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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153화 (153/209)

153화

잠깐 흔들렸던 오클랜드 슬랙스의 선발 레프리 그로스는 두 번째 타자를 맞아 신중하지만 과감하게 투구를 하였다.

펑!

“스트라이크!”

두 번째 투구는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타자 몸 쪽으로 파고드는 변화구였다.

“파이팅!”

흔들리던 투수가 정신을 차리고 타자와 과감한 승부를 하자 대호는 뒤에서 큰 목소리로 투수의 힘을 북돋았다.

휘익!

대호의 응원에 힘을 얻은 레프리 그로스는 연속해서 변화구를 던졌다.

멘탈이 회복된 레프리 그로스의 공은 매우 위력적이었다.

LA데블스의 타자가 온 힘으 다해 스윙을 가져갔지만, 빗맞은 타구가 나왔으니까.

딱!

배트 윗부분에 맞은 타구는 공중에 높이 뜨며 멀리 뻗지 못하고 내야 플라이가 되었다.

“아웃!”

“와아아!”

5회 초 첫 타자 안타에 이어 흔들리던 레프리 그로스, 하지만 정신을 차린 그의 투구 변화에 LA데블스의 두 번째 타자는 무력하게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LA데블스 세 번째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과감하게 초구에 배트를 돌렸다.

따아악!

바깥쪽으로 흘러가는 슬라이더였는데, 투수가 이번 회에 투구 변화를 꾀하여 변화구 승부를 본다는 것을 깨닫고 작전에 말리기 전 먼저 승부를 본 것이다.

그런 타자의 승부가 통했는지, 배트 중심에 맞은 타구는 외야를 향해 날아갔다.

한편 타자가 친 타구의 방향을 확인한 대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펜스를 향해 달렸다.

다다다다.

빠른 속도로 펜스를 향해 날아가는 타구에 뉴슬랙스 볼파크를 찾은 야구팬은 모두 숨을 죽였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팬은 제발 대호가 타구를 잡기를 기원했고, LA데블스의 원정팬은 0:4로 뒤지고 있는 현재 원아웃에 주자 1루 상황의 기운을 잇기를 원했다.

만일 여기서 홈런이 나오면 2점을 따게 된다.

4점은 5회 이후 후반부가 되면 따라가기 힘들지만, 2점 차는 얘기가 달랐다.

그렇기에 LA데블스 팬은 속으로 제발 홈런이 되길 바랐다.

스윽.

워닝 트랙을 넘은 대호는 고개를 돌려 타구를 확인했다.

‘옳지!’

자신이 판단한 것이 맞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대호는 조금 속도를 줄였다.

그리고 타구가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자세를 잡았다.

탓!

펜스 앞에서 타이밍 맞춰 점프를 한 대호의 왼손에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달리던 타이밍에 맞춰 펜스를 밟고 점프를 한 대호의 왼손 글러브에 타자가 친 타구가 수체구멍에 물이 빨려 들듯 들어갔다.

“아웃!”

대호는 급히 땅에 착지하자마자 바로 1루로 송구를 하였다.

한편 1루에 있던 주자는 타자가 친 타구를 보며 홈런을 확신했는지, 타격음을 듣고 빠르게 질주를 하며 2루 베이스를 돌아 3루까지 달렸다.

그러다 양손을 앞으로 푸시를 하며 손짓을 하는 3루에 나가 있던 주루 코치의 모션에 당황해 고개를 돌렸다.

홈런이라 판단한 타구라서 전력 질주하는데, 주루 코치가 이상한 손짓으로 되돌아가라고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그의 눈에 놀라운 장면이 포착되었다.

‘뭐, 뭐야!’

타구 방향으로 중견수가 펜스를 밟고 점프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멈칫한 주자는 타구의 향방을 보기 위해 속도를 줄였다.

‘어!’

그의 눈에 홈런이 되어야 할 타구가 중견수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가는 모습이 보인 것이다.

‘Damn!’

타구가 수비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 주자는 급히 오던 길을 되돌아갔다.

하지만 아무리 빠른 주자라 하지만 대호가 전력으로 던진 공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주자는 1루를 눈앞에 두고 공이 1루수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퍽!

“아웃!”

무심한 1루심의 아웃 판정에 주자는 황당한 표정을 하고 자리에 멈췄다.

“쓰리 아웃 체인지!”

1루 주자가 돌아오지 못하고 아웃이 되면서 LA데블스의 좋았던 분위기는 바로 초상집이 되었다.

“우와아아!”

“대호! 대호! 대호!”

중요한 순간에 보살이 나오면서 공수 교대가 되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대호의 이름이 연호되었다.

탁!

“고맙다. 빅 타이거!”

