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회차는 명전이다-193화 (193/209)

193화

오클랜드 슬랙스 구단에서 발표된 대호의 장기 계약 내용이 일부 발표가 되면서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전 세계의 야구팬이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정규 시즌은 끝났지만 아직 포스트 시즌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기습적으로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내용이 아주 충격적이라 더 떠들 것이 많기도 했다.

하지만 오클랜드 슬랙스 팬의 경우, 이런 대호의 장기 계약에 대해서 어떤 조건이든 상관없이 환영하는 입장이었다.

그 이유는 일단 자신들도 장기 계약을 맺을 선수가 나왔다는 점과, 구두쇠 구단주로 인해 많은 스타들을 빼앗기거나 팔아 치워 구단 자체의 이미지도 좋지 못한 상황에서 무려 2억 달러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외부에 알려진 대호의 계약 금액은 7년 2억 3,500만 달러 +a.

옵션 계약이 따로 존재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몰 마켓으로 알려진 오클랜드 슬랙스가 진행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거금이었다.

다만 몇몇은 좀 더 자세히 발표 내용을 읽어 보고 이러한 물음을 던지기도 했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이 계약서 내용대로 가면, 5년 후에 빅 타이거가 옵트 아웃을 선언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건 그렇지. 하지만… 당장 얼마 안 가서 놓치는 것과 어쨌든 5년이나마 오클랜드에 남아 있을 수 있게 된 건 차이가 크잖아?”

확실히 불안할 수도 있었다.

보장되어 있는 기간 5년 동안의 연봉을 살펴보면 첫 해에 2,500만, 두 번째 해에 3,000만, 이후 남은 3년간은 3,500만 달러였다.

그러고 나서 구단과 선수 사이에 이의가 없으면 나머지 2년도 오클랜드에 남게 되며, 각각 3,500만 달러와 4,000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하게 되어 있었다.

이제 겨우 프로 3년 차가 받는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규모의 장기 계약이었지만, 대호의 올 시즌 기록을 알고 있는 이들은 그 연봉이 결코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어디에나 물을 흐리는 미꾸라지가 있어, 어린 나이의 선수에게 너무 큰돈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가장한 비난도 있었다.

하지만 곧 수많은 비난에 사라졌다.

메이저리그의 그 어떤 선수가 70홈런을 기록할 수 있으며 70개의 도루를 할 것인가?

그것도 한 시즌에 두 기록을 동시에 말이다.

또한 중견수 포지션에서도 비교 불가의 성적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번 2033시즌에서 60일 IL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105경기에 출전해 서른 개 이상의 홈런을 훔치고, 보살만 마흔여덟 개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포지션 실버 슬러거에 골든 글러브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으며, 시즌 MVP까지 따 놓은 당상이라는 평가였다.

이제 겨우 프로 3년 차인 선수가 벌써 지금의 폼을 유지한다면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는 건 확정적이라며 전설을 써 가고 있었다.

그러니 7년 계약에 2억 3,500만 달러라는 역대급 계약을 맺었음에도 이에 대한 불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엔간해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나 선수 협회에서 너무 과도한 연봉 계약이라며 브레이크가 걸렸겠지만, 기록이 기록이다 보니 모두 인정하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물론 오클랜드의 프런트와 대호의 에이전트 제리&맥콰이어에서 사전 작업을 원만하게 했던 것도 한 축을 차지하고 있었다.

야구계에서 오랜만에 생긴 화젯거리를 열심히 떠드는 와중,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이 있었다.

그곳은 바로 대호와 물품 후원 계약을 했던 N사였다.

작년 2032시즌 여름에 후원 계약을 맺고 대호가 사용하는 야구 용품을 모두 N사 것으로 바꾸면서 짭짤한 이익을 보았던 차, 대호가 부상과 재활을 마치고 복귀를 한 시점에서 싼값으로 장기 계약을 하려다 불발로 그쳤던 전력이 있다.

10년 장기 후원 계약을 들고 나오긴 했지만, 1년에 500만 달러 규모의 현금 + 물품 후원으로 대호의 지명도에 비해 무척이나 적은 금액이었다.

물론 당시만 해도 N사가 그렇게 나온 데에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그 정도의 규모로 10년 장기 계약을 들고 나왔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대호와 에이전트로 인해 재계약 건은 시즌이 끝난 뒤로 미뤄지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N사는 그것도 나쁘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그런데 정규 시즌이 끝나고 보니 상황이 역전되었다.

