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화
두 사람이 결혼하고 살 집을 구한 지역은 LA로 정했다.
대호가 LA에 집을 구하기로 결정한 이유에는 자신이 이곳 오클랜드에 오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컸다.
그리고 오클랜드 슬랙스 이후 이적할 메이저리그 구단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곳이 바로 LA다윈스였다.
대호가 이런 판단을 내린 근거는 다름 아닌 오클랜드 슬랙스의 프런트 때문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알아주는 스몰 마켓 구단인 오클랜드 슬랙스.
그 말은 지금 추세대로 활약을 한다면, 몇 년 되지 않아 오클랜드 슬랙스는 자신을 데리고 있지 못할 것이다.
당장 다음 2033시즌 자신이 받게 될 연봉만 계산해 봐도 그러했다.
60―60이라는 역대급 기록, 게다가 포스트 시즌에서도 엄청난 성적을 거두었다.
디비전 시리즈 세 경기에서 홈런만 일곱 개에 13타수 13안타로 100% 출루율을 기록했고, 홈런 포함 안타로 17타점을 뽑아냈다.
즉, 장기 레이스는 물론이고 포스트 시즌 같은 단기전에도 강한 면모를 보여 주었다는 뜻이었다.
가끔 스타 플레이어 중 단기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 주는 이들이 있는데, 대호는 거기에 전혀 포함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음 시즌 연봉 계약이 기다려지는 중이다.
만약, 정말 만약에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가 2034시즌을 생각하지 않고 대호를 싼 값에 사용하기로 결정을 한다면, 대호는 2033시즌에도 서비스 기간에 묶여 메이저리그 최저 연봉인 100만 달러만 받고 뛰어야 하겠지만, 대호를 구단 사상 해외 유망주 역대 최고액을 주고 계약한 점을 감안한다면 결코 최저 연봉만으로 끝내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2033시즌 대호의 연봉은 아마도 최소 1,000만 달러 안팎이 될 공산이 컸다.
그래야 2034시즌에 장기 계약을 들이밀 명분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2035시즌에도 대호가 오클랜드 슬랙스에서 뛸 것이라 판단하기에는 오클랜드 슬랙스라는 구단 자체의 한계 때문에 힘든 일이었다.
내년에도, 그리고 내후년에도 대호가 2032시즌만큼만 활약을 해도 대호의 연봉은 기하급수적으로 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대호의 나이가 아주 어리기 때문이었다.
내년과 내후년이 지나더라도 대호의 나이는 이제 겨우 23세다.
전문가들의 판단으로 대호가 이대로만 성적을 유지만 해도, FA에서 역대 최고 금액을 가볍게 돌파할 것이라고 떠들었다.
그런데 이 FA를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할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중이었다.
현재 두 시즌을 소화한 대호가 FA 자격을 과연 몇 번이나 따낼 수 있을지도 얘깃거리 중 하나였다.
작년 2031시즌은 온전히 풀타임으로 뛴 것이 아니지만, 그걸 감안해도 첫 계약 시점이 빨랐으니 말이다.
6시즌을 FA 기준으로 잡는 메이저리그를 생각한다면 적어도 두 번, 많게는 세 번까지도 가능할 수 있으리라 봤다.
물론 그때까지 기량의 저하가 없어야겠지만 말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오클랜드 슬랙스 구단 입장에선, 아무리 자신들이 역대 최고 계약금을 주고 데려온 해외 유망주라 해도, 적당한 때 비싼 값을 받고 다른 구단에 트레이드를 할 것이 분명했다.
그것이 구단 제정이 열악한 오클랜드 슬랙스가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살아가고 있는 운영 방식이기도 했다.
적은 금액으로 유망주를 키워 비싼 값에 다른 구단에 파는 셀링 클럽, 그것이 바로 오클랜드 슬랙스다.
그렇기에 대호도 현재는 자신을 알아보고 가장 비싼 값을 부른 오클랜드 슬랙스에 충성을 다하지만, 때가 되면 다른 구단에 팔리는 것을 전혀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대호가 염두에 두고 있는 구단이 바로 많은 한국인 팬을 가지고 있는 LA다윈스다.
