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미래의 메이저리거들이 자신을 자랑하는 장인 마이너리그 올스타 퓨처스 게임의 결과는 아메리칸 리그 팀이 13:8로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대호는 4타수 4안타 2홈런 7타점을 기록하며, 13점 중 절반 이상을 자신의 힘으로 얻어 내며 퓨처스 게임 MVP로 뽑혔다.
<상태창>
이름 : 정대호(19)
국적 : 대한민국(ROK)
성별 : 남
투타 : 투(우) 타(우)
레벨 : 63
힘 73
민첩 67
체력 64
지능 64
정신 65
순발력 64
컨택 65
내구력 50
보너스 포인트: 1
퀘스트 : 일일 퀘스트(1)
재능 : 평원을 달리는 전령, 목인방의 통과자, 내가 홈런왕이다(Lv.4), 그라운드의 대도(Lv2)
― 70을 초과한 스탯은 보너스 포인트 2를 투자해야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올스타 브레이크로 인해 시간이 남게 된 대호는 오랜만에 상태창을 확인했다.
‘흐음…….’
3주 전, 트리플A로 콜업 되기 전 확인했을 때보다 훨씬 더 성장한 상태였다.
분명 트리플A 데뷔전에서 기록한 홈런 사이클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
또한 성장형 재능이 한 단계씩 레벨 업 했는데, 대호는 자신의 선택이 잘 맞아 들어가 기분이 좋았다.
다만 내가 홈런왕이다의 경우 두 번의 홈런 사이클을 기록했음에도 불과 1이 올랐는데, 두 번째 기록부터는 경험치를 짜게 주는 거라 예상되었다.
그리고 레벨 업 속도는 정말 느려져서 역시나 고작 1이 올랐을 뿐이었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을 넘어서는 수치지.’
70을 돌파한 힘 스탯과 앞으로 포인트 2를 투자해야 상승한다는 항목을 보며 대호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지만, 언젠가 다가왔을 일이었다.
이미 동시기의 3회차는 아득하게 넘어섰지만, 반대급부로 정체기 역시 빨리 찾아오고 말았다.
앞으로 더 강한 상대와 싸워야만 경험치와 스탯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아.”
대호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자신이 마이너에서 기록한 업적은 그야말로 100년이 지나도 깨지기 힘든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를 달성할수록 점점 그 다음 레벨로 올라가기는 너무나 힘드니 자연스레 한숨이 나온 것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의 홈런 사이클.
말은 쉽지만 야구의 정점만이 모여 경기하는 그곳에서도 쉽게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그래도 지금부터 이런 업적을 쌓아 놔야 내 최종 목표인 명예의 전당 첫 턴 입성에 성공할 수 있겠지. 리그의 스타가 된 이후로는 마이너의 성적도 모두 고려될 테니까.’
그러던 대호는 다시 한번 상태창에 눈길을 주고는 내구력 수치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현재 내구력은 50.
나쁜 건 아니지만, 메이저리그 평균 스케일 60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그러나 보너스 포인트를 투자할 수 없는 내구력의 특성상 여기까지 올린 것도 대단한 일이었다.
또한 신체 역시 훈련을 통해 더 성장할 여지가 충분하니, 마냥 실망할 일은 아니었고.
똑똑똑!
자신의 스탯을 보며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렸다.
“네!”
대호가 자신을 찾아온 사람을 향해 대답을 하자마자, 방문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호, 들어가도 돼요?”
밝은 여성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대호의 얼굴은 언제 고민을 했냐는 듯 밝게 펴졌고, 즉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덜컹!
“오랜만이에요, 한나!”
한나 포커스의 관계는 대호의 데이트 신청 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리고 이제는 이렇듯 방에도 찾아오는 연인 관계가 되어 버렸다.
한나는 방문이 열리자마자 문 앞에 서 있던 대호를 덮치고는, 냅다 키스를 했다.
쪽!
“으음!”
텅!
한나 포커스의 기습 키스를 받은 대호는 곧바로 방문을 닫았다.
혹시라도 호텔 복도를 걷는 누군가에게 이런 모습을 들켰다간 서로 좋은 일이 없을 테니까.
스포츠 채널의 미녀 아나운서와 이제 막 이름을 떨치고 있는 유망주 루키의 열애설은 언론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하다.
