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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164화 (164/209)

164화

휴스턴 스트로스의 에이스 랜디 맥킬러스는 자신이 왜 휴스턴의 에이스인지 보여 주었다.

‘윽!’

98마일에 이르는 포심 패스트볼은 지금까지 많이 경험해 보았다.

아니, 100마일에 달하는 포심 패스트볼도 겪었지만 대호는 언제나 펜스를 넘겼다.

그런데 랜디 맥킬러스의 포심 패스트볼은 구속이 그보다 낮으면서도 구위는 오히려 훨씬 뛰어났다.

사실 구속도 98마일이면 낮은 편도 아니었기에 더 위력적이었다.

살짝 위로 뜨는 구질을 가지다 보니, 타겟 포인트가 잘 잡히지 않았다.

‘1B 2S라!’

바깥으로 빠지는 볼 하나를 잘 골라냈지만, 현재 볼카운트는 투수에게 유리한 스코어였다.

휙!

부웅!

“스트라이크, 아웃!”

헛스윙을 하였다.

‘방금 공은…….’

빠른 구속을 보며 대호는 이번 공을 포심 패스트볼로 판단하고 살짝 스윙 궤도를 높게 가져갔다.

하지만 맥킬러스가 던진 구종은 포심 패스트볼이 아닌 스플리터.

떠오르는 것이 아닌, 그 반대로 살짝 가라앉는 구종인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대호의 스윙은 투구 위로 지나가게 되었다.

이번 승부는 맥킬러스에게 대호가 완벽하게 져 버렸다.

대호는 잠시 포수의 미트를 쳐다보다가 몸을 돌려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와아아아!”

대호가 삼진으로 타석에서 물러서자 휴스턴의 팬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에이스가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타자인 대호를 삼진으로 잡았으니, 이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대호, 어때 보여?”

타석에 들어서던 지미가 타석에서 물러나는 대호를 잡고 물었다.

지금까지 대호가 이렇게 타석에 들어서 투수에게 별다른 힘도 써 보지 못하고 공 네 개 만에 타석에서 물러난 것을 보지 못했기에, 좀 더 정보를 얻기 위해 질문한 것이다.

“포심은 위로 올라가는 구질을 가졌고, 스플리터는 빨라요.”

겨우 두 개의 구종만 보았기에 대호도 이 이상의 정보를 지미에게 전달할 수는 없었다.

조금은 부족할 수 있음에도 지미는 대호의 이야기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OK!”

그러나 나름의 조언을 들었음에도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대호도 손을 못 댄 랜디 맥킬러스의 투구를 지미가 어떻게 하기에는 힘들었다.

“아웃!”

“아웃!”

2번 타자 지미 울프에 이어 3번 타자인 리키 헨슨도 삼진으로 물러나며 삼자범퇴가 되었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강력한 1, 2, 3번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자, 미닛 메이드 파크에 들어찬 휴스턴의 팬들은 다시 한번 환호했다.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경신하며 자신들에게 굴욕을 안겼던 대호를 자신들의 에이스가 삼진으로 잡아낸 뒤, 연속해서 타자들을 삼진으로 처리한 것에 대한 환호였다.

* * *

휴스턴 스트로스가 에이스를 내보낸 것처럼 오클랜드 슬랙스도 에이스이며 1선발인 앤디 프랭크를 내보냈다.

그러다 보니 이번 휴스턴과의 원정 두 번째 경기는 투수전이 되었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강타선이 휴스턴의 에이스 랜디 맥킬러스에게 막힌 것처럼, 휴스턴의 타선도 앤디 프랭크의 강력한 투구에 막혔다.

그렇게 타순이 한 바퀴 돌아 두 번째로 타석에 들어선 대호는 가볍게 목을 돌리며 긴장을 풀고 타격 자세를 잡았다.

첫 번째 타석에서는 허를 찌르는 스플리터에 속아 삼진을 당했다.

하지만 이번 타석에서는 절대로 속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며 투수를 노려보았다.

‘이번에는 절대로 속지 않는다.’

그렇게 속으로 다짐을 한 뒤 투구를 기다렸다.

펑!

인코스 낮은 패스트볼이 들어 왔다.

“볼!”

스피드건에 찍힌 구속은 96.5마일이었다.

오늘 주심은 몸 쪽에 인색한 편인지, 방금 전 투구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내려도 될 정도로 제구가 잘 된 공이었다.

하지만 판정은 볼이었다.

‘역시나… 이 정도는 볼이 확실하군!’

사실 이번 공은 대호가 일부러 스윙을 가져가지 않은 공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심의 존이 바깥쪽에 후한 편도 아니었다.

‘이렇게 되면, 스트라이크 존은 몸 쪽에서 공 반 개 정도 줄어든 정도인가?’

전체적인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기준이 서자, 대호는 본격적인 타격 자세를 잡기 시작했다.

대호가 이렇게 준비를 마쳤을 때,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도 두 번째 투구에 들어갔다.

휘익!

‘어? 구속이 좀 느려졌는데?’

