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회차는 명전이다-202화 (202/209)

202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의 결과는 뉴욕 킹덤즈에게 지옥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니, 2차전뿐만이 아니라 원정 경기였던 챔피언십 시리즈 1, 2차전 모두 최악이었다.

1선발이자 에이스인 헤르만 킹을 내세운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 선발투수를 비롯한 불펜 투수 세 명까지 소비하면서 4:13으로 대패를 한데 이어 2차전에서도 선발 슈미트 홈즈가 1회 6실점을 하면서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하고 강판되어 버렸고, 불펜 투수마저 타오르는 오클랜드 슬랙스의 강타선을 막아 내지 못하고 3:17이란 두 자릿수 점수 차로 패해 버렸다.

완전히 상처만 입고 홈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반면 경기가 시작되기 전 뉴욕 킹덤즈에 비해 약체라 평가받던 오클랜드 슬랙스는 탄탄한 수비와 강력한 타선을 앞세워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 4:13, 2차전 3:17로 압도적인 승리를 쟁취했다.

이는 홈경기였다는 어드밴티지를 떠나 모두를 충격에 휩싸이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뉴욕 킹덤즈의 홈인 킹덤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과 4차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원정에서 펼쳐진 챔피언십 시리즈 1, 2차전에서 정신없이 얻어맞고 돌아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치러진 3차전.

뉴욕 킹덤즈는 홈이란 것도 잊어버릴 정도로 오클랜드 슬랙스에 끌려 가며 9:2로 힘없이 무너졌다.

다음날 치러진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배수의 진을 친다고 원래는 4선발 조나단 콜이 마운드에 올라야 했지만, 이번 4차전마저 진다면 앞이 없기에 1선발 헤르만 킹이 순번을 바꿔 올랐다.

하지만 무리한 기용이었는지 헤르만 킹은 이번에도 5회 4실점을 하며, 제국의 에이스란 닉네임이 무색하게 이번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르면서 2경기 8과 3분의 1이닝 동안 자책점 13점을 내주었다.

그에 반해 오클랜드 슬랙스의 3선발 체프 벤은 4차전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6회까지 비 자책점 1점만을 내주고 마운드를 내려와 대조를 이루었다.

정규 시즌 개인 성적은 뉴욕 킹덤즈의 헤르만 킹에 비해 부족하지만, 챔피언십 시리즈나 디비전 시리즈에서 성적은 오히려 그를 앞섰다.

이를 토대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오클랜드 슬랙스 투수들은 정규 시즌에서도 잘 던지고, 포스트 시즌에도 잘 던진다는 이미지를 심어 주었다.

이렇게 오클랜드 슬랙스는 먼저 4승을 거두며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 * *

홈경기 2승에 원정 경기에서도 내리 2승을 거둬 압도적으로 승리한 오클랜드 슬랙스는 홈으로 돌아가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으아! 피곤하다.”

경기는 큰 스코어 차로 이기긴 했지만, 원정 경기다 보니 9회 말까지 경기를 치러야했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무척이나 피로감을 느꼈다.

“월드 시리즈 상대는 누가 될까?”

브렛은 자리에 앉자마자 피곤하다 말을 하였고, 그 옆자리에 앉은 달튼은 다음 월드 시리즈 상대가 궁금해 물었다.

달튼도 피곤하긴 했지만 메이저리그 콜업 첫해 챔피언십 시리즈를 우승하고, 월드시리즈에 진출을 한다는 것에 흥분해 피곤한 것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쪽은 지금 난타전이지 않나?”

아메리칸리그는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 결과로 오클랜드 슬랙스가 리그 우승을 차지한데 반해, 내셔널리그는 아직 2:2로 월드 시리즈 진출 팀이 가려지지 않았다.

특히나 2년째 월드 시리즈 우승에 도전하고 있는 LA다윈스의 경우, 이번에는 기어코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를 차지하겠다는 일념에 뉴욕 킹덤즈 못지않은 자금을 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애틀랜타 히어로스를 상대로 4차전까지 치른 상황에서 2승 2패로 박빙을 달리고 있었다.

더욱이 4차전의 경우 홈에서 경기를 치르면서 2:6으로 4점차 앞서 나가던 중, 8회 1점을 내주고 9회 마무리 투수까지 올려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7:6으로 역전패를 하고 말았다.

“오늘 홈에서 LA다윈스가 애틀랜타 히어로스에 역전패를 당했다네.”

