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화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청년 또 한 번 기적을 쏘다. 2탄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오클랜드 슬랙스와 LA데블스의 개막 2차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날 오클랜드 슬랙스의 정대호 선수는 개막전 1회 말 첫 타석에서 예고 홈런을 쳐, 홈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4차석 3타수 3안타 2홈런과 2루타, 그리고 볼넷을 기록하며 대활약을 펼쳤다. 전날에 이어 다시 한번 첫 타석에서 예고 홈런을 친 정대호 선수는 인터뷰를 통해 더욱 팬들을 흥분시켰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린 팬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이벤트를 한 것인데, 그게 통한 것 같습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정대호라는 선수가 어린 팬들에게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고, 또 그가 얼마나 야구를 진지하게 대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정대호 선수는 이날 2033시즌 첫 힛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하며 타자로써 또 한 번 기록을 세우게 되었다.
대한스포츠 박혜나 기자」
기사가 나가고 기사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특히 자신의 메이저리그 통산 108번째 홈런 볼이자 시즌 3호 홈런 볼을 여자 친구의 완쾌를 기원하며 대호의 사인을 받으러 왔다는 찰리라는 꼬마 아이에게 선물한 것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 와 씨, 찰리라고 했나? 이제 겨우 일곱 살이라고 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또 아픈 아이의 완쾌를 위한 예고 홈런이라니……. 꼬마도 그렇고 대호도 그렇고 둘 다 대단하다.
⤷ 킹갓엠페러충무공지저스인크레더블 대호! 대호는 신이야! 야구의 신! 아이들의 신!
⤷ 맞아!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 또 아이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예고 홈런을 시도하다니. 아프다는 아이도 완쾌하고 대호도 흥해라!
많은 사람들이 기사를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일곱 살 찰리의 이야기, 그리고 찰리의 사연을 듣고 리스크가 많은 예고 홈런이란 퍼포먼스를 보여준 대호 두 사람을 모두 칭송하는 글뿐이었다.
물론 모든 댓글이 대호나 어린 찰리에 대한 칭찬만을 남기지는 않았다.
어디에나 모든 것을 삐딱하게 보는 이가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건 모두 소수의 의견일 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칭찬하기 바빴다.
* * *
쪽! 쪽! 쪽!
대호는 경기를 마치고 집에 들어오자마자 입구에서부터 아내에게 키스 세례를 받았다.
“자긴 정말 대단해!”
쪽!
말을 하면서도 중간 중간 키스하는 기술을 선보이는 한나였다.
“뭘, 이정도 가지고! 내가 약속했지?”
“응!”
“이번 시즌에 내가 대기록을 세울 것이라고. 그러니까 한나는 내가 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봐 줘!”
대호는 자신의 품에 안긴 아내를 내려다보며 그렇게 이야기를 하였다.
옆에서 자신이 세울 기록을 지켜봐 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다시 들린 한나의 말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물론 언제나 자기 곁에 있을 거야! 그런데 내가 대단하다고 한 것은 다른 게 아니라…….”
아내인 한나가 대호에게 대단하다고 했던 이유는 경기 중 힛 포 더 사이클을 기록해서 그런 게 아니라, 바로 어린 야구팬에게 대호가 보여 준 진정성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아픈 여자 친구가 빨리 회복되길 기원하고, 또 함께 야구 경기를 보러 올 수 있게 여자 친구가 가장 좋아하는 스타인 대호의 사인을 받으러 왔다는 사연.
그것을 듣고 흔쾌히 사인을 해 준 것은 물론이고 예고 홈런 퍼포먼스에 이어 그 홈런 볼까지 전달했다는 점에 감동한 것이었다.
한나가 생각하기에 이 스토리는 너무나 낭만적이었다.
어린 팬을 위해 예고 홈런을 치고 홈런 볼의 주인이 된 꼬마 역시 자신만의 스토리를 가지고 야구장을 찾았다는 게 꿈 많은 10대 때 읽었던 로맨스 소설의 한 부분 같아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그런 거였어? 그런 거라면 내가 한나를 위해서 더한 것도 보여 줄 수 있어. 기대해!”