홈으로 날아오는 투구를 보던 대호는 패스트볼과는 다르게 속도가 느리단 것을 포착했다.

바깥쪽으로 날아오던 공은 브레이크가 걸리면서 왼쪽으로 꺾여 날아갔다.

‘슬라이더였군.’

첫 번째 타석에선 자신에게 던지지 않았던 구종이었다.

‘굳이 여기서, 지금 타이밍에 바깥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를 왜 던졌을까?’

대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생각해 봤을 때 이 상황에서 유인구, 바깥쪽으로 빠지는 슬라이더를 던질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슬라이더를 던지려고 했다면 몸 쪽으로 파고드는 백도어 슬라이더를 던지는 게 더 효과적이었을 텐데 공 하나를 버린 셈이었으니까.

‘혹시…….’

대호는 무엇 때문에 효과도 적은 바깥쪽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던졌을지 생각을 하다 무언가 뇌리에 스쳤다.

휘익!

따아악!

마운드 위에 있는 맥킬러스가 어떤 공을 던질지 예상한 대호는 자신감 있게 스윙을 가져갔다.

날아온 것은 인코스 하이 패스트볼.

예상하던 공이 예상하던 코스로 날아오자 대호는 자신감 있게 배트를 휘둘렀는데, 한 가지 어긋난 게 있다면 포심 패스트볼이 조금 더 위로 떠올랐다는 점이었다.

그 때문에 배트의 히팅 포인트보다 살짝 위쪽에 맞았다.

대호는 배트에 묵직한 반발력을 느끼며 최대한 밀리지 않도록 팔을 끝까지 휘둘렀다.

다다다다!

대호의 커다란 타구가 대기를 가르며 외야로 날아가자, 휴스턴의 외야수들도 이에 반응해 뛰었다.

우중간으로 날아가는 타구로 인해, 휴스턴의 중견수인 잭 마이어스와 제스 맥코믹이 공을 따라 달려갔다.

텅!

“홈런!”

워닝 트랙을 지나 펜스 앞까지 뛴 중견수 잭 마이어스가 끝까지 타구를 지켜보다 공이 떨어지는 것을 보며 점프를 해 보았지만, 안타깝게도 타구는 펜스 너머로 떨어졌다.

웅성웅성!

대호가 친 타구가 홈런이 되자 미닛 메이드 파크 내 관중들로 인해 경기장이 시끄러워졌다.

마치 수만, 수십만 마리의 벌 떼가 비행을 하는 듯한 소음으로 인해 소란스러워진 것도 잠시, 이곳 휴스턴까지 따라온 오클랜드 슬랙스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한 템포 늦은 것이었지만, 오클랜드의 원정 팬들은 대호의 타구가 홈런이 되었다는 심판의 선언에 그 누구보다 기뻐하였다.

텍사스 3연전에 이어 휴스턴과 3연전 중 두 번째 경기에서도 연속 경기 홈런을 친 것이다.

어제 열 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경신하더니, 오늘 또 한 번 연속 홈런 신기록을 한 경기 늘린 것이다.

이로써 대호는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열한 경기로 경신했다.

첫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던 대호가 두 번째 타석에서 정확하게 투수의 투구를 읽고 기다렸다는 듯이 홈런을 쳤다.

이로써 대호가 휴스턴의 에이스 랜디 맥킬러스에게 약한 것이 아니라,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 해도 정면 대결로는 대호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는 계기가 되었다.

한편 홈팀 휴스턴의 더그아웃은 한 순간에 도서관이 된 것처럼 조용해졌다.

3회까지만 해도 오클랜드의 타자들이 자신들의 에이스인 랜디 맥킬러스에게 막혀 유효타 하나, 볼넷 하나 없이 퍼펙트하게 막혔었는데, 4회 초 타자가 일순하자마자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선 대호에게 홈런을 얻어맞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펑! 펑!

“아웃!”

하지만 대호에게 홈런을 맞았음에도 랜디 맥킬러스는 2번 타자 지미 울프를 맞아 삼구 삼진을 잡아내며, 자신이 왜 휴스턴의 에이스인지 보여 주었다.

지금껏 대호에게 기록을 허용한 투수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대호의 홈런으로 인해 대기록의 희생자가 되기는 했지만, 랜디 맥킬러스는 전혀 흔들림 없는 피칭으로 오클랜드 슬랙스의 타자들을 잡아냈다.

그런 랜디 맥킬러스의 모습에 휴스턴 스트로스의 더그아웃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비록 대호의 홈런으로 1점을 내주긴 했지만, 아직 게임은 초반을 넘어 중반으로 들어가는 중이기에 충분히 따라갈 시간이 있었다.

1:0.

4회 초 대호의 솔로 홈런으로 오클랜드와 휴스턴의 투수전은 일단 오클랜드 슬랙스가 1점 차로 앞서 나갔다.

그런데 이 점수는 9회가 될 때까지 변하지 않았다.

휴스턴 스트로스의 에이스 랜디 맥킬러스는 4회 대호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로 단 한 점도 주지 않았다.