더욱이 대호가 LA다윈스를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단순하게 한국인 친화적인 구단 분위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그가 속해 있는 구단인 오클랜드 슬랙스의 입장도 고려한 판단으로, 아메리칸리그에 속한 오클랜드가 같은 리그에 속한 구단에 자신을 트레이드 시키진 않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아무리 많은 돈을 받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메리칸리그가 아닌 내셔널리그 구단에 트레이드를 시킬 것이 분명했고, 거기에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판단해 값을 치를 수 있는 구단을 따지면 몇 개 구단이 남지 않는다.
더욱이 LA다윈스에는 자신이 트레이드되었을 때, 빈 외야 센터를 책임져 줄 수 있는 수비수가 있지 않은가?
트레이드 시 대체 선수+현금, 혹은 대체 선수+유망주+현금 트레이드가 가능한 곳을 따져보면 LA다윈스가 가장 유력했다.
그래서 집을 LA에 마련하려는 것이다.
결혼 상대인 한나의 직장이 LA에 있고, 현재 그녀는 결혼 후에도 일을 계속하고 싶어 하기에 최선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비용은 문제도 아니다.
그동안 주식 투자로 벌어 놓은 것도 있고, 스폰서십으로 번 것도 있으며, 올 시즌 개인 기록으로 인해 구단으로부터 받을 옵션까지 생각하면 500만 달러가 넘는 고급 빌라나 맨션도 구입 가능했다.
‘홈런 옵션으로 200만 달러에 시즌 최다 안타 기록 50만 달러, 50―50과 60―60클럽으로 120만 달러, 시즌MVP 100만 달러, 골든 글러브 50만 달러, 실버 슬러거 30만 달러, 저지 및 초상권 사용료…….’
대호는 옵션만으로 최소 600만 달러 이상을 받게 되었다.
이는 개인적으로 맺은 스폰서십 계약으로 벌어들이는 돈을 뺀 금액이 그렇다는 소리다.
그러니 LA에 고급 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수입에 맞는 소비를 하는 것이기에 세금 감면이 있을 것이다.
이런 설명에 한나도 결국 대호의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런데 한나!”
대호는 이야기하던 중 생각나는 것이 있어 한나를 불렀다.
“응? 뭔 또 할 이야기 있어?”
대답하는 그녀를 보며 대호는 어젯밤 걸려온 에이전트의 전화 내용이 떠올라 그녀를 불렀다.
“응, 어제 맥콰이어 씨가 전화로 물어보더라고. 혹시 한국에서 광고를 하나 찍자고 하는데, 찍을 생각 있어?”
너무도 뜬금없는 이야기였는데, 한나는 자신에게 CF를 찍을 생각이 있냐는 대호의 질문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은 대호처럼 스포츠 스타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 연예인도 아니다.
그런데 갑자기 광고를 찍자고 하니 의아한 것이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한나에게 드는 생각은 의문뿐이었다.
그래서 곧바로 대호에게 되물었다.
그러자 대호는 자신이 에이전트인 맥콰이어가 한 이야기를 그대로 설명해 주었다.
“한국에서 나와 한나를 상대로 광고를 찍고 싶다고 하네.”
“응?”
“내가 이번 시즌에 좀 날렸잖아?”
“그래서?”
“자기도 생각나?”
“무슨 생각?”
“9월에 있었던 그 사건 말이야.”
대호는 올해 9월에 있었던 올림픽 기간 있었던 자신과 연관된 사건을 언급했다.
“아!”
한나는 9월이라는 이야기에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떠올려도 그리 좋은 기분이 아니었던 사건이 떠올랐다.
“그런데?”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을 하는 한나의 물음에 대호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들려주었다.
“그 사건으로 한나도 한국에 많이 알려지게 되면서, 시즌이 끝나고 한국에서 나와 함께 광고를 찍으며 좋겠다는 제안이 들어왔어.”
자신뿐만 아니라 한나도 포함된 광고 촬영이기에 대호는 이것도 좋은 경험이라 생각해 한나에게 의견을 물어본 것이다.
“내가 유명인도 아니고… 괜찮겠어?”
미국도 아니고 아직까지 아무런 연고도 없는 외국(한국)에서 광고 촬영을 한다는 것이 걱정되었다.
하지만 한나도 광고 제안이 썩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너무 걱정할 것 없어. 그냥 나랑 같이 라면만 좀 맛있게 먹으면 돼.”
대호는 별것 아니란 듯 가볍게 이야기를 하였다.
“라면?”
“응, 한국에선 해외에서 활약한 자국 스타들을 이용해 라면이나 콘 광고를 찍거든.”
