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화
― 띠링!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힘 1, 순발력 1, 컨택 1포인트가 향상됩니다. 연속 경기 홈런 세계 기록과 타이기록을 만들었습니다. 힘 1, 순발력 1, 컨택 1포인트가 향상되었습니다.]
* 스케일 70 이상인 스탯은 포인트 두 개를 사용해 1스탯을 올릴 수 있습니다.
‘어?’
막 홈 플레이트를 밟은 순간, 알람이 울렸다.
그동안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는데, 정말이지 오랜만에 듣는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렇게 되면…….’
정신을 차린 대호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
속으로 상태창을 떠올린 대호는 곧바로 자세히 살펴보았다.
<상태창>
이름 : 정대호(22살)
국적 : 대한민국(ROK)
성별 : 남
투타 : 투(우) 타(우)
레벨 : 69
힘 77/77
민첩 71/72
체력 71/72
지능 66/68
정신 67/70
순발력 67/71
컨택 68/70
내구력 69/70
보너스 포인트: 1
그러고 나서 너무나 바뀌어 있는 상태창의 정보에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탯이 70이 넘은 것들은 레벨 업으로 얻을 수 있는 포인트를 두 개 모아야 1을 올릴 수 있었다.
즉 70에서 77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 계산으로도 레벨을 14나 올려야 한다는 뜻.
그런데 그 정도의 수고도 들이지 않고 77을 달성한데다가, 포인트를 6만 더 모으면 80스케일에 도달할 수 있었다.
또한 70이 되지 않았던 컨택도 연속 경기 홈런 세계 기록과 타이를 이루고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세우며 2포인트가 올랐다.
심지어 레벨도 하나 올릴 수 있었다.
그렇게 주어진 보너스 포인트를 어떤 스탯에 올릴지 고민할 것도 없이 대호는 곧바로 아직 70을 달성하지 못한 지능에 포인트를 투자했다.
이제 한 번만 더 투자하면 전 스탯 70달성이었다.
‘다음 레벨 업을 통해서 지능을 찍어 주면, 전 스탯이 스케일 70 이상이 된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지능이나 정신 스탯의 활용법을 알게 된 대호는 하루라도 빨리 레벨 업을 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막 레벨을 올린 만큼 아직 한참 남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
그럼에도 순식간에 바뀐 스탯창을 보던 대호는 오랜만에 흥분을 쉬이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었다.
대호의 흔치 않은 모습을 본 다른 동료들은 신기록 달성에 대한 흥분이라 오해하고 조용히 그의 곁에서 물러났다.
그도 그럴 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흥분한 선수를 자극해서 컨디션에 급격한 변화가 생기게 되면 자칫 선수를 망칠 수도 있었다.
때문에 조심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대호는 주변이 조용해진 것도 눈치채지 못하고 한동안 미소를 지으며 상태창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 * *
“와아아아!”
“내가 잡았다. 내가!”
오클랜드 슬랙스의 오랜 팬인 마이크 더글라스는 자신이 응원하는 팀인 오클랜드가 텍사스 원정을 떠나는 것에 함께 하였다.
아니, 더글라스는 비단 텍사스 원정뿐만 아니라 다음 상대인 휴스턴 스트로스까지 따라갈 계획을 세우고 원정에 동행했다.
그러던 중 팀의 가장 핫한 선수인 대호가 연속 경기 홈런 기록에 도전하고 있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오늘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외야 센터 쪽 좌석을 예매했다.
또한 혹시나 자신이 있는 쪽으로 야구공이 날아온다면 잡기 위해 물고기를 잡을 때나 쓰는 끌채까지 준비해 왔다.
그것이 한 시간 전의 일이다.
하지만 준비물을 완벽하게 갖추고 이곳 글로브 라이프 필드에 들어왔음에도, 사실 마이크 더글라스는 그런 행운을 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4회까지 두 번의 타석에 들어섰지만, 모두 고의 사구로 진루한 정대호.
누가 봐도 텍사스 레이스에서 기록 달성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대결을 피하고 있는 모습이 여실히 보였다.
그 역시 이런 상황에서는 정대호가 오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달성하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작 그 주인공인 대호는 끝까지 기회를 기다린 듯했다.
그리고 홈런을 쳤는데, 더글라스는 무슨 생각에 그랬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저도 모르게 경기장을 울리는 타격음을 들은 순간 들고 있던 끌채를 앞으로 쭉 뻗었다.
