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화
<상태창>
이름 : 정대호(22살)
국적 : 대한민국(ROK)
성별 : 남
투타 : 투(우) 타(우)
레벨 : 70
힘 70/77
민첩 64/72
체력 53/72
지능 62/70
정신 59/70
순발력 62/71
컨택 68/72
내구력 55/70
― 무리한 스킬 사용으로 체력과 내구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일정 시간 휴식이 필요합니다.
‘역시 많이 떨어졌네.’
휴식을 취하면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한 대호는 모든 스탯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어느 정도 버틴다 하겠지만, 본격적인 포스트 시즌이 시작하는 디비전 시리즈에 임하게 된다면, 떨어지는 수치는 점점 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그가 생각했을 때 가장 큰 문제는 메이저리그 평균 스탯에도 미치지 못하는 체력과 내구력이었다.
대호가 회차를 거듭하면서 경험한 것에 의하면, 기준 이하로 스탯이 떨어지게 되면 그 떨어지는 가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한 마디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는 소리다.
사실 지금도 50포인트대로 떨어진 체력과 내구력 때문에 조금만 무리를 하면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정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한 타석 더 설 수 있음에도 7회 홈런을 치고 바로 감독에게 이야기를 하여 교체된 것이다.
만약 그대로 9회에 타석에 들어섰다가는 바로 부상을 당해, 작년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처럼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포스트 시즌에 빠지게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한 시즌 홈런 기록을 갱신한 직후 바로 교체되었다.
어차피 목표도 이루었고, 더 이상 무리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렇게 경기가 끝난 뒤 대호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 정밀 진단을 받았다.
예상대로 아직 부상을 입은 것은 아니지만 부상 위험이 크다는 진단을 받았고, 이를 구단에 통보해 일주일의 휴가를 받았다.
물론 그 휴가가 완전히 휴식을 취하라는 게 아니라 디비전 시리즈 전까지 재활하라는 의미라는 것 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었다.
이런 관계로 대호는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하면서 재활에 들어갔다.
대호가 재활에 쏟는 포인트는 운동이 아니라 떨어진 체력과 내구력 회복을 위한 영양 보충, 그리고 휴식이었다.
그런 대호를 위해 아내인 한나도 임신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틈틈이 공부한 것을 토대로 영양이 풍부한 식품과 한식 위주로 식단을 짜고 도움을 주었다.
물론 그런 한나도 도움을 줄 수 없는 분야가 있었다.
그건 바로 충분한 휴식과 함께 병행할 적절한 회복 운동이었는데, 이것은 에이전트에게 도움을 받았다.
제리&맥콰이어에서 도움을 줄 인스트럭터와 재활 치료기가 있는 짐(Gym)을 소개해 준 것이다.
“자기, 한잔 쭉 들이켜!”
언제 다가왔는지 아내인 한나가 다가와 초록색 액체가 가득한 컵을 들이밀었다.
한나 특제 디톡스 주스였다.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해 준다는 녹황색 채소들을 갈아 넣은 주스다.
“한나, 고마워!”
맛은 없었지만 자신을 위해 아내가 준비한 것이니만큼, 고맙게 마셨다.
“연어 회도 준비를 했으니 꼭 먹어야 해.”
운동으로 무리한 근육을 위해 좋은 영양소가 가득한 연어 회도 준비했다며 이야기를 하는 아내의 모습에 대호는 그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아무리 맛있는 것이라도 매일 먹게 되면 물리는데, 부상 방지와 체력 회복을 위해 하루 세끼를 포함해 틈틈이 추가적으로 음식을 섭취하다 보니, 대호는 총 하루 일곱 끼를 먹게 되었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에이전트에서 소개한 인스트럭터와 함께 온 영양사가 꾸려 준 식단에 의한 식사였다.
그렇게 디톡스 주스와 관리된 식사를 마친 대호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 전화벨이 울렸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여보세요.”
전화는 대호 대신 아내인 한나가 받았다.
정규 시즌이 끝나고 디비전 시리즈 전까지 휴식 겸 재활을 명받은 대호 대신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일을 한나가 대신하고 있는데, 전화를 받는 것 또한 이에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누군지 알 수는 없었지만, 대호는 한나의 통화를 들으며 잠시 기다렸다.
“자기, 전화 받아 봐. 맥콰이어 씨야!”
대호는 전화를 건 사람이 자신의 에이전트라는 말에 건네받았다.
“전화 받았습니다.”
에이전트와 통화를 시작한 대호는 조용히 그가 하는 말을 듣고만 있었다.
이미 그가 구단과 내년 연봉 협상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미리 들었기 때문이다.
원래 모든 계약은 시즌이 끝난 뒤로 미뤄 두겠다는 말을 했었다.
