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화
오클랜드 슬랙스와 휴스턴 스트로스의 2차전이 철저한 투수전이었다면, 마지막 3차전은 엄청난 화력전이었다.
오클랜드 슬랙스 타선의 핵심 중 하나인 대호가 이날 결장을 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오클랜드 슬랙스는 이날 휴스턴 스트로스의 투수진을 상대로 9점이나 뽑아냈다.
하지만 9점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무려 12점을 뽑아낸 휴스턴 스트로스의 타자들로 인해 경기에 지고 말았다.
원인은 잘 던지던 레프리 그로스가 3회 빗맞은 타구가 마운드에 떨어지며 불규칙 바운드가 되면서 그의 얼굴을 강타했기 때문이다.
아직 불펜이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수 교체가 이루어지면서 오클랜드 슬랙스의 투수 운용이 꼬여 버렸다.
결국 이전까지 3점을 앞서 나가던 오클랜드 슬랙스는 내리 6점을 내주고 말았다.
6점을 내주고 겨우 3회를 막아 냈지만, 그 뒤로 타자들이 점수를 내면 불펜이 점수를 내주고, 또 점수를 내면 점수를 헌납하길 반복하다 결국 9:12로 패했다.
이로써 휴스턴 원정에서 2승1패로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그리고 오클랜드 슬랙스는 원정 6연전 중 5승 1패를 거두고 홈인 오클랜드로 돌아갔다.
이날 휴스턴의 홈구장인 미닛 메이드 파크를 찾았던 오클랜드의 팬들은 대호만 빠지지 않았다면 충분히 연승을 이어 갈 수 있었을 것이라 아쉬워하였다.
* * *
비록 마지막 경기에서 패배하긴 했지만, 홈으로 돌아가는 오클랜드 슬랙스 선수들과 코칭스태프들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무척이나 밝고 여유가 넘쳤다.
“차라리 이쯤에서 패배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아!”
홈런 브레드는 팀의 패배로 기가 죽어 있는 브렛과 켈리의 곁에 다가와 위로를 하였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립니까? 패배를 해도 괜찮다니요?”
브렛은 주장의 말이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아 물었다.
그런 브렛의 질문에 대한 답은 의외로 대호에게서 들렸다.
“지금까지 개막 홈 여섯 경기, 그리고 이번 원정 여섯 경기. 총 열두 경기를 치렀잖아?”
“그렇지.”
“그중 우린 홈경기 여섯 게임하고 원정 다섯 게임을 이기고 마지막 경기를 휴스턴에게 내줬어!”
“맞아! 너만 있었더라면…….”
브렛은 이야기를 듣고 있다 대호만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아니지. 정확하게는 레프리가 빗맞은 타구에 맞지만 않았더라면, 마지막 경기도 우리가 가져갔을 거야.”
대호는 휴스턴과의 마지막 경기에 대해 복기를 하며 이야기하였다.
정말로 3회 말 수비에서 선발인 레프리 그로스가 빗맞은 타구에 맞지만 않았다면, 오클랜드가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건 가정에 불과했다.
어찌 됐든 레프리 그로스가 빗맞은 타구에 부상을 당해 마운드에서 물러나고, 급하게 몸을 풀고 나온 불펜이 휴스턴의 타자에게 연타를 맞으며 6점이나 대거 내주면서 패배의 빌미를 제공했다.
이는 실력 이전에 사고였다.
“계속해서 연승을 하면 좋겠지만, 아무리 강력한 공격과 수비를 갖추고 있는 팀이라 해도 언젠가는 게임에 질 수밖에 없어.”
“그렇지. 언제까지나 승리하는 팀은 없지.”
대호의 설명에 브렛과 켈리도 수긍하였다.
언제나 승리만 하는 팀은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잘 알고 있네. 그런데 승리가 계속해서 쌓이다 보면, 그 팀의 구성원은 연승에 대한 부담감으로 인해 자칫 밸런스를 잃어버릴 수도 있어.”
“아! 무슨 말인지 알겠어.”
대호의 설명을 들은 켈리가 먼저 대답을 하였다.
연승을 계속하다 보면 모든 신경이 그쪽으로 쏠리게 되고, 그러면 육체보단 정신적으로 피로감을 많이 느끼게 된다.
