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2031시즌을 디비전 시리즈 3차전으로 끝낸 오클랜드 슬랙스 프런트는 바삐 움직였다.
야구 시즌이 끝나면 야구팬들과 선수들은 휴식을 갖고 재정비를 하지만, 프런트의 시간은 지금이 가장 바쁜 시기였다.
“일단 이번 2031시즌은 정말이지 많은 일이 있었어!”
오클랜드의 단장인 조엘은 그렇게 올 한 해의 성적에 관해 평을 하였다.
“맞습니다. 우리의 도박은 확실하게 통했습니다.”
조엘의 말에 비서인 크리스가 맞장구를 쳤다.
유망주 한 명을 메이저로 콜업 시킨 뒤 일어난 구단의 변화.
올스타 브레이크 당시 두 사람이 같은 결론에 다다라 대호를 메이저로 올리긴 했지만, 그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보여 주었다.
아니, 단순히 성적이라고 말할 것이 아니라 팀의 분위기를 뒤바꾸어 후반기 돌풍을 이끄는 주역이 되어 버렸다.
그 결과 지구 4위에서 2위로 올라갔고, 디비전 시리즈까지 진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다만 천재 한 명이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렇기에 디비전 시리즈에서 1차전부터 3차전까지 내리 패배를 했음에도 오클랜드의 팬들은 선수들이나 프런트를 욕하지 않았다.
물론 아주 가끔 불평을 내뱉는 이들이 있었지만, 다른 정상적인 팬들에게 십자포화를 맞고 사라졌다.
크리스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정대호 선수의 조기 콜업은 팬들도 원하던 바였고, 좋은 활약을 보여 주면서 들끓는 여론을 잠재우는 효과까지 있었습니다.”
“맞아. 이렇게나 활약할 줄 알았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메이저로 끌어 올릴 것을…….”
조엘은 대화를 나누던 중 입맛을 쩝쩝 다셨다.
예전에는 실력만 갖춰졌다면, 마이너리그에 유망주를 오래 두지 않고 바로바로 메이저리그로 콜업 했었다.
당연히 많은 부작용 때문에 사무국과 구단사이의 협정이 맺어지며 없어졌지만, 좋은 결과를 맞이할 때마다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저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정대호 선수도 후반기에는 조금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자리에는 대호를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한 조나단도 있었다.
조사원 정대일의 보고를 잘 활용한 그 역시 여기에 있을 자격이 되었다.
조나단의 말대로 대호는 전반기 마이너리그, 후반기 메이저리그에서 각각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둠도 있다고 했던가?
마치 슈퍼 히어로처럼 활약을 펼치던 대호도 시즌 막바지에는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물론 상대 팀들의 견제도 있기는 했지만, 객관적으로 아직 육체가 완성되지 않은 10대에게 160여 경기를 치르는 것은 사실상 무리한 일정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시즌 초반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하면서, 대호는 랜싱 러그너츠에서 텍사스에 있는 미들랜드 락하운즈, 그리고 다시 라스베이거스 에비에이터스로 갔다가 마지막엔 오클랜드로 이동했다.
이 정도면 미국 전역을 한 바퀴 빙 돈 것이나 다름없었다.
장거리 이동은 비행기를 이용했다고는 하지만, 마이너리거에게 메이저리거와 같은 편안한 항공편을 제공하진 않았다.
그것에 오클랜드의 역대 최고 유망주라고 해도 말이다.
그러니 조나단으로서는 더욱 걱정될 수밖에 없었다.
“아아, 조나단. 무슨 걱정을 하는지 잘 알겠는데, 이제부턴 우리 오클랜드의 리빌딩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조엘은 조나단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깨닫고 얼른 그의 입을 막았다.
“으음…….”
자신의 말을 중간에 끊는 조엘을 보며 조나단은 작게 침음을 흘렸다.
“역대급 해외 유망주 계약을 한 게 대성공이란 것은 증명되었어. 심지어 우리 구단주 존 피셔 주니어도 만족스러워했지. 덕분에 내년에 쓸 수 있는 돈도 조금 늘어났다고.”
조엘은 본격적인 구단 리빌딩에 들어가기 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에 대해 언급하였다.
그러면서 구단의 리빌딩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을 꺼냈다.
그런 조엘의 말에 회의실에 모인 관계자들은 눈을 빛냈다.
* * *
따아악! 따악!