홈런 브레드가 대호를 닉네임인 인크레더블이라 부르는 것처럼, 레프리 그로스는 대호를 영어식 이름인 빅 타이거로 부르고 있었기에 그의 이름을 부르며 고맙다 인사를 하였다.

“팀이니까 당연한 거죠.”

자신의 엉덩이를 글러브로 살짝 두드리며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레프리 그로스에게 대호는 당연한 것이라 말하고는 더그아웃 안으로 들어가 얼른 자신의 배트를 가지고 나갔다.

5회 말 오클랜드 슬랙스의 공격에서 대호는 두 번째 타순이었다.

대기 타석에 들어가기 전 대호는 더그아웃 뒤쪽에 앉아 있는 찰리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러고는 찰리를 불러 준비했던 것을 던져 주었다.

“헤이, 찰리!”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찰리는 얼른 고개를 내밀고 대호를 쳐다보았다.

“자, 선물이다. 잘 간직해!”

준비했던 홈런 볼을 찰리에게 전달한 대호는 곧바로 대기 타석으로 들어갔다.

그런 대호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찰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공을 보고, 정체를 확인하자 깜짝 놀랐다.

“아빠! 여기 봐요. 대호의 예고 홈런 볼이에요.”

아들의 흥분한 목소리에 두 손에 들린 공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건 비단 찰리의 아빠뿐만 아니었다.

주변에 있던 오클랜드 슬랙스의 팬들 모두의 시선이 찰리의 두 손에 몰려들었다.

“정말이잖아! 대호가 첫 타석에서 예고 홈런을 친 바로 그 공이야!”

찰리의 아빠인 아담도 아들의 손에 들려 있던 야구공에 적혀 있던 글의 내용을 읽고 깜짝 놀랐다.

처음에는 그저 단순하게 사인 볼을 하나 더 준 것이라 생각했는데, 정체를 깨닫자 놀랐다.

게다가 공에 적힌 내용을 읽은 뒤로 아담은 너무도 감동하고 말았다.

경기 시작 전 경기장 입구에서 사인을 해 주고 사진까지 찍어 준 것만 해도 감사할 일인데, 이렇게 홈런 볼까지 찾아 건네준 것에 감독한 것이다.

그리고 사연을 듣게 된 주변 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박수를 쳤다.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에 이렇게 인성이 훌륭한 선수가 있다는 것에 감사했고, 또 작은 사연을 잊지 않고 응원해 주는 것에 감동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순식간에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대호! 대호! 대호!”

대기 타석에서 준비하고 있던 대호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직 자신의 타순이 아님에도 관중석에서 자신의 이름이 크게 울렸기 때문이다.

‘뭐, 뭐야?’

느닷없이 울린 커다란 환성에 타석에 있던 타자도 마운드에 있던 투수도 놀라 순간 멈춰 버렸다.

갑작스러운 소란에 잠시 경기가 중단되기는 했지만, 금방 경기는 속개되었다.

비록 자신의 이름은 아니었지만, 홈팬의 열렬한 응원에 9번 타자 로렌스 버틀러는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실로 오랜만에 주전으로 경기에 출전을 하였다.

아직 겨우 개막 2일차 경기긴 하지만, 로렌스는 시범 경기 열 번 중 주포지션인 우익수로 나갈 기회를 좀처럼 잡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외야수 중 중견수의 자리는 대호에 의해 감히 넘볼 수 없는 포지션이 된 상황.

즉, 남은 외야수들에겐 좌익수와 우익수 포지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의 경쟁자인 시몬 몬데스와 JJ 스티븐이 외야의 모든 포지션이 가능한 반면, 로렌스는 좌익수 수비가 조금 떨어지는 게 문제였다.

그 때문에 시범 경기에서는 주로 좌익수 백업 멤버인 JJ 스티븐이 출장했고, 로렌스는 고작 교체 멤버로 세 번 나선 게 전부였다.

심지어 어제 개막전에서도 경쟁 상대가 출전하였다.

물론 감독 마이크 케세이는 JJ 스티븐과 그를 플래툰 시스템으로 병행해서 활용하겠다고 했지만, 전적으로 믿지 않았다.

‘나 같아도 멀티 포지션이 되는 선수를 쓰지. 하지만…….’

로렌스도 경쟁자보다 수비력이 한 수 아래라는 건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격력 만큼은 JJ 스티븐보다 뛰어나다고 자신했다.

‘기회가 있을 때 내 타격 능력을 증명해야 해!’

하지만 오늘 첫 타석에서 그리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니 이번 두 번째 타석에서는 어떻게 해서라도 안타를 치고 진루를 해야만 했다.

따악!

로렌스의 절실함이 통한 듯했다.

그는 성급하게 배트를 내지 않고 끝까지 참으며 투수가 던진 공을 끝까지 지켜보며 스윙했다.

