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8화 (8/83)

(5) 은둔의 시간 (5) 은둔의 시간 ③ 2007년 2월 26일 월요

일 배달섬 오전 10시 배달민들은 눈물의 광장으로 모였다. 눈물의 광장

은 김시백 박사일행이 아무 사전 통보없이 21세기에 오게 된 사람들 앞에서

눈물을 흘렸던 곳인데 섬에서는 가장 넓은 광장을 이루고 있다. 이름과는

달리 배달민들의 희망이 담긴 곳으로 이름을 달리 부르는 게 어떻겠냐는 의

견도 있었으나 21세기에 도착할 당시의 초심을 간직하기 위해 계속 눈물의

광장이라고 불려졌고 광장 입구에 표지판과 광장이름까지 설치하고 안쪽을

잔디로 조성해서 배달민들에게는 최고의 휴식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또한

이곳은 섬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하는 배달총회가 열리는 곳으로 인구 8천명

이 되지 않는 배달섬의 의사결정은 직접민주주의 형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었

다. 며칠전 배달총회에서 배달섬의 리더로 김시백 박사를 통령으로 선출

했고 배달국이라는 국호를 결정했다. 오늘은 섬의 집행부를 맡을 책임자들을

발표하는 날이다. 배달국민들은 당분간의 섬의 운명과 앞으로 지구에서의

배달국의 역할에 대해 전체적인 공감대를 가지고 있었다. 자신들이 살아온

23세기와 같은 암울한 미래를 인류에게 안겨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

시백 박사가 등장하자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로 그를 환영했다. 이미 김박사

는 배달국민들에게 정신적 지주가 되어 있었다. 김시백 박사가 웃으며 환호

에 답하고는 말문을 열었다. "좋은 날씹니다. 여러분." 다시 박수가 터

졌다. "일단 가장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제 우리는 더 이상 라이프가드가

필요없습니다. 최성호씨가 자원하여 라이프가드를 끊고 지금 1주일 넘게 살

고 있습니다. 지금 나오셨나요? 여러분 최성호씨에게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 최성호가 일어나 사람들에게 목례를 하자 사람들이 최성호의 이름을 부

르며 환호했다. "더불어 저도 또 임운학 박사도 계운필 중령도 모두 라이

프가드 접종시기가 모두 넘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G-72로부

터 완벽하게 안전합니다." 사람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더러는 눈물을 흘

렸다. 라이프가드가 가지는 그 엄청난 권력의 폭거를 받으며 얼마나 많은 울

분과 고통을 참아야 했던가? 그 때문에 백인들의 오락제공을 위해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잃은 소중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명찬 중사는 32차

한일전쟁 때 일본군에게 학살당한 아내를 생각하니 눈물이 끊이지 않았다.

이어서 배달국의 집행부를 담당할 책임자의 발표가 이어졌다. 경제국장

- 나명진 명진건설의 대표 경영인이며 건설기술자 국방국장 - 계운필 중

령을 대령으로 진급시켜 치안군 사령관과 겸직 보건국장 - 정영혜 의학박

사 과학국장 - 최석록 파동공학 박사 교육국장 - 임운학 물리학 박사

정보과장 - 통령 직속기관으로 운영되며 강하경 중위를 과장으로 서준영을

보좌관으로 두었다. 준영은 아직 나이도 어린 대학생이지만 23세기에서

부터 세계적인 해커이며 역사학에 남다른 지식과 정보를 갖추고 있어 보좌관

으로 임명되었다. 김박사는 각 국장별로 세부적인 조직을 편성하고 향후

사업계획을 준비하도록 당부하고 전 배달국민이 각 국의 편제 아래 소속될

것이며 앞으로 일주일 동안 자신이 원하는 국을 정해서 신청하고 적성검사를

받을 것을 알렸다. 한시간 후 배달국 상황실 집행부회의 박사

의 말이 이어졌다. "특전사의 활약으로 과거로 온 노튼박사의 사형집행이

성공적으로 이루어 진 것은 모두 잘 아시고 계실 것입니다. 워낙 시급한 사

항이라 최우선으로 진행한 일이었지만 우리가 조금 늦었습니다." "늦었다

는 건?" 집행부 국장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조금 늦었다는 것은 무엇을 말

하는 것인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자세한 설명은 강하경 정보과장의 말

을 듣겠습니다." 강하경 중위가 굳은 얼굴로 일어섰다. "지난주 일요

일 우리는 서준영 보좌관의 도움을 받아 노튼을 찾아내서 재판 결과대로 사

형을 집행했습니다. 이어서 우리는 노튼이 묵고 있던 호텔로 가서 노튼의 짐

을 모두 수거하여 섬으로 가져왔습니다. CM 14개와 G-72도 안전하게 수거했

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수거한 노튼의 자료를 검색하는 도중에 그가 23세기