마이너리거 시절부터 언론의 구설수에 이름을 올리고 싶지도 않았고.
더욱이 대호는 이미 한차례 불미스런 루머로 고생을 한 상황이라 더 이상의 과도한 관심을 필요 없다는 생각에 매사 조심하고 있었다.
제대로 된 데이트를 자주 즐기지 못하는 한나는 약간의 불만이 있었지만, 열애설이 터졌을 때의 사후 대처가 더 힘들다는 것엔 동의하고 있었다.
“대호, 보고 싶었어요.”
대호는 한나의 뜨거운 눈빛에 가슴속이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호르몬의 영향일까, 아니면 어려진 나이와 육체 때문일까.
이제는 익숙해져야 할 미녀와의 연애는 언제나 짜릿했다.
또한 한나 포커스와는 나름대로 인연이라는 생각도 하고 있었다.
더블A에서 인연을 맺고 트리플A로 콜업 되면서 헤어졌는데, 트리플A 데뷔 경기 직후 재회하으니까.
적극적인 대시에 더불어 세 번이나 회귀한 대호의 정신연령은 연상인 한나로 하여금 나이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다.
아니, 어느 부분에서는 연상인 그녀보다 대호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때로는 동생 같고, 또 때로는 자신보다 연상인 것처럼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 주는 대호에게 지금 한나 포커스는 푹 빠져 있었다.
“저도 보고 싶었어요, 한나.”
대호도 그렇고 한나 또한 직장이 있다 보니, 매일 만날 수도 없어서 항상 볼 때마다 불타오르는 와중이었다.
연애 초기이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오늘은 날이 아닌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퓨처스 게임을 마친 대호를 찾는 사람이 비단 한나뿐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똑똑똑!
“헉!”
막 연인 간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던 두 사람은 느닷없이 울리는 노크 소리에 깜짝 놀라 다시 옷을 입었다.
“대호! 누구 올 사람이 있나요?”
급히 옷을 입은 한나가 물었다.
“아니… 찾아올 사람이 없을 텐데?”
마이너리그 올스타에 뽑혀 오클랜드로 온 라스베이거스 선수는 대호 혼자였기에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 동안 자신을 찾을 만한 사람은 없었다.
“혹시 에이전트가 찾아온 건 아닐까?”
지금 대호의 머릿속에 급한 용건이 생길 만한 곳은 그것뿐이었다.
“일단 기다려요.”
혹시 모르기에 대호는 그녀를 방에 남겨 두고 나갔다.
“누구세요?”
티셔츠를 입으며 입구로 걸어가며 물었다.
덜컹!
“하하하! 대호! 우리 오클랜드의 리썰 웨폰!”
문을 여니 오클랜드 슬랙스의 단장인 조엘이 붉게 상기된 얼굴로 서 있었다.
“어? 단장님. 여기까진 어쩐 일이에요?”
느닷없이 나타난 조엘을 보며 대호는 깜짝 놀랐다.
“하하하! 어쩐 일이라니, 여기가 어딘가?”
조엘은 자신을 보며 놀란 토끼처럼 두 눈을 크게 뜬 대호를 향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런 조엘의 질문에 대호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 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와 있는지 깨달았다.
“아! 여긴 조엘의 앞마당이군요.”
올스타 브레이크가 진행되고 있는 곳은 바로 오클랜드.
즉, 조엘의 홈그라운드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겨우 올스타 브레이크 첫날이 지나고 있는 이 시간에 자신을 찾아올 수 있던 것이다.
“그렇지. 여긴 내 앞마당이지. 아무튼… 오늘 경기 잘 봤네.”
조엘은 자신의 질문의 정답을 맞춘 대호를 보고 웃으며, 경기를 본 소감을 이야기했다.
“오늘, 난 700만 달러가 전혀 아깝지 않은 경기를 봤네.”
사실 경기 하나에 무슨 700만 달러의 가치가 있겠는가?
그것도 월드 시리즈도 아닌 마이너리그 퓨처스 게임에서 말이다.