“???”
대호의 설명을 들은 한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무지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스포츠 스타들과 라면이 무슨 상관이기에 광고에 활용한다는 말이지?’
그녀가 생각하기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대호의 표정을 보니 자신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더 이상 그것에 대한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음, 돈을 주겠다는데 못할 것도 없지.’
얼마를 줄지 모르겠지만, 스타나 유명인도 아닌 자신이 광고 촬영을 하고 돈도 벌게 되었다는 것이 좀 어색하긴 했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라 허락했다.
“좋아! 돈 준다는데,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지.”
한나의 승낙이 떨어지자 대호는 빙그레 웃으며 이야기를 하였다.
“그럼 승낙했으니, 맥콰이어 씨에게 광고 일정 잡으라고 말할게.”
“그렇게 해!”
“좋았어! 그리고 맥콰이어 씨에게 LA에 우리 신혼집도 알아보라고 할 테니, 자기는 어떤 집이 좋을지 결정만 해!”
“고마워!”
쪽!
자신에게 집을 결정하라고 결정권을 넘기는 대호에게 한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고는 키스를 했다.
나이는 자신보다 어리지만 배려심 많고 무엇이든 자신에게 맞춰 주는 대호라는 남자가 마냥 고맙기에 그런 것이었다.
* * *
대호가 발목 부상으로 빠진 상태에서도 오클랜드 슬랙스는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 홈팀의 이점을 잘 이용해 2:4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오클랜드는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먼저 2승을 하면서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그러고 나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홈인 디트로이트로 향했다.
물론 부상에서 회복되지 못한 대호는 구단의 배려로 원정을 따라가지 않고, 오클랜드에서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기로 하였다.
한편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까지 모두 패배를 당하긴 했지만, 팀 분위기는 결코 나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디비전 시리즈에서 상대인 보스턴 블루삭스와 3:2의 접전을 벌이며 간신히 승리한 뒤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선수들이 모두 지쳐 있던 상황이었다.
반면 오클랜드 슬랙스의 경우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이기고 올라온 뉴욕 킹덤즈를 상대로 3:0 완승을 하며 여유롭게 휴식까지 즐기며 체력을 세이브했다.
그런 팀을 상대로 챔피언십 시리즈 1차전에서 3:8, 2차전에서 2:4로 패하긴 했지만 점수 차를 점점 줄여 나갔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또한 디비전 시리즈로 쌓였던 피로가 1, 2차전을 치르면서 어느 정도 가셨기에 홈에선 해 볼만 하다는 판단이었다.
각각 팀의 3선발을 앞세운 오클랜드 슬랙스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은 오랜만에 메이저리그의 명품 투수전을 보여 주었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3선발 체프 벤은 7회까지 5안타를 맞으면서도 단 한 점도 주지 않고 26타자를 상대로 107구를 던져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3선발 오언 베스트 역시 7과 3분의 2이닝을 막아 내며 105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그때까지 양팀의 스코어는 0:0이었다.
하지만 승부는 9회에 결정이 났다.
오클랜드 슬랙스는 9회 초 마지막 공격에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마무리 투수 호세 시네로를 상대로 1점을 뽑아내긴 했지만, 9회 말 수비에서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포수 하스 로저스의 역전 투런 홈런을 맞으면서 역전패를 당한 것이었다.
챔피언십 시리즈 3차전에서 그렇게 역전패를 당한 후유증을 떨쳐 내지 못했는지, 오클랜드 슬랙스의 선발로 나온 라이언 헤밀턴은 퀄리티 스타트는커녕 선발 승의 요건인 5회조차 채우지 못하고 4와 3분의 1이닝 4실점으로 마운드에서 물러났다.
게다가 이어받은 불펜 역시 디트로이트의 타선을 제압하지 못하고 연속으로 실점을 하면서 최종 스코어 3:10으로 패하고 말았다.
오클랜드 슬랙스가 챔피언십 시리즈 4차전을 패하면서 이제 2:2로 동률이 된 상황.
부상 때문에 오클랜드에 남아서 TV로 팀이 패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대호는 기분이 좋지 못했다.
아니, 팀에 미안하고 죄송했다.
자신이 컨디션 조절을 하지 못하는 바람에 부상을 입고 중요한 때, 팀과 함께하지 못한 것이 너무나도 아쉬웠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