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회차는 명전이다-191화 (191/209)

191화

대호는 아침부터 인터넷으로 자신의 기사를 확인하고 있었다.

「인크레더블 32년 만에 전설을 다시 쓰다.

미국 메이저리그 구단 오클랜드 슬랙스 소속 정대호(22살)가 다시 한번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정대호는 2030년 메이저리그 구단인 오클랜드 슬랙스와 계약을 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2031년 마이너리그인 랜싱 러그너츠(하이 싱글A)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이후 리그 후반기가 시작하는 7월 27일부터 메이저리그에 합류해 첫 해 홈런 35개를 기록한다. 2032시즌 메이저리그 최초 60―60클럽을 달성하며 시즌 MVP를 획득했다. 그리고 대망의 2033시즌, 정대호는 시즌 초반부터 뜨거운 타격감을 뽐냈다.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기존 여덟 경기에서 열 경기로 경신한 것이다. 기존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2010년 한국의 KBO리그 소속 이대호 선수가 가지고 있었다. 또한 같은 ‘대호’라는 이름을 가진 두 선수가 각각 세계 기록을 달성한 것에 많은 사람들이 우연의 일치이지만 신기해하기도 했다.」

자신의 시즌을 정리해 주는 듯한 기사를 읽으며 대호는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우리의 정대호 선수는 올해 6월, 큰 부상을 당해 60일 IL(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다. 하지만 이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오클랜드의 한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을 막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기에 미국 현지에서 전국적인 영웅 대접을 받게 된다. 그야말로 전화위복이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 후 총기 난사 사건에서 입은 부상을 치료하고 재활을 하여 2달 만에 돌아온 그는 다시 한번 야구팬들을 긴장과 환호를 하게 만들었다. 어제, 메이저리그 정규 시즌이 끝나는 마지막 경기가 벌어졌다.」

대호는 지난 3년간의 기록, 그리고 올해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까지 정리해 준 기사를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거기서 정대호는 32년 동안 깨지지 않던 한 시즌 홈런 기록을 갱신하는 기염을 터뜨렸다. 164경기가 치러진 그제까지만 해도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73홈런은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날 경기에서 상대인 LA데블스는 철저히 정대호 선수를 경기에서 배제하며 네 차례나 고의 사구(볼넷)로 1루에 내보냈다. 그 때문에 LA데블스는 야구장을 찾은 야구팬은 물론이고 홈팬들에게까지 질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불문율인 기록에 도전하는 선수를 피하지 않는다는 룰을 어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시즌 마지막 경기인 어제 LA데블스는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들어와, 에이스인 앤더슨 타일러를 선발로 마운드에 올렸다. 하지만 LA데블스의 에이스 앤더슨 타일러도 대호의 배트에 무너졌다. 1회 초 선두 타자로 나온 정대호는 홈런 예고를 하고 투수가 던진 3구를 받아 쳐 데블스 스타디움 2층 펜스를 맞추는 대형 홈런을 때렸다. 그뿐만 아니라 7회 마지막 타석에서 LA데블스의 세 번째 투수 산도발 패드윅의 두 번째 공인 커터를 잘 받아 쳐 이날 두 번째 홈런을 때렸다. 이 홈런으로 정대호는 32년 만에 한 시즌 홈런 기록인 73홈런을 갱신하게 되었다.

2033년 10월 XX일 KBC스포츠 김아름 기자」

“흐음.”

긴 기사를 모두 읽은 대호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달성한 3년간의 기록, 그것을 정리한 글을 읽자 왠지 모를 감상에 빠진 것이었다.

‘정말… 올해도 그렇고 다사다난했네. 만약 3회차의 나에게 이번 회차의 이야기를 했다면 또 말도 안 된다고 했겠지.’

모든 것을 알았다고 생각한 회귀에서 발견한 새로운 요소도 여럿이었고, ‘게임 시스템’에서 스탯 뿐만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는 스킬까지 발견했으니까 말이다.

