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9화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와의 인터리그 2차전
오늘도 리그는 다르지만 라이벌간의 경기였기에 뉴슬랙스 볼파크에는 많은 관중이 모였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홈이지만 샌프란시스코와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보니,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팬도 많이 와 있었다.
“어제는 아쉽게도 정대호 선수에게서 홈런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네, 그 때문에 정대호 선수의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열한 경기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구연 해설은 어제 인터리그 1차전에서 메이저리그 연속경기 홈런 기록을 쓰고 있는 대호가 단 한 차례의 홈런도 치지 못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담아 이야기하였다.
“그래도 열한 경기 연속 홈런 기록은 메이저리그는 물론이고 세계 기록이지 않습니까?”
아쉽기는 하지만, 계속해서 그런 감정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었기에 김승주는 얼른 주제를 살짝 바꿔 대단한 기록임을 상기시켰다.
“맞습니다. 지금까지 기록은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8경기로, 모두 20세기 후반에 달성된 것으로 1956년 데일롱, 1987년 돈 매팅리, 마지막으로 1993년 켄 그리피 주니어가 있습니다. 세계 기록은 아홉 경기로 KBO에서 나왔었는데, 정대호 선수와 이름이 같은 이대호 선수가 2010년에 광주 구장에서 기록했습니다.”
대호가 기록한 연속 경기 홈런 기록에 대한 설명을 하다 보니, 하구연 해설 위원은 그 기록이 얼마나 대단했던 것인지 야구팬에게 알리고 싶어 장황하게 설명을 하였다.
“세계 기록은 무려 23년 만에 경신되었고, 메이저리그 기록은 무려 40년 만에 신기록이 세워진 것입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하구연 해설은 옆자리에 앉아 있는 김승주 아나운서를 보며 물었다.
마치 자식 자랑하는 아버지마냥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질문을 하는 그의 모습에 김승주도 비단 다르지 않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였다.
“당연히 대단하다고 생각하죠.”
간단하게 당연하다 대답을 한 그는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어떻게 40년 동안 깨지지 않던 기록을 한 경기도 아니고 세 경기나 훌쩍 뛰어넘어 기록을 한 것인지,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더욱이…….”
이야기를 하던 김승주는 급기야 매번 언급이 되던 대호의 나이까지 또 한 번 얘기했다.
이제 겨우 스물한 살의 어린 청년이다.
아니, 이제는 결혼을 했으니 어린 청년이라 부르기도 뭐 하지만, 어찌 되었든 적은 나이인 것은 맞았다.
메이저리그 구단인 오클랜드 슬랙스와 고등학교 졸업 전 계약하고, 3학년 말에 초청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잠깐 얼굴을 비추었다.
그런데 거기서도 뛰어난 활약을 보이며, 오클랜드 슬랙스가 무엇 때문에 그와 역대 최고 금액으로 해외 유망주 계약을 체결했는지 증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시범 경기 후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가 담금질을 할 때도, 말도 안 되는 억측과 루머와 맞서 자신의 재능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불법 약물 사용 의혹에 대해 무려 한 달간 관찰 카메라를 설치하고 하루 24시간을 팬들 앞에 공개한 것이다.
그렇게 의혹을 정면으로 맞서면서 팬들에게 진실로 자신의 마이너리그 성적이 불법 약물 따위를 사용해 부정하게 만든 것이 아닌, 내추럴하게 실력으로 이룩한 것을 증명했다.
그 뒤로 마이너에서 세계 기록을 만들어 냈는데, 더블A에 있을 때와 트리플A에 있을 때 각각 한 번씩 기록했다.
대호가 마이너리거였을 때 달성한 세계 기록은 바로 홈런 사이클이었다.
일명 사이클링 홈런이라고도 불리는 이것은 한 경기에 솔로 홈런과 투런, 쓰리런, 그리고 그랜드슬램인 만루 홈런까지 모두 치는 것으로, 이는 힛 포 더 사이클에 빗대 나온 야구 용어다.
힛 포 더 사이클이 안타와 2루타, 3루타 그리고 홈런까지 모든 종류의 안타를 쳐내는 것처럼 야구에서 홈런으로 낼 수 있는 점수를 한 경기에서 모두 치는 것을 뜻했다.
