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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206화 (206/209)

206화

오클랜드 슬랙스와 애틀랜타 히어로스의 월드 시리즈 2차전이 열렸다.

1차전에서 25:3이란 압도적인 점수 차로 대패를 한 애틀랜타 히어로스는 각성이라도 한 것인지, 아니면 모두 약이라도 한 것인지 어제 벌어진 참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따아악!

“우와아아!”

1회 말, 애틀랜타 히어로스는 1회 초 수비에서 내준 점수를 만회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구멍 난 마운드를 어떻게든 보완을 하려고 하는 듯 오클랜드 슬랙스 마운드를 두들겼다.

“헉헉!”

월드 시리즈 2차전 오클랜드 슬랙스의 주전 투수 레프리 그로스는 이제 겨우 1회 초임에도 불구하고 가쁜 숨을 내쉬었다.

마치 어제 애틀랜타 히어로스의 선발 이노아를 보는 듯했다.

‘젠장! 이제 겨우 1회인데…….’

또다시 안타를 맞아 점수를 내준 레프리는 미간을 찌푸렸다.

1사 1, 3루 상황에서 2점이나 내주었다.

‘어제 그걸 먹지 않는 것이었는데.’

어제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대승을 거둔 오클랜드 슬랙스 선수들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늦게 작은 파티를 열었다.

코칭스태프의 허락을 받고 한 것이라 그리 요란하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11시가 조금 넘을 때까지 놀았다.

다만 레프리 그로스는 오늘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가야 했기에 조금 일찍 방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먼저 방으로 돌아온 레프리는 그대로 잠을 자는 것이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틀랜타 녀석들, 오늘 완전 망가졌던데… 설마 그 모습이 하루만에 바뀌진 않겠지?’

그래서 그는 2차전에 선발로 나가 대충 던지라더라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다.

그러고 나서 미니바에서 술을 한 병 꺼내 마셨다.

그런데 함께 먹은 칵테일 새우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아침부터 아랫배가 좋지 못했다.

“레프리! 편하게 던져요.”

컨디션 난조로 식은땀을 흘리며 포수의 미트를 쳐다보고 있을 때, 귓가에 저 멀리서 자신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자신을 응원하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센터 방면 수비를 보고 있는 대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인크레더블!’

커다란 덩치를 가진 대호의 모습이 두 눈에 가득 들어왔는데, 이를 확인한 레프리는 순간 안심이 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 내 뒤에는 인크레더블한 인크레더블이 있었지.’

몸도 좋지 않으면서 혼자 어렵게 애틀랜타 히어로스의 타자들을 상대하려고 하니, 공이 제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았었다.

어떻게든 제구를 잡기 위해 구속을 줄이고 투구를 하다 보니 평소와 다르게 얻어맞는 중이었다.

그러던 차 외야에 있던 대호의 응원과 그의 모습을 확인하니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보통 수비의 핵심은 내야 수비였다.

2루수와 유격수로 이루어진 키스톤 콤비의 중요성이 여기서 기인한다.

하지만 오클랜드 슬랙스의 수비 핵심은 내야도 내야이지만, 외야 중앙 수비를 맡고 있는 대호였다.

보통의 메이저리그 선수보다 최소 1.5배나 되는 넓은 수비 범위를 가지고 있으며, 빠른 발과 커다란 키를 가지고 수비하는 대호는 가히 철벽이나 다름이 없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라이벌인 LA데블스의 팬들은 이런 대호의 수비를 통곡의 벽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런 대호가 외야 센터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레프리는 잊고 있던 것을 깨닫고 점점 안정을 찾았다.

팡!

“스트라이크!”

“우와!”

“레프리, 아주 좋았어! 이대로 가자고.”

공을 받은 페레즈는 처음으로 초구에 스트라이크가 들어오자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투수를 격려했다.

퍽!

포수가 돌려준 공을 받으며 레프리는 포수가 방금 전 투구에 얼마나 만족을 했는지 깨달았다.

돌아오는 공의 강도가 강할수록 투수가 던진 공을 받은 포수의 만족도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방금 돌려받은 공은 지금까지 받은 공 중 가장 강력했다.

‘좋았어!’

아직 구속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찌 되었든 자신의 뜻대로 공이 제구가 되는 것을 깨달은 레프리는 조금 더 과감하게 투구를 하기로 했다.

‘몸 쪽 무릎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

포수의 사인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느낌 그대로 투구를 하기 위해 먼저 사인을 냈다.

