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세기 배달민족사-5화 (5/83)

)=+=                  (4) 당신의 미래는 우리들의 과거 (4) 당

신의 미래는 우리들의 과거 2007년 2월 19일 일요일 뉴욕의 경마장

프랭크 노튼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 매표소 창구가 혼잡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우선 이걸로 140만달러를 딴다면 다음달 호주 파워

볼 발표까지 생활비는 충분하겠지, 지난 주에 딴 돈을 카지노에서 날리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호주에 가서 편안하게 쉬고 있을텐데.' 노튼은 앞으로

의 계획을 다시 한 번 되새겼다. 호주 파워볼 복권은 현재 13주째 1등당첨금

이 이월되고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대박을 꿈꾸며 복권을 살 것이

다. 복권은 18주만에 3명의 1등당첨자를 부자로 만들 예정이다. 노튼이 알고

있는 역사는 그러했다. 노튼은 그보다 1주일 앞서 17주만에 혼자서 1등에

당첨될 계획이다. 그리고 그 돈으로 미리 준비한 원대한 계획을 펼칠 것이다

. 그러면 세상은 노튼이 가지고 온 미래의 과학기술에 굴복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의 경우를 위해 가져온 G-72의 위력은 온 세상을 공포에 떨게 할

것이다. 노튼은 수첩에 적어둔 당첨번호를 다시 한 번 꺼내서 보았다. 이제

이미 다 외우고 있지만 자꾸만 꺼내서 보게 된다. 노튼이 타임머신을

가지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양인 놈은

죽어 마땅한 놈이지만 죽어가면서 나에게 이런 걸 남기다니, 감사의 마음이

절로 우러나는군.' 노튼은 잠시 과거로 오기 전 자신이 살고 있던 2200년

대를 생각했다. 2207년 세상은 온통 원숭이들 천국이었다. 어느 분야든

지 동양인들이 최고의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 특히 한국놈들의 기세는 하늘

을 찌를 듯 했다. 2072년에 한국계 원숭이가 미합중국 대통령이 되더니 미국

역사상 총 7명의 한국계 대통령이 나왔다. 급기야 한국계 여자가 미국 대통

령에 당선되는 일까지 일어나다니 350여년전 흑인들의 목을 매달던 조상들이

세운 나라에 이런 일이일어나다니 치욕으로 몸이 다 떨릴 지경이었다.

노튼은 KKK단의 순순한 혈통을 이어받은 자신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무언가

를 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살았다. 노튼이 생각하는 인류의 범주에는

유색인종은 포함되지 않았다. 유색인종들은 단지 말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인간인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는 것이 노튼의 생각이었다. 노튼

은 KKK단의 유지를 이어오고 있는 집 안에서 태어나 부모들과 친척들의 편협

한 인종관을 교육 받고 자랐다. 노튼가가 이어온 KKK단의 전통은 다른 몇몇

집안과 연합하여 인종평등론자들의 오랜 탄압을 받으면서도 200년이상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현대 지구인들이나 대부분의 미국인들조차 이들의

편협한 인종관에 반감을 가져왔고 법률적으로 인종차별은 금지된 지 오래되

었지만 소수의견도 말살하지 않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 KKK단의 백인우월이

론은 그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 때 화학을 전공한 노튼

은 그런 이유로 오래 전부터 유색인종에게만 작용하는 화학무기를 만들기 위

해 연구를 계속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비록 처음에 계획했던 대로 유색인종

만을 죽이는 바이러스는 아니지만 인간에게만 적용되고 그 해독이 확실한 바

이러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노튼은 이 바이러스의 사용을 어떻

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의외로 해독약을 만드는 방법이 간단한 것이 이유

였다. 섣불리 바이러스를 사용하다가는 이 세계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기 전

