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화
오후 훈련을 마치고 잠시 숙소의 침대에 누운 대호는 오랜만에 자신의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
이름 : 정대호(21)
국적 : 대한민국(ROK)
성별 : 남
투타 : 투(우) 타(우)
레벨 : 68
힘 75/76
민첩 70/72
체력 70/72
지능 67/67
정신 69/69
순발력 67/69
컨택 68/68
내구력 65/68
보너스 포인트 : 5
퀘스트 : 일일 퀘스트(1)
재능 : 평원을 달리는 전령, 목인방의 통과자, 내가 홈런왕이다(Lv.5), 그라운드의 대도(Lv3) ― 70을 초과한 스탯은 보너스 포인트 2를 투자해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몇 개월 만에 확인한 자신의 상태창을 보고 대호는 깜짝 놀랐다.
전에는 표시되지 않던 것까지 보였기 때문이다.
‘저건……?’
오른쪽에 있는 것은 자신의 현 스탯이었고, 왼쪽에 있는 건 지금 몸 상태에 따라 낼 수 있는 세부적인 지표인 듯했다.
오늘 스프링캠프에서 조금 부족하게 느껴졌던 것들이 최대 스탯보다 조금씩 부족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게 내 상태를 더 객관적으로 볼 수가 있으니 좋을 것 같은데?’
레벨 업을 하고 얻은 보너스 포인트가 다섯 개나 되었다.
대호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스탯을 올리는데 사용했다.
‘힘이나 민첩, 그리고 체력은 굳이 올릴 필요가 없겠군. 그러면…….’
상태창의 스탯을 살피던 대호는 어디에 올릴지를 결정하였다.
‘일단 현재 가장 필요한 내구도부터 올려야겠다.’
한 시즌 165경기나 치러야 하는 장기 레이스인 메이저리그였기에, 현재 가장 필요한 스탯이 내구도라는 판단을 내린 것이었다.
‘우선 내구도에 2포인트, 그리고 69인 정신과 순발력에 각각 1포인트씩.’
다섯 개의 보너스 포인트를 사용해서 최대 스탯을 70까지 맞추어 주었다.
이로써 70을 돌파한 스탯은 힘, 민첩, 체력, 정신력, 순발력, 그리고 내구력까지 여섯 개나 되었다.
‘남은 포인트 한 개는 어디에 줄까?’
이제 남은 것은 하나.
대호는 그것으로 어떤 스탯을 올릴지 궁리했다.
보통 때 같았으면 그냥 컨택에다 투자했겠지만, 왠지 그러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 지능을 찍어 주자.’
감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알 수 없는 느낌에 대호는 마지막 포인트를 지능에 투자했다.
이로써 지능 스탯은 67에서 68이 되었다.
모든 보너스 포인트를 스탯을 올리는 데 사용하자, 대호는 몸 상태가 또 한 번 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똑똑똑!
막 올라간 신체 능력을 한 번 점검해 볼 찰나,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대호가 대답하자마자, 친한 동료이자 친구인 브렛의 목소리가 들렸다.
“대호, 뭐 하고 있어? 어서 나와!”
문 너머로 브렛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대호는 아차 싶었다.
‘아! 같이 저녁 먹기로 했었지.’
2033시즌 스프링캠프가 오늘로써 끝나고 곧 시범 경기에 들어간다.
그런데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살아남은 선수들 중 기존 오클랜드 슬랙스의 선발진과 백업 선수도 있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초청 선수로 불려온 선수도 몇 명이 있었다.
그들은 시범 경기까지 함께 가기로 했는데, 그중 대호와 인연 있는 선수가 있어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저녁을 함께하기로 했었다.
* * *
웅성웅성!
넓은 식당 안, 많은 사람으로 조금은 소란스러웠다.
하지만 식사를 하는 사람들의 표정은 무척이나 밝았는데, 이들 대부분이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메이저리그 구단 소속 선수들로 장장 한 달여에 걸친 스프링캠프 기간을 뚫고 살아남았기 때문이었다.
“켈리, 다시 한번 축하해.”
대호는 자신의 맞은편에 앉은 켈리 달튼을 보며 축하를 하였다.