에서 가져온 CM 14개중에 한 개의 CM에서 다량의 정보가 다른 매체로 카피가

된 기록을 발견한 것입니다." 사람들의 입에서 놀라움과 걱정의 탄식이

새어나왔다. CM은 일종의 디스크와 같은 역할을 하는 저장매체로서 크리

스탈처럼 생겼다. CM은 그 저장내용이 열람되는 것은 기록에 남지 않으나 카

피를 하는 경우 그 카피의 시간과 양이 기록으로 남는다. "우리는 호텔

방에서 수거한 짐 속에서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이것은 21세기에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저장매체로 이 시대 사람들은 CD라고 부르고 있는 것인데 저장용

량은 650MB정도입니다. 호텔방에 남겨진 CD와 포장지로 볼 때 카피량은 이

CD로 총 21개 분량입니다. 용량은 얼마되지 않지만 문제는 여기에 담겨있는

정보입니다. 우리는 아직 이 기술이 어디로 빠져나갔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일단 미국의 CIA나 미국의 군수산업체로 넘어갔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007

년 현재 미국의 군수업체는 메이저급으로 레이디온, 마틴마리에타, 맥도넬

다글라스, 록히드 등 4군데가 있는데 마틴마리에타가 가장 유력합니다. 그리

고 KKK단과의 연관설이 제기되고 있는 군수회사로 규모는 적지만 서바인이라

는 회사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 시대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시대의 세계질서 이면에는 시온이라는 비밀결사단이 있습니다.

백악관과 미의회를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는 시온파들도 위험한 단체입니다

. 노튼은 자신도 모르게 시온파의 정보망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틴마리에타는 23세기역사에서 후에 노튼이 인수하여 노튼마리에타로 이름

을 바꾼 회사이다. 또한 서바인은 노튼과 그 사상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에

용의선상에 올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시온파는 유대인을 중심으로 한 비

밀결사로서 오랫동안 백악관과 미 의회, 군수산업의 배후조종세력이었다는

것이 2120년대에 이르러서야 드러났다. 23세기의 역사에서 노튼은 KKK단의

활동을 합법화시키고 조직적으로 지원했는데 그 배후에 노튼과 시온파들간의

상호 협조 유대체계가 드러났다. 노튼이 초기의 사업운영과 활동을 하는 데

시온파의 도움이 큰 역할을 했었다. 지금 시대의 세계인들은 아직 모르지만

지금 시대의 세계정세에는 시온파의 배후음모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강하경 중위가 리모콘을 들어 스위치를 누르자 단상옆으로 화면이 나타났

다. "이것이 21세기에 유출된 정보입니다." 화면에 비춰지고 있는

것은 군사기술정보였다. 주요 기술은 고정식 은폐망토 제작기술, 전투기와

함정의 클라킹 기술, 복잡계이론에 따른 대륙간포탄의 자동조준기술, 위성을

통해 발사 가능한 광자포 제작기술 등이었다. 더불어 명단 한 장이 포함

되어 있었다. 그것은 현재 21세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명단으로 총 11명의

사진을 포함한 인적사항이 적혀있었다. 국적과 연령 등이 다양하고 특별한

공통점을 발견하기 힘든 명단인데 한국인이 4명이나 포함되어 있었다.

최석록 박사가 입을 열었다. "이 시대의 기술로 본다면 엄청난 기술인데

이 시대에서 저걸 이해하겠소?" "이해는 못해도 설계도대로만 만들면 만

들어집니다. 만드는 데 하루도 안 걸리겠소" 옆에서 임운학 박사가 말했다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서준영 보좌관이 끼어들었다. 사람들이 준

영을 쳐다보았다. "23세기에서는 설계도를 조립기계에 입력만 하면 기계가

알아서 만들지만 이 시대는 그렇지 않습니다. 몹(mob)으로 틀을 짜서 조립

과정을 거쳐야 하고 대량으로 생산하지 않는다면 조립공정을 만드는 데도 상

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입니다. 제 계산으로는 적어도 4년 정도 걸립니다."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학이나 정보면에서 준영의 권위는 무시못할

수준이다. "그런데 저 명단은 뭔가?" "지금 분석중입니다. 뭔가 의미

를 가지고 있는 명단 같은데 모두 처음 듣는 이름이거든요." "최고의 역사

학도가 모르는 사람이면 그냥 보통 사람들 아닌가?" 국장들이 웃었다.

