈도 여기서는 남들처럼 식당에서 식사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케빈은 섬에서의 생활에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식
사시간이 다소 불편하지만 컴퓨터의 성능이 자신이 사용하던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좋았다. 이런 속도라면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프로그램의 개발
은 몇 배나 빨라질 수 있을 것이다. 약간의 자폐증상이 있는 케빈은 처음
에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신경질적으로 피했지만 섬의 기후가 조금은 케빈의
증상에 도움이 되는 듯 했다. 섬에서는 케빈의 자폐증은 치료하지 않는 것
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케빈이 섬 사람들의 생활이나 과학기
술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반면 호제임스는 이 섬사람들의 과학기술에 놀
라고 있었다. 23세기에서 왔다는 이들은 자재가 항구에 도착하면 건설로봇
을 작동시키는데 만 하루정도도 안되어 건물이 완성되곤 했다. 여기에 오고
나서 제임스는 거의 매일 건물이 하나씩 올라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 무
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들의 의료 기술이었다. 이들은 제임스의 오래된 질병
들을 모두 치료했다. 날 때부터 갖고있던 심장 판막증과 위경련 증세 등이
모두 치료되었다. 그리고 면역체계를 구성했다고 했다. 앞으로는 계절이 바
뀔 때마다 오는 감기로 고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들의 말이었다. 그런
것보다 가장 놀랐던 것은 정영혜 박사가 제임스의 왼손에 날 때부터 없던 손
가락 세 개를 '자라게'해 주겠다는 제의한 것이다. 제임스는 그렇게만 된다
면 더 바랄 것이 없다고 했다가 잠시 뒤 그것은 고맙지만 사양하겠다고 했다
. 제임스가 이 섬에서 영원히 살 것이 아니라면 왼 손은 태어날 때의 모습
그대로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가야한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제임스는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동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섬에 있는 동안 제임스는 많은 책을 봤다. 이곳의 책은 읽는 방식이 좀 달
랐다. 책은 수정처럼 생겼고 활자와 소리 영상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었다. 제임스가 관심을 가진 것은 22세기와 23세기에 이르는 역사서였다
. 과학이 발달하더라도 인간존중의 사상이 사라져 가는 암울한 미래의 역사
를 보면서 제임스는 처음에는 그 역사를 인정할 수 없었다. 제임스는 역사는
발전하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런데 퇴보된 인간의 역사를 보면서 무척
가슴이 아팠다. 제임스는 자신에게 친절하기만 한 이 섬 사람들의 과거가
이렇게 암울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고 그런 세상에서 왔다는 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넉넉한 마음과 밝은 모습들을 보일 수 있는지도 궁금했다. 제
임스는 김시백 박사를 만났다. 이 섬나라의 지도자라고 했다. 제임스가 김박
사를 찾아갔을 때 김박사는 자신의 숙소 앞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 바다가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었다. "지내는 데 불편한 점은 없습니까
?" 김박사가 유창한 영어로 말하며 커피를 권했다. "없습니다. 너무 좋
아서 그게 오히려 부담스러울 정도입니다." "정영혜 박사님의 말로는 손가
락 재생 치료를 거절했다더군요." "예, 호의는 감사합니다만, 제 친구들이
저를 못 알아볼까 봐서요." 두 사람은 마주 보고 웃었다. "통령님!"
"그냥 김박사라고 부르셔도 됩니다." "예 박사님. 23세기는 어떤 곳입
니까? 박사님은 그 시대에 살면서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았나요? 희망이 있
긴 했나요?" "희망을 잃고 사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마치 사육되는 가축처럼 자신의 운명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사는 사람도 많았죠. 그러다가 도살되기 위해 끌려나갈 때야 비로소 눈물짓
는 소처럼 마지막 순간에야 자신의 운명을 깨닫게 되기도 하죠." "이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로 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역사를 바꾸기 위해 왔습니
다. 우리가 알고 있는 희망 없는 암담한 23세기가 아니라 희망찬 새로운 미
래를 위해 역사의 수레바퀴를 되돌리기 위해서입니다." "그건 변명입니
다. 박사님" 김박사의 말을 듣던 제임스는 조용히 말을 꺼냈다. "여기
오신 분들에게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제가 볼 때 여기 온 사람들은 역사의 도
피자들입니다. 현실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그 해결은 미래에 있습니다
. 희망도 미래에 있는 것이지 과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나름대로 힘
겨운 나날을 살아왔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버려본 적이 없습니다.