타다다다!

LA데블스의 선발 앤더슨 타일러가 비록 4점을 내주긴 했지만, 아직 공에 힘이 남아 있었다.

그런 앤더슨을 상대로 올해 겨우 주전 경쟁에 뛰어든 로렌스가 상대하는 것은 살짝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았다.

다만 자신도 뭔가 보여 주겠다는 마음이 간절했는지, 로렌스의 적극적인 스윙은 기적을 만들어 냈다.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1, 2루 간을 가르며 우익수 방면으로 굴러갔다.

“와아아아!”

1, 2루 간을 뚫고 우익수 앞에 굴러간 타구였지만, 로렌스는 2루까지 뛰지 못하고 1루에 멈췄다.

이는 1루 선상에 나가 있는 주루 코치의 선택이었는데, 다음 타자가 팀에서… 아니,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핫한 타자였으니 굳이 어렵게 승부수를 띄우기보단 대호를 믿기로 하여 1루에 멈춰 세운 것이다.

9번 타자 로렌스가 우익수 앞 안타로 1루에 진루를 하자 뒤이어 경쾌한 팝 음악이 울리며, 대호의 등장을 알렸다.

그리고 이런 대호의 테마곡이 경기장 안에 울리자 다시 한번 경기장 안은 대호의 이름으로 가득했다.

“대호! 대호! 대호!”

5회 말, 노아웃에 주자 1루, 타자는 오늘 2타수 2안타 1홈런의 대호였다.

안타도 단타가 아니라 장타인 2루타를 기록한 상황.

그러니 오클랜드 슬랙스의 팬 입장에서 대호의 등장에 환호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혼자서도 잘하지만, 타자가 진루해 있으면 더욱 강력해지는 대호의 위력을 알기에 팬들은 열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세 번째 타석에서도 대호는 홈런은 아니지만 주자를 불러들이는 3루타를 만들어 냈다.

따아악!

잘 맞은 타구는 우익수 깊은 곳에 떨어졌다.

타다다다.

대호가 친 타구를 쫓던 LA데블스의 우익수 마이키 모니악은 타구만 쫓다 그만 펜스를 보지 못하고 부딪혔다.

그 바람에 잠시 공의 방향을 잡지 못해 시간을 허비하고 말았다.

이런 수비수의 실수에 힘입어 대호는 2루를 돌아 3루까지 뛰었다.

만약 조금만 더 마이키가 공을 찾는데 시간을 허비했더라면 대호는 3루가 아닌 홈까지 뛰었을 것이다.

그만큼 대호의 발이 빨랐기에 홈에서 좋은 승부를 볼 뻔 했지만, 이는 3루 주루 코치의 만류로 인해 불발되었다.

만약 주루 코치가 대호를 막지 않았다면, 어쩌면 시즌 초에 보기 드문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나오는 진풍경이 나왔을지도 몰랐다.

그것도 예고 홈런과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한 경기, 그리고 한 선수에 의해 달성되는 순간이 나왔을 수도 있지만, 시즌 초인데다가 5점이나 앞서 나가는 상황에서 굳이 팀의 핵심 선수가 무리할 필요는 없다는 코칭스태프의 판단으로 막힌 것이었다.

“대호! 대호!”

3루에 있는 대호를 보며, 오클랜드 슬랙스의 팬들은 환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대호의 기록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 * *

따아악!

쭉 뻗어 나가는 타구가 보였다.

“정대호 선수, 쳤습니다.”

“오오, 정대호 선수. 지금 공의 탄도각이 아주 좋습니다.”

김승주와 하구연은 방금 대호가 친 타구를 보며 소리쳤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멀티 홈런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타구의 발사각도 무척이나 좋았다.

다만 살짝 높이가 있는 우익수 방향이란 점이 살짝 아쉬웠다.

“오오오!”

타구가 길게 뻗어 나갈수록 그들의 입에서 나오는 감탄사는 길어졌다.

하지만 타구는 아쉽게도 홈런은 아니었다.

“정대호 선수가 친 타구는 우측 펜스 상단에… 어!”

“LA데블스의 우익수, 펜스를 보지 못하고 펜스에 충돌했습니다. 큰 충격을 받았는지 타구의 방향을 놓쳤습니다.”

LA데블스의 우익수 마이키 모니악이 펜스에 충돌한 충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잠시 멍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의 정대호 선수, 2루를 지나 3루로 뜁니다.”

“이러다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 나오는 것 아닙니까?”

“아! 아닙니다. 아쉽게도 3루에 있는 주루 코치가 막아 세웁니다.”

김승주는 3루에 멈춘 대호를 보며 아쉽다는 듯 탄식을 하였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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