이렇듯 대호는 오클랜드 슬랙스와 계약을 한 후로 끊임없이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비록 어제 하루 주춤하긴 했지만, 솔직히 다른 메이저리거에 비하면 타격이 떨어졌던 것도 아니지.’
김승주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했다.
4타수 3안타면 그리 나쁜 성적도 아니다.
비록 아직 시즌 초반이라 타율이 그리 큰 의미는 없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그 선수에 대한 타격 능력을 볼 수 있는 것도 사실이기에 조금 전에도 말했다시피 큰 의미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의미를 둘 수는 있었다.
그리고 현재 대호의 타율은 다른 선수들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무척이나 높았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가 새로운 시즌에 들어가고 열세 경기를 치렀는데, 이중 열두 경기에 풀로 출장을 하여 55타석 43안타를 쳤다.
또 홈런은 열한 경기 연속을 포함해 두 번의 멀티 홈런을 기록하면서 열세 개나 되었다.
이것만 놓고 봐도 대호는 메이저리그를 세 시즌만에 이미 전설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2031시즌 후반기에 메이저리그로 콜업 되어 75경기를 치르면서 35개의 홈런을 쳤다.
또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거로 풀 시즌을 치른 2032시즌에는 무려 70홈런을 기록했다.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홈런 기록 역대 공동 2위의 기록이다.
만약 대호가 올림픽에 출전을 하면서 빠진 아홉 경기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1위인 73홈런을 경신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란 전망이었다.
그 때문에 이번 2033시즌이 되면서 많은 전문가들과 야구팬들은 이번 시즌에 대호가 정말로 그런 자신들의 예상과 같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즌을 기다렸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자신들의 예상을 한참이나 벗어나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 시작과 함께 메이저리그에서 잊혀져 가던 예고 홈런을 치지 않나, 생각지도 않은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 아닌가?
그러다 보니 오클랜드 슬랙스가 가는 곳마다 대호의 기록을 보기 위한 팬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그렇게 MLB 사무국에서 그동안 메이저리그 팬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였지만 성공하지 못했던 것을 대호가 단번에 해결해 버렸다.
사실 매년 메이저리그의 관중이 점점 줄어드는 추세였다.
세계 인구가 줄고, 또 미국도 그런 추세에 동참을 하듯 인구가 점점 줄고 있는 것도 맞지만, 메이저리그 평균 관중 수가 줄어드는 폭은 너무나 컸다.
이를 현대에 들어와 볼거리가 적었던 전과는 다르게 다양한 볼거리가 있기에 그렇다고 하지만, 이는 핑계에 지나지 않다.
그렇다면 관중 수가 늘어나는 미식축구나 농구는 어떻게 설명을 할 것인가?
그렇게 여러 연구 기관에 용역을 주어 연구한 결과, 사무국은 리그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의 부재라는 평가를 내렸다.
시대를 대표할 만한 슈퍼스타가 없기에 새로운 팬들이 야구장을 찾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야구의 인기가 줄어들어 또다시 새로운 팬이 유입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었다.
그런데 메이저리그가 위기라 생각하던 때, 팬들을 야구장으로 끌어당기는 슈퍼스타가 탄생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더니, 메이저리그로 콜업 된 뒤로 엄청난 행보를 보여 주었다.
대호에 대한 정보를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을 때, 하구연 위원이 말을 꺼냈다.
“첫 메이저리그로 콜업 된 2031시즌 75경기에 출전해 35홈런을 쳤으며, 작년 2032시즌에는 올림픽 기간에 아홉 경기나 출전하지 않았음에도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홈런 기록 2위와 타이를 기록했습니다.”
마치 야구의 역사를 듣는 것 같은 장황한 설명을 들으며 김승주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그도 그럴 것이, 머릿속으로 대충 정리하긴 했지만, 이제 겨우 메이저리그 3년차에 들어가는 선수의 기록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두 시즌 만에 친 홈런의 개수만 해도 105개나 되었다.
그리고 새 시즌에 들어와 열두 경기를 치르고 13개의 홈런을 쳤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홈런 수가 30개만 쳐도 홈런 타자로 불린다.