하지만 조엘은 전혀 아깝지 않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 대호가 다른 구단에서 뽑힌 유망주들을 아득히 뛰어넘는 활약을 보여 주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오클랜드의 야구팬들은 물론이고 다른 구단을 응원하기 위해 이곳 뉴슬랙스 볼파크를 찾은 야구팬들에게까지 자신이 선택한 유망주의 능력을 보여 줄 수 있었다.
또한 타 구단의 단장과 관계자들에게도 대호의 이름을 각인시키는데 성공했다.
“과찬이시네요, 단장님. 하하!”
“과찬이라니!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나? 구단주님도 대호 자네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짠돌이로 유명한 오클랜드의 구단주 존 피셔가 구단 역사상 최대 금액을 투자한 유망주에게 칭찬을 퍼부었다는 건 중요한 소식이었다.
솔직히 조엘이 단장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단장의 위로도 사장과 구단주가 있으니까.
그동안 조엘은 페이 롤이 적은 오클랜드를 이끌어 가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중 가장 심한 것이 계속되는 성적 부진과, 적은 페이 롤로 인해 유망주를 놓치는 것이었다.
그동안은 유명한 빌리 빈이 고안한 머니볼 시스템을 개량해 가면서 적절히 이득을 챙길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에 부딪쳤고, 현 시점에서 적은 페이 롤은 구단의 운영에 오직 악영향 밖에 주지 않았다.
그 때문에 성적 부진이 몇 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중이고.
이런 타이밍에 타 구단의 유망주를 압도하는 루키인 정대호를 선보인다는 건 의미가 컸다.
그런 만큼 직접 축하를 해 주는 게 마땅했다.
좋은 결과에는 보상이 있어야 한다.
그게 조엘의 정신이고 또 수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 즉 미국 야구를 노리는 이유이기도 하니까.
“아 참. 잊어버릴 뻔했군. 전해 줄 소식이 있어서 또 찾아온 것이기도 하네.”
조엘은 한참 흥분해 이야기를 하던 중 신색을 고치며 이야기했다.
“네? 단장님이 직접 찾아와 전할 것이 있다고요?”
대호는 이야기를 하다가 의문 가득한 눈으로 그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비록 스몰 마켓이라고 불리는 오클랜드 슬랙스 소속이긴 하지만, 조엘은 프로야구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는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슬랙스의 현 단장이다.
‘대체 아직 일개 마이너리거인 나에게 할 이야기가 뭐… 설마?’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지만, 그래도 설마 그렇기야 하겠냐고 부정했다.
하지만 그런 부정이 부정당하기까지 불과 몇 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프런트에서 자네를 올스타 브레이크가 끝나는 7월 24일부로 메이저리그에 콜업 하기로 결정했네.”
“……!”
자신을 메이저리그로 콜업 한다는 말에 대호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건 침실에 숨어 있던 한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흐읍! 벌써 메이저리그로 콜업이라고?’
정말이지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보통 마이너리거가 메이저리그로 콜업 되는 것은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라 구단에 부상자명단(Injured List, IL)에 오른 사람이 있을 때가 보통이었다.
그러나 현재 대호가 알기로는 오클랜드 슬랙스에 부상자 따윈 없었다.
콜업 하겠다는 조엘의 말에 기분은 좋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마냥 좋아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혹시 누가 장기 부상이라도 당했습니까?”
조금 전 좋아했던 모습을 급히 숨기며 물어보았다.
그런 대호를 보며 조엘은 마저 설명을 하였다.
“전반기를 마치고 부상 선수가 나오기 시작했지.”
“아!”
누가 부상을 당했다는 확실한 말이 나오진 않았지만, 이미 몇 차례나 회귀를 하고 야구를 해 왔기에 알 수 있었다.
‘벌써 세대교체를 하려는 거구나.’
사실 오클랜드의 리빌딩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아까도 언급을 했듯 페이 롤이 작은 오클랜드로서는 최대한 몸값이 싼 선수를 오래 보유하고 써야 했기에, 쓸 만한 유망주가 나오면 비싼 가격에 타 군단에 트레이드를 하고 경험 많고 싼 선수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리빌딩을 할 시기를 놓쳐 버렸다.
그런데 누구보다 뛰어난 야구 재능을 타고난 외야 자원인 대호가 등장을 했으니, 늦었지만 리빌딩을 시작하려는 것이었다.
4회차는 명전이다