60일 장기 부상으로 프로 복귀를 한 만큼 예전만 못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대호는 자신이 왜 인크레더블이라고 불리는지 증명하면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 시작한 것이다.

비록 기존 성적보다 타율이 2할 가량 떨어지긴 했지만, 그러한 것은 상관이 없었다.

전반기 보여 주었던 타율이 미친 것이지, 시즌을 끝낸 이후 최종적으로 나온 0.453이란 타율도 미친 성적임은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규칙도 완비되지 못한 데드볼 시대에나 이룰 수 있는 4할 대 타율은 메이저리그의 흑역사와도 같은 스테로이드 시대에도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심지어 단타를 주로 치는 똑딱이형 타자도 아니고 70개의 홈런을 뻥뻥 터뜨리면서 말이다.

승리의 여신을 뜻하는 V모양을 로고로 사용하는 N사 입장에서 승리의 화신과도 같은 대호의 어머어마한 퍼포먼스를 생각하면 너무도 뼈아픈 실수가 아닐 수 없었다.

* * *

어수선한 회의실, 회의실 내부는 무척이나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하지만 회의장 안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은 북극의 차가운 바람처럼 싸늘하기만 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N사 회장인 존 도나휴는 차가운 표정으로 닐슨 이사를 보며 물었다.

도나휴 회장이 그렇게 닐슨 이사에게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가 대호와 후원 재계약 협상을 하던 담당자였기 때문이다.

“그게…….”

닐슨 이사로서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에게도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재계약 협상이 어그러진 것은 전적으로 전략팀의 상황 파악과 분석이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호가 부상에서 복귀하긴 했지만, 이번 시즌 안에 절대로 완벽한 퍼포먼스를 보여 줄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더욱이 총에 맞은 부상이었기에 몇 년 안에 기존과 같은 엄청난 퍼포먼스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부연 설명까지 하였고, 이러한 내용은 이사회 회의에서 통과된 내용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말을 듣는 것은 너무나도 억울했다.

하지만 그러한 불만을 이 자리에서 얘기한다는 것은 다음 연봉 계약을 할 때, 회사에 남아 있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기에 닐슨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10년 계약에 연간 500만 달러,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것입니까?”

도나휴 회장이 나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기획팀과 총무부에서 나온 결과입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닐슨 이사가 얼른 대답을 하였다.

그 또한 기획 부서와 총무부에서 정해 준 가이드라인을 따라 대호와 그의 에이전트를 만나 제안서를 보여 준 것뿐이다.

그러자 대호 측에서 재계약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협상이 무산되었고 뒤로 미루어진 것이다.

“기획팀? 대체 기획팀은 어떤 근거로 그런 결론에 도달한 건가?”

이번에는 화살이 닐슨에게서 기획팀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회장에게 지명된 기획 이사가 식은땀을 흘리며 긴장했다.

“그게… 다른 부상도 아니고, 총에 맞은 것이었기에 이른 시간에 치료와 재활이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복귀한 시점도 매우 일렀기에 미스터 정이 무리를 하는 중이라고 보였기도 하고요.”

사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러한 판단이 맞았다.

다만 대호가 신의 축복인지, 아니면 악마의 권능인지 알 수 없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 실책이었다.

즉 N사의 이사들로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 셈이었다.

상태창 덕분에 대호는 부상 회복과 재활을 하는데 엄청난 가이드를 받는 것돠 다름이 없었고, 심지어 상태창으로 얻은 능력 덕에 부상 또한 경미했으니 말이다.

재계약 협상 불발에 고개를 숙이고 있던 닐슨 이사와는 다르게, 기획 이사는 긴장을 하긴 했지만 미리 준비한 자료와 그래프가 그려진 표까지 들고 와서 자신을 변호했다.

“이것을 보면, 다른 부상과 다르게 총기에 의한 부상은 더 오랜 기간 집중된 치료가 필요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의료 자료를 근거로 변론을 하자 도나휴 회장도 더 이상 그를 어떻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미스터 정이 인크레더블이라는 그 닉네임처럼 보통 사람과느 ㄴ다른 특이한 체질을 가졌기에 발생한 실수다, 이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는 단순한 스포츠 스타가 아니라 말 그대로 인크레더블, 인크레더블입니다.”

기획 이사인 빌 라이트는 살기위해 어쩔 수 없이 대호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기에도 대호는 방금 전 그가 한 말처럼 인크레더블했다.

보통 사람과 다른 것은 물론이고, 또 신체 능력이 뛰어난 스포츠 스타들과도 구별되는 특별한 점이 있었다.

“음…….”

