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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136화 (136/209)

136화

미국 메이저리그 포스트 시즌이 진행이 되고 있는 와중 가장 먼저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팀이 나왔다.

바로 서부 지구의 우승 팀 오클랜드 슬랙스.

오클랜드 슬랙스가 정규 시즌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맞이한 상대는 바로 뉴욕 킹덤즈였다.

그리고 오클랜드는 뉴욕을 상대로 디비전 시리즈 1, 2, 3차잔을 모두 승리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이러한 소식은 메이저리그를 좋아하는 야구팬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아무리 스포츠란 것이 각본 없는 드라마라고 하지만, 많은 야구 전문가와 도박사, 심지어는 메이저리그를 잘 아는 야구팬 대부분까지 뉴욕 킹덤즈가 3:1, 혹은 3:0으로 오클랜드 슬랙스를 이길 것이라 점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모두의 예상을 깨고 오클랜드 슬랙스가 뉴욕 킹덤즈를 3:0으로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했다.

더욱 놀라운 점은 메이저리그 야구팬들 사이에 악의 제국이라 불리며 많은 안티를 가지고 있던 뉴욕 킹덤즈가 무슨 약을 잘못 먹은 것처럼 1차전에서 12:1, 2차전에서 12:2, 그리고 마지막 3차전에서 팀의 에이스 투수를 내놓고도 16:1의 압도적 격차로 패했다는 점이었다.

4차전에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팀의 에이스 헤르만 도밍게즈를 당겨썼음에도 불구하고, 헤르만 도밍게즈는 2회 한 타자만 상대하고 바로 마운드에서 내려와야 하는 굴욕을 맛보았다.

그 뒤로 연이어 올라온 불펜 투수들은 오클랜드 슬랙스의 강타선을 막아 내지 못하고 무너져 1:16이란 엄청난 점수 차로 패배해 버렸다.

이 때문에 항간엔 오클랜드 슬랙스 타선이 부정을 저지른 것은 아닌가, 그런 의심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의 대처로 그러한 헛소문은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는 스테로이드 같은 불법 약물이라면 치가 떨리게 싫어하는 구단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구단 프런트에서 헛소문을 퍼뜨리는 이들에게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말과 함께 구단에서 시행 중인 도핑 테스트 결과를 공개하자 안티들의 활동도 사라진 것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메이저리그 팬들은 오클랜드 슬랙스가 어떻게 이런 강팀이 되었는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오클랜드의 전력은 압도적이지 못했다.

아니, 형편없다는 말이 옳았다.

혹자는 2031시즌 후반기의 돌풍을 얘기하며 이게 어떻게 형편없는 팀이겠냐고 하겠지만, 반대로 말하면 작년 전반기, 그리고 디비전 시리즈에서는 올해 뉴욕 킹덤즈처럼 3:0으로 압살 당했으니까.

그런데 불과 1년도 되지 않아 정규 시즌에서 압도적 성적으로 지구 우승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 디비전 시리즈에서 뉴욕 킹덤즈를 상대로 3:0 완승을 거뒀으니 의아한 반응도 당연한 것이었다.

이렇다 보니 아메리칸리그 디비전 시리즈에 진출한 보스턴 블루삭스와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팬들은 긴장하며 디비전 시리즈 4차전에 돌입했다.

먼저 챔피언십 시리즈에 진출한 오클랜드 슬랙스가 이 두 팀 중 먼저 3승을 하는 팀과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를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 * *

오클랜드 슬랙스 역시 승리 이후에는 조금 풀어졌다.

4일 간의 꿈같은 휴식이 주어진 것이었다.

대호 역시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곧바로 LA로 날아와서 연인인 한나와 저녁 식사를 하고 있었다.

LA 샹그리라 호텔 이탈리안 레스토랑

달그락! 달그락!

“내가 오클랜드로 가도 되는데 굳이 자기가 오다니… 피곤하지 않아?”

한나 포커스는 연이어 시합을 했음에도 여기까지 온 대호를 걱정하며 물어보았다.

“아니야, 피곤하지 않아.”

대호는 그런 한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그러면서 다른 말을 덧붙이며 그녀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자기랑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여길 예약한 거야.”

