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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회차는 명전이다-79화 (79/209)

79화

오클랜드 슬랙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 캑터스 리그가 시작이 되면서 애리조나에 스프링캠프를 차렸던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활발하게 교류전을 가졌다.

메이저리그 야구팬들은 2032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시범 경기를 관람함으로써 겨우내 굶주렸던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따아악!

“와아아아아!”

짝짝짝!

스프링캠프 훈련을 마치고 시범 경기를 하는 동안, 오클랜드 슬랙스는 작년 2031시즌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안정된 수비가 받쳐 주니 마운드에 더 이상 과부하가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운드의 힘으로 인해 수비에서 적은 점수를 내주고 공격에선 축적된 힘으로 작년보다 나은 점수를 내자 오클랜드의 승률은 점점 높아졌다.

물론 본 경기가 아닌 시범 경기였기에 경기 결과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시범 경기라고 해서 승리가 아예 의미가 없는 것 또한 아니었다.

“역시 인크레더블이 인크레더블한 모습을 보여 주는군!”

오클랜드의 주장 홈런 브레드는 방금 전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대호를 보며 놀리듯 그의 별명인 인크레더블이란 단어를 연속해서 사용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는 중도에 빠질 일이 없었기에, 대호는 오클랜드의 사람들과 함께 더욱 친해질 수 있었고 그것은 주장 홈런 브레드도 마찬가지였다.

“하하! 감사합니다.”

팀의 주장에게 칭찬을 받은 대호는 바로 답례를 하며 더그아웃 자신의 자리로 찾아갔다.

‘하, 공격과 수비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것 같기는 한데…….’

자신의 자리에 앉은 대호는 잠시 궁리를 했다.

아닌 게 아니라 스프링캠프와 이번 시범 경기를 치르면서 오클랜드의 공격과 수비는 메이저리그 평균은 되는 지표를 보여 주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메이저리그 평균에 이르지 못한 부분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마운드였다.

현재 오클랜드 슬랙스의 마운드는 잘 돌아가는 듯 보였다.

그러나 마운드에 오르는 선수 개개인의 실력은 괜찮지만, 기존 마운드의 한 축을 이루던 2선발 레프리 그로스가 데드 암으로 인해 이탈하며 조금씩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다.

더군다나 2031시즌에 쌓인 피로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 이대로 계속되면 더욱 위험했다.

오클랜드는 일단 3선발인 체프 벤을 2선발로 올리고, 4선발인 루브 월터를 3선발로 올려 기용을 하고 있지만 레프리 그로스의 빈자리를 메우기는 힘들어 보였다.

‘2선발급까진 아니더라도 체프 벤 정도의 실력을 가진 선발만 있어도…….’

시범 10경기를 치르면서 오클랜드의 성적은 5승 5패, 딱 5할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성적.

시범 경기는 어디까지나 시범 경기이니, 시즌이 시작되는 4월에 잘하면 된다.

하지만 그전까지 어떻게든 부족한 선발 자원을 구해야 하는 것도 맞았다.

한편 대호가 팀의 선발진에 관해 생각하고 있을 때, 더그아웃 입구에 있는 기존 주전 선수들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와… 대호 저 녀석, 정말 올해 2년차 맞아? 어떻게 된 게 한 10년은 된 베테랑처럼 느껴지냐?”

포지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살라가 작게 자신의 소감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그만이 아니라 오클랜드의 주전 25인 로스터에 들어간 이라면 모두 공통적으로 하는 것이었다.

아니, 코칭스태프들도 모두 포함되었다.

작년 후반기와 포스트시즌에 보여 주던 대호의 모습과 2031시즌이 끝나고 스프링캠프에서 재회한 대호의 모습은 또 달랐다.

이제 겨우 20살이 됐을 뿐인 대호는 그 이름에 걸맞게 큰 호랑이가 되어 돌아왔다.

이전에도 대호는 그 이름값을 하는 선수였지만, 이제는 노련미까지 느껴지는 사냥꾼의 모습을 갖추었고 이름 그대로 대호였다.

그러니 선수들이 느끼는 바가 어떻겠는가.

유망주 취급을 받던 작년 스프링캠프, 그리고 슈퍼 루키가 되어 있던 후반기의 대호.

사실 그 정도 폼만 계속해서 유지해도 충분히 좋은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몇 개월이 흐르고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본 대호는 겨우내 대체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마치 메이저리그에서 몇 년 동안 구른 베테랑과 같은 포스가 느껴졌다.

그뿐만 아니라 시범 경기를 치르면서 더욱 성장하는 모습이 더욱 여유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이는 성장이 아니라 진화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엄청난 차이였다.

“대호의 기록이 어떻게 되지?”

마이크 감독은 자신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그렉 헥슬러 수석 코치에게 물었다.

그렉 수석 코치는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은 대호를 잠시 일별하다 대답을 하였다.

“오늘까지 10경기 36타석에서 19개의 안타를 쳤습니다. 그중…….”

대호는 시범경기 중 10번의 경기에 출전하여 19개의 안타를 쳤다.

36타석 19안타 8볼넷으로 아웃은 겨우 9개에 불과했다.

출루율이 0.75가 넘었으며, 타율로 따지면 0.678이나 되었다.

물론 시범 경기이고 또 타격 지표가 적어 타율이 높게 나오는 것도 맞지만, 그래도 압도적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또한 대호가 뽑아낸 안타들은 단순히 단타가 아니라 홈런을 포함한 장타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기에 이는 대단하다는 말을 넘어 공포스러울 지경이었다.

“허허!”

대답을 들은 마이크 감독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겨우 프로야구를 하는 2년차 풋내기가 낼 수 있는 성적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가 대호의 타격 모습을 봤을 때, 억지로 뽑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게다가 정대호의 역할은 거기서 끝이 아니지. 젊은 선수들이 대호를 중심으로 모여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어.’