물론 그가 뻗은 끌채는 전혀 텍사스의 수비에 방해를 주지 않았다.
그의 자리가 펜스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본능적으로 내민 끌채에 원래 그곳이 제자리인양 홈런 볼이 쏙 들어왔다.
이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그가 소리쳤다.
“내가 잡았다. 내가!”
너무도 흥분해 그는 자신이 무슨 소리를 하는지도 모르고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 * *
“하하하! 정대호 선수가 친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 기록 경신 볼을 잡은 팬이 기쁨의 함성을 지르고 있군요.”
김승주는 저 멀리 카메라에 잡힌 더글라스의 모습을 보며 이야기하였다.
“제가 저 자리에 있었더라도 방금 전 홈런 볼을 잡았다면 저렇게 기뻐할 것입니다.”
하구연 해설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조금은 차분해진 얼굴로 말을 했다.
괜히 하는 말이 아니라, 가치로만 따져도 최소 10만 달러는 넘길 기념비적인 공이 아닌가.
오클랜드 슬랙스 구단 프런트는 물론이고, 선수 개인에게도, 또 메이저리그 사무국 입장에서도 조금 전 화면에 잡힌 야구팬에게서 공을 회수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김승주와 하구연이 중계부스에서 대호가 친 홈런 볼에 대해 떠들고 있을 때,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는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대호의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이 현재진행형으로 이곳 텍사스 레이스의 홈구장에서 쓰이고 있을 때, 오클랜드 슬랙스의 단장 조엘 헌트는 급히 오클랜드에서 텍사스로 날아왔다.
“어떻게 되었지?”
급하게 왔음에도 경기는 벌써 시작된 이후였다.
조엘은 3회 공수 교대를 하기 위해 경기가 중단된 때 자리에 들어섰다.
“3회 초 공격에 타석으로 들어서긴 했는데, 홈런은 아직입니다.”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그 외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함께 선수들과 원정을 왔던 직원이 대답하였다.
“그래? 음…….”
직원의 대답에 조엘은 나직한 신음을 흘렸다.
원래라면 팀의 스코어에 대한 질문을 먼저 했을 것이지만, 현재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의 입장에서 그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다.
바로 구단 소속 선수인 대호가 메이저리그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정 경기 승패야 165게임이나 되는 경기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대호가 도전하고 있는 기록은 메이저리그 사상 최초가 될 수도 있는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이지 않은가.
역대 기록인 여덟 경기 연속 홈런과 타이기록은 세웠다.
이제는 아홉 경기라는 신화에 도전 중이었다.
조엘은 이야기를 들으며 VIP좌석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손님이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그들은 바로 텍사스 레이스의 관계자였다.
텍사스 레이스의 단장 크리스 올과 구단주인 레이스 베이스볼 익스프레스의 관계자였다.
“안녕하시오.”
VIP 부스로 들어선 조엘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텍사스 단장 크리스 올에게 인사를 하였다.
뒤늦게 나타나 인사를 하는 조엘을 보며 크리스 올은 인상을 구겼다,.
조엘이 무슨 이유로 이 자리에 온 것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기록을 갱신한 대호를 보기 위해, 그리고 오늘 신기록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기위해 왔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젠장!’
크리스 올은 속으로 그렇게 욕을 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조엘의 인사를 받았다.
“공사다망한 오클랜드의 단장님께서 여기까진 어쩐 일입니까?”
“하하하, 저희 선수가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갱신했다고 해서 축하하기 위해 왔습니다.”
무슨 뜻으로 텍사스의 단장이 자신에게 시비조로 말을 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는 조엘은 웃는 낯으로 대답을 하였다.
그렇게 간단하지만 칼날이 섞인 대화를 주고받은 조엘과 크리스 올은 잠시 휴전을 하고 경기를 보았다.
두 사람이 휴전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VIP 부스 안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호! 대호가 뭔가 하려나 보군.’
5회 초 세 번째 타석에 들어선 대호가 연속해서 들어오는 볼을 지켜보다 볼카운트가 3B 노 스트라이크가 된 순간부터 커트하여 파울볼을 만들어 내는 것이 보았다.
그러기를 잠시.
따아아악!
커다란 타격음이 글로브 라이프 필드를 울렸다.
벌떡!
드르륵! 텅!
커다란 타격음에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난 조엘은 의자가 쓰러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눈으로 공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을 쫓아갔다.
‘제발! 제발!’
