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6화 (6/83)

(5) 은둔의 시간 (5) 은둔의 시간 2007

년 2월 17일 북태평양 서북쪽 해상 배달섬 21세기에 도착한 사람들 중

반 이상은 영문을 모르고 과거로 온 사람들이다. 주로 가족이 데리고 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게 중에는 번개팅이 있다는 말을 듣고 섬에 온 이프의 정

회원과 준회원들, 그리고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사전 정보를 듣지 않고 과거

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이렇게 온 사람들은 순식간에 가족도 없이 외톨이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어이없어 하다가 항의하는 사람도 많았다. 나중에 상

황을 설명들은 사람들은 논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족과 함께 온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왠지 공평하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특히 이별

의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것을 원통해했다. 이에 김박사와 배달인들의 대

표들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사과

를 했다. "공평하게 하기 위해서는 아무도 가족을 데리고 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우리는 단 한사람이라도 더 데리고 오고 싶었습니

다. 여러분의 가족들이 오지 못한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보안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도 제 가족들을 데리고 오지 못했습니다." 이 말

에 항의하던 사람들도 그 마음이 조금 수그러지기 시작했고, 이어지는 김박

사의 타임머신 강의에 따라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일

단 도착 후 가장 시급한 민심문제가 해결되고 나자 배달인들은 미리 준비했

던 대로 섬 안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기구를 가동시켰다. 일단 최고 의결

기구로 배달의회를 구성했다. 1대 의원으로 총 12명을 구성했으며 섬 안의

과도기가 지나면 투표로 그 구성원을 정하기로 했다. 102보병대대가 그 이름

을 '치안군'을 바꾸고 섬 내의 치안과 질서 유지를 담당하기로 했으며, 26해

병대대의 2개중대가 '방위군'이라는 이름으로 편성되어 섬의 방위를 책임지

기로 했다. 그 외 명진건설에서 섬 내에 향후에 필요한 건설을 책임지기로

했으며, 의료, 전기, 기계,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틀을 잡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그에 따라 23세기에서 21세기 초로 넘어온 인원과 장비, 물품

에 대한 점검이 모두 끝났다. 총인원 7,662명 남자 4,349명 여자 3,313

명 16세미만의 미성년자 남자 606명 여자 528명 군인들이 900여명이 포

함되었는데 그중 720여명이 남자였기 때문에 성인남자의 수가 상대적으로 많

이 나타났다. 건물은 상황탑이 붙어 있는 상황실건물과 숙소로 사용 가

능한 건물 2동 첨단조립로봇 4기가 장착된 공장 1동 창고 1동 그리고 네트워

크가 끊어진 텔레포트 단말기 12동이었다. 군용장비 목록은 아래와 같다

. <육군> 개인화기 - 소총 1,972정, 활 300대, 화살 3만대, 빛살검 27자

루 개인장구 - 방탄복 2,300벌, 날개 18대, 은폐망토 8벌(이동식 3벌 고정

식 5벌) 부대화기 - 휴대용 공성포 17문, 우뢰지적기 3대, 무장논시클 19

대, 비무장논시클 62대 병력 기갑부대 대대병력 14/226명(아시죠? 장교/병

) 해병부대 2개중대병력 6/192명 특전대 소대병력 1/32명 <공군> 5/1

9명 장비 - 비행정 5대 무기장착율 평균 68% <해군> 1/7명 장비 - 잠

수복 8벌 그 외 장비를 살펴보면, 다목적 소형 위성 1기, 기타 의약품

과 소형 의료장비 등이 있었고, 인간형 다기능 로봇 7정과 단기능 로봇이

12정 (비서형1, 육아형4, 가사형7)이 있었다. 일단 배달의회는 공공장

비의 파악과 정리 그리고 개인적으로 가져온 물품 중에서 전체 원정민들을

위해 유용한 것들을 징발하기 시작했다. 장갑차와 전차 등 차량형 장비와

공군, 해군의 기타장비는 그 크기 때문에 텔레포트가 불가능해 한가지도 가

져올 수 없었지만 설계도와 기술자가 있으므로 향후 개발은 가능했다. 선

박의 경우에는 23세기에 개인 레저용으로 허가받았던 배달1호와 2호가 섬에

준비되어 있었다. 바다에 있는 배가 시간이동에 따라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배달섬이 시간이동을 고려해 만들어진 섬이기 때문이다. 배달섬은 파동