에 해독법이 알려질 것이다. 그리고 노튼이 살고 있던 2200년대는 이런 살상

무기를 허용하는 사회가 아니였다. 지구상에 단 한 건의 전쟁도 없이 평화시

기가 지속된 지 40년이 넘었다. 그러다가 노튼은 뉴욕의 한 학술회의에

서 강연을 맡은 김시백 교수를 만나게 된 것이다. 강연은 무척 지루했다. 2

00년도 더 된 상대성이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우주 다변형 시간이론 등 쉽

게 이해하기 힘든 내용이었는데 타임머신이라는 기계를 만들게 된다면 필요

한 기초적인 공간과 시간의 상관관계를 정의하는 이론이었다. 타임머신을 통

한 시간의 되돌림은 이론적으로나 실질적으로 가능하다는 것이 이론의 근간

이었다. 김박사는 그러나 지난 인류가 많은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현재 인류

가 쌓아온 문명의 가치을 볼 때 인류역사상 현재보다 더 나은 시대가 없었다

는 결론으로 결국 타임머신은 인류에게 별로 필요가 없다는 말로 결론을 내

리고 있었다. 노튼의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말도 안되는 발표였다. 그리고 정

작 타임머신의 실제 제작부분에서의 최종 기술은 발표가 되지 않았다.

발표가 끝난 후 질문 시간이 되었다. "그럼 실제로 타임머신을 만들었다

는 말입니까? 당신네 한국인들은 실제로 만들지도 못할 상상의 이론으로 상

을 많이 타곤 하던데 이번 이론도 그런 것 아니요? 타임머신을 만들 수 있긴

있는 겁니까?" 노튼의 인종차별적인 질문에 장내는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 잠시 박사는 노튼을 쳐다보더니 말했다. "노튼 박사님 말씀

이 맞습니다. 타임머신은 없습니다. 그리고 타임머신은 위험한 물건이라 실

제로 존재해서는 안됩니다. 특히 노튼박사님 같은 분들 수중에 타임머신이

들어가는 일은 절대 일어나면 안되겠죠." 좌중에 웃음이 터졌다. 노튼은

이미 편협한 그의 인종관으로 세간에 악명을 떨치고 있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이 노튼을 쳐다볼 때는 다들 요즘 같은 시대에 아직 이런 인간이 있

나하는 표정으로 보곤 했었다. 노튼은 그런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

았지만 대놓고 모욕을 당하자 얼굴이 붉어졌다. '이런 원숭이 자식이 감

히 나를.......' 노튼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리고 몇 일 후 노튼은

김박사의 연구실로 찾아가 김박사를 살해하고 말았다. KKK의 자랑스런 전통

을 따른다면 너무나 당영한 행동이었다. 노튼은 강도가 든 것처럼 꾸미

기 위해 연구실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훔쳐 가져갔다. 원래 KKK단은 그들의

유색인종 살상 행위를 신성시하기 때문에 반드시 그들의 표식을 남겼지만

KKK단의 주장을 발표하는 것과는 달리 이런 행위는 당장 응징을 받게 될 것

이기 때문에 현대의 KKK단은 그 원칙을 조금 수정하고 있었다. 즉 유색인종

을 죽이고 마치 유색인종의 짓인 것처럼 꾸미는 것이다. 그로 인해 현실적인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타임머신은 그의 전리품 중 하나였