그리고 오클랜드 슬랙스의 에이스 앤디 프랭크 또한 8회까지 2안타와 볼넷 하나를 내주긴 했지만, 위기 상황 없이 잘 던져 점수를 주지 않았다.

9회 초 원아웃, 대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서는 대호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솔로 홈런을 쳤지만, 6회 세 번째 타석에서는 고의 사구로 1루에 걸어 나갔다.

하지만 후속 타자가 별다른 활약 없이 아웃이 되면서 득점을 하진 못했다.

그렇게 랜디 맥킬러스의 투구에 막힌 오클랜드 타자들이 아웃이 되면서 9회에 이르렀다.

‘이번에도 그냥 피할 것인가?’

랜디 맥킬러스의 투구 수는 현재 100구를 넘어 103개를 던진 상태.

이닝이 끝날 때까지 이젠 두 개의 아웃 카운트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 휴스턴은 에이스인 랜디 맥킬러스를 믿고 이번 이닝을 그에게 맡겼다.

또한 오클랜드 슬랙스의 투수 앤디 프랭크 역시 지금까지 잘 막아 내고 있기는 하지만, 106구나 던진 상황에서 힘이 빠졌을 것이란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물론 100구가 넘어갔기에 투수 교체를 할 수도 있지만, 휴스턴의 코칭스태프들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비록 100구가 넘어가긴 했지만, 2안타에 볼넷 하나만 주고 잘 막아 낸 에이스를 굳이 내리진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최소 9회에 어떻게든 동점을 만들고, 연장전으로 끌고 간다는 작전이다.

그렇기에 자신들도 이번 이닝까진 선발인 랜디 맥킬러스에게 맡겨 두고 연장에 들어가면 투수 교체를 한다는 결정을 하였다.

“Walk!”

타석에 있던 대호는 볼넷이 되어 1루로 걸어갔다.

원아웃에 주자 1루가 되었지만, 휴스턴의 더그아웃은 별다른 걱정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대호가 루상에 나가면 불안한 모습을 보였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았다.

그 이유는 지금 마운드 위에 있는 자신들의 에이스가 오클랜드의 타자를 맞아 잘 막아 낼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랜디 맥킬러스 또한 그런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도 했고.

한편 대호는 볼넷으로 1루에 나가자마자 평소와 다르지 않게 2루로 도루를 하기 위해 리드를 가져갔다.

딱!

‘어!’

2번 타자 지미 울프의 타격이 있고 2루로 뛰던 대호는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지미 울프가 친 타구는 안타깝게도 유격수 앞 땅볼이 되었다.

아무리 대호의 발이 빨라도 유격수 글러브에 쏙 들어간 공을 송구하는 것보다 빠를 순 없었다.

퍽!

“아웃!”

퍽!

“아웃!”

더블플레이.

지미 울프가 친 타구는 더블플레이가 되어 오클랜드의 9회 초 공격은 그렇게 잔루 1루를 남기고 끝났다.

9회 말 휴스턴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되었다.

휴스턴의 예상대로 마운드 위에는 오클랜드 슬랙스의 에이스 앤디 프랭크가 올라왔다.

이를 기회라 생각한 휴스턴은 신중하게 공격을 풀어 나갔다.

펑!

“스트라이크!”

살짝 구속이 줄긴 했지만, 아직까지 앤디 프랭크의 구위는 죽지 않았다.

펑!

“아웃!”

앤디 프랭크는 투구 수가 이미 100구가 넘어갔기에 굳이 유인구를 던지기보다는 야수를 믿고 공격적인 투구를 가져갔다.

첫 타자를 삼구 삼진으로 잡은 그는 두 번째 타자를 상대로도 공격적으로 승부를 띄웠다.

펑! 펑! 펑!

안쪽, 바깥쪽 로케이션을 가져가며 승부하자, 타자는 이를 어쩌지 못하고 아웃이 되었다.

이렇게 앤디 프랭크의 공격적인 투구에 마지막 타석에 들어선 휴스턴의 포수 마이어 디아스는 초구에 스윙을 가져갔다.

어차피 투수가 스트라이크 존으로 공을 던진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 또한 공격적으로 초구에 힘을 모든 힘을 실었다.

따아악!

잘 맞은 타구가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스윙을 가져갔던 마이어는 한 동안 자신이 친 타구를 지켜보다 천천히 1루를 향해 뛰었다.

탄도각이 좀 크기는 하지만, 손에 남는 감각을 생각하면 자신이 친 타구가 홈런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조깅을 하듯 가벼운 걸음으로 그라운드를 돌았다.

하지만 대호의 판단은 달랐다.

잘만 하면 잡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다다다!

워닝 트랙을 빠르게 달려간 대호는 펜스를 밟고 뛰어 올랐다.

휘익!

마치 슈퍼맨이라도 된 것처럼 펜스 위로 5m나 뛰어오른 대호는 글러브를 낀 왼손을 쭉 뻗어 올렸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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