‘OK! 던지고 싶으면 던져! 모두 받아 줄게!’

페레즈도 오랜만에 제대로 제구가 된 투구를 보았기에 레프리 그로스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지라 하였다.

한편 대호는 오늘 마운드에 오른 레프리 그로스의 컨디션이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느끼고 오늘은 조금 무리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레프리의 컨디션이 평소와 다른데?’

2점을 내주고 또 주자가 1, 3루에 진루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호는 좌우에 있는 외야수들에게 수비 위치에 대해 변경을 요구했다.

“시몬! 루이스! 3m 정도 전진 수비하세요. 뒤는 제가 볼게요.”

뒤로 넘어가는 공은 자신이 어떻게든 막겠다는 생각에 두 사람에게 전진 수비를 하라고 하였다.

이런 대호의 외침에 좌우에 있던 시몬과 루이스는 대호가 한 말대로 3~4m정도 더 앞으로 이동했다.

이는 외야 플라이가 나왔을 때, 3루에 있는 주자가 언더베이스를 할 수도 있어 그것을 막기 위해 수비 위치를 변경한 것이다.

부웅!

팡!

“스트라이크!”

두 번째 투구에서 레프리 그로스는 무릎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던져 헛스윙을 만들었다.

이로써 처음으로 노 볼 투 스트라이크가 되었다.

팡!

“볼!”

투수에게 유리해진 볼카운트에 기세가 오른 레프리 그로스가 유인구를 던졌지만, 이번에는 타자가 속지 않았다.

타자에게서 가장 먼 바깥쪽 낮은 코스로 날아간 슬라이더는 아쉽게도 타자의 배트를 끌어내지 못했고, 볼이 선언되었다.

바깥쪽으로 빠지던 볼이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왔으면 루킹 삼진이 되었겠지만 아쉬운 상황이었다.

“좋아, 좋아! 레프리, 아주 좋아요.”

비록 볼 판정을 받았지만, 흐름이 무척이나 좋았다.

이에 대호는 저 멀리 외야에서 이를 지켜본 것처럼 좋다고 소리쳤다.

현재 스코어는 2:2로 동점이다.

타자들이 1회 초 공격에서 2점을 뽑으며 좋은 출발을 했는데, 자신이 애틀랜타 히어로스의 타자들에게 점수를 내주면서 동점이 된 것이다.

따악!

바깥쪽 낮은 볼을 던진 뒤 이번에는 안쪽 하이 패스트볼을 던졌다.

이는 정석적인 투구 로케이션이었다.

하지만 이게 왜 정석인지 타자의 타격을 보면서 알 수 있었다.

“마이 볼!”

주자 1, 3루 상황에서 자신의 머리 위로 날아오는 타구를 확인한 유격수 닉 알랜이 공을 잡기 위해 콜하고 주춤주춤 자세를 잡았다.

이 때문에 1, 3루에 있던 주자들은 순간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잡지 마!”

유격수의 뒤를 백업하기 위해 달려오던 대호는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공을 잡기 위해 글러브를 가져다 대던 닉 알랜에게 고함을 질렀다.

“엇!”

느닷없는 대호의 고함 소리에 놀란 닉 알랜이 수비 자세를 풀고 공을 놓쳤다.

“앗!”

내야 플라이가 되어야 할 공이 야수 선택으로 인플레이가 되었다.

“3루!”

대호는 공이 그라운드에 떨어지는 것을 보자마자 고함을 질렀다.

이에 닉 알랜이 얼른 공을 주워 3루로 던졌다.

팡!

“아웃!”

3루에서 주자가 아웃이 되자 대호는 다시 한번 고함을 질렀다.

“홈!”

인플레이 상황이 되면서 내야플라이라 생각하고 주춤거리던 3루수는 닉 알랜이 공을 떨어뜨리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홈으로 뛰었다.

보통 그런 상황에선 뛰지 않을 것인데, 점수를 더 내야 한다는 생각에 공이 2루로 향하는 것을 보자마자 홈으로 뛴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2루에서 공을 받은 브렛은 2루 베이스를 오른발로 밟고 바로 홈으로 송구를 하였다.

쐐애액!

1루에 있던 주자는 내야플라이가 되는 것이라 생각해 뛰는 것이 늦어 홈 송구를 방해하지 못했기에, 브렛의 송구는 정확하게 페레즈의 미트에 날아들었다.

펑!

츠화악!