이런 것이 쌓이다 보면 컨디션 조절은 물론이고 타격 감각이나 투구 감각 같은 것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또 계속해서 악화되면 입스에 걸릴 수도 있었다.
그러니 적당한 때에 패배를 함으로써 그런 부담감을 줄여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했다.
인간의 감각이란 것은 리듬이 있어 고조가 될 때도 있고, 또 밑바닥으로 내려갈 때도 있다.
이런 것을 잘 조절하면서 최대한 경기력을 유지하는 것이 프로다.
그리고 이런 것을 길러 주기 위해 마이너리그가 존재하는 것이다.
장거리 원정이나 열악한 환경 등 여러 요소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극한 상황에서 본인의 컨디션을 뒤돌아보고, 그것을 조절해 경기에 임하게 하는 것.
그것이 메이저리그 구단이 마이너리그 구단을 통해 계약된 선수를 기르는 방식이다.
비록 대호의 메이저리그 경력이 짧기는 하지만, 이번 회차가 아닌 전생에서 다양한 경험을 겪은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니 브렛과 켈리가 모르는 많은 것을 알고 있기에 두 사람에게 조언을 건네는 것이다.
‘호오. 내가 나설 필요가 없군!’
옆에서 대호가 하는 것을 지켜본 브레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시즌에 콜업 되고 또 주전으로 경기를 치르는 뉴비들이다.
뉴비치곤 활약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 주고 있는 동료(대호)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활약… 아니, 팀에 도움이 되고 있는지 본인을 의심하고 있는 두 사람이 걱정되어 조언을 하려던 브레드는 굳이 자신이 필요 없었음을 깨달았다.
그들의 옆에는 자신보다 더 좋은 선생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이는 비록 팀에서 가장 어리지만, 그 누구보다 능력이 뛰어난 선생 말이다.
한편 이들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오클랜드 슬랙스의 감독과 코치들이었다.
사실 브렛과 켈리, 두 사람이 이렇게 침울해 있던 것은 팀이 패배한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결정적으로 다름 아닌 두 사람이 오늘 시합에서 에러를 범했기 때문이다.
팀이 패배하는데 결정적인 실수까진 아니었지만, 어찌 되었든 경기 중 에러를 범해 상대 주자를 잡아내지 못하는 바람에 루상에 주자가 살아남았다.
이것이 팀이 패배에 결정적 역할까진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두 사람의 표정이 밝지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주장인 홈런 브레드와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대호가 옆에서 위로를 해 주니 어느 정도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다.
또 이러한 모습을 지켜보는 코칭스태프들과 감독은 이런 것이 바로 동료애고 워크애식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홈으로 돌아가는 오클랜드 슬랙스의 선수들은 원정에서 비록 1패를 하고 돌아가는 길이지만 모두 편안한 마음이 되었다.
* * *
홈 6연전에 이어 원정 6연전을 치르고 홈인 오클랜드로 돌아온 대호는 오클랜드 슬랙스의 오랜 라이벌인 LA데블스, 그리고 텍사스 레이스와 함께 또 다른 라이벌인 내셔널리그 소속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와 인터 리그에 들어간다.
리그는 다르지만 오클랜드와 샌프란시스코는 지독한 악연으로 묶인 라이벌 구단이다.
하루 휴식을 취하고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를 맞아 홈 4연전을 치르는데, 선수들은 물론이고 팬들 또한 절대로 상대에게 지지 않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빌어먹을 타이탄즈 놈들!”
오클랜드 슬랙스 팬은 경기장 입구 한 쪽에서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는 타이탄즈 팬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거지 놈들이 돈은 어디서 나서 경기장에 기어왔냐?”
타이탄즈의 팬도 지지 않고 오클랜드 슬랙스의 팬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쿵쿵쿵!
“우와아아!”
경기가 시작도 되기 전부터, 경기장 안팎에서 양 팀의 팬들이 격하게 충돌을 하려고 하고 있었다.
다만 충돌이 과열되지 못하게 경찰과 보안 요원들이 출동하여 이들을 떼어 놓았기 때문에 더 크게 번지진 않았다.
하지만 서로가 앙숙이다 보니 큰 충돌로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기에 보안 요원이나 안전을 위해 출동한 경찰들은 한 순간도 경계를 놓치지 않고 있다.
* * *
“안녕하십니까, 메이저리그 팬 여러분! 메이저리그 개막 셋째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아나운서 김승주입니다.”