공학의 원리에 따라 바다에 떠있는 섬으로 하늘에서 보면 거꾸로 된 C자 형

으로 보인다. C자 내부의 바다 밑바닥은 그 깊이가 50m이하로 그 바닥자체가

섬의 일부였다. 섬 바깥은 수천m의 깊이를 가지고 있다. 섬으로 둘러 쌓인

안쪽 바다에 접안시설과 바닷물을 정수할 수 있는 정수시설을 마련했다. 그

안 쪽에 레저용 배가 두 척이 있었다. 레저용이지만 각 백여명의 병력이 탑

승할 수 있는 선박으로 개조가 가능하고 가벼운 수준의 무장은 지금 당장이

라도 가능할 것이고, 이 시대에서라면 무장한 해병 몇 명의 탑승만으로도 자

기보호 이상의 전투력을 발휘할 것이다. 문제는 식량이었다. 식량은

5천명 기준으로 불과 15일 분량이었다. 15일 안에 식량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 군 병력 중 취사반 병력은 있었지만 농사일을 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 특히 일찍 수확하기 위한 속성농업 기술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23세기의

한국은 농업이 죽어 농산물의 95%를 수입에 의존하는 국가였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었다. 김박사는 우선 대한민국의 국토 내에

텔레포팅 단말기를 설치할 것을 건의했고, 명진걸설 직원들이 그 일을 맡기

로 했다. 그리고 현대세계의 정보와 국제질서 및 과학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한국에 정보원을 파견하기로 하고 우선 서준영 군과 특전대 강하경 중위가

미국에서의 임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대로 한국으로 보내기로 했다.

6개월 후인 2007년 8월 25일 해운대 신시가지 주유소 앞 "아니 이기 무

슨 일이고?" 최창용씨은 주유소 앞에 길어 늘어선 차량들의 행렬을 보며

소리쳤다. 기름을 넣으려는 차량들의 행렬로 그 일대 교통이 마비될 지경이

었다. "어이구 이 인간들 함 보소." 어제밤 미국의 이라크내 석유 수출

봉쇄 정책 발표에 따라 석유가격이 다시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저렴할 때 기름을 넣어두려는 사람들이다. 최창용씨 주유를

포기하고 차를 기장 쪽으로 돌렸다. 기름이 얼마 없지만 내일쯤 넣어도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일이 우선이다. 기장에 있는 창고에 마지막 물건을

입고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라고 보이 벌써 5개월째 아이가? 이 일도

참 별나재' 최씨는 달맞이 길를 달리며 5개월전 유실장이라고 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를 생각했다. "이건 뭐라고 부르나요?" 최씨가 막 김해에서

실고 온 딸기를 내리고 있을 때 한 젊은 사내 두 명이 최씨에게 말을 걸었

다. 사내가 가르킨 것은 곶감이었다. "곶감아인교? 곶감도 모릅니꺼?"

"곶감요? 맛있나요?" "맛있지, 산청에서 갖고 온거라요. 고종시 아입니까

?" "먹어봐도 됩니까?" '아니 이 양반이 바빠 죽겠구만.' 최씨는 기가

차서 잠시 망설이다가 곶감 하나를 빼 줬다. 곶감은 비싼데다 포장이 다 되

어 있어서 이걸 먹고 안사면 안되는데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사내는 먹던

곶감을 옆에 있던 다른 사내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얼마....ㅂ니까?"

사내의 목소리가 떨렸다. "40개들이 한 상자에 3만5천원이유." "예?"