3루에 있던 주자는 공이 포수의 미트에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몸을 틀어 슬라이딩을 하였지만, 이미 타이밍상 아웃이었다.

툭!

“아웃!”

너무도 정확한 송구에 힘입어 3루 주자가 어떻게든 포수의 미트를 피해 홈으로 들어오려 하였지만, 이는 불가능했다.

주자의 손이 홈 플레이트를 터치하기 전 페레즈의 미트가 먼저 주자의 어깨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우와아!”

1루에 있던 주자가 2루에서 포구 아웃이 되고, 3루에 있던 주자가 홈으로 무리한 진루를 시도하다 아웃이 되면서 1회 말 오클랜드 슬랙스의 위기는 더블플레이로 순식간에 해결이 되었다.

* * *

“오클랜드 슬랙스의 레프리 그로스 투수, 원아웃 주자 1, 3루 상황 위기가 계속됩니다.”

김승주는 미간을 찌푸리며 지금 그라운드 상황을 중계했다.

경기 중계를 하면서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 어찌 되었든 그도 한국인이다 보니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있는 오클랜드 슬랙스에 조금 편향된 중계를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운드 위에 있는 오클랜드 슬랙스의 선발 투수인 레프리 그로스 선수가 오늘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 듯싶습니다.”

하구연 해설은 1회 말 수비 상황에서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점수를 내준 레프리 그로스를 두둔하며 말을 이어갔다.

“주자 1, 3루 상황이라 오클랜드에게 무척이나 불리합니다.”

위기의 오클랜드 슬랙스를 보면서 김승주와 하구연이 초조한 듯 중계를 하였다.

그런데 이때…….

팡!

“스트라이크!”

카메라에 그라운드 상황이 보였다.

“초구 스트라이크! 스트라이크가 들어왔습니다.”

“예, 처음으로 좋은 공이 들어왔습니다.”

“투수의 반응을 보니 이번 공은 제대로 제구가 된 것처럼 보이는데, 위원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김승주는 그라운드에 있는 포수와 투수의 모습을 지켜보다 그렇게 물었다.

“제가 보기에도 레프리 투수의 이번 공, 자신이 생각한 대로 제구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팡!

“스트라이크!”

다시 한번 스트라이크가 선언 되었다.

무릎 밑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이 제대로 컨트롤 되어 타자의 헛스윙을 이끌어 냈다.

“레프리 투수, 정신을 차린 듯 보입니다.”

“예, 돌아왔어요.”

마운드 위에 있는 레프리 그로스가 제구력 난조로 연속해서 애틀랜타 히어로스의 타자들에게 안타를 맞으며 점수를 내주었는데, 이번 6번 타자를 맞아 처음으로 시원시원하게 투구를 하는 모습을 보이자 안도를 하며 소리를 질렀다.

“여기서 더블플레이나 보살이 나온다면, 참 좋을 텐데…….”

김승주는 마치 앞날을 보고 온 것처럼 이 상황에서 더블플레이를 언급했다.

그렇게 된다면 참으로 그림이 좋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하하! 아무리 야구가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그렇게까지…….”

김승주의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면서도 그렇게 되겠냐는 말을 하고 있던 하구연 해설은 할 말을 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말로 그러한 장면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따악!

“잡지 마!”

외야와는 멀리 떨어져 있는 중계석까지 들릴 정도로 커다란 고함소리가 울렸다.

그리고 이에 놀란 유격수 닉 알랜이 공을 그라운드에 놓치는 모습도 보였다.

“3루!”

3루란 소리에 떨어진 공을 잡아 3루로 공을 던지는 모습이 보였고, 공을 잡은 2루수가 홈으로 공을 송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홈!”

마치 미리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처럼 공을 잡은 브렛이 한쪽 발로 베이스를 찍고 홈으로 송구를 하였다.

팡!

“아웃!”

1루 주자가 2루에 도달하지 못하고 아웃이 되고, 3루 주자가 무리한 진루로 홈에서 태그 아웃이 되는 모습이 전광판에 재생이 되었다.

“우와아아!”

1사 1, 3루 상황에서 순식간에 더블플레이가 되면서 아웃 카운트 세 개가 모두 채워졌고, 순식간에 공수 교대를 하게 되었다.

짝!

“고맙다.”

먼저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레프리 그로스는 입구에 서서 들어오는 대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같은 팀으로써 당연한 것이죠.”

자신을 보며 고맙다 인사를 하는 레프리를 보며 대호는 별것 아니란 듯 대답을 하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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