실제로도 한 시즌에 30개 이상의 홈런을 치는 메이저리거도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다.
“이거… 이러다 메이저리그 사상 최고의 연봉 계약을 할지도 모르겠네요.”
김승주는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대호 선수가 2031시즌에 콜업 되었으니, 이번 시즌만 지나면 연봉 조정 신청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집니다. 김승주 아나운서 말씀대로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하구연 해설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수긍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물가도 상승하고, 메이저리거들의 몸값도 상승했다.
많은 선수들이 연봉 1천만 달러를 가뿐히 넘기고 있었고, 3천만 달러가 넘어가는 고액 연봉자도 이제는 손발을 모두 꼽아야 할 정도로 많아졌다.
물론 그에 맞춰 야구장의 티켓값도 많이 상승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런 추세라면 대호도 충분히 그런 고액 연봉자의 반열에 오를 것이 분명했다.
‘20대 초반에 연봉 최소 2천만 달러는 될 거야!’
김승주가 판단하기에 대호라면 충분히 그 정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알려지진 않았지만, 작년 대호가 연말에 오클랜드 슬랙스로부터 받은 옵션 보너스만 해도 천만 달러 가까이 된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대호가 시즌이 끝나고 오클랜드 슬랙스에서 받은 옵션 보너스는 800만 달러를 살짝 넘어갔다.
다만 세계적인 스포츠 용품 브랜드인 N사와 후원 계약을 하고 그 옵션으로 인해 받은 금액까지 합쳐서 1천만 달러 상당의 보너스를 얻은 것.
그런 인터뷰 내용이 뒤섞이며 와전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대호가 서비스 기간임에도 천만 달러 상당의 돈을 번 것 자체는 사실이었다.
그러니 이런 것을 근거로 연봉 조정이 들어가면 최소 2천만 달러 이상은 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김승주였다.
“정대호 선수가 연봉 조정에 들어가게 된다면, 아마도 2천만 달러 이상은 줘야 하지 않을까요?”
하구연 해설 역시 잠시 생각을 하다 그렇게 대답을 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호의 팀 기여도나 그가 친 홈런의 가치 등을 따져 봐도, 최소 그 정도는 받아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대체 어디 가서 한 시즌 60개 이상 홈런을 쳐 줄 타자를 구할 것이며, 스무 경기 정도의 팀 승리를 보장해 줄 것인가?
한 경기 최소 3타점 이상 쳐 줄 타자라면 충분히 2천만 달러의 연봉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현재 대호가 소속되어 있는 구단이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자린고비가 구단주로 있는 오클랜드 슬랙스라는 점이다.
“하하하, 2천만 달러… 2천만 달러라니. 엄청 부러운 숫자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정대호 선수의 능력을 놓고 보면 그것도 무척이나 저렴한 금액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말을 했지만, 하구연 해설은 자신이 예상한 내년 대호의 연봉 조정 금액에 대해 결코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대호로 인해 그가 소속된 오클랜드 슬랙스가 벌어들이는 티켓값이나 관련 상품 판매 금액만 따져 봐도, 그 정도 연봉을 충분히 지불하고도 남았다.
“하하! 웃고 떠드는 사이 오클랜드 슬랙스와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인터리그 2차전이 시작 되었습니다. 하구연 해설 위원님! 오늘 경기는…….”
김승주와 하구연, 두 사람은 경기 전 대호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죽였는데, 어느새 경기가 시작되었다.
이에 다시 한번 오늘의 경기 관전 포인트를 물어보는 김승주였다.
“그거야 정대호 선수의 플레이 아니겠습니까?”
“정대호 선수의 플레이요?”
“네. 이틀 쉬고 어제 경기에 나왔는데, 4타수 3안타로 잘 치긴 했지만, 홈런이 없던 것이 아쉬웠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하긴 저도 연속 경기 홈런을 치는 정대호 선수의 모습을 계속 보다가 어제 홈런이 나오지 않으니까 어쩐지 뭔가 빠진 듯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렇죠. 저도 그 느낌 잘 압니다.”
같은 느낌을 받았던 공통점 때문인지, 아니면 오랜 기간 함께 야구 중계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은 죽이 맞아 경기 중계를 하였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