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kskill.com)=+= (3) 노아의 방주 (3) 노아의
방주 ② 텔레포트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총 16개의 단
말기에서 계속 인원과 물자 장비들이 나오고 있었다. 아마 200여년 전에 살
던 사람들이 이 모습을 봤다면 엘리베이터가 계속 열리고 닫히면서 사람들이
나오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현재 일반에 시판되는 텔레포트 수신기의 전
격용량은 12명 정도가 정원이었다. 무게의 제한은 없지만 부피제한이 있었다
. 이 때문에 배달인들은 그 이상의 용량이 되는 대형 장비 등을 가져가는 것
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형장비를 이동시킬 단말기가 없는 것은 아니었
지만 수출입이나 군사목적으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이
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일이었다.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텔레포팅을
하느라 시스템은 과부하가 걸려 전송속도가 현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나중에 도착한 사람들이 단말기에서 신속히 빠져나올 수
있도록 단말기 앞을 정리하면서 짐을 옮기는 것을 돕고 있었다. 가장 활발하
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강하경 소위의 특전사 부대원들이었다. "차량을
하나도 가져올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쉽네요." 강하경 중위의 말에 하명찬
중사가 물품들을 정리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최근에 최신 무기를 지원
받아서 다행인데요." "정말 다행인 건 더 이상 백인들의 볼거리를 위한 전
쟁을 안해도 되는거죠. 우리가 갈 세계에서는 저 무기들은 너무 위험해요."
사실 다음 달에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 계획되어 있었다. 특히 이 전쟁
은 한국군의 일본열도 상륙작전을 시작으로 계획되어 있어서, 강하경 중위의
특전사는 전쟁에서 사용 가능한 가장 최강의 무기들을 지급 받았다. 특히
초동제압을 목적으로 하는 강력한 개인화기와 침투시에 유용하게 쓰일 특수
장비들이 지원되었다. 노튼사는 전쟁이 너무 단기간에 싱겁게 끝나는 걸
원하지 않았다. 생생한 전쟁 현장을 전 세계에 중계하면서 얻는 중계권료와
광고수익이 엄청나기 때문에 최대한 흥미진진한 전쟁을 기획했고 한 번 시
작한 전쟁은 최소한 1주일에서 길면 보름간 지속되었다. 때문에 전쟁에서 텔
레포팅을 통한 병력의 이동이나 광자탄(핵무기의 방사능 유출의 단점을 보완
한 대규모 살상탄두)의 사용은 엄격히 금지되었다. 다만 민간인에 대한 학살
은 명목상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그 처벌이 미미해 심심찮게 자행되고 있었다
. 전쟁은 노튼사의 계획대로 일어났지만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상대에 대한
적개심이 치밀어 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일본과는 최근 100년간
26차례나 전쟁을 하면서 승패의 수가 거의 비슷해 서로 복수와 응징의 처절
한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로 인해 서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는 경우가 많
았고 이번 전투의 경우 전쟁터가 일본땅 위라는 이유로 한국군은 이를 갈며
그를 기다리는 경우도 많았다. 강하경 중위는 그것을 가장 가슴아파하며
자신의 부대원들이 그런 일에 연루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 그녀 자신도 부모를 모두 전쟁터에서 잃은 처지지만 전쟁에서 죽는 사람은
최소화시켜야 했다. "하중사님, 경호는요?" 경호는 하중사의 아들이
다. 아내가 죽고 나서 혼자 아들을 키워온 지 올해로 6년이 되었다. "예,
아까 이동해 와서 지금은 B건물 합숙소에 있을 겁니다." 하중위가 다행이
란 듯 환하게 웃었다. "큰일났습니다. 박사님" 인원 배치와 안내를 담
당하던 준영이 급하게 박사를 찾았다. 말은 큰일났다고 하면서 준영은 말의
내용과는 달리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현재 섬에 들
어온 인원이 5천명이 넘습니다." 그것은 김박사도 알고 있었다. 김박사는
섬 전체를 살필 수 있도록 만든 통제탑 위에서 섬으로 텔레포팅되고 있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많은 배달인들이 그들의 가족과 친구
들, 연락이 가능한 사람들을 이번 [노아의 방주] 작전에 최대한 많이 동행하
려 했다. 때문에 처음에 김박사와 나명진 사장 등이 예상했던 인원보다 두
배가 훨씬 넘는 5천여 명의 사람들이 섬에 모였다. 문제는 식량이나 숙소 등
다른 물품은 그에 맞게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처음에 계획했던 2
천명이라 하더라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였지만 이제 배달섬의 자급력은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릴 수밖에 없다. "할 수 없잖냐. 쫓아낼 수도 없고." "당
연하죠." 준영이 오히려 싱글벙글거리며 말했다. 다들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낯선 시대로 떠나 같이 생활을 할 사람이 많다는 것이 든든했고, 생각 같아
서는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을 이 지옥 같은 2200년대에서 구출하고 싶었다.
