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kill.com)=+= (2) 라이프가드 (2) 라이프가드
준영은 일찍 일어났다. 오랜만에 잠을 푹 잔 것이다. 두 달 전에
김박사님께 놀라운 얘기를 듣고 이프의 특수회원으로 등업을 한 뒤로 지난
두 달은 거의 잠을 못 잤다. 특수회원들에게 제공되는 자료를 열람하는
데 초기의 몇 일 밤을 꼬박세운 것이다. 이 자료들은 다운로드가 불가능하고
오직 열람만이 가능하게 프로그램되어 있는데다 홀로그램 형태가 아닌 오직
활자와 사진 형태의 자료여서 자료를 읽고 먼저번 자료와 대조하고 정리하
는데 시간이 상당히 걸렸다. 그 이후에는 김박사의 지시에 따라 노튼사에 대
한 대규모 해킹을 시도해 오고 있었다. 노튼사 내에서 대외비를 포함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는 무차별 수집을 해서 CM(크리스탈메모리)에 저장해서
김박사에게 전달했다. 노튼사의 서버는 준영의 해킹에 완전히 항복을 하
고 무저항으로 길을 열어주고 있었다. 준영의 해킹 방식은 해당정보의 기존
이용자중 최다접근자의 키를 가지고 접근하는 방식으로 서버의 의심을 가장
확실하게 피하고 있었고 흔적이 남기는 하지만 알아채기가 힘들었다. 물론
알아채더라도 추적을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오토쿠킹을 클릭해서
미국식 아침식사 4번을 주문했다, 오토쿠킹은 원하는 요리를 만들어서 텔레
포팅시키는 방식으로 노튼사가 제공하는 최신 식사제공 프로그램이다. 노튼
사는 이 제품으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 있지만 시장에서 재료를 구해 먹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채소와 육류, 생선 등의 신선한 재료는 특급호텔이
나 음식점, 일부 부자집의 주방으로 들어가는데 서민들은 구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 박수를 두 번 치자 한 쪽 벽면을 열고 대형모니터가 나왔
다. TV겸 화상전화 겸 컴퓨터의 기능을 하는 것인데 주로 작업의 편의를 위
해 업무나 학습용 컴퓨터는 소형화 된 반면 이 대형모니터는 주로 오락용이
었다. 준영은 가난한 학생의 신분으로 텔레비전도 88인치 평면 LCD로 만족
해야 했다. 어제 김교수의 연구실에서 본 MS는 꿈도 꾸지 못한다. 요즘 TV는
시청자 요구에 따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투데이체크포인트 메뉴를 클릭하
자 TV에서 평소 준영이 세팅해둔 화면 레이아웃에 따라 오늘의 정보가 흘러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서준영 고객님? 고객님의 오늘 현재 부채는 0
7시 43분 12초에 주문한 오토쿠킹 1200달러를 포함하여 총 465만 7천 250달
러이며, 이번 달 이자는 13만 7,421달러 80센트입니다." "고객님의 라이
프가드 접종일까지 13일 18시간 남았습니다. 접종 24시간 전까지 1만5천달러
를 송금하시고 가까운 노튼사 대리점으로 왕림해 주십시오." "광고입니
다. 군에 지원하십시오. 1년 근무에 천만달러를 지급해드리며, 3년이상 복무
신청시 1년에 천2백만달러가 지급됩니다. 복무기간동안 라이프가드 접종이
무료로 제공되며 복무중 사망시 유족에게 2억달러와 5년간 라이프가드 무상
지원 혜택이 주어집니다. 특히 이번 5월에 있을 일본과의 전쟁에 참가할 장
병들을 모집합니다." "오늘의 방송 예고입니다. 만주지역 반군 지도자인
강상도의 사형집행이 오늘밤 8시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더불어 무허가 사제
라이프가드 제조 판매혐의로 기소된 일당 8명의 재판부터 처형까지 그 생생
한 현장을 보내 드릴 예정입니다. 이들의 처형방법은 지금부터 저녁 7시55분
까지 인터넷 설문으로 결정될 것이며, 설문에 응해주신 분 중 200명을 추첨
해 라이프가드 2년 분량을 상품으로 드립니다." "오늘 날씨는 낮 동안은
맑은 날씨를 유지할 것이며, 오늘밤 11시 12분부터 32분 40초 동안 24mm의
비를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상 기상통제청이었습니다." "오늘 이라크
와 이란의 36번째 전쟁이 시작합니다. 이란의 선제침공으로 시작될 이 번 전
쟁은 한 쪽 전사자가 10만 명이 되거나 수도가 함락되면 끝나게 됩니다. 채
널 437번에서 FMS로 중계합니다.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또한 노튼사는 이
번 전쟁에 전쟁복권을 발행하기로 했습니다. 승리국가와 전쟁기간, 승전국의
전사자 수를 가장 근접하게 맞추면 당첨됩니다." "다음달로 예정된 멕
시코와 자카르타의 전쟁은 전쟁터가 미국과 지나치게 가깝다는 이유로 미국
민들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노튼사는 이미 양국에 전투무기의 판
매가 이루어진지 7개월이 지나 추가 판매를 위한 무기소진이 불가피하다며
실제로 미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거의 없을 것이라고 입장을 피력했습니
