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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91화 (91/209)

91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센트럴 골드스타 호텔 한식당.

울프TV 스포츠 리포터인 한나 포커스는 남자친구의 가족, 즉 대호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와 기다리고 있었다.

‘하… 어떻게 하지?’

현재 그녀의 머릿속은 어떻게 하지란 생각으로 온통 꽉 차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은 남자친구의 가족 전부를 보는 것이 아니라 형제자매 중 한 명, 즉 누나만 보는 자리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긴장할 것 없어요.”

대호는 긴장하고 있는 여자친구를 편하게 만들어 주기 위해 말을 걸었다.

물론 그렇다고 한나가 긴장하지 않을 리는 없었지만.

사실 나이 차이가 조금 있는 만큼 한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미국 사회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둘만 있을 땐 대호의 정신 연령이 높아 별 신경을 쓰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제삼자가 들어오게 되면 이런 게 마음에 걸렸다.

한편, 동생과의 저녁 약속 때문에 이곳 호텔 식당을 찾은 미호는 식당 입구에 들어서다 식당 한쪽 구석에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여인과 마주하고, 동시에 입구 쪽을 향해 앉아 있는 동생의 모습을 발견하고 그곳으로 향했다.

마침 대호도 한나와 대화를 하다 식당 입구에 들어서는 미호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대호는 손을 들어 누나 미호에게 인사를 건넸다.

한나 포커스는 대화를 나누다 느닷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 보이는 대호의 모습에 살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나 그가 보는 곳을 쳐다보았다.

‘미인이네!’

말로만 들었지 직접 실물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방송인으로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보았지만, 미호의 얼굴은 그동안 만난 사람들 중 10% 안에 들어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더욱이 동양인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키도 크고, 또 글래머러스한 몸매였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인사해. 여긴 내 연인인 한나 포커스, 그리고…….”

대호는 처음 만나는 두 사람을 소개해 주었다.

“안녕하세요. 대호 누나인 정미호라고 해요.”

“네, 안뇽하세요. 한나 포커스입니다.”

한나는 어눌한 한국어 발음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그런 한나의 소개에 미호는 깜짝 놀랐다.

설마 미국인에게 한국말로 자신을 소개하는 말을 들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한류가 자리를 잡은 지 10년이 넘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한국어는 미국에서 주류가 아니기 때문에 한류 팬이 아닌 이상 한국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이도 적었고, 또 이 정도로 수준급 실력을 보이는 이도 적었다.

그런데 한나 포커스가 이 정도로 한국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전적으로 대호의 영향이 컸다.

그도 그럴 것이, 첫눈에 대호에게 반했던 그녀였다.

자신보다 7살이나 어리다는 걸 뒤늦게 알았음에도 대호의 적극적인 대시에 넘어가 연인이 되어 버렸다.

그러고 나서 대호와 좀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한국에 대해 공부하고, 또 공통된 관심사를 가지고 싶은 마음도 커서 한류를 공부한 그녀였다.

외국어를 잘하고 싶으면 외국인과 연애하는 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이 있었다.

정말로 한나는 그 전까지 한국에 전혀 관심이 없었지만, 대호와 사귄 이후 한국이라는 나라를 알아 가는데 많은 관심을 쏟고 있었다.

이제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살아 보고 싶을 정도였다.

또한 그런 생각이 들수록 대호와의 관계에 더욱 적극적으로 되어 갔다.

“어머! 너보다 7살이나 연상이라고?”

미호는 이야기를 하던 중,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마주하고 있는 한나의 나이가 설마 자신보다도 5살이나 많은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동양인에 비해 나이가 들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던 서양인인 한나의 외모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응, 맞아.”

“와… 엄청 동안이시네.”

미호는 저도 모르게 한나를 칭찬하였다.

그러면서 한나를 보며 질문을 하였다.

“언니, 동안의 비결이 뭐예요?”

동서양을 떠나 여자들의 공통 관심사는 당연히 미모의 비결인 만큼 당연한 물음이었다.

사실 연예인인 미호도 나이에 비해 어려 보이는 걸 감안하면, 한나의 외모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어려 보이는 게 맞았다.

보통 서양인과의 관계에서는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세 사람의 사이에서는 훈풍이 불었다.

지이이잉.

누나에게 연인을 소개하기 위해 약속을 잡은 만큼,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 휴대폰을 진동으로 해 놓았는데, 테이블에 올려놓은 휴대폰이 울린 것이다.

“잠시만, 구단에서 온 전화라…….”

대호는 휴대폰 화면을 보다 전화를 건 사람의 정체를 보고는 그렇게 두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응, 중요한 전화라면 얼른 받고 와. 그동안 난 한나 언니와 이야기 좀 하고 있을게!”

미호의 대답에 대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옮겼다.

그런 대호의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던 한나는 눈을 반짝였다.

대호의 옆자리에 앉아 있다 보니, 휴대폰 화면에서 발신자가 보였기 때문이다.

‘오클랜드 단장과 직접 통화를 하네?’

놀라운 일이었다.

아무리 대호가 오클랜드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선수라고 하지만, 다년간 활약을 한 프랜차이즈 스타도 아니고 이제 겨우 2년차인 선수와 단장이 전화번호를 교환하고 통화를 한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었다.

“중요한 전화인가 보네요.”

대화 중 전화를 받기 위해 자리를 벗어나는 동생을 대신해 변명을 하기 위해 미호가 이야기하였다.

그런 미호의 말에 한나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을 하였다.