켈리 달튼과는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서 만나 함께했었는데, 트리플A에 콜업 되었을 때 처음 맞아 준 동료이기도 해, 다른 선수들 보다 더 친했었다.
그런데 불과 두 시즌 만에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너무도 반가웠다.
다만 재회한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스프링캠프 기간에는 그것을 쉽게 표시할 수는 없었다.
대호가 그런 반응을 보여 준 이유는 괜히 주전 선수와 마이너리그 초청 선수가 가깝게 지내는 것을 다른 선수들이 본다면, 켈리 달튼이 왕따를 당할 수도 있어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도 되었다.
켈리가 스프링캠프 기간에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고마워, 대호.”
불과 한 달을 조금 넘는 기간 동안 함께했을 뿐인데, 아직도 자신을 기억하고 축하를 해 주는 대호에게 켈리는 너무도 고마움을 느꼈다.
“켈리, 그런데 언제 포지션을 바꾼 거야?”
대호는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서 유격수를 보았던 켈리가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3루를 본 것에 대해 물어보았다.
사실 기존에 하던대로 유격수를 보았더라면, 아마 진작 마이너로 내려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런데 포지션을 3루수로 변경함으로써, 스프링캠프에서 살아남아 시범 경기까지 나가게 되었다.
“음… 그게 말이지. 사실 오래 전부터 코치에게 권유를 받고 고민하고 있던 건데, 재작년 후반기에 본격적으로 연습을 했어.”
켈리 달튼의 말은 이랬다.
대호가 메이저리그로 콜업 되어 올라가면서 고민이 많았다는 것이다.
유격수로써 수비는 잘 보지만, 너무 수비에만 신경 쓰는 나머지 공격 부문에서 성적이 오르지 않았다.
대호가 있을 때는 그 활약 덕에 공격이 미비하더라도 티가 나지 않았는데, 대호가 빠지자마자 에비에이터스의 득점력이 급락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켈리의 공격력 또한 도마에 올랐다.
수비는 빠질 것 없지만, 그에 반해 공격력이 너무나 아쉽다고 말이다.
수비 하나만으로 메이저에 올라간 선수가 없지는 않지만, 아쉽게도 켈리는 그 정도의 수비력은 갖추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켈리의 공격에 대한 실력은 오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찾아낸 대책이 포지션 변경이란 것이었다.
수비 부담을 조금 줄이면, 그만큼 공격에 쓸 여력이 있을 것이니 유격수가 아닌 3루수로의 포지션 변경을 코치가 제안했다.
게다가 켈리 역시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호와 함께 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전에는 자신에게는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메이저리그에 대한 열망이 생겨난 것이었다.
그리고 될 수 있다면 한시라도 빠른 시간에 대호와 함께 다시 한번 그라운드를 누비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다.
켈리 달튼의 포지션 변경에는 그러한 이유가 있었고, 1년하고도 반년을 더 투자해 지금에 이르렀다.
“와아…….”
“켈리, 대단한데?”
모든 이야기를 들은 대호와 브렛은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랐다.
특히 브렛의 경우 그 또한 켈리와 같은 기분을 느끼고 남들보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여기까지 이르렀기에 더욱 공감 가는 면이 많았다.
하이 싱글A에서 대호를 만나 도움을 받고 더블A까지 함께 콜업 되었다.
그런데 대호는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트리플A로 올라가 버렸다.
당시 브렛은 자신만 뒤쳐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노력을 한 덕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트리플A로 콜업 되었을 때는 이미 대호는 메이저리그로 가 버린 상태였다.
그럼에도 브렛은 이에 낙담하지 않았다.
대호가 메이저리그로 올라갔다면, 다시 그를 따라가면 된다는 생각에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피나는 노력을 한 것이다.
그래서 겨우 40인 확장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2032시즌, 같은 포지션에 있는 아론이 LA다윈스로 트레이드 되면서 2루수 백업으로 메이저리그를 밟았다.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시범 경기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이참에 25인 로스터를 목표로 해 봐!”
대호는 켈리에게 오클랜드 슬랙스의 주전 자리인 25인 로스터를 노려보라고 이야기했다.