자신이 잠시 오해를 하기는 했지만, 얼른 그것에 대해 오해를 풀고 더 나아가 아내인 한나를 위해서라면 더한 퍼포먼스도 보여 줄 수 있다고 이야기를 하였다.
그런 대호의 말에 한나는 더욱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대호를 보다 다시금 키스 세례를 퍼부었다.
“사랑해!”
“나도 사랑해 한나!”
* * *
미국 메이저리그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에 속한 오클랜드 슬랙스는 개막전을 시작으로 무섭게 질주하며 광폭 행보를 보여 주었다.
개막전 LA데블스와의 3차전을 시작으로 홈 6연전에서 모두 승리하고, 텍사스로 원정 경기를 떠났다.
“안녕하십니까? 메이저리그 야구팬 여러분! KBC스포츠의 김승주 인사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해설 하구연 인사드립니다.”
2033시즌에는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오클랜드 슬랙스에 소속된 대호 혼자라 메이저리그 송출권을 구매한 KBC스포츠 채널로서는 어쩔 수 없이 오클랜드 슬랙스를 중심으로 중계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대호가 속한 경기가 최우선이 되는 것이었고 말이다.
“메이저리그가 개막한지도 벌써 일주일이 지나 2주차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하하! 2주차에 들어선 메이저리그. 참으로 볼 것도 많고 기록들도 나오고 있는데, 오늘의 관전 포인트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경기가 시작되기 전 김승주는 아나운서로써 팬들의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를 던졌다.
“관전 포인트라면… 아마도 오클랜드 슬랙스의 정대호 선수에 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대호 선수요? 어떤 요인 때문에 그렇습니까?”
김승주는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궁금해 할 시청자들을 위해 대신 질문하였다.
“예. 그것은 바로 정대호 선수의 홈런입니다.”
“홈런이요? 그게 무슨?”
하구연 해설의 이야기로 따지면, 오늘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다름 아닌 정대호의 홈런기록에 관한 것이었다.
지난 주 여섯 번의 경기에서 대호는 매번 홈런을 쳤다.
멀티 홈런을 기록한 경기도 한 번이 있어, 총 일곱 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현재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부분 1위에 랭크되어 있었다.
이는 대호가 속한 아메리칸리그뿐만 아니라 내셔널리그까지 포함된 수치였다.
“정대호 선수가 벌써 시즌 7호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데, 오늘까지 홈런을 친다면…….”
아나운서인 김승주는 홈런 개수에 집중을 하여 이야기를 하였다.
하지만 야구 해설인 하구연은 다른 부분을 꼬집었다.
“홈런 개수 역시 중요한 기록은 맞습니다. 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것입니다.”
“다른 것이라뇨?”
하구연 해설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린 김승주가 물었다.
자신이 모르는 어떤 것이 있는지 물어본 것이다.
“아직 좀 이르긴 하지만, 현재 정대호 선수가 여섯 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지 않았습니까?”
“그렇죠. 개막전에는 두 개의 홈런을 때려 멀티 홈런을 치기도 했고요.”
아직도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짐작도 되지 않아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하구연 해설을 쳐다보는 김승주였다.
“허허, 아직도 제 말속에 있는 뜻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으니 그냥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하구연 해설은 조금 전 관전 포인트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프로야구를 하는 나라들 중 여러 홈런 기록이 있습니다. 그 중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는 기록이 바로 열 경기 연속 홈런 기록입니다.”
“아!”
열 경기 연속 홈런 기록이란 말에 김승주는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탄성을 질렀다.
“그러고 보니 저번 주까지 여섯 경기 연속 홈런을 쳤으니…….”
“맞습니다. 열 경기까지는 아직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오늘도 홈런을 때린다면, 또 이번 텍사스 레이스와의 3연전에서 모두 홈런을 기록한다면 아홉 경기 연속 홈런과 타이 기록을 세우는 셈이죠. 이후 다음 시애틀 마린스와의 원정 경기에서도 홈런을 친다면 세계 기록을 경신하는 겁니다.”
“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승주는 저도 모르게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며 탄성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200년이 넘어가는 야구의 역사에서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은 대한민국 프로야구 선수였던 이대호의 아홉 경기가 최고 기록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1956년 데일 롱, 1987년 돈 매팅리, 1993년 켄 그리피 주니어가 세운 여덟 경기 연속 홈런이 최고였고 말이다.