" "하지만 제가 살아온 역사는 잘못된 것입니다. 원래 역사에서 당신은
마틴루터 킹과 비견되는 훌륭한 흑인지도자입니다만 현재 역사에서는 두 달
뒤 무너진 아파트에 깔려죽는 희생자일 뿐입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왜곡
된 역사를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바로 잡으려 하는 것이고요." "그
건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역사일 뿐입니다. 박사님. 제가 아파트에
깔려죽지 않더라도 아마 편안하게 침대에서 늙어 죽도록 되어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박사는 흠칫했다. 실제로 원역사에서 그는 마틴 루터 킹이 그
랬던 것처럼 암살되고 만다. 그의 죽음이 미국 내에 인종혁명의 불씨가 되어
역사의 한 페이지가 넘어가게 되어 있었다. 김박사는 제임스에게 그 얘기는
할 수 없었다. "또 200년간 원래 역사와는 다른 암울한 역사가 펼쳐졌다
고 하더라도 결국 궁극에는 역사는 진보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증오와 전쟁보다는 사랑과
평화를 더 희구하도록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물론 여러분들이 이렇게 과거
로 온 것도 어찌 보면 역사가 선택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지만요." 박사는
말이 없었다. 제임스 호프만이 지난 역사에서 왜 훌륭한 지도자로 이름을 남
기는 지 알 것도 같았다. 그는 미래에 대한 신념과 꿈을 가진 사람이었고 인
류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사님!" 생각
에 잠긴 박사를 제임스 호프만이 불렀다. "저를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게
해 주십시오. 그곳엔 제가 할 일이 많습니다. 여기선 제가 할 일이 없구요.
" 김박사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다음달에 테러를 당한다는 걸
알면서도 돌아가겠다는 겁니까?" "그것 때문에라도 꼭 돌아가야 합니다.
그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합니다." 제임스의 의지는 확고했
다. "그럼 돌아가도록 하십시오. 다만 아파트 붕괴는 저희가 막겠습니다.
그건 어차피 잘못된 역사의 결과이니 저희가 책임지죠. 우리가 아파트를 2
4시간 경비하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요." 제임스가 비로소 밝은 얼굴로
박사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박사님" 두 사람은 정원에 나란히
앉아 말없이 한참동안 지는 노을을 감상했다.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일어나며 제임스는 박사에게 말했다. "박사님, 박사님이 말씀하신 명단에
있는 11명의 목숨에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지난 역사에서 우리가 무엇을
했는 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앞으로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들은 아마 이 섬에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2007년 4월 4일
새벽 2시 미국 조지아주 데카투르(애틀란타 북서쪽) 지방의 한 복숭아밭
달빛도 없는 하늘이지만 대신 별빛이 온 하늘을 가득 덮고 있어 눈이 아
려질 정도로 어지러운 밤이다. 온 들판 가득 복숭아꽃이 막 피어나기 시작하
는 계절이다. 마치 복숭아꽃 향기가 사람들을 최면으로 이끌고 있는지도 몰
랐다. 남북전쟁의 패배이후 오랜 기간 남부지역의 경제적 동력이었던 목화밭
이 몰락하고, 대규모 목화재배가 기계화를 앞세운 새로운 농경방식을 채택한
캘리포니아로 그 주도권이 넘어간 이후 목화를 키우던 조지아주의 너른 평
야는 대신 복숭아를 키우기 시작했다. 오늘밤 그 많은 복숭아꽃들은 조금
후 있을지 모르는 피비린내의 전주를 듣고 몸을 떨며 한껏 그 꽃향기를 강
하게 발산하고 있었다. 강한 꽃향기는 사람들을 그 광란의 늪으로 더욱 이끌
고 있었다. 복숭아나무로 둘러 쌓인 너른 광장이 2백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나무들은 빼곡이 심어져 있긴 하지만 숲 사이로 가을에
수확을 한 복숭아의 중간 야적지로 사용하기 위해 군데군데 빈터가 있었다.