점수 차가 많이 나자 먼저 교체가 된 대호가 라디오를 통해 전해들은 내용을 친구들에게 들려주었다.

“응? LA다윈스가 홈에서 역전패를 당했다고?”

브렛이 깜짝 놀란 눈으로 물었다.

좀처럼 홈에서 역전패를 당하지 않는 LA다윈스가 애틀랜타 히어로스에 역전패를 허용했다는 것에 놀랐다.

“그럼 게임 스코어가 어떻게 되더라?”

대호의 말을 들은 달튼이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스코어를 떠올려 보았다.

“2승 2패.”

언제 다가왔는지 홈런 브레드가 다가와 알려 주었다.

“아, 맞다. LA다윈스가 역전패를 했으니 2패구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결과를 떠올린 달튼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주장! 이렇게 된 거, 월드 시리즈까지 우승하는 것 어때요?”

대호를 통해 친해진 주장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은 홈런 브레드를 대하는 것이 대호처럼 편했다.

“다들 여기 좀 주목해 봐!”

브렛의 말에 홈런 브레드는 빙그레 미소를 짓다 뒤를 돌아 다른 팀원들을 보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주장의 외침에 자리에 앉아 편하게 비행기가 이룩하길 기다리고 있던 오클랜드 슬랙스 선수들은 홈런 브레드를 쳐다보았다.

“여기 병아리들이 월드시리즈까지 몰아쳐 우승을 하자는데, 어떻게 생각해?”

“아니, 주장!”

갑자기 뒤를 돌아 팀 선수들에게 방금 전 자신이 한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하는 주장의 모습에 브렛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홈런 브레드였다.

“허허! 어디서 이런 기막힌 생각을 하는 병아리가 있었나?”

홈런 브레드의 큰 목소리는 코치들과 함께 있던 앞자리의 마이크 케세이 감독의 귀에도 들렸다.

“으, 감독님…….”

감독까지 등장하자 브렛의 목이 어깨 안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하하하하! 이런, 병아리가 보스의 등장에 기가 죽어 버렸네요.”

“하하하하!”

홈런 브레드의 너스레에 비행기 안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피로감에 절어 있던 선수들의 얼굴이 방금 전 웃음으로 살짝 폈다.

‘이번 시즌이 주장과 선수로써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란 말이지.’

분위기에 휩쓸려 월드 시리즈 우승까지 하자는 브렛과 다르게 대호는 냉정하게 상황을 살폈다.

사실 작년에도 조금만 더 자세히 자신을 살폈더라면 충분히 월드 시리즈 우승을 노려볼 수 있었다.

하지만 목표에 매몰되어 앞만 보고 달리다 신체가 보내는 이상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때문에 부상을 당하고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물러나야만 했었다.

올 시즌에는 절대로 무리를 하지 않고 월드 시리즈까지 도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그런데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순조롭게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가 뜻하지 않은 사건에 휘말려 중도에 낙마를 하고 말았다.

다행이 자신의 특별한 신체로 인해 60일 장기 부상에서 회복하고 재활까지 마친 뒤 복귀하였다.

자신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팀은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1위를 달리고 있었다.

다만 중간에 또 다른 문제로 인해 적절한 체력 분배를 하지 않고 기록에 도전을 하고 말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동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때는 그래야만 했다.

자신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말이다.

메이저리그 전설을 써 가는 자신이 겨우 1년에 500만 달러 상당의 후원을 받는 것에 만족하면, 이후로 있을 많은 선수들이 야구 용품 후원으로 홍보를 하는 회사들의 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란 생각에 이를 거부하고 자신의 능력을 최다해 발휘를 하였다.

그 결과가 바로 30년 넘게 깨지지 않고 유지되고 있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갱신한 것이다.

조금 더 치지 못한 게 못내 아쉽기는 했지만, 사실 마지막 몇 경기에서는 행운이 따른 결과였기에 겸허히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아무튼 그런 결과로 포스트 시즌을 앞두고 계획에 차질이 왔다.

다행히도 팀에서 자신의 상태를 알고 컨디션을 끌어올릴 시간을 주었다.

또 어머니께서 우연히 구한 산삼으로 보약을 지어 보내 주셨다.

우연과 행운이 함께 겹치면서 지금을 있게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이 메이저리그에 제대로 적응하게 도움을 주었던 주장, 홈런 브레드가 떠올랐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선수에서 은퇴를 하겠다고 말을 하는 주장에게 무언가 특별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메이저리그 선수라면 누구나 바라 마지않는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였다.