모든 이야기를 들은 도나휴 회장은 미간을 찌푸리며 침음성을 내뱉었다.

원인은 알았지만, 그렇다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만약 이대로 대호와 재계약 협상을 끝내면, N사는 다시 잡은 스포츠 용품 브랜드 1위의 자리를 다시 경쟁자에게 내줄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2위, 혹은 3위까지 추락할 수도 있었다.

자신들도 경쟁사인 A사에게 빼앗긴 1위 자리를 작년 대호와 후원 계약을 한 이후 근소한 차이로 1위를 탈환했다.

그런데 만약 내년 계약이 끝나고 나서 대호가 다른 브랜드와 후원 계약을 맺게 된다면 다시 찾은 권좌에서 아주 빠르게 물러나야 할 터.

상대가 2위인 A사라면 그나마 나을 것이지만, P사나 U사라면 자신들의 순위가 더욱 떨어질 공산이 컸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라도 재계약을 성공시켜야만 했다.

“계약 규모가 원래 예상 수치의 몇 배가 되더라도 재계약에 성공해야 돼!”

도나휴 회장은 굳은 표정으로 기필코 대호와 재계약을 해야 한다는 의지를 회의실 내에 있던 이사들에게 내비쳤다.

* * *

일주일간 충분한 휴식과 재활에 힘쓰다 보니 컨디션이 많이 올라왔다.

‘흠… 체력도 66까지 회복되었고, 내구력도 61까지 회복되었네.’

회복에만 모든 노력을 쏟다 보니, 50대로 떨어졌던 체력과 내구력이 메이저리그 기준인 60이상으로 회복이 되었다.

‘무리만 하지 않으면 더 이상 떨어지지 않겠어.’

정신력 스탯도 60 이하로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것은 이미 휴식을 취하면서 진즉에 회복되었기에 따로 살펴볼 필요가 없었다.

덜컹!

로커 룸으로 들어가며 상태창을 살피던 대호는 먼저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있는 선수들을 보며 인사를 하였다.

“다들 오랜만!”

다른 선수들은 정규 시즌이 끝난 뒤에도 포스트 시즌 준비를 위해 매일 운동장에 나와 훈련을 했다.

하지만 대호는 회복을 위해 특별 관리에 들어가며 휴식과 재활을 하느라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

“빅 타이거, 오랜만이야!”

“그래, 오랜만!”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운동복으로 환복을 하고는 운동장으로 나갔다.

운동장에 나가서도 대호는 굳이 무리하게 운동을 하지 않았다.

아직은 회복을 위해 운동을 하기보단 가볍게 움직이면서 예열을 해 주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쉬게 해 준 근육은 본게임에 들어가 폭발시켜야 했기에 참는 것이다.

스트레칭 이후 가벼운 토스만으로 몸을 풀었다.

탁! 탁!

“대호, 넌 누가 올라왔으면 좋겠어?”

브렛은 오랜만에 훈련에 나온 대호를 보며 물었다.

팡! 팡!

브렛과 짝을 지어 그가 던져주는 공을 받으며 질문에 대답을 하였다.

“어디든 상관없어. 너도 그렇지 않아?”

대호도 그렇지만, 오클랜드 슬랙스의 2루 포지션을 맡은 브렛도 약점인 타격을 보완해 올해 스물두 개의 홈런과 0.326이란 훌륭한 타격을 보여 주었다.

이 정도 성적이면 오클랜드 슬랙스뿐만 아니라 메이저리그 어느 구단에 가더라도 충분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성적이었다.

정말이지 그는 대호와 하이 싱글A에서부터 인연을 맺으면서 괄목할 만큼 성장하였다.

“그래도 난 뉴욕보단 디트로이트나 미네소타가 좋을 것 같아.”

브렛은 디비전 시리즈 상대로 동부 지구에 속한 뉴욕 킹덤즈가 아니라 중부 지구에 속한 디트로이트나 미네소타를 원했다.

5전 3선승제인 디비전 시리즈를 위해 대륙 끝자락에 있는 동부까지 이동하는 것은 참으로 피곤한 일이기는 했다.

“하긴 디트로이트는 작년 챔피언십에서 상대해 본 경험도 있고, 와일드카드로 올라오는 미네소타도 그렇게 겁나지 않으니…….”

브렛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니 그 말도 나쁘지 않았다.

“어느 팀이든 상관없으니 난 그냥 내 컨디션 조절이나 신경 쓸래.”

그렇게 대답을 하고 대호는 훈련에 집중했다.

4회차는 명전이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