별것 아닌 것 같은 말이었지만, 이를 듣고 있는 한나는 그 느낌이 달랐다.

‘어쩜…….’

자신과, 그리고 자신의 가족과 함께 했던 호텔 레스토랑이다.

그런 곳에 함께 있으면 좋은 예감이 든다는 남자친구의 말을 듣고 있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마치 자신이 로맨스 영화의 여자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느낌이 계속 들어 마주보고 있는 대호의 얼굴에서 환한 후광이 비추는 듯했다.

그러면서 또 온몸에서 열이 오르는 듯해 얼굴이 화끈하고 또 가슴이 마구 두근거렸다.

“그게 정말이야? 정말로 나와 여기에 함께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들어?”

한나는 다시 한번 더욱 연인의 사랑을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에 물었다.

대호는 이젠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음… 한 번 얘기해 볼까? 자기 부모님과 처음 대면을 했던 것도 여기였지. 그날 엄청 기분 좋았는데, 그 뒤로 N사와 스폰서십 계약을 했어.”

“정말?”

“응. 자기도 내가 스포츠 브랜드 기업인 N사와 스폰서십 계약한 건 잘 알잖아?”

“맞아! 그렇지.”

“그리고 올림픽 기간 중에 자기랑 이곳에서 식사를 했었지.”

한국 올림픽 야구 대표 팀이 미국 올림픽 야구 대표 팀을 이기고 휴식이 주어졌을 때, 이곳에서 저녁 식사를 했던 것을 언급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들은 한나는 당시 있었던 불미스러운 사건이 떠올라 미간을 찌푸렸다.

“그때…….”

그 사건이 떠오른 한나는 말을 하다 말고 진저리를 쳤다.

당시 언론에서 떠들던 악플러들의 댓글로 인해 대호와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던가.

겉으로는 표현하지 않았지만 당시 상당히 힘들었다.

다행히 그 사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대호는 훌륭한 성적을 내며 한국 올림픽 야구 대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또 뒤늦게 진실이 밝혀지면서 여론이 반전을 하며 더욱 큰 인기와 호응을 받기는 했지만, 그때의 기억은 한나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덥썩!

진저리를 치며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한나의 손에 대호의 커다란 손이 덮었다.

“다른 사람의 말은 크게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냥 내 말만 듣고, 믿고 따라와!”

대호는 진지한 표정으로 두 눈을 한나의 눈을 응시하며 이야기하였다.

“행복하게 해 줄게!”

스윽!

쪽!

행복하게 해 준다는 말을 하며 대호는 상체를 앞으로 숙여 그녀의 얼굴 앞으로 다가가 키스를 했다.

한나는 그것만으로도 사랑을 확인받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맙고 .. 사랑해!”

“나도 사랑해!”

비록 자신보다 어리지만, 행동이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대호의 말에 한나는 든든한 버팀목과도 같은 안정감과 말 하나하나에서 진실한 사랑이 느껴져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하였다.

그런 한나의 말에 대호 또한 그녀를 사랑한다고 대답을 해 주었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다시 한번 사랑을 확인하는 자리가 되어 그런지 대호의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 * *

2032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뉴욕 킹덤즈를 3:0으로 이기고 올라온 오클랜드 슬랙스와 보스턴 블루삭스를 3:2로 이기고 올라온 디트로이트 라이온스가 치르게 되었다.

오클랜드 슬랙스가 뉴욕 킹덤즈를 3:0이라는 압도적인 차이로 모두의 예상을 깨며 승리한 뒤 휴식을 취한 반면,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는 엎치락뒤치락하는 접전 끝에 디비전 시리즈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이름을 올렸다.

그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이 어렵게 올라온 디트로이트 라이온스보단 3:0으로 뉴욕 킹덤즈를 이기고 휴식을 가졌던 오클랜드 슬랙스에 손을 들어주었다.

“드디어 여기에 올라왔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감독인 마이크 케세이는 선수들을 돌아보며 그렇게 이야기하였다.

정말이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그리고 오클랜드 슬랙스의 선수들이 이곳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올라올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

솔직히 말해서 2년 전 겨울 시즌이 끝나고 마이크 케세이는 오클랜드 슬랙스의 단장인 조엘을 찾아가 감독을 그만 두겠다고 말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그런 마이크 케세이에게 조엘은 몇 년 만 참아 달라고 부탁했다.