그러나 구단 측에서 자신의 연봉 협상이 끝나야 다른 선수도 연봉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우선적으로 구단과의 연봉 협상을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낮에 만나 검토하고 이야기하죠.”
내년 연봉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전화 통화만으로는 모든 이야기를 할 수가 없어 대략적인 이야기만 하고 내일 만나 서류를 검토하기로 하였다.
* * *
“…장기 계약이라니 무슨 뜻이죠?”
조엘은 느닷없는 제안에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
방금 전 대호가 오클랜드에 오래 있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를 했으면서, 이번에는 장기 계약을 언급하니 이상했던 것이다.
“제 의뢰인은 떠날 때 떠나더라도 구단과, 그리고 자신을 사랑하는 오클랜드 슬랙스 팬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고 떠나고 싶어 합니다.”
“흐음…….”
대호 또한 구단을 떠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는 말을 듣다 보니 조엘은 다시 한번 신음을 흘렸다.
조엘에게 대호는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수다.
조엘 역시 처음 야구에 흥미를 느끼고 리틀 야구부에 들어가 야구를 하고, 커 가면서 재능이 부족해 선수로서는 성공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좌절도 했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선수가 아닌 에이전트나 스카우터 등으로 야구계에서 일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공부를 하였다.
그러다 스카우터보다 에이전트, 혹은 구단 운영과 같은 것에 소질이 있음을 깨닫고 그쪽으로 길을 잡았다.
그리고 현재 그의 최종 목표는 메이저리그 커미셔너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그것을 위한 경력을 쌓아 가는 중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내린 결정으로 오클랜드 슬랙스 사상 최대 규모의 해외 유망주 계약을 한 인물이 대성공을 거뒀고, 그 재계약이 눈앞에 있는 지금이 매우 중요했다.
“FA가 될 때까지 연봉 조정을 계속해서 하게 되면, 아무리 지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더라도 퇴색되고 구단과는 마찰을 빚을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맥콰이어는 진중한 눈빛으로 조엘을 보았다.
그러한 자신의 말에 동의를 하냐는 뜻이 담긴 눈빛이었다.
그리고 조엘 또한 그렇게 흘러간다면 구단 프런트나 대호 양쪽 모두 상처만 남게 되고, 지금과 같은 좋은 분위기는 아닐 것이란 판단을 하였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말입니까?”
조엘은 을의 입장에서 물어보았다.
대호가 너무도 뛰어난 선수였기에 오클랜드 슬랙스의 단장임에도 스몰 마켓의 한계로 인해 에이전트에게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장기 계약을 하자는 것입니다. 7년 정도 계약기간을 두고……. 제 의뢰인이 여기에 오래 있고 싶다고 해도 그 구두쇠인 구단주가 그대로 놔두진 않을 것이니, 아마도 최대 2~3년 내에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가 될 것입니다. 그것이 구단에 의해서든, 아니면 제 의뢰인의 뜻에 의해서든 말입니다.”
“으음.”
이야기를 들은 조엘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도 그럴 것이, 그 말이 전혀 허황되게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대 2년까지 이곳에 남는다 해도 그 후에는 분명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가 될 것인데…….”
“아!”
아무리 대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도 2년 후에는 그가 다른 구단으로 트레이드가 될 것이란 맥콰이어의 말에 조엘도 깨달았다.
그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대호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를 것이 분명했다.
그에 비해 스몰 마켓인 구단의 입장에선 몸값을 지불할 능력이 없기에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대호를 다른 구단에 뺏기는 것도 구단 입장에선 좋을 것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대안을 마련해 주니 참으로 고마웠다.
“그렇다고 해도 대호의 연봉을 지불할 능력이 저희에겐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대안을 주었지만, 2,800만 달러를 내년 연봉으로 지불하게 된다면, 구단 입장에서 그 다음 서비스 타임이 끝나는 내후년 연봉이 문제였다.
내년 연봉이 2,800만 달러라면 내후년 연봉은 최소 3천만 달러는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기 계약으로 그렇게 하고 구단을 떠난 뒤 다른 구단에 가게 되었을 때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오클랜드 슬랙스 입장에서 트레이드 되는 3년 뒤가 아닌 당장 내년과 내후년이 문제였다.
오클랜드 슬랙스 구단의 연봉 페이 롤이 2억 달러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2,800만 달러를 한 선수에게 지불한다는 것은 너무도 버거웠다.
주장인 홈런 브레드와 불과 2백만 달러 정도의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사실 오클랜드에 연봉 2천만 달러가 넘는 선수는 주장인 홈런 브레드와 1선발인 프랭크뿐이었다.
그것만이 문제가 아니라 작년과 올해 승수를 많이 올린 선발진의 연봉도 올려 줘야 하는 입장에서 대호에게 줄 연봉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다.
그렇다고 기존 선발진을 트레이드를 할 수도 없는 입장이지 않은가?