오늘도 CH베이스볼파크에는 많은 사람들이 운집했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미국 메이저리그에 진출을 하고 바로 그 해 반시즌만에 메이저리그 콜업 되어 대활약을 펼친 대호의 타격 훈련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직접적으로 훈련을 함께 하진 못하더라도, 보다 수준 높은 선수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야구 지도자들이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선수들로 하여금 대호의 훈련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하였다.
“와… 저 탄도각 좀 봐.”
대호가 친 타구는 이상적인 탄도각을 이루며 날아가 안전 그물에 걸렸다.
“탄도각도 탄도각이지만, 비거리도 참… 말이 안 나오네.”
대호가 친 타구들은 100m 표시가 되어 있는 표지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날아갔다.
그러다 보니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고 있는 것이었다.
“대호! 오늘도 날아다니는구나!”
추인수는 오늘도 타격장 뒤에서 대호가 타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이 주춤하는 이때, 큰 활약을 펼친 대호에게 큰 호감을 품고 있는 추인수였다.
선배 메이저리거로서 말이다.
“후우! 아직 제대로 비거리가 나오지 않네요.”
“하핫!”
자신의 말에 대꾸를 하는 대호의 말에 추인수는 그저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대호가 친 타구들은 대부분의 구장에서 홈런이 될 만한 타구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좌우가 아닌 센터 방면이라면 워닝 트랙이나 펜스에 맞는 타구가 많겠지만, 좌우측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부분의 타구가 홈런이었다.
그럼에도 대호는 무슨 생각인지 제대로 비거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네 기준이 높은 것은 알겠지만, 대호 넌 지금 한 시즌을 치르고 난 후야. 체력 빠진 거 생각하면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그랬다.
만약 추인수 자신이 미국에서 160경기 이상을 뛰고 돌아온 뒤에 훈련하면서 메이저리그 평균 구속이라 할 수 있는 95마일보다 살짝 빠른 153㎞/h의 속구를 편하게 받아쳤다면, 다음 해 준비 따윈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건 뭐… 작년보다 더 괴물이 되어 돌아왔네. 그리고 저런 녀석들이 성공하는 법이지.’
추인수는 자신의 커리어를 한참 뛰어넘을 후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메이저리그를 대비하기 위해 이곳 CH베이스볼파크에서 훈련을 하던 대호의 모습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때도 대호는 타격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지금과 비교한다고 하면, 몇 수정도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고작 10개월 만에 자신의 전성기를 능가하는 타격 폼을 보여 주고 있으니 대단하다는 감정이 드는 것도 당연했다.
“아 참, 그런데 혹시 존 밀러는 올해 안 오냐?”
추인수는 작년 대호의 훈련을 도와주던 인스트럭터 존 밀러에 대해 물었다.
“그렇지 않아도 일주일 뒤에 오시기로 했습니다.”
존과 추인수는 작년 대호라는 공통점으로 묶이며 친구가 되었다.
그러다 보니 오랜 기간 동안 보지 못했던 친구를 대호의 훈련 겸 해서 볼 생각이었는데, 바로 오지 못한다는 말을 듣자 추인수의 얼굴에는 살짝 아쉬움이 스쳐 지나갔다.
한편, 크리스마스 시즌 전까지만 계약이 되었기에 이곳에 온다고 해도 그리 오랜 기간 함께하지는 못할 게 분명했기에, 대호도 그가 오기 전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 * *
[한국일보 김성현 기자 입력 2031. 11. 24. 12:40]
2031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프로야구 시즌이 마감하고 시간이 흘러 휴식기에 들어갔다.
본 기자는 프로야구 시즌이 마감되고, 아직 조금 이르지만 한 해를 돌아보며 누가 가장 2031시즌을 뜨겁게 달구었는지 고민해 보았다.
(중략) 누가 뭐라 해도 정대호는 올 2031시즌을 가장 뜨겁게 달군 스포츠 스타가 아닌가 한다.
정대호는 2030년 미국의 메이저리그 구단 중 한 곳인 오클랜드 슬랙스와 700만 달러 +a로 해외 유망주 계약을 하였다.
이는 오클랜드 슬랙스가 가진 해외 유망주 계약 중 단연 수위에 들어가는 계약금이었으며, 또 전년 일본의 초특급 유망주인 히데오 소이치로가 보스턴 블루삭스와 맺었던 700만 달러를 상회하는 금액이다.