사내는 주머니에서 이상하게 생긴 계산기를 꺼내더니 뭔가를 계산하기 시작

했다. "너무 비싸네요." "물건이 좋다 아입니까?" "200상자만 주세

요." "예?" 최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200상자면 한 겨울 내내 팔아

도 그 반도 팔지 못한다. 당연히 물건도 그렇게 가지고 있지 않다. "정말

요?" "예 배달되죠?" "아 예 배달은 되는데 지금 물건이 없는디, 한 사

흘 걸릴낀데." "예, 안 그래도 필요한 물건이 많은데, 이렇게 준비할려면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사내가 내민 종이에는 농산물의 목록과 수량이 적

혀있었다. 쌀 50kg, 밀 100kg, 감자와 양파 각 1,000개, 배추 100개, 사

과 5,00개........ 그 밑으로도 많은 물품과 수량이 적혀있었다. 사내는

명단의 맨 아래에 '고깜' 8,000개라고 적었다. 사내는 농산물을 잘 모

르는 게 분명했다. 지금 계절에는 잘 나지 않는 과일이 적혀있기도 하고 각

물품의 단위도 무조건 '개'로 통일하고 있었다. "모두 준비한다면 한 넉

넉하게 한 1주일정도요. 그런데 이 정도로 주문하실라면 선금을 좀 걸어야

되는데." "그래요? 이렇게 모두 얼마면 될까요?" 한참을 계산하던 최씨

가 말했다. "몽땅 8백 37만원이디, 8백30만원은 주시야 되겠네요." 사

내는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수표로 8백만원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따로 백만원짜리 수표를 한 장 최씨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조금 더 서둘

러주시죠, 3일 안에 준비가 될까요?" "아 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

니다." 순식간에 최씨의 태도가 고분고분해졌다. 최씨는 일찌감치 고

등학교를 때려치우고 아버지를 따라 농산물 차떼기를 하다가 본격적으로 농

산물 유통을 한 지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간다. 최씨는 시장 안의 다른 사람

들보다 비싸게 팔았지만 정말 좋은 물건을 팔았다. 품질이나 원산지를 속이

는 일은 없었다. 최씨는 이틀만에 자신이 구할 수 있는 최고의 품질로 물건

을 준비했다. 그리고 유실장이 지정한 기장의 한 전원주택의 창고에 물건을

내렸다. 창고에는 대여섯명의 젊은이들이 기다리고 있다가 최씨가 가져온

물건을 받았다. 그들은 최씨의 이름을 묻더니 일일이 상자에 최씨의 이름을

적고 창고에 넣었다. 창고에는 이미 많은 물건이 쌓여 있었다. 그리고

보름 후 최씨는 유실장에게 저번의 품목과 비슷한 주문를 다시 받았다. 그

런데 수량은 10배로 늘었다. 또 선불로 대금을 지급받았다. "우리는 앞으

로 농산물 구입을 최창용씨에게 전부 일임하기로 했습니다. 계속 이 품질을

유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씨는 궁금한 게 많았지만 꾹 참기로 했

다. 이정도 양을 보름마다 주문할 정도면 최소한 7천명이상이 먹는 양이다.

산기슭에 있는 전원주택에서 이 정도 양을 소화시킬 사람이 살고 있을 리는

없었다. 이 정도면 사단급 군부대에 납품하는 양과 비견될 것이다. 그러나

군부대는 질보다는 양과 가격을 우선한다. 최씨는 자신에게 온 이런 행운이

계속되기를 바랬다. 그렇게 이 고객과 거래를 해온 것이 벌써 6개월째인 것

이다. 기장의 전원주택에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청년이 운전석으로 다

가와 인사를 했다. 5개월전에 거의 표정이 없던 사람들이 요즘은 만나면 미

소를 보내주기도 한다. 어제 농산물을 거의 배달했지만 수박의 물량 공급에

차질이 생겨 하루 늦게 도착한 것이다. 청년이 창고를 열어주자 최씨는 깜

짝 놀라고 말았다. 어제 오후 늦게까지 작업하여 창고에 넣어 둔 농산물들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까닭이다. 그 많은 농산물들이 그 짧은 시간에 어디

론가 올겨 간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 다른 곳을 옮길 것 같으면 굳이 이곳으

로 배달시킬 이유도 없을 것이다. 최씨는 놀라며 차를 몰아 창고 안쪽까지

들어갔다. 그때 맞은편 벽이 열리며 유실장이 나타났다. 유실장이 반갑게

인사했다. 최씨는 흘깃 유실장이 나온 벽 안쪽을 살펴봤다. 벽 안은 마치 엘

리베이터처럼 생겼다. '아마 지하에 더 큰 창고가 있는 것 같네.' 혹시

이 사람들 지하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 것 아닐까? 최씨는 또 궁금한 게 많

았지만 또 참기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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