사람들은 별빛에 반짝이는 하얀 두건을 쓰고 입으로 기도를 하는 듯 중얼거
리고 있었다. 제법 밑 둥이 큰 나무 하나에 두 사람이 묶여 있었다. 흑
인남자와 백인여자였다. 여자는 임신을 한 듯 아랫배가 불룩했다. 두 사람이
광장에 끌려나와 묶여질 때만 해도 고함과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애원
을 했지만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체념한 듯 이제 조용해졌다. 간간이 울음소
리가 새어나올 뿐이었다. 이들은 의식에 사용한 제물을 묶어둘 때도 결코
재갈을 물리는 법이 없었다. 희생자들의 비명이 높을수록 그들의 동지의식
과 단결이 더욱 공고해지는 듯 했다. 이윽고 무리의 앞에서 기도를 주관
하던 두건 하나가 몸을 돌려 여자에게 다가왔다. "여자여 이제 자신을 변
호할 기회를 주겠다." 여자는 힘이 빠진 듯 입을 열 기운도 없어 보였다
. 대신 남자가 소리쳤다. "이들 이럽니까? 우리는 결혼한 사이요. 그게
무슨 잘못...읍." 두건이 들고 있던 막대기가 남자의 목을 눌렀다. "니
그로는 조용히 하라. 짐승은 말할 필요가 없다." 두건은 다시 여자에게
말했다. "변호의 기회를 사용하지 않을 것인가?" "살..려..주세....
요....."여자가 힘없는 목소리로 겨우 말을 했다. "죄 사함의 기회를 주었
는데도 그것을 받지 않는구나. 이 짐승에게 겁간을 당했다고 한다면 용서 받
을 수도 있을 텐데." 두건이 다시 무리를 향해 돌아섰다. 그리고 다시
두 손을 들어 기도를 올렸다. "주여, 당신의 어린양이 악마의 꼬임에 빠져
헤어날 수 없는 죄의 길로 들어섰나이다. 이제 그 죄악의 산물을 제물로 바
칩니다." 두건이 손을 내리고 나지막이 외쳤다. "집행관" 집행관이
라고 불린 두 명의 두건이 일어나 여자에게 다가갔다. 여자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남자도 뭐라고 욕설이 섞인 말로 그들에게 외쳤다. 두건들이 통
성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여자의 고함은 그보다 더 높았다. 집행관이 여자의
옷을 찢었다. 불룩한 아랫배 가운데로 까만 임신선이 나타나 있었다. 집행
관은 아주 능숙한 솜씨로 임신선을 따라 칼을 그어 내려갔다. 여자의 고함이
높아졌다가 멈췄다. 기절한 것이다. 여자가 기절하자 옆에 있던 다른 두건
이 물을 끼얹어 여자를 깨웠다. 다시 비명이 이어졌다. 잠시후 두건의 손
에 피투성이가 들려 나왔다. 두건은 그를 옆에 쌓여진 나뭇가지로 만든 단
위에 올려놓았다. 동시에 남자의 목에 밧줄이 걸렸다. 나무 위로 몸이 끌려
올라가면서 남자는 부릅뜬 눈에 제단에 쌓인 나뭇가지에 불이 붙는 모습이
들어왔다. 하나 둘 두건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일부는 말을 타고 일부
는 차를 타고 사라졌다. 제단을 태우는 불빛은 동이 틀 때까지 주변 복숭
아꽃잎을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2007년 4월 4일 아침 8시 애틀란타
시 외곽 노튼의 저택 길버트는 오랜 동지인 애머슨과 그리스피를 맞아
같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리스피는 조금전의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듯 쾌감에 몸을 떨고 있었다. 두건을 벗은 애머슨은 아주 잘생긴 청년의 얼
굴을 드러내놓고 있었다. 길버트는 가장 연장자로서 이 결사의 지도자 역할
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KKK단의 단결과 투쟁의식 고취를 위해 이런 은
밀한 행사를 지난 1년간 벌써 여덟 번 넘게 해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경찰이
나 주변의 눈을 조심해서 6개월에 두 번 정도 가질 예정이었으나 점차 간이
커졌다. 데카투르에 있는 노튼복숭아 농장은 길버트의 소유로 인근 15km이
내 인가가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데카투르는 흑인이 하나도 살지 않는 전형
적인 남부 시골이었다. 그 인근의 백인청년들은 거의 다 KKK단이었고 보안관
도 마찬가지였다. 노튼의 이런 자신감은 더 자주 오늘 새벽과 같은 행사를
가지게 만들었고, 희생양은 애틀란타 시내에 얼마든지 있었다. 애틀란타
는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총 지휘부가 있던 자랑스럽고도 유서깊은 도시였다
. 그런데 지금은 목화밭에서 해방된 검둥이들이 온 도시를 누비고 다닌다.