“해설 하구연입니다. 반갑습니다.”
중계 부스에서는 김승주와 하구연 해설이 자리를 잡고 방송을 시작했다.
“위원님, 저번 주를 정리하자면 어떻게 간추릴 수 있겠습니까?”
하구연 해설을 보며 말문을 연 김승주는 메이저리그 개막 2주차를 어떻게 정리할 수 있는지 물어보았다.
사실 이는 전적으로 저번 주에 대호가 기록한 메이저리그 대기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물어보나 마나 그것은 바로 오클랜드 슬랙스에서 뛰고 있는 정대호 선수가 기록한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 기록 달성이 가장 큰 소식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죠. 저도 알고 있었지만, 저희 KBC스포츠를 시청하시는 야구팬 분들이 혹시나 모르고 있을 수 있어서 물어본 것입니다.”
아나운서인 김승주는 너스레를 떨며 이야기를 이어 갔다.
“휴스턴과의 원정 마지막 경기에 저희 정대호 선수는 출전을 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있던 것입니까?”
“아닙니다. 이전까지 열한 경기 연속 홈런 기록 달성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를 우려해 코칭스태프 측에서 강제적으로 휴식을 주었다고 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네, 그 때문에 휴스턴과의 원정 마지막 경기를 패하면서 오클랜드 슬랙스는 11승 1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아, 오클랜드 슬랙스의 연승이 열한 경기로 막을 내렸군요.”
“맞습니다. 비록 1패를 하긴 했지만 오클랜드의 성적은 현재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1위를 달리고 있고, 메이저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최고의 승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구연 해설은 오클랜드가 비록 원정 마지막 경기에서 휴스턴에게 패배를 하면서 2승 1패를 하였지만, 11연승을 덕택에 지구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비록 팀이 패배를 하긴 했지만, 정대호 선수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아직 도전 중입니다.”
“아! 그렇군요. 한 경기 출전하지 않아 연속 경기 홈런 기록 도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김승주와 하구연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이 다른 채널로 돌아가지 않게 이끌었다.
* * *
뉴슬랙스 볼파크 홈팀 로커 룸.
오클랜드 슬랙스 선수들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이곳에서 팀 미팅을 하고 있었다.
“오늘 상대는 너희도 잘 알고 있는 타이탄즈다.”
마이크 케세이 감독의 타이탄즈가 상대라는 말에 오클랜드 슬랙스 선수들의 표정이 무섭게 변했다.
비록 리그는 다르지만, 오클랜드 슬랙스에게 라이벌인 LA데블스나 텍사스 레이스 못지않게 앙숙인 상대다.
서로가 서로에게 악담을 퍼붓고 실력을 행사하며 갈 길을 붙잡는 최악의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감독의 상대 팀에 대한 언급만으로 선수들은 전투 의지를 일으켰다.
“타이탄즈 놈들은 LA다윈스에 1게임차로 2위에 있다고 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감독은 선수들의 전의를 북돋기 위해 계속해서 타이탄즈에 대한 언급을 하였다.
그럴수록 선수들은 두 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질렀다.
“그들을 패배시켜 3위로 떨어뜨려야 합니다.”
“타이탄즈 놈들을 뭉개 버려, 가을 야구를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중구난방으로 떠들긴 했지만, 선수들의 뜻은 이랬다.
경기에 이겨 타이탄즈가 지구 우승을 하지 못하게 막고, 또 승률을 떨어뜨려 와일드카드도 받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좋다. 그럼 나가서 너희의 의지를 놈들에게 보여 줘라!”
선수들의 의지를 들은 마이크 케세이 감독은 그렇게 격려를 한 뒤, 로커 룸 입구에서 비켜섰다.
그러자 선수들은 고함을 지르며 로커를 빠져나갔다.
“우와아아아!”
어떻게 보면 어린아이 장난과도 같은 선동이었지만, 너무도 잘 먹히는 방법이었다.
감독에게 선동된 선수들은 그렇게 경기를 치르기 위해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운동장에 경기를 치를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자 관람석에 앉아 있던 야구팬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와아아!”
원정 팀인 샌프란시스코 타이탄즈의 연습이 끝나고, 홈팀인 오클랜드 슬랙스 선수들이 몸을 풀자 함성은 더욱 커졌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