조엘은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그렇게 간절히 대호가 친 타구가 홈런이 되길 기도했다.
그와 옆자리에 앉아 있던 텍사스 레이스의 단장 크리스 올도 조엘처럼 벌떡 일어나긴 했지만, 속마음은 정반대였다.
타구가 외야에서 수비수에게 잡히길 기대했으니 말이다.
“톰슨, 제발! 제발!”
작은 목소리로 중견수인 바바 톰슨의 이름을 부르며 그가 제발 대호의 타구를 잡아 주길 기원했다.
어제 맞은 홈런은 그래도 타이기록에 불과하지만, 오늘 홈런은 두고두고 회자될 신기록이었기에 크리스 올은 불안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야구의 신은 그런 크리스 올의 기도를 외면했다.
아니, 어쩌면 옆에 있는 조엘의 기도를 더 감명 깊게 들었는지 대호가 친 타구는 외야 펜스를 넘어갔다.
대호의 타구가 홈런이 되는 모습을 확인한 조엘은 급히 자신의 뒤쪽에 자리한 비서인 크리스 마틴을 돌아보며 지시를 내렸다.
“크리스! 어서 움직여!”
크리스란 호명에 텍사스 레이스의 단장 크리스 올이 순간 움찔하였다.
하지만 곧 오클랜드 슬랙스 단장인 조엘의 비서 이름이 크리스란 것을 깨닫고 붉어진 얼굴로 조엘과 그의 비서를 돌아보았다.
‘젠장! 하필…….’
자신과 이름이 같은 오클랜드 슬랙스 단장 비서를 보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크리스 마틴은 단장의 지시를 받고 바로 VIP 부스를 나섰다.
경기장 스크린에 조금 전 대호의 홈런이 계속해서 재생되고 있고, 대호가 친 홈런 볼을 잡은 야구팬의 모습이 함께 흘러나왔다.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 입장에선 그 사람에게서 어떻게든 공을 확보해야만 했다.
대기록에 취해 흥분해 있을 때 확보해야 조금이라도 적은 비용을 들이기에 크리스 마틴의 발걸음은 조금씩 더 빨라졌다.
* * *
「정대호! 메이저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쓰다.
텍사스 레이스와 3연전을 치르기 위해 텍사스로 원정을 떠났던 오클랜드 슬랙스의 간판타자 정대호(22) 선수. 그는 어제 원정 두 번째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 기록과 타이기록을 세운데 이어, 오늘 낮에 치러진 원정 세 번째 경기에서 메이저리그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1, 3회 초 두 타석에서는 고의 사구로 물러났지만, 4회 초 세 번째 타석에서 3B 2S 풀카운트 승부에서 투수의 실투를 그대로 받아 쳐 홈런을 만들어 냈습니다. 정대호 선수는 이날 4타석 2타수 2안타 홈런 1개로 아홉 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한 것은 물론이고 타점 또한 얻어 내며 팀의 승리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사진 : MVP 인터뷰에서 리포터이며 아내인 한나 정을 끌어안는 정대호 선수의 모습.
대한스포츠 박은혜 기자」
⤷ 지렸다.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신기록 달성!
⤷ 아홉 경기 연속 홈런? 대박!
⤷ 주모! 셔터 내려!
⤷ 나 참. 그거 KBO에서 2010년에 벌써 나온 기록 아닌가?
⤷ 그러게. 20년도 전에 벌써 나온 기록인데, 졸라 빨아 대네!
⤷ 무식한 새X들. 저긴 MLB잖아! 메이저리그에선 그동안 여덟 경기가 최고였다.
⤷ 그러게. 위에 야알못들, 크보하고 메이저리그 구별을 못하고 있네!
⤷ 정대호, 메이저 신기록. 그리고 세계 기록도 타이기록이다!
⤷ 와… 정대호 이제 겨우 스물두 살이라고 하던데, 이러면 올 겨울 연봉 협상 들어가면 얼마를 받게 될까?
텍사스 레이스와 원정 세 경기가 끝난 직후, 신속하게 올라간 메이저리그 소식으로 인해 대한민국은 난리가 났다.
미국에서 날아온 메이저리그 소식으로 인해 야구팬은 물론이고 야구에 대해 잘 모르던 국민들까지 대호의 세계 신기록 갱신과 메이저리그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에 대해 떠들었다.
그리고 일부 팬들은 서비스 타임이 끝나는 올 시즌, 내년 2034시즌 연봉 협상 때 얼마나 벌어들일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