다. 한편 지난 달 전쟁명령을 거부한 탄자니아에 대한 라이프가드의 공급이
오늘부터 중단됩니다. 탄자니아 국민 중 오늘 날짜로 접종일이 돌아온 사람
부터 빠르면 모레부터 사망하기 시작해 매일 약 2만5천명씩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 세상은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다. 과학과 기
술은 눈부신 발전을 이루고 있었다. 지구상의 석유가 다 떨어지자 노튼사는
미리 준비한 것처럼 바다 속의 지하자원 지도를 이용해 석유와 기타 광물을
시추하기 시작했으며, 누군가에 의해 지도가 해킹당해 인터넷에 무료로 배
포되고 각 국이 인근해역의 석유 시추에 열을 올리자 이 번에는 석유를 대체
하는 새로운 에너지를 제시했는데 그것은 바로 물이었다. 노튼사는 달에 도
시를 건설하고 카지노와 대규모 위락단지를 만들었고 화성의 지하자원을 이
용할 방안을 개발 중이었다. 날씨를 원하는 대로 조정하는 것은 물론 교통
수단이나 의식주 등 모든 부분에 발전을 이루었다. 의료부문도 눈부신 발전
을 보이고 있었다. 만약 교통사고를 당해 온 몸이 갈기갈기 찢겨 팔다리가
떨어지더라도 목숨만 붙어 있다면 병원에서 생명을 살리는 것은 물론이고 손
톱이 자라는 것처럼 팔다리를 재생받을 수 있었다. 이러한 많은 과학의
발전 뒤에는 노튼사의 업적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과학기술은 2009년 노튼사
가 설립된 후 처음 10년동안 대부분의 신기술이 소개되었고 그 이후 개발된
많은 기술은 유럽과 극동에서 개발되었다. 현재 과학의 발전에는 한국이 공
헌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술들의 대부분은 자본력과 라
이프가드가 가진 힘에 의해 소유권이 노튼사에 귀속되었다. 문제는 돈이
었다. 한국인의 70%가 평균 천만달러이상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으며, 빚을
갚기 위해 용병으로 지원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는 일도 허다했다. 이 시대
의 전쟁은 엔터테인먼트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물론 전쟁 당사자에게는 목
숨을 걸어야 할 일이지만. 세계의 패권을 미국이 차지하고 지구상에 더 이상
이 전쟁이 필요없는 상황이 되자 미국 내 군수산업체는 공공연히 다른 나라
에 대해 시비를 걸며 전쟁을 일으키고 또 다른 두 국가를 이간시켜 전쟁을
유도했다. 물론 노튼사는 미국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앞선 무기 공장을 가지
고 있는 회사였고 누구보다 앞장서서 전쟁을 일으켰다. 이에 온 세계가
미국의 행위에 분노하고 국제적인 저항이 생길 무렵 노튼사에서는 라이프가
드 프로젝트가 실행되었다. 이것은 마치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시작되
었다. 지구상의 대기권에 무차별 살포된 G-72가스는 모든 인류에게 치명적인
독이었다. 이 가스는 모든 인간과 영장류인 오랑우탄의 일부에게 무차별적
으로 죽음을 선사했다. 이 독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라이프가드를
접종받는 것인데 정확히 50일에 한 번씩 접종받아야 했다. 노튼사는 이 라이
프가드를 비싼 값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경우에 따라서는 돈을 주고
도 사지 못한다는 것이다. 노튼사는 자국의 또는 자사의 이익에 반하는 경우
판매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지난달 사소한 다툼으로 미국인의 얼굴을 때린
회사원이 라이프가드의 판매를 거절당했다. 라이프가드의 등장으로 국
제질서는 순식간에 미국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노튼사는 더 이상 음지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공작을 하지 않았다. 대신 미리 1년간의 계획에 따라
전쟁스케쥴을 만들고 해당국에 무기를 판매했다. 이긴 국가에게는 패전국으
로부터 막대한 전쟁배상금과 노튼사의 작은 정성이 담긴 선물이 전달되었다
. 라이프가드의 제조방법은 의외로 아주 간단하다. 약학과나 또는 화학
과 공부만 좀 하면 누구나 쉽게 제조가 가능하다. 문제는 재료였다. 그 주성
분은 마테나무 잎이다. 마테는 일종의 차로 이용되는 나무인데 예전에는 주
로 남미 여러나라에서 즐겨 마셨다. 녹색을 띤 자극적인 성분을 가지고 있는
데 현재 이 나무는 노튼사에서에서만 재배되고 있으며, 간혹 야생의 마테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발견되는 대로 노튼사는 그 숲 일대를 초토화시키곤 했
다. 그리고 물론 무허가로 라이프가드를 생산하는 일은 불법이었고, 이 혐의
로 기소당하는 범법자들은 예외없이 사형을 선고받았으며, 그 집행은 선고
즉시 이루어졌다. 불법조제된 라이프가드를 접종받는 것도 불법이었다.