참으로 써야할 돈이 부족한 스몰 마켓 구단의 단장인 죄였다.
* * *
가벼운 재활 운동을 마치고, 점심시간에 마주한 대호와 맥콰이어는 가볍게 식사를 하며 어제 했던 이야기를 이어 갔다.
물론 가벼운 식사 자리였지만, 재활을 하는 대호의 식사량은 절대로 가볍지 않았다.
자신의 테이블 앞에 수북이 쌓아 놓은 각종 야채와 고깃덩이를 포크로 찍어 입에 가져가면서도 한 손에 들린 서류를 열심히 읽는 대호의 모습을 보며 맥콰이어는 완전히 질려 버렸다.
“대호, 그걸 다 먹는 거야?”
에이전트의 질문에 서류에서 눈을 땐 대호가 대답을 하였다.
“당연하죠, 다 먹으려고 주문한 건데.”
별것 아닌 일을 대단하게 물어보는 것이냐는 듯 살짝 흘기고는 다시 서류를 검토했다.
그리고 계약서상에 궁금한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
“특약에 초상권 사용료 지불에 대한 것이 있는데 이건 뭔가요?”
“예를 들면 구단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연간 티켓 판매 외에도 선수 카드나 이름이 들어간 저지 등 선수의 굿즈를 판매하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알죠. 요즘 구단의 수익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잘 알고 있네.”
대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하는 맥콰이었다.
“예전에는 그러한 것이 모두 구단의 수익이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그러한 룰이 조금 바뀌기 시작했어.”
“아!”
맥콰이어의 설명을 듣고 대호도 그게 무슨 말인지 깨닫고는 탄성을 질렀다.
“프랜차이즈 스타나 인기가 높아진 슈퍼스타는 연봉 말고 더 많은 것을 구단에 요구하게 되었는데, 메이저리그 구단도 우승을 위해선 그러한 선수들의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순 없었지.”
맥콰이어의 이야기는 이러하였다.
유명한 인기 스타플레이어가 많아지면서 이들은 구단에 많은 것들을 요구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것이 바로 돈이었다.
하지만 무한정 선수들에게 많은 돈을 줄 수는 없었다.
메이저리그 구단 또한 돈을 벌기 위한 기업이었기에 적정한 상한선이 분명 있었다.
또한 메이저리그 사무국 역시 건전한 야구 문화를 위해 돈 많은 빅 마켓 구단과 돈이 부족한 스몰 마켓 구단 간 격차를 줄여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고 마냥 풀어 놓게 되면 어느 순간 돈이 부족한 구단은 메이저리그에서 이탈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부족해진 구단 숫자로 인해 메이저리그 운용이 흔들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돈 많은 빅 마켓 구단도 줄어든 구단 수와 경기 숫자로 인해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서 메이저리그의 크기 자체가 줄어들게 되고, 결국에는 파행될 게 불 보듯 뻔했다.
그렇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러한 파행을 막기 위해 돈이 많은 구단에 사치세를 적용해 무리한 투자를 하지 못하게 억제를 하였다.
그렇지만 그것은 어떻게 보면 선수에게 제대로 된 보상을 막는 것이기도 했기에 편법을 어느 정도 눈을 감아 주었다.
그것은 바로 옵션 계약으로 선수의 활약에 따른 인센티브 개념이기에 메이저리그 사무국도 이를 인정해 주었다.
야구팬을 더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으니 당연했다.
그리고 방금 전 대호가 읽은 초상권 사용료에 관한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는데, 선수의 이름이 들어간 굿즈나 야구 카드 등 수익이 발생한 부분을 예전에는 구단이 100% 가져갔다면, 여기서 일정 부분 선수에게 돌려주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사항은 모든 선수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연봉 협상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그렇지만 놓치면 안 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보상과도 같은 조항인 것이다.
“15%면 좋은 것인가요?”
계약서에 15%라고 적혀 있었기에 물어본 것이다.
“많은 것은 아니지만, 대호는 아직 서비스 타임이 끝난 선수도 아니고 또 FA(자유게약선수)도 아니지 않습니까?”
이야기를 들은 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3회차에 그도 이러한 것이 있다는 것을 들어는 보았다.
물론 이야기만 듣고 직접적으로 적용을 받지는 못했었다.
‘많이 발전했네.’
대호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KBO에서 포스팅 방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을 했던 3회차, 실패하지는 않았지만 지금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성적이었다.
물론 메이저리그에서 FA도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지금처럼 초상권 보상 조항을 보지는 못했다.
그런데 겨우 프로 3년차에 이런 조항이 들어간 장기 계약 서류를 보게 된다니 감개가 무량했다.
“좋아요. 이대로 진행해 주세요,”
자신의 연봉 협상 내용을 확인한 대호는 불만 없이 이대로 진행해 달라고 부탁했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