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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176화 (176/209)

176화

쾅!

한나는 출근하고 간단한 서류 작업을 마친 뒤 오늘 있을 경기 취재를 나가려던 찰나, 걸려온 전화를 받고 바로 핸들을 틀어 병원으로 왔다.

“자기야!”

한나는 급히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소리쳤다.

한편 경찰의 도움으로 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처치와 각종 검사를 마치고 침대에서 쉬고 있던 대호는 느닷없이 들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 문 입구를 보았다.

“한나, 어서와!”

왼쪽 팔에 붕대를 감고 침대에 살짝 기댄 채 핸드폰을 만지고 있던 대호는 요란하게 문을 열고 병실로 들어오고 있는 아내를 보며 밝게 미소를 지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일을 나가기 전만 해도 멀쩡한 모습으로 출근 인사를 나누었던 남편이 불과 몇 시간 만에 이렇게 병원 침대에 누워 있자, 한나는 놀라서 물었다.

“응, 그게… 출근하다 좀 사고가 있었어.”

“사고?”

남편이 다쳐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리에 놀라 뒷이야기는 듣지도 못하고 정신없이 병원으로 달려온 터라, 한나는 사고가 있었다는 대호의 말에 두 눈이 커졌다.

“무슨 사고?”

땅이 넓고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사는 미국이라 각종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벌어지는 곳이기는 하지만, 대체 이른 아침부터 무슨 사고를 당했기에 프로 운동선수가 팔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인지 한나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하하. 그게…….”

대호는 아내의 당황해하는 얼굴을 보며 작게 웃어 보이고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자신이 어떻게 해서 사고를 당했는지 그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 * *

야외 활동을 하기 좋았던 5월도 지나고 이제는 점점 더워지는 여름으로 들어가는 6월 초 하지만 아직까지 아침 기온은 상쾌하였다.

비록 오클랜드가 미국에서 치안이 가장 안 좋기로는 한 손에 꼽을 정도이긴 하지만, 아침의 분위기만큼은 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평화로웠다.

덜그럭!

“자기, 벌써 28홈런이야!”

한나는 식탁에 마주 앉아 아침을 먹으면서 남편인 대호에게 말을 걸었다.

“응. 이 추세라면 올해 목표인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경신이 가능하겠어.”

대호는 아내의 물음에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였다.

“너무 빠른 것 아냐?”

작년 2032시즌 대호가 보여 주었던 페이스보다 훨씬 빠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한나는 적잖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리듬이란 것이 있었다.

상승할 때가 있으면 내려오는 때도 있다.

그런데 대호는 개막전부터 해서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여 주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물론 중간에 잠깐 주춤하기도 했지만, 경기 내용적으로 홈런이 몇 경기 나오지 않은 것이지 2루타 이상의 장타는 많이 기록했다.

또한 그럴 때도 굳이 홈런에 집착하기보다는 수비와 도루 등을 이용해 팀에 도움을 주며 결과적으로 오클랜드 슬랙스의 경기 승리에 이바지하였다.

그 결과 모든 지표에서 2032시즌 이맘때보다 10% 이상 더 뛰어나게 변한 것이다.

한나는 이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다간 자칫 작년 말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부상을 당해 결정적인 순간을 놓칠 까봐 걱정이 되었다.

“한나가 뭘 걱정하고 있는지는 알겠는데, 너무 걱정하지 마!”

자신을 걱정하는 아내의 모습에 대호는 미소를 지어주며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다.

개인적으로는 물론이고 구단에서도 자신을 신경 써 주고 있었기에 무리하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지. 사실 내가 한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 뿐, 작년에 비해 스탯이 많이 상승해서 지난번처럼 부상을 당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봐도 돼.’

아직 대부분의 스탯이 70을 넘지 못하던 작년과 다르게, 이번 2033시즌은 초반부터 세계 기록을 달성하면서 이제 지능을 제외하고는 모두 70이상을 기록했다.

또한 그것을 활용하는 기술 또한 더욱 능숙해졌고 말이다.

보통 사람이 보기에는 이해할 수 없는 오버 페이스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오클랜드 슬랙스의 단장 조엘 헌트와 감독인 마이크 케세이였다.

구단 프런트는 물론이고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심지어 아내까지 자신의 오버 페이스를 걱정하며 자제를 부탁했지만 대호는 자신만만했다.