도시 인구의 41%가 흑인이어서 애틀란타의 흑인 비율은 전국 최고였다. 미국
전체 인구 중 흑인이 12%, 도시인구 중 흑인은 23%정도 되는 데 애틀란타는
대도시 중에서도 흑인이 가장 많은 도시였다. 행사가 있는 밤이면 애틀란
타 시에서 흑인을 포획한다. 납치는 사람에게 쓰는 용어이고 짐승을 잡아오
는 것은 포획이라고 한다. 주로 백인여자와 다니는 흑인은 첫 번째 타깃이었
다. 그 반대로 백인 남자와 다니는 흑인여자들은 용서되었다. 행사를 치
른 후 아침식사는 이렇게 세 가문의 수장이 조찬회동을 갖는 것이 공식일정
이 되었다. 조찬회동이라는 방식이 주변의 눈을 피해서 비밀토의를 하기에
의외로 효과가 있었다. 아침 식사는 전형적인 미국 남부식으로 준비되어
있었다. 토스트와 베이컨, 에그스크램블, 감자튀김과 연한 커피, 달콤한 케
익이 준비되었는데 단지 오렌지쥬스 대신 복숭아쥬스가 나온 것인 좀금 다르
다면 달랐다. "워싱턴에서의 일을 감사하게 생각하오, 애머슨 동지."
애머슨은 소리 없이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했다. "어찌됐든 이 번 일로
우리의 자금 사정이 상당히 호전되었소. 앞으로 우리 세력 확장에 많은 도움
이 될 것이요." "그런데 프랭크는 왜 죽은 것입니까?" 그리스피가 베
이컨을 씹으며 물었다. "그것을 알 수가 없소. 경찰 발표에는 워낙 거액의
배당금에 충격을 받고 심장마비가 왔다는 건데, 그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프랭크는 그 마권이 당첨될 걸 미리 알고 있었단 말이오. 분명히 두 달 후
에 우리는 상상도 못할 돈을 가지고 다시 오겠다고 했잖소." "그러게 미리
우리한테도 그 정보를 좀 알려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리스피가 아쉬워하
며 입맛을 다셨다. 그는 프랭크가 가지고 있었을 미래정보에 대해 너무 아깝
게 생각하고 있었다. "서바인과의 접촉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애머슨
이 노튼에게 물었다. "잘 되었소. 서바인에게 준 설계도는 광자포 기술
인데 굉장히 놀라더군요. 누가 이런 기술을 만들었는지 물어보더군요." "
그래서 뭐라고 했습니까?" "한국인 과학자가 만든 걸 우연히 구했다고만
했소. 한국인은 죽였다고 했고. 의심스런 표정이긴 해도 일단은 잘 넘어갔습
니다. 설계도 대금으로 주식 배분을 하기로 했고, 서바인사에서 제조된 신형
무기와 폭탄을 제공받았습니다. 우리가 설계를 더 가지고 있다고 하니까, 회
사의 주식을 배분해 줄 테니 다 넘겨달라고 하더군요." "잘하셨습니다.
" 그리스피가 말했다. "서바인은 유태인입니다. 니그로들에 대한 생각은
우리와 비슷한 면이 있다해도 유태인은 믿을 게 못됩니다. 언제 배신을 할
지 모릅니다. 최대한 천천히 이득을 챙기면서 팔아먹어야 합니다." 노튼
이 금고에서 알약을 꺼내왔다. "이게 뭡니까?" "이게 서바인사에서 다른
설계도를 넘겨 달라면서 선물로 준 신형폭탄이요." "폭탄?" "미 국방부
에도 아직 납품되지 않은 서바인사의 신제품입니다. 이 폭탄이야 말로 X레이
에도 걸리지 않고 흔적도 남기지 않는 최신형이죠. 이걸 물에 넣으면 약 주
위의 캡슐이 녹습니다. 캡슐이 다 녹으면 약 속에 있는 성분이 물과 결합하
면서 폭발하게 되어있습니다. 성분은 비밀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대로 더 줄
수 있답니다. 다만 다른 단체에 팔거나 넘기지 않는 조건입니다." 애머
슨이 반색을 하며 물었다. "정말입니까? 당장 사용해 보고 싶군요. 노튼이
넘겨준 명단 있죠? 그 명단에 사용하는 겁니다. 그냥 사용하는 게 아니라
성경의 섭리를 거역하고 감히 백인에게 대항하려 하는 원숭이랑 니그로들을
대규모로 엮어서 매달 축제의 향연을 펼쳐보는 겁니다." 애머슨이 생각만
해도 즐거워서 못 견디겠다는 듯이 웃었다. =+=+=+=+=+=+=+=+=
+=+=+=+=+=+=+=+=+=+=+=+=+=+NovelExtra([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