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3화
「부상에서 돌아온 히어로!
올 6월 초, 미국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케슬몬 고등학교에서 발생했던 총기 난사 사건의 히어로 정대호(22)선수가 60일 IL(부상자 명단)에서 돌아왔다. 전반기 절반 이상의 경기를 날려 버렸지만, 재활을 마치고 66일 만에 메이저리그 복귀를 한 텍사스 레이스와의 홈경기에서 3타수 2안타 홈런 한 개와 안타 하나, 그리고 볼넷 하나를 얻어 냈다. 또한 이날 도루도 하나 추가하며, 자신의 건재함을 오클랜드 슬랙스 팬 앞에서 선보였다. 또 이날 마지막 타석인 8회 말, 선두 타자로 나선 정대호는 텍사스 레이스의 불펜 투수 마틴 브렛(29)이 던진 몸 쪽 낮은 패스트볼을 때려 비거리 136m의 커다란 대형 홈런을 만들어 냈다.
대한스포츠 배슬기 기자」
대호사랑나라사랑: 우후후! 내가 뭐라고 했어! 대호는 우리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
대호부인너모이뻐: 마자마자! 겨우 부상정도로 우리대호의 질주를 막을 수는 없지.
아직모른직다: 꼴깝들 떤다. 겨우 한 경기 보고 무슨… 다른 것도 아니고 총에 맞은 부상인데, 금방 상처 터져서 다시 마이너 간다.
⤷와! 이 새X 뭐냐? 무슨 정대호 부상 재발하라고 고사를 지내냐!
⤷그러게. 재수 없게 무슨 이런 소리를 하는 건지. 한국 사람이라면 정대호 응원해야 하는 것 아님?
⤷냅둬요. 저런 놈이 아무리 지랄을 해도 대호는 역천괴이니 총에 맞았건, 탱크에 깔리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활약을 할 겁니다.
대호사랑나라사랑: 대호야! 이대로 홈런포 가동했으니 단일 시즌 최다 홈런 기록 가자!
⤷그래, 연속 경기 홈런 기록도 다시 한번 가자!
⤷가자! 가자! 집으로 가자!
대호의 복귀 경기 소식이 전해지고 기사에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그중에는 대호의 복귀에 기뻐하는 부류가 있는가하면, 또 부상이 재발하라며 악의적인 댓글을 다는 악플러도 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댓글의 성향은 대호의 복귀를 기뻐하며, 부상없이 시즌을 마치고, 또 메이저리그 기록에 도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 * *
8월이다 보니 너무도 더운 날씨로 인해, 경기가 오후 늦게 시작되고, 당연히 늦게 끝났다.
그래서 대호와 한나 부부는 거의 야식이라고 해도 될 정도의 시간에 저녁을 먹고 있었다.
덜그럭!
“아까 인터뷰할 때, 그 말 정말이야?”
한나는 경기가 끝나고 MVP인터뷰를 할 때 대호가 했던 인터뷰 소감에 대해 물었다.
“응? 어떤 말?”
대호는 짐짓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 계속해서 스테이크 조각을 입에 가져가며 물었다.
“그거 말이야! 오늘 홈런을 친 거…….”
자신을 생각하면 홈런을 때릴 수 있었다는 인터뷰 내용에 대한 정확한 사실을 듣고 싶어 물어본 것이다.
방송이 아닌 실제로 말이다.
그런 한나의 모습에 대호는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은근한 눈빛으로 아내를 보았다.
“왜? 무엇이 알고 싶어 그런 질문을 하는 거야?”
“그냥. 방송용 이야기가 아니라, 진실을 듣고 싶어서 그렇지. 정말로 날 생각하고 홈런을 친 게 맞아?”
한나는 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대호의 눈을 쳐다보았다.
그런 한나의 모습에 대호는 다시 한번 거짓말을 하였다.
굳이 여기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대답을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거야 당연하지. 한나, 당신이 나 재활할 때 얼마나 걱정이 많았어? 그래서 걱정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더욱 집중해서 경기를 치를 수 있었어.”
경기 중에는 그런 생각도 없이 루틴대로 경기를 치렀지만, 지금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진실과 거짓을 섞어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자기야! 고마워!”
쪽! 쪽! 쪽!