"글쎄요. 저 사람들에 대한 정보는 워낙 알려진 바가 없어서 그래서 노튼이

가져온 CM을 뒤져볼 생각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이해가 안되는 게 있

는데 서보좌관" "말씀하시죠" "노튼이 전달한 기술은 2011년에 개발된

기술 아닌가? 왜 노튼은 저런 기술만 전달했을까. 더 발전된 기술도 있을텐

데." 준영이 빙긋이 웃으며 대답했다. "우선 첫 번째로 노튼은 자신

이 가져온 기술을 모두 밝히지 않고 나중에 순차적으로 이용해 먹겠다는 욕

심 때문에 우선 초기 기술부터 제공한 것 같고 둘째는 노튼이 전달한 기술은

우리에게는 거의 200년전의 기술이지만 노튼의 입장에서는 거의 최근에 만

들어진 기술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21세기에서 만난 노튼은 우리로 치면

200년전 사람입니다. 노튼이 가져온 200년 앞선 기술은 지금 지구 수준으로

볼 때 200년 앞선 기술이죠, 이 기술은 10년만에 이 지구에 보급이 끝납니

다. 노튼이 21세기에 오고나서 지구의 과학기술은 그 이후에 200년간 더 발

전했죠. 즉 우리는 노튼이 가진 기술보다 약 200년 앞선 기술을 가지고 온거

죠." 김박사가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 얼마간 은둔

의 시간을 갖기로 했소. 우리는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실물로 가지고 있는

장비나 설비가 너무 적습니다. 만들어야 할 것도 많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

소, 개인화기 중심의 무기가 다소 있긴 하지만 우린 아직 이 시대의 최고 화

력이라 할 수 있는 핵무기에 저항할 힘이 없습니다. 그동안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를 계속하고 배달국을 이시대의 국가들 앞에 당당한 강대국이 될 때까

지 힘을 기를 겁니다." 각 국장들이 그에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밖이 시끄러워 졌다. 사람들이 환호하며 떠드는 소리가 들린 것이다

. "이만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 회의는 내일 이시간에 속개합

니다. 당분간 매일 만나도록하겠습니다." "밖에 무슨 일이지?" 문을

열고 나서자 상황실에 근무하던 사병이 싱긍벙글 웃으며 말했다. "박사님

, 아깁니다. 21세기에 와서 첫아기가 태어났어요." 배달국에서 첫 아기

가 탄생한 것이었다. 부모보다 생일이 약 200년 빠른 첫 번째 아기가 될 것

이다. 23세기의 어두운 미래에 대한 기억이 없는 온전한 배달국민으로 태어

난 첫 생명인 것이다. 김박사는 마음속으로 그 아기에게 밝은 미래를 약속

했다. "경제국장!" "예 박사님" 나명진 사장이 대답했다. "생일파

티를 열고 싶은데 현재 경제 사정으로 괜찮겠습니까?" "무리를 좀 해보죠

, 통령 각하" 나사장이 거수경례를 하며 대답하자 모두 큰 소리로 웃었다

. [용어사전] 배달민 : 23세기에 살다가 21세기로 온 7662명과 배

달섬에서 태어난 국민을 일컫는 말, 2008년부터는 대한민국 국민에 한해

귀화를 받아들여 국민의 지위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배달섬 : 배달민들

이 살고 있는 섬으로 위치는 대략 동경 130도5분 북위 22도47분 해상에 위치

하고 있는 인공섬으로 파동력으로 해상에 떠있다. 섬 전체에 추진동력을

가동할 경우 하늘로 부상이 가능하고 부상한 상태에서 최고시속 25km 정도

의 속도로 이동이 가능하다. 면적은 67.0㎢로 울릉도보다 조금 작으며 보

호막으로 쉴드(Shield)를 갖추고 있다. 위성광자포나 핵무기에 대한 방공

체제는 2008년에 설치가 시작되어 2009년 3월에 완성된다. 쉴드(Shield

) : 크락킹(Cloaking:은폐)기능과 중간 수준의 방탄기능을 갖추고 있는 일종

의 투명막 현재 배달섬 전체를 커버할 쉴드가 설치되어 있으며 한번 설치

후 약 300시간정도면 에너 지가 떨어지고 다시 설치하기 위해서는 20시간

정도의 충전시간이 필요하다. CM(Crystal Memory) 일종의 보조 기억장치

로서 형태는 수정막대처럼 생겼는데 CM 1개가 저장할 수 있는 정보량은 현

재 CM의 12자승으로 약 4,096배이다 알림----------------------------

---------- 현재 미국의 군수업체로 지칭된 레이디온, 마틴마리에타, 맥도

넬 다글라스, 록히드, 서바인 등의 업체는 실제로 미국에 있는 무기제조회사

이나 KKK단과의 유관설은 소설전개를 위해 필자가 설정한 가상이라는 것을

밝혀둡니다. 또한 시온파로 소개된 시오니즘은 유대교의 종파의 하나로 급

진적인 행동을 요구하는 다소 과격한 종파입니다. 선민사상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 팔레스타인의 축출과 이스라엘의 건국에 지대한 역할을 해온 사상의

기본인데 시온파가 미국의 지배계층의 배후라는 설정도 필자의 필요에 의한

가상의 설정입니다. 다만 현재 미국의 정치 경제 등 주요 집권층을 좌우하

는 인사에 유대인이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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