40인 로스터와 25인 로스터는 그 위상의 차이가 극명하다.
아무리 40인 로스터가 9월 확장으로 메이저리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고는 하지만,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시즌 초반부터 시작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였으니까.
그런 대호의 격려에 켈리는 물론이고 브렛도 눈을 크게 뜨며 대호를 바라보았다.
현재 오클랜드 슬랙스는 작년 2032시즌에서 안타깝게 챔피언십 시리즈 역전패를 당하고 다시 한번 리빌딩을 감행했다.
기존에 있던 주전 선수 세 명을 트레이드 하고 부족한 마운드를 보강하였지만, 다른 포지션은 자체 승급을 시키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었다.
이는 다른 구단에서 트레이드해 데려오는 것도 좋지만,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콜업을 시키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었다.
즉시 전력감인 선수를 트레이드로 데려온다 하여도, 어차피 적응 기간이란 것이 필요하고, 또 그렇게 해선 비용이 너무 들어간다.
하지만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콜업 했을 때, 그 또한 적응 기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상위 리그로 올라왔다는 긍정적인 효과로 인해 보다 빠르게 적응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러한 판단의 근거는 모두 대호가 보여 준 모습에서 나오고 있었다.
마이너에서 올라오는 선수는 기존 오클랜드 슬랙스와 비슷한 기조를 가지고 있고, 또 친한 동료 역시 있는 경우가 많아 적응이 쉽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보통 즉시 전력 감을 사 오는 트레이드를 포기하고, 부족한 마운드만 약간 보강한 뒤 다른 포지션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콜업하는 방향으로 리빌딩을 결정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아직까진 성공적으로 보였다.
지금 대호와 함께 식사하는 켈리 달튼만 해도 그러했다.
“정말 내가 25인 로스터에 들 수 있을까?”
“물론. 열심히 하면 얼마든지 가능하지!”
올해로 스물여섯 살이 된 켈리 달튼은 사실 대호 이전에 오클랜드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던 유망주로서 TOP 5에 들어가는 선수였다.
그런데 좀처럼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해 트리플A에 두고 있었는데, 재작년부터 무엇에 영향을 받았는지 완전히 각성을 했다.
물론 유격수 유망주였던 그가 포지션의 한계를 느끼고 3루수로 포지션 변경을 하기는 했지만, 이 또한 오클랜드 입장에선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3루가 비었기 때문이다.
리빌딩 과정에서 3루수에 있던 알렉스 디아즈가 콜로라도 럭키스로 트레이드 되었다.
오클랜드 슬랙스에서 주전 3루수를 보던 알렉스 디아즈는 콜로라도로 1,200만 달러 현금 트레이드 되어 오클랜드 슬랙스의 페이 롤을 넓혀 주었고, 또 병목 현상을 보이던 내야 포지션에 숨통을 트이게 해 주었다.
“그나저나 시나는 좀 아쉬웠어!”
무언가 생각이 난 것인지 브렛이 누군가를 언급했다.
“아, 시나 존? 맞아.”
켈리 말고도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에 있을 때, 친해진 또 다른 동료인 시나 존을 떠올린 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시나 존은 외야 수비 중 우익수 포지션을 보던 동료다.
켈리만큼은 아니었지만, 자신과 함께 수비를 보던 선수였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오클랜드에서 우익수는 포화 상태니까.”
브렛의 말에 대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기존 우익수가 트레이드되어 나갔음에도 오클랜드의 외야 포지션은 그야말로 만원이었다.
중견수 자리는 대호로 인해 꿈도 꾸지 못하는 상태였고, 좌익수는 주전인 시몬 몬데스와 백업 JJ 스티븐이 있었다.
더욱이 이들은 외야 모든 포지션에 들어가도 1인분을 해 줄 수 있는 멀티 포지셔너였다.
또 살라 반도스의 빈자리에는 기존 백업 요원인 로렌스 버틀러가 있었다.
그러니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 입장에선 굳이 많은 외야수를 뽑을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그럴 바엔 마운드에 자리 하나를 더 주는 것이 챔피언십과 월드 시리즈를 노리는 입장에서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