약간의 부작용만 감수한다면 엄청난 도움을 주는 기술.

지난 회차까지 아등바등하던 것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 * *

메이저리그 2033시즌 정규 경기가 모두 끝나고 전 세계 야구팬은 난리가 났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초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이 기존 여덟 경기(세계 기록 아홉 경기)에서 열 경기로 바뀌더니 165경기가 끝나는 어제, 다시 한번 대기록이 갱신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한 선수에 의해 두 개의 대기록이 깨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더욱이 그 선수는 이제 겨우 22살로 메이저리그 경력 또한 겨우 3년 차였다.

정대호, 그는 자신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인크레더블이란 별명으로 불리는데 한 시즌에 무려 두 개의 대기록을 팬들에게 안겨 준 것이다.

이 또한 대기록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대호는 비단 메이저리그에서만 대기록을 작성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콜업 되기 전, 4개월이란 짧은 마이너리그 시절에도 대호는 홈런 사이클을 기록했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두 번이나 말이다.

더블A에서 한 번, 그리고 트리플A에서 또 한 번 홈런 사이클을 달성한 순간부터였다.

대호가 팬들에게 인크레더블이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아무튼 이러한 대기록을 쓴 선수에 대한 칭송이 울려 퍼질수록 당황해하는 곳이 한 군데 있었다.

아니, 어쩌면 두 곳일지도 몰랐다.

* * *

대호가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73호 홈런을 때리면서 오클랜드 슬랙스와 에이전트의 입장이 또다시 바뀌었다.

그제까지만 해도 대호의 2034년 연봉 협상의 가이드라인은 2,300만 달러 +a였다.

물론 여기에 +a는 옵션 계약이 아니라, 연봉에 관한 금액을 얼마나 더 올릴 것인지에 대한 것이었다.

대호의 에이전트인 맥콰이어는 못해도 2,800만 달러 이상은 받아야 한다고 주장을 하였고, 소속팀인 오클랜드 슬랙스는 2,300만에서 + 100~150만 달러 수준에 협상을 하자는 입장이었다.

웬만큼 차이가 나야 적당히 합의를 볼 텐데, 무려 350만 달러에서 최대 400만 달러까지 차이가 나다 보니 협상은 지지부진해졌다.

더욱이 이때는 정규 시즌도 다 끝나지 않은 상태였고, 또 대호의 기록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차라 더욱 협상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정규 시즌 165경기가 모두 마무리되고 구단이 포스트시즌에 들어가면서 대호의 연봉 협상은 전적으로 대호 쪽에 유리하게 기울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호가 또 한 번 대기록을 갱신하면서 프런트가 아닌 맥콰이어가 주장하는 금액을 불러도 충분히 납득할 만한 활약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역시 대호는 인크레더블하군요.”

조엘은 협상자리에 나온 맥콰이어를 보며 그렇게 말을 하였다.

“제 의뢰인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할 수 있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맥콰이어 자신도 의뢰인인 대호가 마지막 경기에서 두 개의 홈런을 몰아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의뢰인을 위해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르기 위해선 이런 거짓말도 필요했다.

“10경기 연속 홈런 기록, 그리고 70―70달성, 마지막으로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인 73홈런. 이 정도면 제가 주장하는 금액이 절대로 터무니없는 액수가 아니라 할 수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맥콰이어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 정도 대기록을 달성한 선수에게 2,800만 달러를 주는 것이 아깝냐는 물음이었다.

사실 조엘이 생각했을 때도 비록 2,800만 달러가 적은 금액은 아니지만, 방금 전 맥콰이어가 한 말처럼 그 정도 대기록을 한 시즌에 달성한 선수에게 지불하는 연봉으로는 많은 게 아니라고 느끼고 있었다.

다만 그 선수의 나이와 연차가 문제였다.

이제 겨우 스물두 살, 내년이면 스물세 살에 불과하다.