“음… 알았어!”

한나는 남편의 말에 잠시 속으로 한숨을 쉬다 대답했다.

자신이 아무리 이야기를 해 봐야 남편이 자신이 목표한 것을 이루기 위해 얼마나 공격적으로 질주를 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체념하였다.

다만 당부를 건네는 건잊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은 주변도 돌아보고, 여유를 가지고…….”

“응, 알았어. 한나가 걱정하지 않게 잘 조절할게!”

쪽!

걱정하지 말라는 말과 함께 대호는 한나에게 키스를 하였다.

“설거지는 내가 할 테니 자기는 그만 출근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난 대호는 시간을 보고는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다.

“응, 알았어. 자기, 고마워!”

아내인 한나가 직장이 있어 운동선수인 대호보다 일찍 출근을 해야 했기에, 아침 준비는 출근 전 아내인 한나가 하지만 뒷정리는 늦게 출근하는 대호가 맡아 하고 있었다.

물론 원정 경기로 다른 도시로 출장을 가 있을 때는 어차피 두 사람 다 집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식당을 이용하기에 해당 사항이 없지만, 대호의 홈경기가 있을 때면 언제나 아침 설거지나 저녁 식사 후 마무리는 모두 대호가 했다.

물론 가끔 대호 본인도 피곤해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일을 하는 한나를 위해 자신이 분담해 줄 수 있는 일이기에 기분 좋게 하고 있었다.

“운전 조심하고.”

“알았어. 자기도 출근할 때, 조심해!”

대호의 운전 조심하라는 말에 한나도 그에게 조심하라는 말과 함께 키스를 해 주었다.

쪽!

벌써 결혼을 한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었지만 두 사람의 금슬은 너무도 좋았다.

그렇게 아내인 한나가 먼저 출근을 하고, 대호도 조금 전 먹었던 설거지거리를 치웠다.

간단하게 설거지와 침구 정리가 끝나고 잠시 쉬다 그도 출근을 하였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홈구장인 뉴슬랙스 볼파크는 차로 30분 거리에 있었기에 아직 여유가 있었다.

* * *

존 스트라볼트는 전형적인 너드다.

거의 매일같이 술을 마시고 노름에 빠져 있는 엄마, 그리고 그런 엄마를 무시하고 밖으로만 도는 아버지로 인해 가정 내에서 별다른 관심도 관리도 받지 못한 불우한 고등학생이었다.

지능은 뛰어나지만 강박 관념에 사로잡혀 성적도 좋지 못하여 대학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렇다고 잘생긴 외모를 가진 것도 아니다.

5피트 6인치, 그러니까 센티미터로 따지면 167.64㎝로 평균보다 한참 작은 키를 가졌다.

몸도 왜소해 또래들에게 따돌림 당하는 왕따이기도 했다.

그나마 나은 점은 그가 흑인이나 히스패닉이 아닌 백인이라는 것.

크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다는 게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것 또한 존 스트라볼트를 짜증나게 하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대로는 행복해질 수 없어!’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그는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선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방문을 나섰다.

집안은 언제나 그렇듯이 조용했다.

“맘!”

나직한 목소리로 엄마를 불러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아버지야 집에 잘 들어오지 않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오늘은 엄마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존은 안방으로 들어가 침대 매트리스 안으로 손을 넣었다.

그러고 나서 그곳에 있던 총을 꺼냈다.

아버지가 자신의 호신을 위해 항상 침대 안에 권총을 숨겨 두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존은 아버지의 총을 꺼내 확인했다.

총을 다루는 것은 너무도 쉬웠다.

이미 사격장에서 권총 사격은 물론이고 사냥용 라이플도 쏴 보았으며, 아버지와 사냥철에는 함께 사냥을 가 보기도 했다.

집에 별로 관심이 없는 아버지였지만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기에, 존은 아버지와 어렸을 때 종종 사냥도 함께 가고 또 총을 어떻게 쏘는 것인지 총 쏘는 법도 배웠었다.

그렇게 아버지의 권총과 사냥용 라이플, 그리고 서랍에서 찾아낸 총알들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존이 향한 곳은 자신이 다니던 케슬몬 하이스쿨이었다.

* * *

‘뭐지?’