“언뜻 보니 대호 씨가 소속된 오클랜드의 단장 전화인 것 같았어요.”

비록 자신보다 나이가 적기는 하지만 연인의 누나였다.

그러니 대답을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두 사람만 남겨져 어색하던 것도 잠시, 미호와 한나는 자연스럽게 대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한편, 조엘의 전화로 인해 자리를 벗어나 통화를 한 대호는 깜짝 놀랐다.

그로부터 자신이 올해 열리는 올림픽에 야구 대표 팀으로 출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이야기는 에이전트나 KBSA로부터 통보를 먼저 받는다.

그런데 그곳들보다 먼저 소속팀 단장이 먼저 전화로 이를 알려 주는 것은 상당이 이례적인 일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감사해요.”

자신을 생각해 미리 이야기를 해 주는 조엘에게 대호는 참으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거듭해서 감사 인사를 하고 통화를 마친 대호.

그리고 조엘과 통화를 마치자마자 바로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오클랜드 단장 조엘 헌트 다음으로 전화를 준 것은 바로 에이전트인 맥콰이어였다.

에이전트와도 통화를 마친 대호는 다시 식당 안으로 돌아갔다.

“어, 전화 통화 다 했어?”

대호가 자리에 돌아오자 미호가 물었다.

“응.”

“너희 팀 단장이 왜 전화 건 거래?”

미호는 조금 전 한나에게서 누구에게 전화가 온 것인지 들었기에 물어본 것이다.

“그건 어떻게 알았어?”

“그거야 한나 언니가 말해 줘서 알았지. 무슨 일로 전화했대?”

미호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거듭해서 물었다.

그리고 그건 한나도 마찬가지였다.

무슨 일로 메이저리그 구단 단장이 선수에게 직접 전화 연락을 하는 것인지 리포터로서 궁금했다.

“아 그거? 별거 아냐.”

“그건 내가 듣고 판단할게. 무슨 일인지 좀 말해 줘.”

대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대답했지만, 미호는 참지 못하고 계속해서 물었다.

그런 누나의 모습에 대호는 하는 수 없이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나 올림픽에 참가하게 됐어.”

“올림픽? 설마 올해 여름에 여는 그 올림픽 말이야?”

미호는 대호의 대답에 곧바로 되물었다.

한나는 대호의 말에 손뼉을 치며 말했다.

“대호 씨, 대한민국 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한다고요?”

“네. 조금 전 조엘에게서 이야기를 들었고, 에이전트와 한국 야구협회와도 통화했어요.”

한나의 질문에 대호는 담담히 대답을 들려주었다.

그 태도와 달리, 듣고 있던 한나와 미호는 눈이 커지며 깜짝 놀랐다.

그리고 놀람도 잠시, 대호에게 대표 팀 차출에 축하 인사를 하였다.

대호의 야구 대표 팀 차출에 대한 이야기로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 또다시 대화의 주제가 바뀌었다.

“누나만 먼저 알고 있어.”

“뭘?”

느닷없는 대호의 말에 미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올 시즌이 끝나면 한나와 결혼할 거야!”

“뭐?”

“어머!”

갑작스러운 대호의 결혼 발표에 미호는 물론이고 당사자인 한나도 깜짝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대호가 결혼에 관해선 그녀에게 한마디 말도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사귀기 시작한 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 가고 있어 내심 결혼을 기대하고 있긴 했지만, 이렇게 가족을 소개해 준다고 부른 자리에서 통보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을 배려하지 않은 행동이었지만, 대호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에 자격지심을 느끼던 그녀였기에 섭섭하면서도 한편으론 안심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한나의 마음을 먼저 알아챈 사람이 있었다.

“너… 혹시, 한나 언니에게 먼저 프러포즈는 하고 내게 이야기하는 거야?”

“아니, 한나도 지금 들은 이야기야.”

“야… 이!”

짝!

질문을 했던 미호는 동생의 대답을 듣고는 바로 일어나 등짝을 내리쳤다.

“너 여자에게 프러포즈가 얼마나 중요한지 몰라서 그러는 거야!”

미호는 본인이 프러포즈를 받지 못한 것처럼 화를 내며 대호를 타박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중요한 일을 이렇게 처리한 동생에게 누나로서 약간의 실망도 담겨 있었고 말이다.

대호는 그제서야 아차 하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렇지만 나도 시간이 없다 보니 어쩔 수 없었어.”

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한나에게 곧바로 사과하였다.

“한나, 미안! 너무 갑작스러웠죠? 미리 얘기도 안 하고 통보하듯 결혼 이야기를 해서 정말 미안해요!”

“괜찮아요. 먼저 결혼 이야기해 줘서 고마워요!”

진솔된 사과에 한나는 괜찮다고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런데 올해 시즌이 끝나고 결혼을 하려면 너무 바쁘지 않아?”

미호는 느닷없는 대호의 폭탄선언을 듣고 결혼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 촉박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나와 내 직업이 평범하지 않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어. 그러니까…….”

사실 대호도 발표를 갑작스럽게 한 거지, 나름의 계획을 세워 놓고 있었다.

“일단 우리 쪽에는 누나에게 먼저 알렸으니, 한나 집에는 이번 여름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에 만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어.”

대호의 올스타 브레이크란 말에 한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때 그녀의 스케줄이 좀 바쁘기는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녀의 가족들도 야구를 좋아하고 있기에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초대하면 좋아할 것이고, 그때 자신의 결혼에 관해 이야기를 한다면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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