리빌딩을 하기 위해 노력 중이니, 몇 년 만 있으면 제대로 된 선수를 수급해 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며 그를 만류하였었다.

솔직히 당시 구단에서 너무도 지원을 해 주지 않기에 홧김에 한 말이었는데, 정말로 그 말이 현실이 되었다.

‘많은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니었어!’

마이크는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선수들을 돌아보다 한 곳에서 시선을 멈췄다.

그의 눈에는 팀에서 가장 나이 어린 선수가 들어왔다.

‘가장 빛나는 조각 하나면 충분했지.’

불과 반 년 만에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물론이고, 오랜 기간 팀에서 활약한 프랜차이즈 선수마저 주목하게 만든 역대급 천재 괴물 하나면 되었다.

전체적으로는 살펴보면 아직도 메이저리그 구단 중 자신이 맡은 오클랜드 슬랙스란 팀은 완벽한 구단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역대급 승률을 거두고, 악의 제국이라 불리던 뉴욕 킹덤즈를 상대로 압도적인 격차로 승리를 거두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그가 있었다.

오클랜드 팬들에게 인크레더블이라 불리는 선수, 또 빅 타이거라 불리는 선수.

상대적으로 불안정한 마운드가 그 선수가 출전하기만 하면 메이저리그 그 어느 팀의 에이스 못지않은 퍼포먼스를 보여 주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써 나가고 있는 그 선수는 이제는 팀에 없어선 안 될 마스터 피스가 되어 있었다.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난 너희를 믿는다.”

말을 멈추고 한참 뜸을 들이던 그는 그렇게 선수들에게 이야기하였다.

너희를 믿는다.

너무도 간단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함축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선수들은 얼굴이 붉어졌지만,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선수들 또한 감독인 그가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하였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포스트 시즌은커녕 근처에도 가 보지 못했던 그들이다.

비록 작년 후반기 반짝하여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디비전 시리즈를 경험하긴 했지만, 그것은 그들의 실력이 좋아 진출을 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누군가의 활약 덕분에 그런 것이란 것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난겨울 선수들은 피나는 노력을 하고, 스프링캠프에서 그렇게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 결과가 바로 오늘이었다.

“저들은 지쳤다, 그러니 저들을 편히 쉬게 해 줘야 한다.”

“알겠습니다.”

상대가 힘들어하니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일찍 승부를 내야 한다고 했고, 선수들은 그렇겠다고 대답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의 결의는 경기에서 나타났다.

* * *

휘익! 휘익!

디트로이트 라이온스의 1회 초 공격이 삼자범퇴로 끝나고, 선두 타자인 대호는 대기타석에서 스윙을 체크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의 표정이 좋지 못했다.

‘왜 이러지?’

오늘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난 뒤로 뭔가 몸에 이상을 느낀 대호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도 그럴 것이, 운동선수가 매일 365일 컨디션이 100% 좋을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일단 심각한 부상을 입거나 불편한 곳은 없었기에 그저 다른 때처럼 바이오리듬이 좋지 못한 날이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항상 하는 훈련도 적당히 컨디션 조절을 하는 수준으로 조절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챔피언십 시리즈 첫날 계속해서 이렇게 컨디션이 좋지 못하니,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었다.

‘정 아니다 싶으면 감독님께 말씀드려야겠다.’

모든 스포츠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구기 종목 스포츠의 경우 어느 한 사람이 구멍을 내면 다른 사람에게까지 영향을 끼친다.

그러니 본인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바로 이야기하여 대체해야만 한다.

조금 뭔가 틀어져 있음을 깨닫고 있지만, 아직까진 경기를 치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기에 좀 두고 보기로 하였다.

따악!

다다다다.

첫 타석 대호는 우전 안타를 치고 1루에 진루하였다.

비록 단타였지만, 오클랜드 슬랙스 홈팬은 시작부터 안타가 나온 것에 환호했다.

하지만 정작 안타를 치고 진루를 한 대호의 표정은 굳었다.

‘제길!’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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