약속했던 오후 네시를 훌쩍 넘겨 4시 20분쯤부터 단말기의 작동이 뜸해지다
30분경 단말기가 더 이상 작동을 하지 않고 멈춘 후에도 조금 더 기다리고
있던 박사는 조용히 단말기의 네트워크를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이제 더 이
상 늦출 수가 없다. 애초에 텔레포팅으로 올 줄 알았던 공준 조종사 정기
욱 대위가 자신이 속한 비행편대를 모두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예정에 없던
훈련을 실시한 정대위가 나를 믿는다면 함께 가자는 말 한마디에 모두 아무
런 토를 달지 않고 정대위를 따른 것이다. 약간의 소동이 있긴 했다. 비행정
이 5대나 하늘에 나타나는 바람에 노튼사에 들킨 줄 알고 사람들이 놀라서
숨거나 도망가기도 했다. 정대위 일행이 한국영해에서 항로를 바꾼게 지금
으로부터 6분전. 그들이 알아채고 항로 추적을 하고 있었다면 이곳에 착륙을
했다는 것을 지금쯤 알고 있을 것이다. 여기서 가장 가까운 오끼나와에서
공격기가 뜬다면 11분쯤 후에 여기는 불바다가 될 것이다. 아니 노튼사에서
사태의 심각함을 알아채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전원 몰살당할 수 있다. 위성에서 바로 쏘는 광자탄을 막을 수 있는 방
법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두 준비하십시오. 편안한 자세로 눕거나 앉으
십시오.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약 5초정도 몸이 붕 뜨다가 도착할 때 가라앉
는 느낌이 들 것입니다. 이동되는 범위은 타임머신을 중심으로 동서남북 각
각 10km,상공 10km,지하 10km 안의 모든 것입니다. 이제 카운트다운을 시작
합니다." 김박사는 조용히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김박사의 목소리는 섬
전체에 울려퍼졌다. "10" "9" "8" 사실 김박사는 실험을 이미 마친
상태였다. 배달인들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김박사와 준영은 남몰래 24시간
을 되돌려 본 적이 있었다. 하루종일 둘이서 미친 듯이 웃으며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 실험을 통해 아까운 타임머신 한 대가 소모되었지
만 실험의 성과는 좋았다. "3.............2...............1...........
.출발!" 순간 섬 위의 모든 사람은 커다란 현기증을 느꼈다. 타임머신을
구심점으로 큰 구(球)를 그린 영역이 공중으로 떠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아
니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정말 떠오르고 있었다. 만들 때부터 바다 위에
떠있도록 설계된 배달섬은 실제로 우주 밖으로 튀어나가고 있었다. 아니 어
쩌면 섬만을 남겨두고 우주가 어디론가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섬 위의
모든 사람의 눈에 지구의 푸른 빛이 보였다. 태양계 전체가 점점 모양이 작
아지면 멀어지더니 하나의 점이 되는 것 같았다. 시간은 한참 흘렀다.
김박사는 5초 정도라고 했지만 한시간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 같았다. 김박
사는 24시간과 200년은 아무래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는 미처 예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사람들 모두 구토증을 느꼈지만 실제로 토는 나오지 않았다
. 모든 우주의 모습이 줄어들어 한 점으로 사라지고 눈앞에 암흑만이 보이는
순간이 왔다. 그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부터 강한 압력이 밀려오기 시작했
다. 이제 나락으로 한참 떨어지다가 결국 어디엔가 섬 전체가 내려 앉는 느
낌이 들었다. 사람들은 얼굴에 물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비가 오고 있었
다. 잔뜩 짙푸린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강하경 중위는 가
장 먼저 일어나 대원들을 점호하고 주변 사람들이 괜찮은 지 살펴볼 것을 명
령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침을 하거나 토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 상황탑에서 쉴드가 펼쳐지며 섬을 감싸기 시작했다. 상황탑의 누군가
가 정신을 차린 사람이 있어 비를 막기 위한 쉴드를 작동한 것이리라. 새로
운 땅에서 한 번 흠뻑 비를 맞는 것도 좋겠지만 그러기엔 젖어서는 안 되는
장비와 물품들이 너무 많았다. -다음편에 계속- =+=+=
+=+=+=+=+=+=+=+=+=+=+=+=+=+=+=+=+=+=+=+NovelExtra([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