다. 김시백교수는 강연 때 타임머신은 없다고 했지만 그는 완성품을 만들어

놓고 있었던 것이다. 또한 친절하게도 3D 설계도까지 CM으로 남겨놓은 것이

었다. 노튼은 이 사실을 KKK단 본부에 알릴까 생각하다가 그만두었다. 개인

적인 욕심이 더 큰 탓이었다. 대신 노튼은 KKK단의 유지를 더욱 크고 원대하

게 키우리라 결심했다. "제6경주 마권발매 마감이 임박했습니다. 5분후

경주가 시작되겠습니다."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에 퍼뜩 정신이 든 노튼

은 제6경주 복승식 마권의 우승예상마 칸에 2번과 6번을 표시해서 매표소 창

구에 밀어넣었다. "1천달러 걸겠소." "예, 잠시 기다리세요" 매

표소 여직원은 노튼을 잠시 쳐다보더니 미소를 보내며 말했다. 1천달러는 마

권구입 상한선이었다. 노튼은 잠시 뒤면 140만 달러가 될 마권을 받아들고

'Coke'라고 적힌 음료를 하나 사서 전망이 좋은 자리를 찾아 앉았다. 노튼은

음료수를 한 모금씩 빨아 마셨다. 이 콜라라는 음료는 처음에는 톡 쏘는 느

낌 때문에 깜짝 놀랐지만 마실수록 입맛에 맞았다. 노튼은 출발선에 등장하

는 말들 중에서 자신이 건 말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몇 번

에 거셨나요?" 옆 좌석에 앉은 동양인이 빙긋이 웃으며 말을 걸었다.

노튼은 동양인이 말을 걸어오자 노골적으로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별 게 다 궁금하시군. 황인종과 얘기하고 싶지 않으니 다른 곳에 가 주시

겠소?" "제 생각에는 2번과 6번이 1,2등으로 들어 올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죠?" 동양인의 입에서 2번과 6번이 나오자 노튼의 표정이 확

달라졌다. "다른 곳에 가기 싫다면 내가 자리를 옮기겠소." 기분이

이상해진 노튼은 콜라를 들고 자리에 일어났다. 아니 일어나려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러지 말고 잠시만 앉아 계시죠, 미스터 노튼" 자신

의 이름이 불려지자 노튼은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이 번에는 반

대편 좌석이었다. 예쁘장하게 생긴 동양여인이 연두색 선이 들어간 검은색

막대를 들고 있었다. 마치 볼펜처럼 보였지만 노튼은 그게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었다. 노튼은 자신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사를 맞은 것이다. 온 몸이

뻣뻣해지는 걸 느끼며 노튼이 말했다. "누구요 당신들은?" "아실텐

데," 동양인 여자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의 미래에서 왔어

요, 물론 우리에게는 과거지만," 노튼은 일어서려 했지만 꼼짝할 수 없

었다. 이번에는 동양인 사내가 말했다. "우리가 겪었던 일에 비하면

이렇게 편안한 죽음은 너무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소. 당신을 제거하는 일은

워낙 중요한 사안이라." "왜 나를?" "당신은 현재 미수범이예요.

당신이 앞으로 하려고 하는 일 때문에 이틀 전에 열린 재판에서 사형이 선고

됐고 지금 집행하는 중이예요. 당신이 미래에 할 실수를 말해 준다면, 당신

은 김시백 박사가 다시 태어나는 걸 어떤 방법으로든 막아야했어요." 노

튼은 정신이 가물가물해지는 가운데서도 그건 미쳐 생각 못했군 하고 생각했

다. 그의 흐릿해지는 눈에 막 결승점을 통과하는 2번말과 6번말의 모습이

들어왔다. 강하경 중위는 임시지휘부를 호출했다. "생각보다 너

무 쉽게 끝났네요. 정말 우리가 노튼을 처리한 거 맞아요?" 귀에서 준영

의 목소리가 들렸다. "잘 하셨어요. 그가 노튼이 맞아요. 이제 노튼이

묵었던 호텔에 가서 나머지 일까지 잘 처리하시길 바랍니다. 그러고 빨리 오

세요. 오늘 저녁은 전통 한국식입니다. 제가 우래옥이라는 한국식당을 찾아

놓았거든요." 준영은 뉴욕 경마장의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매표소를 감

시하고 있다가 2번 6번 말에 천달러를 건 사람이 나오자 경마장에 대기중인

특전단원들에게 연락을 했다. 2번 6번 말에 천달러라는 거금을 건 사람은

노튼 외엔 없었다. 아마 누군가 있었다면 안된 일이지만 그도 죽음을 피할

수 없었을 것이다. 다음날 준영은 뉴욕타임즈의 사회면 한 쪽 구석에 다

분히 흥미위주로 작성된 기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경마장에서 신원미

상의 남자 140만 달러 대박에 쇼크 심장마비로 사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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