10여 년을 메이저리거로 활략을 해도 운이 없으면 한 차례도 경험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 바로 월드 시리즈다.

또 그중 몇 명만이 은퇴 이후 지도자의 길을 걸으며 손에 월드 시리즈 우승 반지를 낀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터줏대감이며 주장인 홈런 브레드도 아직까지 월드 시리즈 경험이나 우승 반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번 2033시즌은 다를 것이다.

월드 시리즈에 먼저 이름을 올렸고, 상대가 될 팀은 누가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 두 팀은 2승 2패로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이 상태라면 어쩌면 챔피언 십시리즈 7차전에 가서야 상대가 결정될 수도 있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더 말할 것도 없이 좋을 것이다.

자신들은 먼저 4승을 챙겨 리그 우승을 차지하고 휴식을 취하며 상대를 기다리고 있는 반면, 상대는 힘든 대결 끝에 겨우겨우 올라올 테니 말이다.

창밖을 보니 어느 세 비행기는 하늘을 가르며 아메리카 대륙을 횡단하고 있었다.

‘밝네!’

창밖으로 보이는 밤하늘의 별빛이 무척이나 밝게 반짝이고 있다.

‘좋은 징조려나?’

대호는 밝게 빛나는 별을 보며 길조가 되길 기원했다.

* * *

「대한민국의 호랑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3년 만에 월드 시리즈에 도전하다.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에 속한 오클랜드 슬랙스 소속인 정대호 선수가 뉴욕에서 펼쳐진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에서 4타수 4안타 2홈런 1볼넷의 활약을 펼치며 팀의 12:5 승리를 견인했다. 이로써 오클랜드 슬랙스는 홈 2승, 원정 2승 도합 4승을 먼저 선취하며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 결과 오클랜드 슬랙스는 가장 먼저 월드 시리즈의 한 자리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는 정대호 선수의 입장에서는 메이저리그 입성 3년 만에 월드시리즈 도전이란 쾌거이기도 했다. 이렇게 순조롭게 먼저 월드 시리즈의 한 자리를 차지한 오클랜드 슬랙스와 다르게 우리에게 익숙한 LA다윈스의 경우 상대 애틀랜타 히어로스를 맞아 원정 경기에서 1승 1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홈으로 돌아와 3차전에서 7:8로 승리를 하면서 앞서 나갔다. 그러나 익일 4차전에서 2:6으로 앞서 나가던 중, 애틀랜타 히어로스의 9회 대반격에 무너지며 7:6으로 역전패를 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LA다윈스는 2승 2패로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고 말았다.

KBC스포츠 이아람 기자」

대호마누라이뻐: 이거 이러다 우리 대호 월드 시리즈 우승하는 거 아냐?

⤷설레발 필패! NO! NO! NO!

⤷맞아. 설레발은 치지 말자고.

인크레대호: 고등학교 졸업하고 바로 미국 가서 3년 만에 월드 시리즈라니…….

⤷그러게 말이야!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라고 했는데, 얼마 전에 발표한 내년 연봉만 해도 어휴!

* * *

오클랜드 슬랙스의 아메리칸리그 우승 뉴스와 소속된 대호에 관한 뉴스가 퍼질수록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그중에는 긍정적인 내용도 있고, 또 너무 이른 성공에 배 아파하는 글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글들은 국위 선양을 한 것에 대한 칭찬과 앞으로도 성공을 기원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녀왔어!”

대호는 문을 열고 들어오며 소리쳤다.

태블릿으로 남편에 관한 뉴스를 읽고 있던 한나는 얼른 현관 앞으로 뛰어갔다.

쿵쿵쿵쿵!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아내의 모습에 대호는 얼른 가방을 내려놓고 그녀를 안았다.

“어이쿠! 한나, 조심해!”

그렇게 많은 티는 나지 않지만 예전보다 허리가 굵어지기도 했고, 살짝 살이 오르기도 했다.

물론 그런 아내의 모습이 보기 싫다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2세를 임신한 아내의 모습은 이전 생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것이기에 마냥 기뻤다.

쪽쪽쪽!

대호를 껴안은 한나는 뭐가 그리 좋은지 대호의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자기가 대단한 것은 진즉 알고 있었지만, 겨우 3년 만에 어떻게… 자기 사랑해!”

한나는 그렇게 대호의 귓가에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이고 또다시 입술에 키스를 하였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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