자신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남편의 말에 한나는 너무도 감동하여 그 자리에서 키스 세례를 하였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한나의 키스 세례는 한동안 계속 되었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느닷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한나의 키스 세례는 멈췄다.
“한나, 잠시 전화 좀 받을게!”
전화벨로 인해 정신을 차린 한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여보세요.”
아내에게 숨길 것이 없었기에 전화를 받는 것에 굳이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그런 대호의 모습에 한나의 두 눈은 사랑스러운 무언가를 보는 것처럼 반짝였다.
“맥! 무슨 일이죠?”
전화를 건 사람은 에이전트인 맥콰이어였다.
“그런 일이라면 저야 좋죠.”
한동안 에이전트와 통화를 한 대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통화를 마쳤다.
그런 남편의 모습에 한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맥콰이어 씨가 뭐 때문에 전화했어?”
“N사에서 스폰서십 계약을 다시 하자고 한다네.”
“응? 스폰서십 재계약?”
한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호와 스폰서십 계약을 한 N사는 세계적인 유명 스포츠 용품 브랜드다.
또 그들이 작년 여름 대호와 스폰서십 계약을 한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거 작년에 계약하지 않았어?”
재계약을 한다는 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린 한나가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작년에 계약하고, 불과 1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재계약을 한다는 소리에 놀라 물어보는 것이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나쁜 내용은 아닌 것 같아.”
“그래?”
한나는 살짝 걱정하긴 했다.
듣기로 대호는 2년의 짧은 단기 계약을 했다고 들었다.
그런데 이번 2033시즌 대호는 전반기 절반에 해당하는 기간을 부상으로 날렸다.
그러니 한나가 생각하기에 N사에서 대호에게 불리한 내용의 계약을 하려는 것이 아닌가 걱정한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 보니 그런 것이 아닌 듯하여 안심되었다.
* * *
기존에 N사와 대호가 맺은 후원 계약은 2년간 200만 달러 상당의 돈과 소모품 후원이었다.
처음 이런 계약을 했을 때, N사는 후원 계약으로 아주 적절하다 판단했었다.
선수에 대한 인지도를 생각했을 때 적지도, 많지도 않은 계약을 했다고 자축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고, 대호에 대한 평가가 크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대호가 자신들의 예상보다 훌륭한 성적을 내며 명성이 올라간 것까진 좋았지만, 그의 기록이 좋아도 너무도 좋았다.
50―50만 해도 분석 팀의 판단으로 아주 엄청난 기록이니, 사실 그 정도만 해도 N사는 대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대호는 자신들의 예상을 깨고 70―70을 기록했다.
기록이 좋으면 N사의 입장에서 좋은 것이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걱정은 다른 데 있었다.
대호의 활약으로 N사의 야구 용품은 전년 대비 수익이 20% 넘게 향상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시즌이 끝난 뒤에도 꾸준히 팔리고 있으며, 시즌 중 대호가 착용했던 신발이나 글러브와 배팅 글러브 등 다양한 상품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또 2033시즌이 시작되면서 판매량은 더욱 향상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메이저리그… 아니, 세계 기록을 대호가 갱신했기 때문이다.
여덟 경기였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열 경기 연속 홈런 기록으로 갈아 치운 것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의 문제 중 하나인 총기 난사 사건을 적은 피해로 막아 낸 진정한 히어로로 뉴스에 나왔다.
야구 선수로서도 그렇고 실제 생활에서도 영웅적인 행보를 하는 대호의 활약으로 그를 후원하는 N사는 이름을 함께 하였다.
그러다 보니 2년이란 짧은 후원 계약 기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불과 1년 뒤면 계약 기간이 끝난다.
비록 우선 협상 대상이기는 하지만, 말 그대로 우선 협상 대상일 뿐이다.
만약 재계약에 실패하고, 또 경쟁사인 A사와 후원 계약을 맺게 된다면, N사에게 하늘의 날벼락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아직 계약 기간이 1년이나 남았음에도 급히 대호의 에이전트에 연락하여, 재계약을 하자고 나선 것이다.
* * *
“미스터 인크레더블! 훌륭한 부상 복귀를 축하드립니다.”
닐슨 반데라 이사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대호에게 인사를 하였다.
“감사합니다. 닐슨 이사님도 오랜만인데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습니다.”