비록 안타깝게 올해의 신인상(아메리칸리그) 수상은 히데오 소이치로에 밀려 불발에 그쳤지만, 그래도 유망주 계약을 하고 1년도 되지 않아 메이저리그에 콜업 되었으며, 70경기 33홈런과 28도루를 하면서 데뷔하고 바로 20―20클럽에 입성하였다.
만약 이런 성적이 내년 32시즌에도 이어진다면 최소 60홈런과 50도루도 가능하다 할 수 있으니 참으로 경이적이라 할 수 있다.
(하략)
메이저는성적으로말한다 : 그래 봐야 일본놈에게 밀려 신인상 못 받음.
⤷160경기 풀로 뛴 놈이랑 겨우 70경기 뛰고 난 다음 성적을 비교하고 주는 게 맞냐?
⤷메이저 사무국이 결과만 보고 주는 건데 어쩌라고.
⤷그래도 그건 아니지! 정대호는 마이너리그에서 홈런 사이클을 두 번이나 쳤는데.
⤷맞아! 더블A에서 한 번, 트리플A에서 또 한 번, 이 정도면 올해의 신인상 줘도 되지 않나?
⤷NO! NO! 메이저리그 신인상은 무조건 메이저리그에서의 성적만 적용됨!
⤷그게 정말이야?
⤷그건 모르겠고, 아무튼 마이너리그 성적은 적용 안되는 것으로 앎.
역대급기록: 그래도 홈런 사이클은 아무나 치지 못한다. 야구 역사상 3명만이 그 기록을 가지고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정대호임. 그리고 정대호는 더블A에서만 친 게 아니라 트리플A에서도 최초로 홈런 사이클을 쳤으니까 앞선 2명보다 더 대단한 것이 맞음.
⤷그래 봐야 마이너.
⤷이 새끼 뭐야! 계속 이 따위 댓글만 달고 있네.
⤷악플러에게 먹이 주지 마세요.
⤷맞아요. 그놈 관종임. 먹이 투척 금지!
⤷옛다 관심!
⤷ㅋㅋㅋ! 관심
⤷홈런 사이클이 뭔가요? 만루 홈런을 말하는 건가요?
⤷그러니까 홈런 사이클이 뭐냐면요. 안타, 2루타, 3루타, 홈런. 이렇게 기록한 걸 사이클링 히트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홈런 사이클이란 것은 솔로 홈런, 투런 홈런, 쓰리런 홈런, 마지막으로 만루 홈런, 이렇게 모든 안타를 홈런으로 장식한 것을 얘기하는 거예요.
⤷설명 감사합니다. 엄청나네요.
⤷맞습니다. 엄청난 기록이죠. 그리고 200년이나 된 야구 역사에서 홈런 사이클을 기록한 선수는 모두 3명이고 그중 한 명이 바로 정대호 선수인 겁니다. 그런데 정대호 선수는 더블A에서만 홈런 사이클을 친 것이 아니라 트리플A에 콜업 된 이후로 또 한 번 홈런 사이클을 쳤습니다.
⤷와… 200년 역사에서 3명뿐이라니, 대단하네요.
⤷그래 봐야 일본인보다 못함!
⤷장난하냐? 네가 물고 빠는 히데오는 홈런 사이클 기록한 적 있냐?
⤷ㅋㅋㅋ MLB 사무국에서 히데오가 더 대단하다고 상 줬는데?
⤷초딩이냐? 히데오 소이치로는 한 시즌 풀로 뛰었고, 정대호는 후반기 성적만 비교했으니까 당연하잖아!
⤷맞아. 지금 오클랜드 팬들은 대호가 더 대단하다고, 또 메이저 사무국에서 잘못 평가했다고 말하는 중이다.
한국에서도 프로야구 시즌이 끝났다.
그런데 한 기사를 보고 야구팬들은 커뮤니티에서 뜨거운 토론을 이어 갔다.
그 대부분은 대호의 메이저리그 성적과 메이저리그 올해의 신인상(아메리칸리그) 수상 불발에 대한 갑론을박이었다.
특히나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일본의 히데오 소이치로가 받는 것이 맞냐, 틀리냐 하는 이야기가 주였다.
그런데 이렇게 한국에서만 끌던 논쟁은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넘어가며 더욱 크게 불붙고 말았다.
4회차는 명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