출근을 하기 위해 맥아더 대로를 달리던 대호는 막 이스트 몬트를 지나 84번가를 지날 때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다.

그것은 바로 인근 학교로 들어가는 차량이었는데, 언뜻 보기에 그의 눈에 총으로 보이는 물체가 보였던 것이다.

고등학교로 들어가는 차 뒷좌석에 총으로 짐작되는 물체가 있는 것이 너무도 이상했다.

물론 착각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호는 뭔가 이상한 예감에 저도 모르게 학교로 들어가는 차량을 따라 그 또한 안으로 들어갔다.

‘등교를 하는 시간이라고 보기에는 좀 늦은 것 아닌가?’

생각해 보니 시간도 조금 애매했다.

등교를 하는 선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고, 또 학생이라고 하기에도 이미 수업에 늦은 시간이었기에 더욱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막 차에서 내리던 대호의 귀에 총소리가 들렸다.

탕!

“꺄아악!”

총소리와 함께 찢어지는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덥썩!

무슨 생각에서인지 대호는 저도 모르게 콘솔 박스에서 가지고 다니다 팬들이 보이면 사인을 해 주던 사인 볼 하나를 챙겨 교실로 달렸다.

“꺄아아악!”

대호가 학교로 들어가는 중에도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며, 어린 학생들이 복도로 뛰쳐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탕!

또 한 번 총소리가 들렸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기는 했지만, 충분히 방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여보세요. 911이죠.”

일단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신고하기 위해 911에 전화를 걸어 현 상황을 설명했다.

“케슬몬 하이스쿨에서 누군가 학생들을 향해 총을 쏘고 있습니다. 얼른 와 주세요.”

빠르게 상황을 신고한 대호는 복도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는 학생들을 헤치며 총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달려갔다.

탕! 탕!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꺄악!”

“아악!”

* * *

존 스트라볼트는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현관을 지나 복도를 걸어 가장 먼저 자신의 교실로 향했다.

지금 시간에는 작문과 문법을 배우고 있을 테니, 그곳에 자신을 괴롭히던 일진들이 많이 모여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드르륵!

문을 열었다.

가장 먼저 보인 것은 작문과 문법을 가르치는 헤밀턴 선생님이었다.

“존, 지각이네. 조용히 자리에 앉아라!”

헤밀턴 선생은 문을 열고 교실 안을 살피는 존을 보며 아무런 느낌도 없는 억양으로 지시를 하였다.

하지만 그것이 트리거가 되어 존은 한 손에 들고 있던 라이플을 들어 헤밀턴 선생을 향해 총을 쐈다.

탕!

“꺄아악!”

존이 총을 헤밀턴 선생에게 들이밀었을 때는 아직 상황 파악이 덜 된 학생들과 헤밀턴 선생은 멀뚱히 존을 보기만 하였다.

하지만 총소리와 함께 지금 존이 장난을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교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가 들리고, 또 총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와 살피던 다른 교실 선생들도 존이 총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얼른 문을 닫아걸었다.

쾅!

탕!

“꺄아아악!”

여기저기서 동시에 비명 소리가 들리고 문을 걸어 잠근 곳이 있는가 하면, 사고가 난 교실과 멀리 떨어진 교실에서는 선생들이 급히 학생들에게 방탄 매트를 나눠 주며 학교 밖으로 피신하도록 조치를 취하였다.

“존! 미쳤어!”

헤밀턴 선생이 존이 쏜 총에 맞는 것을 목격한 학생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런 행동은 만용이었다.

“음?”

자신을 향해 소리치는 마이클 컬쳐를 보며 잠시 움찔하던 존은 무심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나서 아무런 감정 없는 목소리로 말을 하였다.

“아니, 난 미치지 않았어! 하지만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처단할 놈들이 있어!”

자신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는지 모르는 것인지 뜻도 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곤 다시 총을 들었다.

“잘 가!”

마치 친구에게 인사를 하듯 존은 그렇게 ‘잘 가!’라는 말을 하고 총을 쏘았다.

탕!

“아악!”

털썩!

헤밀턴 선생에 이어 두 번째 희생자가 나왔다.

반장인 마이클을 쏜 존은 이번에는 그동안 자신을 따돌리는데 앞장섰던 축구부 주장인 패리 매튜슨을 향해 총을 겨눴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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