하지만 이런 연속 경기 홈런 기록을 보유한 선수들은 모두 각국에서 전설적으로 꼽히는 이들이었다.
반면 정대호는 올해 3년차인 야구 선수였고 말이다.
김승주는 대호가 벌써 야구 역사의 대기록에 도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두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TV 중계를 통해 듣고 있던 야구팬들도 깜짝 놀란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 * *
텍사스 레이스의 홈구장, 글로브 라이프 필드 내 원정팀 로커 룸.
이곳은 텍사스 레이스와 경기를 치를 상대 팀이 사용하는 시설로 무척이나 지저분했다.
하지만 오늘 텍사스 레이스와 상대할 오클랜드 슬랙스의 선수들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느꼈다.
그도 그럴 것이, 원정팀의 기를 죽이기 위해, 또 컨디션을 떨어뜨리기 위해 그러는 것을 다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클랜드 슬랙스도 홈에서 원정 팀에게 주는 로커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기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와! 여긴 언제 와도 지저분하네.”
다만 브렛은 로커 룸에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입이 2인치나 튀어나온 채 불만을 토로하였다.
“원정팀 라커가 다 이렇지, 뭘 투덜대!”
브렛의 뒤를 따라 로커로 들어서던 켈리가 한 마디 하였다.
마이너리그에서 올라온 지 이제 겨우 2주밖에 되지 않았기에 켈리는 지저분한 광경에도 그다지 불만이 없었다.
“그나저나 대호, 오늘도 자신 있어?”
켈리는 자신에게 분배된 로커에 물건을 넣고 있는 대호를 보며 물었다.
“무슨 자신?”
자신을 보며 자신 있냐는 질문을 하는 켈리에겐 시선도 주지 않고 물었다.
“당연히 홈런 얘기지.”
“켈리! 그건 결례야!”
대호에게 오늘도 연속 경기 홈런을 칠 것인지 물어보자, 곧바로 홈런 브레드가 켈리에게 주의를 주었다.
“아! 죄송합니다.”
“나한테 사과할 것이 아니라 대호에게 해야지.”
다른 때는 대호를 인크레더블이라며 장난스럽게 불렀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대기록을 써 가고 있는 선수에게 부담을 주는 행위는 불문율이었기에 주장으로써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하하, 주장. 전 상관없어요.”
자신의 짐을 모두 정리한 대호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상관없다는 대답을 하였다.
“응?”
“주장이 무슨 뜻으로 켈리에게 주의를 주는 것인지 잘 알지만, 저한테 그런 불문율 같은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요.”
“그래?”
“네. 차라리 평소처럼 자연스럽게 대해 주는 것이 기록 향상에는 더 좋아요.”
대호는 별것 아니란 듯 연속 경기 홈런 기록 도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였다.
“흠, 역시나 대호는 인크레더블이라니까!”
“맞아! 빅 타이거는 인크레더블이야!”
여기저기서 인크레더블이란 말이 나왔다.
팀 내에선 대호를 부를 때 브렛이나 켈리처럼 아주 친한 사이라면 한국식으로 대호라 부르지만, 주장인 홈런 브레드의 영향력을 많이 받은 고참 선수들을 비롯해 많은 이들은 대호를 인크레더블이라 불렀다.
그 비중은 빅 타이거라 부르는 선수들이나 대호라고 한국식으로 부르는 선수들보다 월등히 많았다.
사실 이러한 호칭은 대체로 대호와의 관계 정도에 따라 달랐는데, 조금 전에도 언급을 했듯 대호와 친구 관계에 있는 브렛이나 켈리 등은 한국식으로 대호라 부르고 있다.
그리고 팀에 오래 있었던 고참급들은 대호와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조금은 장난스럽게 부르는 주장의 영향으로 인크레더블이라 불렀다.
마지막으로 대호의 또 다른 닉네임이자 영어식 이름인 빅 타이거의 경우, 고참까지는 아니지만 대호보다 몇 년 먼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선수나 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로 온 이들이 부르는 이름이었다.
그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라이언 헤밀턴이었다.
그런데 라이언도 점점 대호와 친해지면서 대호란 이름과 빅 타이거란 네임을 기분에 따라 혼용해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