마이크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었다.

천재 주변에는 비슷한 사람이 모인다는 것처럼 오클랜드를 이끄는 중심 축이 되어 있었으니까.

더 자세히 말하자면, 대호를 비롯한 오클랜드의 주전 1~3년차들이 메이저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알아서 솔선수범하며 훈련을 하고 있으며, 이들의 위협에 베테랑들도 이전과 다르게 훈련에 진심으로 참여를 하며 좋은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또 마이너리그에서 초청 선수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던 유망주들 또한 이런 슬랙스의 분위기에 물들어 훈련에 집중하였다.

그러다 보니 오클랜드의 감독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을 하는 중이었다.

작년 이맘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한 시즌을 이끌어 갈까, 참으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2032시즌에는 그 반대 의미로 어떻게 선수단을 꾸릴지 고민이 되었다.

너무도 훌륭한 자원이 많다 보니 고르는 것도 고민이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대호가 자리하고 있다.

이제 겨우 프로 2년차에 들어가는 신인 때문에 말이다.

“이거… 빼어난 유망주가 많아도 고민이 많아지는군.”

“맞습니다. 작년에는 어떻게 25명을 데리고 시즌을 이끌어 갈까 고민했는데, 올해는 다른 의미로 고민이네요.”

마이크 감독의 중얼거림에 수석코치인 그렉도 동의를 하며 맞장구를 쳤다.

“야수는 그렇고, 마운드는 좀 어때?”

부족한 외야는 대호가 들어옴으로써 여유를 찾았다.

그러나 구단에 돈이 없다 보니 마운드를 보강하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한 명이 빠짐으로써 작년보다 전력이 약해졌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

시범 경기에서는 선전하고 있지만,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야수진이 탄탄해진 효과가 언제까지 갈지도 모르고, 올 시즌을 기대하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조치가 필요했다.

‘…조엘한테 선발투수 한 명을 구해 달라고 해야 하나?’

3선발급 한 명 정도만 보강되어도 2032시즌에서 확실히 지구 우승을 노려 볼 만하다는 게 마이크 감독의 생각이었다.

또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에도 1~3선발만 안정적으로 운영을 한다면, 4~5선발은 3회씩 나눠 운용하고 남은 3회는 불펜진과 마무리에게 맡기면 충분히 3승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안 되겠다. 가서 이야기를 해 봐야지.’

아무리 생각을 해 봐도 이는 꼭 필요한 것이었다.

결심이 선 마이크 감독은 경기가 끝나길 기다렸다 오클랜드 슬랙스의 단장인 조엘에게 전화를 해 보기로 하였다.

* * *

시범 경기가 진행될수록 오클랜드 슬랙스의 프런트 분위기는 점차 따스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 팀의 성적도 좋았을 뿐만 아니라 유망주 계약도 훌륭하게 마친 상태에서 올 시즌의 첫 발을 잘 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비상이 걸렸다.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에 비상을 건 전화의 주인공은 바로 오클랜드 슬랙스의 감독 마이크 케세이였다.

“마이크, 그게 무슨 소린가?”

느닷없이 전화를 걸어 3선발급 투수 한 명을 구해 달라는 그의 말에 조엘은 황당하기까지 하였다.

다른 때도 아니고 시범 경기가 마무리되어 가는 시점에서 느닷없이 3선발급 투수라니?

정말 어처구니없는 요구에 조엘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지경이었다.

[방금 얘기했잖나. 지금 한 명이 부상으로 빠진 건 조엘, 당신도 보고받았을 테고. 당연히 한 명을 보강해야 되는 것 아닌가?]

“물론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시즌이 시작되기 직전인 지금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나? 분명 시범 경기 전에 대책을 세웠다고 했는데, 갑자기 어디서 메이저리그 3선발급 투수를 구한다는 말인가?”

조엘의 말이 백 번 옳았다.

아무리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트레이드가 자유롭다 하지만, 시즌이 막 시작 직전인 상태에서 투수, 그것도 3선발급 투수를 내줄 구단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정말 만에 하나 그런 구단을 찾는다고 해도 문제다.

그런 투수를 매물로 내놓는다면 대체 어떤 선수를 요구할지 가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엘은 전화기 너머를 향해 하소연을 했다.

“물론 3선발급 투수가 들어온다면 성적이 오르겠지만, 반대로 생각해서 그런 투수를 내준 구단이 어떤 요구를 할지 생각해 보았나?”

막무가내인 마이크 감독을 향해 조엘도 직접적으로 얘기했다.

그러자 잠시 생각을 하는 듯 전화기 너머는 조용해졌다.

에이스라 칭해지는 1선발이나 그보단 중요도가 떨어지는 2선발은 아니지만, 3선발도 지구 우승을 넘보거나 그 이상을 노리는 팀이라면 무척이나 중요했다.

필승 카드는 아니더라도 우수한 투수임은 분명하니까.

아니, 애초에 모든 투수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선발투수는 그만큼 사람도 많다.

3선발까지는 대개 고정적인 경우가 많으니 한 팀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투수라는 뜻도 된다.

솔직히 오클랜드 같은 스몰마켓 구단이라면 지금 상황에서 구하기에는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어떤 팀이든 지금 상황에서 선발을 구하는 모습을 보는 순간, 급한 쪽이 오클랜드라는 건 잘 알 수 있을 테니까.

솔직히 현 구단주의 씀씀이가 지금처럼 소극적이라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트레이드 가능성이 보이더라도 상대방의 조건을 들어주기 위해서는 주전급 야수 한두 명을 내줘야 할지도 모르니 더더욱 말이다.

4회차는 명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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