자신의 복귀를 축하해 주는 닐슨 반데라 이사의 인사에 대호도 마주 악수를 하며 인사하였다.
“여긴 언제나 분위기가 좋습니다.”
닐슨 이사는 약속 장소로 잡은 호텔 식당을 둘러보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런 닐슨 이사의 말에 맥콰이어가 대답했다.
“조금 더 좋은 곳에서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오클랜드에는 그런 곳이 없으니 여기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클랜드도 큰 도시이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갱이나 부랑자가 많은 도시란 이미지 때문인지, 고급 호텔은 많지 않았다.
“장소가 어디면 어떻습니까? 우리의 계약에 그런 것이 문제가 될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 말도 맞았다.
비록 재계약을 하기 위해 예약한 호텔이 작년 계약을 하기 위해 만났던 LA이 샹그릴라 호텔보단 한 단계 떨어지긴 하지만, 이곳도 오클랜드 내에선 가장 좋은 호텔 중 하나였으니까.
덕담과 함께 적당히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N사에서는 저희 정대호 선수와 어느 정도 규모의 계약을 하길 바랍니까?”
에이전트인 맥콰이어는 본격적인 후원계약에 들어가자 사무적인 표정이 되어 물었다.
“음, 저희는 10년 계약을 하길 원합니다.”
“?”
“계약 규모는 5천만 달러로…….”
“잠깐만요.”
닐슨 이사의 설명을 듣고 있던 맥콰이어는 중간에 그의 말을 끊었다.
그도 그럴 것이, 10년 장기 계약을 하면서 1년에 겨우 5백만 달러를 불렀기 때문이다.
작년 후원 계약을 할 때처럼 2년 200만 달러에 비하면 엄청나게 오른 금액이지만, 맥콰이어가 생각하는 대호의 가치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었다.
“이사님은 그 금액이 저희 정대호 선수의 적정 가격이라 생각하시고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게 N사에서 저희 정대호 선수를 평가한 금액이 맞습니까?”
말을 하면서 점점 굳어지는 맥콰이어의 표정을 본 닐슨 이사는 속으로 인상을 썼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생각하기에도 현재 대호의 인지도를 볼 때 방금 전 자신이 내건 조건은 너무도 미흡했기 때문이다.
작년 계약을 할 때와 현재 대호의 가치는 그야말로 천지 차이라 할 정도로 갭이 컸다.
그럼에도 이런 계약 조건을 들이민 것은 회사 분석 팀에서 작성한 보고서 때문이다.
60일 IL로 인해 대호의 경기력이 작년 시즌만 못할 것이란 전제하에 작성된 보고서로 인해, 그의 생각보다 적게 책정되었다.
만약 대호가 총기 난사 사건의 히어로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금액도 책정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N사의 분석 팀은 대호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그 사건이 없었다면 대호의 성적은 지금 정도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부상으로 인해 60일간 시합에 나가지 못해 홈런의 개수가 작년 이맘때의 3분의 2 수준에 그친 것이지, 모든 경기에 출전했으면 이전 시즌보다 훨씬 많은 홈런 개수를 기록했을 것이란 생각 못한 것이다.
“아마도 현재 성적만 가지고 분석을 하는 바람에 착오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얼른 변명하는 닐슨 이사는 계약서에 쓰인 계약금에 대한 항목에 줄을 그으며 지워 버렸다.
“저희는 N사에서 의뢰인 정대호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렸다고 생각해서 재계약 자리에 나온 건데, 정말이지 불쾌하군요.”
닐슨 이사를 보며 인상을 구긴 맥콰이어는 바로 대호를 보며 사과를 하였다.
“미스터 정! 이번 일은 제 실수입니다.”
대호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이며 사과를 하는 맥콰이어의 모습에 닐슨 이사는 급당황했다.
사실 재계약 협상을 하는 자리에 선수가 나오는 것은 전적으로 계약 마무리를 위해 선수의 사인을 받기 위한 때뿐이다.
N사에서 재계약 의사를 밝혔을 때, 맥콰이어도 드디어 저들이 대호에 대한 제대로 된 판단을 했기 때문에 연장 의사를 밝힌 것이라 생각해서 바쁜 대호에게 직접 연락해 함께 이곳에 나온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계약 조건을 듣고는 황당한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건 대호도 마찬가지였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