모든 라이프가드의 접종은 노튼사의 대리점에서 이루어지는데 접종일시가
개인별로 모두 전산처리 되었다. 만약 누군가 접종기록이 없는데도 살아남는
다면 곧바로 노튼사 고객서비스팀의 방문을 받게 될 것이다. 준영은
모니터의 뉴스모드를 해제하고 크리스탈메모리를 몇 개 챙겨서 학교로 향했
다. 텔레포팅이 가장 빠르긴 했지만 가격이 비쌌다. 아파트 앞 전철역에서
전철을 타면 세 정거장이면 도착이다. "지금 도봉산행, 도봉산행 열차가
착륙하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께서는 착륙지점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십
시오." 이윽고 서남쪽 하늘에서 날아온 열차가 가벼운 전자음을 내며 승
강장 옆으로 사뿐히 착륙했다. 나른다는 표현보다는 마치 메뚜기처럼 이 역
에서 다음 역으로 점프를 한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다. 이름도 JW(점프
웨이)이다. 높이 나르지도 않는다. 3년전에 이대역에서 점프한 JW가 인근 빌
딩에 부딪쳐 26명이 즉사하고 549명이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겨우 살아 나온
사고가 있었다. 열차를 타자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아직
개학 초라 대부분 수업이 출석수업인 탓도 있지만 방학동안 못 봤던 친구들
을 보기 위해 학생들이 등교를 많이 하고 있었다. 노트북의 화면을 공중에
띄워놓고 공부하는 학생도 더러 있었다. 일부는 안경형 모니터를 끼고 게임
에 열중인 학생도 있다. 그 외 열차 안의 사람들은 주로 오늘 밤 있을 사형
집행과 올 5월로 예정되어 있는 일본과의 전쟁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야 준영아, 오늘은 일찍 나왔네? 출석 수업이야?" 같은 과의 혜정이 아
는 척을 하며 다가왔다. "응, 학교에서 할 일도 있고 오늘은 2교시가 2
1세기 전쟁사 출석 수업이야." "야 잘됐다. 나도 그거 듣는데, 너 공부
잘하잖아, 요번 학기 잘 부탁해" 같은 과이긴 하지만 그다지 친한 사이
도 아니어서 준영은 창 아래를 보며 근성으로 대답했다. 사실 3학년이 되면
서도 준영은 같은 과 학생들과 그리 잘 어울리는 편은 아니었다. 사학과는
취업이나 생활전선에 그리 도움이 되는 과도 아니고 국가지원금이 나오는 분
야도 아니어서 준영을 제외한 학생들 대부분은 그냥 학교졸업장을 따려는 생
활이 넉넉한 집안의 자제들이 많았다. 이 과에서 정말 역사학에 관심을 가지
고 공부하는 준영이 장학금을 받지 못한다면 그게 더 이상할 것이다. "
너 3교시 휴강이이지?" "근데 왜?" "그럼 같이 섹스하러 갈까?"
"글쎄, 근데 사실은 나 약속이 있어서, 다음에 하자" 준영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거절했다. 요즘 섹스는 마치 커피 한 잔을 같이 나누는 것만큼
사소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야 그럼 나랑 하자." 옆에 있던
한 녀석이 끼어 들었다. "싫어, 넌 너무 못해." 때마침 열차가 학
교 앞 역에 착륙하자 준영은 그들을 뒤로하고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2교시 수업이 마치자마자 준영은 김교수의 방으로 향했다. 교수는 준영
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반갑게 맞이했다. "준영군, 그래 내가 부탁
한 자료 수집작업은 별 차질이 없는가?" "예 약 1주일정도면 거의 종료
될 것 같습니다." "좀 더 서둘러야겠네." 김교수가 테이블을 노크하
자 공중에 우체통 그림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준영은 박수소리를 선호하는
데 반해 김교수는 테이블을 두드리는 것으로 클릭신호를 사용하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받은 메일이네." 우체통 속에서 미니스커트 차림의
노튼사 유니폼을 입은 여자가 나타나 메일을 전하기 시작했다. "노튼사
고객지원팀에서 온 메일입니다. 저희 노튼사에서는 김시백고객님에 대한 라
이프가드 판매를 오늘 오전 0시를 기해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용에 착
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항상 고객 여러분의 생명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
는 노튼사 고객정보팀에서 알려드렸습니다. 저는 안내원 정윤미였습니다. 좋
은 하루 되십시오." 김교수가 덧붙혔다. "접종일까지 6일 남았네."
-다음 편에 계속 =+=+=+=+=+=+=+=+=+=+=+=+=+=+=+=+=+=+
=+=+=+=+NovelExtra([email protected])=+= (
3) 노아의 방주 글이 재미있으면 리플 마니 부탁드립니다. 꽤 오랫동안 구
상하긴 했지만 쓰다보니 손 볼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제가 굳이 미
래를 선택한 이유는 현대무기체제를 잘 모르거든요. 워낙 밀리터리 매니아들
이 많이 계셔서 딴지가 두렵기도 하고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