또 메이저리그 서비스 타임을 모두 소화한 것도 아니라, 내년이 서비스 타임 마지막 시즌이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에이전트의 주장을 무시하고 그냥 룰대로 서비스 타임을 적용한다면, 그 뒤로 일어날 일은 뻔했다.

그동안 대호와 맺었던 좋은 관계는 파도에 부서지는 모래성과 같은 결과를 맞게 될 테니까.

이러한 사실을 알기에 조엘은 쉽게 대답을 하지 못했다.

우수한 선수라면, 또 우승 반지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조건도 마다하지 않는 뉴욕 킹덤즈나 막대한 자본으로 선수를 모으는 LA다윈스, 혹은 텍사스 레이스와 같은 대형 마켓 구단이었다면 앞뒤 잴 것 없이 바로 콜을 외쳤을 것이지만, 오클랜드 슬랙스는 그러한 대형 마켓 구단이 아니라 메이저리그 대표적인 스몰 마켓 구단이었다.

그러니 쉽게 2,800만 달러라는 연봉에 응할 수가 없었다.

“으음…….”

저도 모르게 입 밖으로 나오는 침음성.

하지만 조엘은 이것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깊게 생각에 빠졌다.

‘어떤 것이 최선일까? 에이전트 말처럼 2,800만 달러를 지불해야 할까?’

아무리 고민을 해 봐도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 조엘에게 맥콰이어가 은근히 말을 걸었다.

“네, 네?”

느닷없이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들려온 말이라 말을 더듬었다.

그런 조엘을 보면서도 맥콰이어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신이 준비한 것을 털어놓았다.

“단장님도 예상하고 있을 것입니다.”

“뭘 말씀입니까?”

“제 의뢰인이 오클랜드에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란 것을 말이지요.”

맥콰이어는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고, 또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가 하고 있는 생각을 가감 없이 바로 내뱉었다.

“음…….”

그 때문인지 조엘은 이를 듣고 긴 탄식을 흘렸다.

“미스터 정을 구단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만들기엔 오클랜드의 페이 롤이 너무도 작다는 것 인정하시죠?”

이것은 단장인 조엘도 알고, 또 앞에 앉아 있는 대호의 에이전트인 맥콰이어도 잘 알고 있는 사항이다.

한 시즌에 60개 이상의 홈런을 쳐 줄 수 있는 타자, 그러면서도 타율은 4할 이상이고, 출루율 또한 팀 내 최고였다.

대호가 경기에 나가면 투수들의 ERA(평균 자책점)이 내려간다.

그와 반대로 승률은 올라가면서 소화하는 이닝도 늘어나 팀 운영이 살아난다.

대호가 콜업 되어 팀에 합류하면서 오클랜드 슬랙스의 승수는 이전과 비교해 30승 가까이 올랐다.

콜업 되던 2031시즌 전반기만 해도 오클랜드 슬랙스는 와일드 카드도 받기 힘들 정도로 승보다 패가 더 많았다.

하지만 대호가 콜업이 된 후반기, 단 70경기만으로 지구 우승은 아니지만 높은 승률로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물론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기고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을 하긴 했지만, 많은 혹사로 인해 거기까지였다.

그런데 새롭게 정비를 하고 치러진 2032시즌은 어떤했던가?

몇십 년 만에 정규 시즌 100승을 넘겼다.

아니, 110승 이상을 하면서 구단 사상 최고 승을 기록했다.

구단 가치도 덩달아 올랐다.

솔직히 조엘의 생각에 자신이 구단주였다면, 이번 계약을 곧바로 허락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클랜드 슬랙스의 구단주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짠돌이였다.

좀처럼 돈을 풀려고 하지 않는 그 때문에 좋은 선수들을 많이 놓쳤다.

지금도 그랬다.

“모두가 예상하고 있으니 단도직입적으로 제안합니다. 장기 계약하죠.”

“……?”

너무도 예상 밖의 제안이었기에 조엘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맥콰이어를 쳐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맥콰이어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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